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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기생오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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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기생오라비
완콩두콩
5. (1장-사천) 사천당가 2

매일 아침 창문으로 바라본 풍경은 당추현에게 부러움이었다.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 앉은 작은 참새 부부는 아침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짹짹대며 울었다.

그들의 작은 꼬리는 행복해 보였고, 그들의 작은 날개는 애틋해 보였다.

사천당가라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거 없이 자라온 당추현이 남들에게 부러운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

어려서부터 천재라 불리던 당추현은 무공이면 무공, 독이면 독 못 하는 게 없는 천재였다.

거기다 뛰어난 용모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결국 사화(四花)라는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사천당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당춘추가 끔찍이도 아끼는 바람에 당추현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었다.

후기지수들의 모임에 나가도, 다른 명문 문파나 세가에 나가서도 당추현은 당가의 감시를 받았다.

금빛 감옥에 갇힌 기분으로 살았다.

그런 당추현에게 민후는 큰 충격이었다.

살면서 본적 없는 외모에 당찬 기세.

거기다.

“나한테 무례한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뻔한 이야기.

민후를 마주한 당추현의 마음은 요동쳤다.

사랑을 책으로 배운 남자와 사랑을 상상으로 배운 여자.

두 남녀의 사랑은 소설이었다.

“이..이..이..이놈이!!!!”

몸을 바들바들 떨며 분노를 참지 못한 당한풍이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쾅!!

당한풍의 내공을 잔뜩 담은 장법이 민후에게 향했고 무언가에 막혀 폭발했다.

“꺄악!!”

엄청난 내공 폭발로 주변 사람들이 뒤로 나가떨어졌고 어디선가 나타난 무인이 당추현을 보호하며 뒤로 물러났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로 당한풍과 민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퍽-

무언가에 얻어맞은 당한풍이 먼지 밖으로 튕겨 나왔다.

“크헉!!”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선혈이 흘렀다.

질끈-

입술을 잘근 물어 내상에 의한 선혈과 함께 피가 한 줄기 더 흘렀다.

“그게 끝입니까??”

“이놈!!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모르지만 이제 끝이다!!”

쿠우웅-

당한풍이 독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한들 당가의 무인.

기본적으로 독공에 대한 지식이 있었고 독공을 익히고 있었다.

펄럭이는 장포를 감싸고 흘러나오는 진한 녹색의 내공.

흙바닥에서 생명을 이어가던 들꽃이 기운에 침식돼 썩었다.

그런 당한풍의 모습을 보며 당가의 무인은 물론이고 당구혈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독공장(毒工掌)!!”

사천당가의 유일 장법이자 당한풍이 직접 창안해 만든 독문 절기.

당한풍이 먼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콰아앙!!

진득한 독이 담긴 내공과 깨끗하다 못해 무(無)의 내공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모든 걸 녹여버릴 듯이 뻗어져 나가던 독공장(毒工掌)이 무형검법에 막혔다.

“쿨럭!!”

파괴력이 강한 만큼 그 반발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공격이 막힌 당한풍이 무릎을 꿇었다.

한 움큼 피를 토해낸 당한풍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네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촤륵-

무형의 기운이 사납게 일렁이는 섭선을 펼친 민후가 입가를 가렸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민후. 기생이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털썩-

내상을 입은 당한풍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던 당가도 발전을 하는구나.’

휘오오-

먼지 속에서 민후가 섭선을 강하게 휘두르자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장내를 가득 채웠던 먼지가 일순 사라지고 그 안에 모습이 드러났다.

쓰러져 있는 당한풍, 그리고 그의 곁에서 우아하게 섭선을 펴고 있는 민후.

두 여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두 사내의 얼굴에는 분노가.



스르릉-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당가의 무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민후를 포위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매서웠다.

“감히 당가에 검을 겨누다니!!”

“엥?? 이건 섭선인데??”

“닥쳐라!!”

섭선을 들어 보이는 민후의 행동에 더욱 열이 받은 당가의 무인들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한 발-

두 발-

천천히 포위진을 좁혀갔다.

세 번째 발을 내디뎠을 때 민후는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막혔다.

민후에게 마음을 빼앗긴 당추현도 이를 갈 뿐 지금 이 상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당가의 무인. 그것도 일 장로를 해한 일은 그 누가 됐든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맞았으니.

