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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기생오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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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기생오라비
완콩두콩
2. (1장-사천) 기룡표국 2

산적 두목이 죽자 산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와해 됐고 죽음의 끝자락에서 살아남은 기룡표국은 그들에게 자비를 두지 않았다.

몇 산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고 저항하던 산적들은 모두 산짐승의 식량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대협!!”

“감사합니다!!!”

산적을 모두 처리한 것을 확인한 천세현이 서둘러 달려와 읍을 했다.

그러자 나머지 표사들도 모두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는 민후의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유~ 제가 무엇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이런 칭찬은 부담스럽습니다. 하하하!!”

‘좋아한다.’

‘분명 좋아하네.’

반달곰의 배처럼 휜 눈, 며칠 전 떠오른 초승달보다 우아하게 올라간 입꼬리.

누가 봐도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칭찬을 즐기는 민후 앞에 선 천세현이 기침을 했다.

“크흡! 민후 대협! 정식으로 인사하겠습니다. 나는 기룡표국의 이번 표행길을 책임지는 천세현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그저 바람 따라, 날씨 따라 여행을 즐기는..즐기는…”

민후는 순간 무어라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무인은 무인이지만, 협을 추구하지도 사를 추구하지도 않고 그저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길.

턱을 매만지며 곰곰이 생각하던 민후가 손뼉을 쳤다.

“기생이라고 합니다.”

“기..생이요??”

“예!! 저는 여행 중인 기생입니다.”

환하게 웃는 민후의 미소를 정면에서 바라본 천세현은 순간 품속에 있던 전낭을 모두 건네줄 뻔했다.

움찔-

‘위험했다.’

저 해맑은 미소는 돈을 불렀다.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 미소.

“기생이 맞는 거 같군요.”

오히려 너무 쉽게 믿는 천세현의 행동에 민후가 당황했다.

“예?? 믿습니까??”

“대협의 외모를 보고 믿지 않는다면 그건 장님이겠지요.”

“하하!! 역시 내가 좀 잘생겼소??”

왜 이래 이 남자?

“크흠… 예. 잘…생겼습니다. 그보다 대협!!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이길래 이렇게 분위기를 잡습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천소저.”

바짝-

천세현에게 바짝 달라붙어 천세현의 손을 붙잡았다.

두근두근-

천세현의 심장이 날뛰었다.

조금 전 산적들을 도륙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때보다 더 강렬하고 빠르게 뛰는 심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얼굴조차 새빨개졌다.

“그..그게…”

“어서 말해보시오. 이렇게 아름다운 소저의 부탁을 내 어찌 거절하겠는가!!”

“아름답다!?”

어려서부터 검을 쥐고, 검을 휘두르고, 검을 내질렀다.

천재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천세현은 또래에 그 어떤 아이들보다 강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외모를 칭찬받기보다는 두려움에 대상이었다.

사내들은 자신을 기피했고 여인들은 자신을 존경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던 천세현이지만, 그녀도 여자.

여자로 태어나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두근두근-

이제 심장이 가슴 아래 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벅차올랐다.

“저와 사귀어 주십시오!”

“예??”

“으아아!!! 이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그게…”

삼매진화로 끓인 찻잔 보다도 붉어진 얼굴을 마구 흔들며 동공까지 흔들리는 천세현의 모습은 제법 귀여웠다.

“소저에게 나는 어울리지 않소.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 어찌 나 같은 벌이 한 마리만 꼬이겠소. 그보다 부탁하려던 일은 무엇인가??”

울컥-

마음대로 날뛰던 심장이 순식간에 식고 눈물샘에 폭풍우라도 내렸는지 넘칠 것만 같았다.

조금만 눈에 힘을 풀면 눈물샘이 터져버릴 거 같은 기분을 꾹 누르고 천세현이 입을 열었다.

“사천까지 호위를 부탁합니다!! 보수는 섭섭지 않게 드리겠어요.”

촤륵!

꽃무늬가 그려진 섭선을 펴 천세현의 얼굴을 가렸다.