끝내 당가의 무인들에 가려져 민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당추현의 두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낭랑…’

이미 사귀고 있었나 보다.

철컥-

민후의 목을 가리키는 십여 개의 검.

그 검들이 조금만 뻗어져도 민후는 목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뚫려 죽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민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즐거워 보였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하하하!!!”

“이놈!!!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겠다는 당가의 배려를 무시하는 게냐!?”

눈물까지 흘려가며 신명 나게 웃던 민후가 전각을 쳐다봤다.

“저기 나 대신 말해줄 사람이 오고 있네.”

빠직-

무인들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죽어라.”

그때.

“멈춰라!!”

척-

민후의 목을 향하던 검이 멈췄다.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라!!”

파팟-

절대적인 복종.

그 누가 무어라 한들 검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였던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전각에서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한 노인.

“가주님!!”

사천당가의 가주 당춘추. 현 무림에서 독선이라 불리고 오대세가 중 하나인 당가를 이끄는 남자.

천독불침(千毒不侵)의 전설적인 무인으로 사천당가의 모든 무인이 존경하는 남자.

당춘추가 걸어 나오자 모든 당가의 무인이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민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가 무슨 마교야?? 뭐 이렇게 절대적이야.’

계단 끝에 선 당춘추가 민후를 빤히 쳐다봤고 민후 또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쥐 잡듯이 노려봤다.

“그래서 언제까지 째려볼 거요?? 그리고 이 기분 나쁜 기운도 치우지??”

“허허허.”

사실 당춘추는 전각에서 걸어 나올 때부터 민후에게 독기를 뿜고 있었다.

독공의 정점에 오른 남자가 뿜어내는 독기를 민후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고 오히려 밀어냈다.

그런 민후의 모습은 당춘추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이놈이!! 예를 갖추지 못할까!?”

“감히 가주님께!! 오늘 네놈의 목을 치겠다!!”

“그만!!”

당장이라도 달려들 거 같았던 무인들이 가주의 호통 한 번에 기세를 바꾸고 멈춰 섰다.

“다들 그만하거라.”

“예! 가주!”

“그래. 그대는 어디서 왔소??”

독기를 모두 거두고 동네 할아버지처럼 묻는 당춘추의 모습에 민후도 표정을 풀었다.

“귀주. 기룡표국에 의뢰를 받고 그 대가를 받으러 왔소.”

“기룡표국의 사람이었소?? 하하!! 그럼 그대도 손님이구려.”

“세상에… 사천당가가 나를 반기는 날이 올 줄이야.”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우리 당가는 사람을 가리지 않소.”

“원수는 가리지.”

전생의 민후는 사천당가가 가장 싫어했던 인물. 척살령이 내려진 인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 가주의 단전을 폐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실추시킨 인물이 자신이니.

어느 음식을 먹어도 독이 들었고, 어느 곳을 가도 독충이 들끓었다.

정말 질리지도 않는지 죽기 직전까지도 괴롭혔던 곳이 사천당가였다.

원수는 끝까지 좇아간다. 그게 바로 당가였으니.

잠시 상념에 젖었던 민후가 눈을 뜨자 당춘추가 몸을 돌렸다.

“그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손님을 밖에 두는 건 예가 아닐 터. 따라오시게. 차라도 한 잔 내주겠네.”

전각으로 들어간 당춘추를 따라서 민후가 발걸음을 옮겼다.

“차에 또 장난치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저 예의 없는 태도에 이가 갈렸지만, 가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당가의 무인들도 노려 볼 뿐 무어라 하지 못했다.

민후의 모습도 전각으로 사라지고 홀로 남은 천세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따라 들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기룡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천세현에게 당추현이 다가왔다.

“천표위님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아, 네!”



몰락했던 예전과 다르게 지금의 사천당가는 꽤 잘나가는 모양이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내부 또한 훌륭했다.

손님방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금으로 벽을 칠하고 야명주로 눈을 밝혔다.

방을 천천히 둘러보던 민후가 신기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당가가 예전 같지 않네??”

무례할 법도 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당춘추가 직접 차를 내리며 답했다.

“그대는 마치 예전 당가를 아는 듯이 얘기하오??”

민후는 문득 자신이 죽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일부러 당독춘을 언급해 시간의 흐름을 물었다.

“잘 알지. 당독춘 그 영감이 죽고 나서 당가는 몰락하지 않았나??”

꿈틀-

시종일관 웃음으로 화답하던 당춘추의 미간이 처음으로 좁혀졌다.

은은한 내기가 발하는 걸 보니 꽤나 열을 받은 거 같았다.

“그대는 생각하고 말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겠소.”

“충고는 고맙네. 근데 대답은??”

딸칵-

탁상 위에 찻잔을 내려놓은 당춘추가 자리에 앉았다.

“백 년도 더 된 일이니. 차나 들게.”

따뜻한 차를 건네는 것과 대조되는 차가운 음성.

지금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암시한 민후는 더 이상 무어라 묻지 않고 자리에 착석했다.

눈앞에 놓인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마시지 않자 당춘추가 침을 하나 꺼내 들었다.

“손님에게 독을 타지 않소.”

퐁당-

은빛의 침을 찻잔에 담갔는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침을 보란 듯이 민후에게 보여준 뒤에 품속에 넣은 당춘추가 차를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민후는 차를 마시지 않고 당춘추를 노려봤다.

“당가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요??”

“이봐.”

꿈틀-

이번에는 당춘추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이 사내는 예의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았다.

“내가 호구로 보이나??”

“손님에게 예를 차리는 것도 정도가 있소. 그대는 그 정도를 모르는 거 같구려.”

쾅!!

민후가 탁상을 세게 내리치자 찻잔이 위로 떠 올랐다가 그대로 떨어졌다.

신기에 가까운 행위.

탁상 위에 안착한 찻잔은 잔잔한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간 작은 파리 한 마리.

눈깔이 뒤집혀 배를 까뒤집고 숨을 거뒀다.

“무향청독(無香靑毒). 네놈들이 자주 쓰는 독이지.”

짝! 짝짝짝!

“크하하하!! 훌륭해!! 아주 훌륭하다! 네놈은 진짜구나!!”

당춘추가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까지의 말투와 다른 호기로운 음성. 당춘추는 진심으로 민후에게 감탄했다.

“무향청독(無香靑毒)까지 알다니. 대체 네놈의 정체는 무엇이냐??”

예를 차리는 척하면서 독으로 암살하려던 계획을 민후는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가식적인 예를 집어 던지고 본래의 모습으로 민후를 쳐다봤다.

“그 건방진 눈빛 하며 그럴 자격을 갖춘 무공. 정말 탐나는구나.”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천세현은 민후의 말에 황급히 찻잔을 내려 두고 이 공간에서 존재감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민후는 당춘추를 노려봤다.

그의 눈빛에는 당장 이 영감을 죽여야 하나? 라는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노려보지 말거라. 내 나름의 시험이었으니.”

“네놈이 뭔데 나를 시험하는가??”

“당가에 왔으면 당가의 법을 따라야지. 그걸 아니 네놈도 순순히 따른 게 아니냐??”

맞다. 당가에는 당가에 법이 있고, 그런 법을 지켜줄 필요가 있었다.

손님방. 중요한 손님이 왔을 때만이 손님방을 여는 유일한 순간이다.

근데 기룡표국은 그리 유명한 표국도 아니고, 강호 초출인 민후가 유명한 무인도 아니기에 손님방을 열 이유가 없었다.

단 하나 이유를 만들면 시험.

막강한 무공을 보여준 무인에게 그만한 대우를 해줘도 되는지에 대한 시험의 장소.

“시험한 이유는??”

“건방지고 호쾌하구나. 점점 마음에 드네.”

“이유!!”

“내 딸아이에게 미래를 부탁했다고 들었네.”

“근데??”

“몇 명을 낳겠나??”

당춘추의 질문에 놀란 사람은 옆에 서 있던 당추현이었다.

“아빠!?”

당춘추는 여전히 민후만 쳐다보고 있었다.

“둘, 나는 최소 둘을 원해.”

민후가 찻잔에 담긴 차를 바닥에 흘려보냈다.

“닥쳐. 만드는 건 내 마음이지만, 나오는 건 내 마음이 아니다.”

두근!!

멈췄던 당추현의 심장이 다시 날뛰었다.