“소저의 눈에서 흐르는 옥구슬은 아무래도 감추는 게 좋겠소. 이 옥구슬을 보면 누구라도 탐날 거 같으니.”

“흐끅..!”

“소저의 부탁을 내가 들어드리겠소! 나 민후가 기룡표국의 표행길을 지켜주겠소.”

“가..흐끅! 감사합니다.”

기분은 좋지만, 기분이 나빴다.



잠에 빠지기 전 소면을 다섯 그릇은 먹은 거처럼 두 눈이 부어오른 천세현이 말을 타고 표행길을 이끌었다.

민후는 산적이 쓰던 검 한 자루를 대충 들고 마차 위에 올라탔다.

달그락- 달그락-

썩 좋지 못한 마차였지만, 전생에 느껴보지 못한 소속감에 민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즐겁구나. 여행은 이리도 즐거운 거였어.”

처음에는 미친놈 쳐다보듯 쳐다보던 표사들도 아예 미친 고수라고 생각하고 민후를 내버려 두었다.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이끌던 마부와 말을 튼 민후는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기룡표국은 귀주에서 꽤 알아주는 표국으로 이번에 사천당가의 의뢰를 받아 사천으로 향한다고 했다.

그리고 귓속말로 은밀하게 얘기해준 바로는 저 수많은 나무 궤짝 중에 중요한 물건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네 말로는 저 궤짝을 사천으로 옮긴다. 이 말인가??”

“그렇다네. 그리고 귀주를 벗어나 사천에 도착하면 바로 사천당가가 호위를 서 준다고 했다네.”

“허허, 당가에서 직접 나올 정도면 꽤 중요한 물건인가 보오??”

“무슨 신물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나는 무림에 무지해서 잘 모르겠다네.”

“하하, 아니오. 많은 도움이 됐소.”

마부와의 대화를 끝내고 마차 안으로 들어간 민후가 궤짝들을 만지며 살펴봤다.

‘내가 알아볼 수 없다?!’

궤짝 속으로 내기를 불어넣어 물건을 파악하려던 민후가 허탈한 웃음을 짓고 궤짝을 내려놨다.

그저 눈속임을 위해 여러 개를 준비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느 게 진짜 궤짝인지 몰라 모두 챙겨온 것이었다.

‘이 정도 물건이라면 엄청난 신물임은 틀림없겠구나. 이거 쉽지 않겠는데??’

그렇다고 긴장을 하지는 않았다.

화경에 고수인 민후가 한낱 산적에게 당할 리는 없었으니 그저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즐겼다.

‘설마 또 나오겠어?’

그 발언.

저질렀다.



촛불 하나와 두 개의 야명주만이 빛을 비추는 어두운 지하실에 두 거구의 사내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벌컥!

“크하!”

“크…”

“술맛이 참 좋소?”

“술의 맛은 그날의 기분이 정하는 거 아니겠소? 하하하!!”

“그 또한 맞는 말이지! 혈천파를 만난 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하!”

두 거구의 사내는 빈 술잔에 술을 다시 채워 넣고 술잔을 들고 말했다.

“그 물건만 구해온다면 우리 혈마파와 그대의 혈천파를 합쳐 마천파라 이름을 정해 새로 문파를 세웁시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그 궤짝에 들어있는 신물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다. 이 말이오!!”

혈천파와 혈마파는 사파 중에서도 말단에 있는 문파로 야심은 컸지만, 고수가 없어 뜨지 못하는 평범한 사파였다.

혈천파의 장문인 천풍각은 우연히 어느 객잔에 머물렀다가 기룡표국의 신물 얘기를 들었다.

기룡표국이 이번 사천당가로 보낸다는 검과 갑옷.

검은 인귀검(人鬼劍)이라 불리는 요검(妖劍), 갑옷은 인방갑(人防甲)이라 불리는 백련정강(百鍊精剛)으로 만든 갑옷이다.