‘박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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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2019-10-08
천하제일 기생오라비
완콩두콩
5. (1장-사천) 사천당가 2

매일 아침 창문으로 바라본 풍경은 당추현에게 부러움이었다.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 앉은 작은 참새 부부는 아침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짹짹대며 울었다.

그들의 작은 꼬리는 행복해 보였고, 그들의 작은 날개는 애틋해 보였다.

사천당가라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거 없이 자라온 당추현이 남들에게 부러운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

어려서부터 천재라 불리던 당추현은 무공이면 무공, 독이면 독 못 하는 게 없는 천재였다.

거기다 뛰어난 용모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결국 사화(四花)라는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사천당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당춘추가 끔찍이도 아끼는 바람에 당추현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었다.

후기지수들의 모임에 나가도, 다른 명문 문파나 세가에 나가서도 당추현은 당가의 감시를 받았다.

금빛 감옥에 갇힌 기분으로 살았다.

그런 당추현에게 민후는 큰 충격이었다.

살면서 본적 없는 외모에 당찬 기세.

거기다.

“나한테 무례한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뻔한 이야기.

민후를 마주한 당추현의 마음은 요동쳤다.

사랑을 책으로 배운 남자와 사랑을 상상으로 배운 여자.

두 남녀의 사랑은 소설이었다.

“이..이..이..이놈이!!!!”

몸을 바들바들 떨며 분노를 참지 못한 당한풍이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쾅!!

당한풍의 내공을 잔뜩 담은 장법이 민후에게 향했고 무언가에 막혀 폭발했다.

“꺄악!!”

엄청난 내공 폭발로 주변 사람들이 뒤로 나가떨어졌고 어디선가 나타난 무인이 당추현을 보호하며 뒤로 물러났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로 당한풍과 민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퍽-

무언가에 얻어맞은 당한풍이 먼지 밖으로 튕겨 나왔다.

“크헉!!”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선혈이 흘렀다.

질끈-

입술을 잘근 물어 내상에 의한 선혈과 함께 피가 한 줄기 더 흘렀다.

“그게 끝입니까??”

“이놈!!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모르지만 이제 끝이다!!”

쿠우웅-

당한풍이 독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한들 당가의 무인.

기본적으로 독공에 대한 지식이 있었고 독공을 익히고 있었다.

펄럭이는 장포를 감싸고 흘러나오는 진한 녹색의 내공.

흙바닥에서 생명을 이어가던 들꽃이 기운에 침식돼 썩었다.

그런 당한풍의 모습을 보며 당가의 무인은 물론이고 당구혈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독공장(毒工掌)!!”

사천당가의 유일 장법이자 당한풍이 직접 창안해 만든 독문 절기.

당한풍이 먼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콰아앙!!

진득한 독이 담긴 내공과 깨끗하다 못해 무(無)의 내공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모든 걸 녹여버릴 듯이 뻗어져 나가던 독공장(毒工掌)이 무형검법에 막혔다.

“쿨럭!!”

파괴력이 강한 만큼 그 반발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공격이 막힌 당한풍이 무릎을 꿇었다.

한 움큼 피를 토해낸 당한풍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네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촤륵-

무형의 기운이 사납게 일렁이는 섭선을 펼친 민후가 입가를 가렸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민후. 기생이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털썩-

내상을 입은 당한풍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던 당가도 발전을 하는구나.’

휘오오-

먼지 속에서 민후가 섭선을 강하게 휘두르자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장내를 가득 채웠던 먼지가 일순 사라지고 그 안에 모습이 드러났다.

쓰러져 있는 당한풍, 그리고 그의 곁에서 우아하게 섭선을 펴고 있는 민후.

두 여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두 사내의 얼굴에는 분노가.



스르릉-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당가의 무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민후를 포위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매서웠다.

“감히 당가에 검을 겨누다니!!”

“엥?? 이건 섭선인데??”

“닥쳐라!!”

섭선을 들어 보이는 민후의 행동에 더욱 열이 받은 당가의 무인들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한 발-

두 발-

천천히 포위진을 좁혀갔다.

세 번째 발을 내디뎠을 때 민후는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막혔다.

민후에게 마음을 빼앗긴 당추현도 이를 갈 뿐 지금 이 상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당가의 무인. 그것도 일 장로를 해한 일은 그 누가 됐든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맞았으니.

끝내 당가의 무인들에 가려져 민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당추현의 두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낭랑…’

이미 사귀고 있었나 보다.

철컥-

민후의 목을 가리키는 십여 개의 검.

그 검들이 조금만 뻗어져도 민후는 목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뚫려 죽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민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즐거워 보였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하하하!!!”

“이놈!!!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겠다는 당가의 배려를 무시하는 게냐!?”

눈물까지 흘려가며 신명 나게 웃던 민후가 전각을 쳐다봤다.

“저기 나 대신 말해줄 사람이 오고 있네.”

빠직-

무인들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죽어라.”

그때.

“멈춰라!!”

척-

민후의 목을 향하던 검이 멈췄다.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라!!”

파팟-

절대적인 복종.

그 누가 무어라 한들 검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였던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전각에서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한 노인.

“가주님!!”

사천당가의 가주 당춘추. 현 무림에서 독선이라 불리고 오대세가 중 하나인 당가를 이끄는 남자.

천독불침(千毒不侵)의 전설적인 무인으로 사천당가의 모든 무인이 존경하는 남자.

당춘추가 걸어 나오자 모든 당가의 무인이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민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가 무슨 마교야?? 뭐 이렇게 절대적이야.’

계단 끝에 선 당춘추가 민후를 빤히 쳐다봤고 민후 또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쥐 잡듯이 노려봤다.

“그래서 언제까지 째려볼 거요?? 그리고 이 기분 나쁜 기운도 치우지??”

“허허허.”

사실 당춘추는 전각에서 걸어 나올 때부터 민후에게 독기를 뿜고 있었다.

독공의 정점에 오른 남자가 뿜어내는 독기를 민후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고 오히려 밀어냈다.

그런 민후의 모습은 당춘추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이놈이!! 예를 갖추지 못할까!?”

“감히 가주님께!! 오늘 네놈의 목을 치겠다!!”

“그만!!”

당장이라도 달려들 거 같았던 무인들이 가주의 호통 한 번에 기세를 바꾸고 멈춰 섰다.

“다들 그만하거라.”

“예! 가주!”

“그래. 그대는 어디서 왔소??”

독기를 모두 거두고 동네 할아버지처럼 묻는 당춘추의 모습에 민후도 표정을 풀었다.

“귀주. 기룡표국에 의뢰를 받고 그 대가를 받으러 왔소.”

“기룡표국의 사람이었소?? 하하!! 그럼 그대도 손님이구려.”

“세상에… 사천당가가 나를 반기는 날이 올 줄이야.”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우리 당가는 사람을 가리지 않소.”

“원수는 가리지.”

전생의 민후는 사천당가가 가장 싫어했던 인물. 척살령이 내려진 인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 가주의 단전을 폐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실추시킨 인물이 자신이니.

어느 음식을 먹어도 독이 들었고, 어느 곳을 가도 독충이 들끓었다.

정말 질리지도 않는지 죽기 직전까지도 괴롭혔던 곳이 사천당가였다.

원수는 끝까지 좇아간다. 그게 바로 당가였으니.

잠시 상념에 젖었던 민후가 눈을 뜨자 당춘추가 몸을 돌렸다.

“그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손님을 밖에 두는 건 예가 아닐 터. 따라오시게. 차라도 한 잔 내주겠네.”

전각으로 들어간 당춘추를 따라서 민후가 발걸음을 옮겼다.

“차에 또 장난치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저 예의 없는 태도에 이가 갈렸지만, 가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당가의 무인들도 노려 볼 뿐 무어라 하지 못했다.

민후의 모습도 전각으로 사라지고 홀로 남은 천세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따라 들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기룡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천세현에게 당추현이 다가왔다.

“천표위님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아, 네!”



몰락했던 예전과 다르게 지금의 사천당가는 꽤 잘나가는 모양이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내부 또한 훌륭했다.

손님방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금으로 벽을 칠하고 야명주로 눈을 밝혔다.

방을 천천히 둘러보던 민후가 신기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당가가 예전 같지 않네??”

무례할 법도 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당춘추가 직접 차를 내리며 답했다.

“그대는 마치 예전 당가를 아는 듯이 얘기하오??”