두 신물은 착용하기만 해도 절정의 고수급으로 올려주는 검과 갑옷으로 사천당가에서 그렇게 찾고 있다고 소문이 돌았는데 드디어 그걸 찾은 모양이었다.

모든 걸 베어버리는 검과 모든 걸 막는다는 갑옷.

그 두 개만 있으면 제일 사파가 되고 싶은 천풍각의 야심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기룡표국은 그리 만만한 표국이 아니었고 고민하던 천풍각은 혈마파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신물은 두 개이니 천풍각은 갑옷을 혈마파의 장문인 마춘투에게 주기로 약속하고 그들의 살수들을 끌어들였다.

혈마파는 살수들을 키우는 전문 살수 문파였는데 그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살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기습 성공 여부를 가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갑옷을 잃는 건 아쉽지만, 욕심부리다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있었기에 천풍각은 아끼지 않고 정보를 나눴다.

그렇게 둘은 제일사파라는 야심으로 똘똘 뭉쳐 계획을 꾸몄고 오늘 시행했다.

기룡표국이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해도 두 사파의 협공은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사천당가의 호위는 사천에 첫 번째 봉우리를 넘었을 때 받는다고 했기 때문에 그들은 산적으로 위장한 수하를 보내 일 차로 전력을 빼놓고 봉우리를 들어가기 직전 전력을 다해 공격하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지금쯤 기룡표국은 만신창이가 돼 봉우리를 향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찰랑-

둘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크으… 혹시 그럴 리 없겠지만, 실패하는 일은 없겠지??”

“초절정급 고수, 아니 화경급 고수가 있지 않은 한 그럴 일은 추호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크하하!! 이걸로 우리 마천파는 사파 제일문파로 우뚝 올라서는 것이오!!”

“사파 제일!!”

“사파 제일!!”

둘은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그들의 계획에 화경급 고수가 끼어든 사실도 모르고.



바스락- 바스락-

오십 장이 떨어진 거리에서 수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의해서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사람에 의해서 부딪히는 소리.

‘설마가 왔군!’

화경의 고수인 민후는 똑똑히 느껴졌다.

오십 장의 거리를 두고 매복한 산적들의 위치가.

‘살수가 이십에 산적이 오십??’

도합 칠십이라는 엄청난 수의 산적이 매복해 있었다. 아마 민후가 없었다면 기룡표국의 죽음은 기정사실이었을 거다.

‘엄청난 물건이긴 한 거 같군.’

다그닥- 다그닥-

말의 고삐를 꽉 잡고 선두에서 신경질적으로 달리던 천세현이 고개를 돌렸다.

“민후…대협??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분명 마주한다면 퉁명스럽게 대하리라 다짐했지만, 민후의 환한 얼굴을 본 천세현의 마음은 눈 녹듯 녹아내렸다.

“천소저. 앞에 매복이 있소.”

움찔-

천천히 고삐에 힘을 풀고 말의 속도를 줄인 천세현이 얼굴을 굳혔다.

“정말입니까??”

“이제 앞으로 사십 장. 사십 장 거리 앞에 꽤 많은 수에 산적이 매복해 있소.”

“우리의 전력으로 뚫어낼 수 있습니까??”

“무리.”

“그러면 어떡해…”

“하지만 내가 직접 가면 충분하지.”

“예??”

“지키기 위한 싸움보다는 죽이기 위한 싸움이 하기 편하지. 그러니 천소저 내가 다녀오겠소.”

“하지만 많은 수에 산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위험합니다. 혹시 돌아가는 건 어떻습니까??”

“저 궤짝이 있는 한 분명 또 올 거요. 걱정하지 마시오.”

“하지만…”

“쉿.”

민후의 보드라운 검지가 천세현의 입술에 맞닿은 순간.

두근!!

천세현의 심장이 발밑에 떨어졌다가 도로 올라왔다.

‘주..죽을 뻔했다. 민후 대협은 치명적이야.’

다른 의미로 치명적이었다.

“내 걱정은 마시오. 혹시 내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내게 해줄 보상만 생각하시오.”

스윽-

천세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되도록 몸으로 받는 거면 좋을 거 같소.”