민후는 문득 자신이 죽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일부러 당독춘을 언급해 시간의 흐름을 물었다.

“잘 알지. 당독춘 그 영감이 죽고 나서 당가는 몰락하지 않았나??”

꿈틀-

시종일관 웃음으로 화답하던 당춘추의 미간이 처음으로 좁혀졌다.

은은한 내기가 발하는 걸 보니 꽤나 열을 받은 거 같았다.

“그대는 생각하고 말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겠소.”

“충고는 고맙네. 근데 대답은??”

딸칵-

탁상 위에 찻잔을 내려놓은 당춘추가 자리에 앉았다.

“백 년도 더 된 일이니. 차나 들게.”

따뜻한 차를 건네는 것과 대조되는 차가운 음성.

지금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암시한 민후는 더 이상 무어라 묻지 않고 자리에 착석했다.

눈앞에 놓인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마시지 않자 당춘추가 침을 하나 꺼내 들었다.

“손님에게 독을 타지 않소.”

퐁당-

은빛의 침을 찻잔에 담갔는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침을 보란 듯이 민후에게 보여준 뒤에 품속에 넣은 당춘추가 차를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민후는 차를 마시지 않고 당춘추를 노려봤다.

“당가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요??”

“이봐.”

꿈틀-

이번에는 당춘추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이 사내는 예의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았다.

“내가 호구로 보이나??”

“손님에게 예를 차리는 것도 정도가 있소. 그대는 그 정도를 모르는 거 같구려.”

쾅!!

민후가 탁상을 세게 내리치자 찻잔이 위로 떠 올랐다가 그대로 떨어졌다.

신기에 가까운 행위.

탁상 위에 안착한 찻잔은 잔잔한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간 작은 파리 한 마리.

눈깔이 뒤집혀 배를 까뒤집고 숨을 거뒀다.

“무향청독(無香靑毒). 네놈들이 자주 쓰는 독이지.”

짝! 짝짝짝!

“크하하하!! 훌륭해!! 아주 훌륭하다! 네놈은 진짜구나!!”

당춘추가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까지의 말투와 다른 호기로운 음성. 당춘추는 진심으로 민후에게 감탄했다.

“무향청독(無香靑毒)까지 알다니. 대체 네놈의 정체는 무엇이냐??”

예를 차리는 척하면서 독으로 암살하려던 계획을 민후는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가식적인 예를 집어 던지고 본래의 모습으로 민후를 쳐다봤다.

“그 건방진 눈빛 하며 그럴 자격을 갖춘 무공. 정말 탐나는구나.”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천세현은 민후의 말에 황급히 찻잔을 내려 두고 이 공간에서 존재감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민후는 당춘추를 노려봤다.

그의 눈빛에는 당장 이 영감을 죽여야 하나? 라는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노려보지 말거라. 내 나름의 시험이었으니.”

“네놈이 뭔데 나를 시험하는가??”

“당가에 왔으면 당가의 법을 따라야지. 그걸 아니 네놈도 순순히 따른 게 아니냐??”

맞다. 당가에는 당가에 법이 있고, 그런 법을 지켜줄 필요가 있었다.

손님방. 중요한 손님이 왔을 때만이 손님방을 여는 유일한 순간이다.

근데 기룡표국은 그리 유명한 표국도 아니고, 강호 초출인 민후가 유명한 무인도 아니기에 손님방을 열 이유가 없었다.

단 하나 이유를 만들면 시험.

막강한 무공을 보여준 무인에게 그만한 대우를 해줘도 되는지에 대한 시험의 장소.

“시험한 이유는??”

“건방지고 호쾌하구나. 점점 마음에 드네.”

“이유!!”

“내 딸아이에게 미래를 부탁했다고 들었네.”

“근데??”

“몇 명을 낳겠나??”

당춘추의 질문에 놀란 사람은 옆에 서 있던 당추현이었다.

“아빠!?”

당춘추는 여전히 민후만 쳐다보고 있었다.

“둘, 나는 최소 둘을 원해.”

민후가 찻잔에 담긴 차를 바닥에 흘려보냈다.

“닥쳐. 만드는 건 내 마음이지만, 나오는 건 내 마음이 아니다.”

두근!!

멈췄던 당추현의 심장이 다시 날뛰었다.

‘박력 있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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