민후의 뜨거운 숨결이 귓구멍을 타고 흘러들어 가자 천세현의 달팽이관이 요동쳤다.

“하읏…네.”

“그럼 천소저! 천천히 오시오!!”

파팟-

말에서 뛰어내린 민후가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날아갔다.



단숨에 거리를 좁힐 수 있었지만, 민후는 적당한 거리에 멈춰 서서 지켜봤다.

‘뭐야. 수는 많지만 대부분 삼류에서 이류?? 저 궤짝의 물건이 그리 대단한 물건은 아닌가?? 괜히 긴장했군.’

파팟-

공중에 뛰어오른 민후가 허공을 밟고 앞으로 날아갔다.

쾅!!

산봉우리를 올라가기 전 작은 공터 가운데에 갑자기 하늘에서 어느 남자가 떨어졌다.

그 충격에 엄청난 바람이 공터를 덮쳤고 산적들의 몸을 숨겨주던 수풀이 바람에 흐느꼈다.

“제길!! 이게 뭐야!!”

“젠장!! 모두 나와라!!”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던 산적 오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고 있는 무기도 시원치 않았고 풍기는 기운을 보아하니 역시나 삼류에서 이류급 무인들이었다.

그중 가장 커다란 몸집의 한 산적이 거만하게 걸어 나왔다.

“네놈은 누구냐!!”

“크… 이런 건방진 말투!! 내가 이걸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자신만 보면 머리를 조아리고 시선을 피하고 벌벌 떨던 사람들.

전생에 민후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해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건방짐이 그립게 다가왔다.

“네놈. 미친놈인가??”

“하하!! 그래 미쳤다면 미쳤다고 할 수 있지.”

스스슥-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살수들이 조심스럽게 민후를 포위했다.

최대한 기척을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삼류급 살수가 기척을 감추려 아무리 노력해봤자 범 앞에 개일 뿐이다.

“선배로써 얘기하는데 무림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주제를 알아야 한다.”

“하?? 선배?? 지금 저 어린놈이 무어라 지껄이느냐??”

“죽고 싶어 환장한 거 같습니다. 대장.”

촤륵-

꽃무늬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드루와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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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2019-10-01
천하제일 기생오라비
완콩두콩
2. (1장-사천) 기룡표국 2

산적 두목이 죽자 산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와해 됐고 죽음의 끝자락에서 살아남은 기룡표국은 그들에게 자비를 두지 않았다.

몇 산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고 저항하던 산적들은 모두 산짐승의 식량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대협!!”

“감사합니다!!!”

산적을 모두 처리한 것을 확인한 천세현이 서둘러 달려와 읍을 했다.

그러자 나머지 표사들도 모두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는 민후의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유~ 제가 무엇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이런 칭찬은 부담스럽습니다. 하하하!!”

‘좋아한다.’

‘분명 좋아하네.’

반달곰의 배처럼 휜 눈, 며칠 전 떠오른 초승달보다 우아하게 올라간 입꼬리.

누가 봐도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칭찬을 즐기는 민후 앞에 선 천세현이 기침을 했다.

“크흡! 민후 대협! 정식으로 인사하겠습니다. 나는 기룡표국의 이번 표행길을 책임지는 천세현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그저 바람 따라, 날씨 따라 여행을 즐기는..즐기는…”

민후는 순간 무어라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무인은 무인이지만, 협을 추구하지도 사를 추구하지도 않고 그저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길.

턱을 매만지며 곰곰이 생각하던 민후가 손뼉을 쳤다.

“기생이라고 합니다.”

“기..생이요??”

“예!! 저는 여행 중인 기생입니다.”

환하게 웃는 민후의 미소를 정면에서 바라본 천세현은 순간 품속에 있던 전낭을 모두 건네줄 뻔했다.

움찔-

‘위험했다.’

저 해맑은 미소는 돈을 불렀다.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 미소.

“기생이 맞는 거 같군요.”

오히려 너무 쉽게 믿는 천세현의 행동에 민후가 당황했다.

“예?? 믿습니까??”

“대협의 외모를 보고 믿지 않는다면 그건 장님이겠지요.”

“하하!! 역시 내가 좀 잘생겼소??”

왜 이래 이 남자?

“크흠… 예. 잘…생겼습니다. 그보다 대협!!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이길래 이렇게 분위기를 잡습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천소저.”

바짝-

천세현에게 바짝 달라붙어 천세현의 손을 붙잡았다.

두근두근-

천세현의 심장이 날뛰었다.

조금 전 산적들을 도륙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때보다 더 강렬하고 빠르게 뛰는 심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얼굴조차 새빨개졌다.

“그..그게…”

“어서 말해보시오. 이렇게 아름다운 소저의 부탁을 내 어찌 거절하겠는가!!”

“아름답다!?”

어려서부터 검을 쥐고, 검을 휘두르고, 검을 내질렀다.

천재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천세현은 또래에 그 어떤 아이들보다 강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외모를 칭찬받기보다는 두려움에 대상이었다.

사내들은 자신을 기피했고 여인들은 자신을 존경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던 천세현이지만, 그녀도 여자.

여자로 태어나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두근두근-

이제 심장이 가슴 아래 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벅차올랐다.

“저와 사귀어 주십시오!”

“예??”

“으아아!!! 이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그게…”

삼매진화로 끓인 찻잔 보다도 붉어진 얼굴을 마구 흔들며 동공까지 흔들리는 천세현의 모습은 제법 귀여웠다.

“소저에게 나는 어울리지 않소.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 어찌 나 같은 벌이 한 마리만 꼬이겠소. 그보다 부탁하려던 일은 무엇인가??”

울컥-

마음대로 날뛰던 심장이 순식간에 식고 눈물샘에 폭풍우라도 내렸는지 넘칠 것만 같았다.

조금만 눈에 힘을 풀면 눈물샘이 터져버릴 거 같은 기분을 꾹 누르고 천세현이 입을 열었다.

“사천까지 호위를 부탁합니다!! 보수는 섭섭지 않게 드리겠어요.”

촤륵!

꽃무늬가 그려진 섭선을 펴 천세현의 얼굴을 가렸다.

“소저의 눈에서 흐르는 옥구슬은 아무래도 감추는 게 좋겠소. 이 옥구슬을 보면 누구라도 탐날 거 같으니.”

“흐끅..!”

“소저의 부탁을 내가 들어드리겠소! 나 민후가 기룡표국의 표행길을 지켜주겠소.”

“가..흐끅! 감사합니다.”

기분은 좋지만, 기분이 나빴다.



잠에 빠지기 전 소면을 다섯 그릇은 먹은 거처럼 두 눈이 부어오른 천세현이 말을 타고 표행길을 이끌었다.

민후는 산적이 쓰던 검 한 자루를 대충 들고 마차 위에 올라탔다.

달그락- 달그락-

썩 좋지 못한 마차였지만, 전생에 느껴보지 못한 소속감에 민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즐겁구나. 여행은 이리도 즐거운 거였어.”

처음에는 미친놈 쳐다보듯 쳐다보던 표사들도 아예 미친 고수라고 생각하고 민후를 내버려 두었다.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이끌던 마부와 말을 튼 민후는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기룡표국은 귀주에서 꽤 알아주는 표국으로 이번에 사천당가의 의뢰를 받아 사천으로 향한다고 했다.

그리고 귓속말로 은밀하게 얘기해준 바로는 저 수많은 나무 궤짝 중에 중요한 물건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네 말로는 저 궤짝을 사천으로 옮긴다. 이 말인가??”

“그렇다네. 그리고 귀주를 벗어나 사천에 도착하면 바로 사천당가가 호위를 서 준다고 했다네.”

“허허, 당가에서 직접 나올 정도면 꽤 중요한 물건인가 보오??”

“무슨 신물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나는 무림에 무지해서 잘 모르겠다네.”

“하하, 아니오. 많은 도움이 됐소.”

마부와의 대화를 끝내고 마차 안으로 들어간 민후가 궤짝들을 만지며 살펴봤다.

‘내가 알아볼 수 없다?!’

궤짝 속으로 내기를 불어넣어 물건을 파악하려던 민후가 허탈한 웃음을 짓고 궤짝을 내려놨다.

그저 눈속임을 위해 여러 개를 준비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느 게 진짜 궤짝인지 몰라 모두 챙겨온 것이었다.

‘이 정도 물건이라면 엄청난 신물임은 틀림없겠구나. 이거 쉽지 않겠는데??’

그렇다고 긴장을 하지는 않았다.

화경에 고수인 민후가 한낱 산적에게 당할 리는 없었으니 그저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즐겼다.

‘설마 또 나오겠어?’

그 발언.

저질렀다.



촛불 하나와 두 개의 야명주만이 빛을 비추는 어두운 지하실에 두 거구의 사내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벌컥!

“크하!”

“크…”

“술맛이 참 좋소?”

“술의 맛은 그날의 기분이 정하는 거 아니겠소? 하하하!!”

“그 또한 맞는 말이지! 혈천파를 만난 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하!”

두 거구의 사내는 빈 술잔에 술을 다시 채워 넣고 술잔을 들고 말했다.

“그 물건만 구해온다면 우리 혈마파와 그대의 혈천파를 합쳐 마천파라 이름을 정해 새로 문파를 세웁시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그 궤짝에 들어있는 신물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다. 이 말이오!!”

혈천파와 혈마파는 사파 중에서도 말단에 있는 문파로 야심은 컸지만, 고수가 없어 뜨지 못하는 평범한 사파였다.

혈천파의 장문인 천풍각은 우연히 어느 객잔에 머물렀다가 기룡표국의 신물 얘기를 들었다.

기룡표국이 이번 사천당가로 보낸다는 검과 갑옷.

검은 인귀검(人鬼劍)이라 불리는 요검(妖劍), 갑옷은 인방갑(人防甲)이라 불리는 백련정강(百鍊精剛)으로 만든 갑옷이다.

두 신물은 착용하기만 해도 절정의 고수급으로 올려주는 검과 갑옷으로 사천당가에서 그렇게 찾고 있다고 소문이 돌았는데 드디어 그걸 찾은 모양이었다.

모든 걸 베어버리는 검과 모든 걸 막는다는 갑옷.

그 두 개만 있으면 제일 사파가 되고 싶은 천풍각의 야심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기룡표국은 그리 만만한 표국이 아니었고 고민하던 천풍각은 혈마파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신물은 두 개이니 천풍각은 갑옷을 혈마파의 장문인 마춘투에게 주기로 약속하고 그들의 살수들을 끌어들였다.

혈마파는 살수들을 키우는 전문 살수 문파였는데 그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살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기습 성공 여부를 가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갑옷을 잃는 건 아쉽지만, 욕심부리다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있었기에 천풍각은 아끼지 않고 정보를 나눴다.

그렇게 둘은 제일사파라는 야심으로 똘똘 뭉쳐 계획을 꾸몄고 오늘 시행했다.

기룡표국이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해도 두 사파의 협공은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사천당가의 호위는 사천에 첫 번째 봉우리를 넘었을 때 받는다고 했기 때문에 그들은 산적으로 위장한 수하를 보내 일 차로 전력을 빼놓고 봉우리를 들어가기 직전 전력을 다해 공격하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지금쯤 기룡표국은 만신창이가 돼 봉우리를 향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찰랑-

둘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크으… 혹시 그럴 리 없겠지만, 실패하는 일은 없겠지??”

“초절정급 고수, 아니 화경급 고수가 있지 않은 한 그럴 일은 추호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크하하!! 이걸로 우리 마천파는 사파 제일문파로 우뚝 올라서는 것이오!!”

“사파 제일!!”

“사파 제일!!”

둘은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그들의 계획에 화경급 고수가 끼어든 사실도 모르고.



바스락- 바스락-

오십 장이 떨어진 거리에서 수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의해서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사람에 의해서 부딪히는 소리.

‘설마가 왔군!’

화경의 고수인 민후는 똑똑히 느껴졌다.

오십 장의 거리를 두고 매복한 산적들의 위치가.

‘살수가 이십에 산적이 오십??’

도합 칠십이라는 엄청난 수의 산적이 매복해 있었다. 아마 민후가 없었다면 기룡표국의 죽음은 기정사실이었을 거다.

‘엄청난 물건이긴 한 거 같군.’

다그닥- 다그닥-

말의 고삐를 꽉 잡고 선두에서 신경질적으로 달리던 천세현이 고개를 돌렸다.

“민후…대협??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분명 마주한다면 퉁명스럽게 대하리라 다짐했지만, 민후의 환한 얼굴을 본 천세현의 마음은 눈 녹듯 녹아내렸다.

“천소저. 앞에 매복이 있소.”

움찔-

천천히 고삐에 힘을 풀고 말의 속도를 줄인 천세현이 얼굴을 굳혔다.

“정말입니까??”

“이제 앞으로 사십 장. 사십 장 거리 앞에 꽤 많은 수에 산적이 매복해 있소.”

“우리의 전력으로 뚫어낼 수 있습니까??”

“무리.”

“그러면 어떡해…”

“하지만 내가 직접 가면 충분하지.”

“예??”

“지키기 위한 싸움보다는 죽이기 위한 싸움이 하기 편하지. 그러니 천소저 내가 다녀오겠소.”

“하지만 많은 수에 산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위험합니다. 혹시 돌아가는 건 어떻습니까??”

“저 궤짝이 있는 한 분명 또 올 거요. 걱정하지 마시오.”

“하지만…”

“쉿.”

민후의 보드라운 검지가 천세현의 입술에 맞닿은 순간.

두근!!

천세현의 심장이 발밑에 떨어졌다가 도로 올라왔다.

‘주..죽을 뻔했다. 민후 대협은 치명적이야.’

다른 의미로 치명적이었다.

“내 걱정은 마시오. 혹시 내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내게 해줄 보상만 생각하시오.”

스윽-

천세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되도록 몸으로 받는 거면 좋을 거 같소.”

민후의 뜨거운 숨결이 귓구멍을 타고 흘러들어 가자 천세현의 달팽이관이 요동쳤다.

“하읏…네.”

“그럼 천소저! 천천히 오시오!!”

파팟-

말에서 뛰어내린 민후가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날아갔다.



단숨에 거리를 좁힐 수 있었지만, 민후는 적당한 거리에 멈춰 서서 지켜봤다.

‘뭐야. 수는 많지만 대부분 삼류에서 이류?? 저 궤짝의 물건이 그리 대단한 물건은 아닌가?? 괜히 긴장했군.’

파팟-

공중에 뛰어오른 민후가 허공을 밟고 앞으로 날아갔다.

쾅!!

산봉우리를 올라가기 전 작은 공터 가운데에 갑자기 하늘에서 어느 남자가 떨어졌다.

그 충격에 엄청난 바람이 공터를 덮쳤고 산적들의 몸을 숨겨주던 수풀이 바람에 흐느꼈다.

“제길!! 이게 뭐야!!”

“젠장!! 모두 나와라!!”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던 산적 오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고 있는 무기도 시원치 않았고 풍기는 기운을 보아하니 역시나 삼류에서 이류급 무인들이었다.

그중 가장 커다란 몸집의 한 산적이 거만하게 걸어 나왔다.

“네놈은 누구냐!!”

“크… 이런 건방진 말투!! 내가 이걸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자신만 보면 머리를 조아리고 시선을 피하고 벌벌 떨던 사람들.

전생에 민후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해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건방짐이 그립게 다가왔다.

“네놈. 미친놈인가??”

“하하!! 그래 미쳤다면 미쳤다고 할 수 있지.”

스스슥-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살수들이 조심스럽게 민후를 포위했다.

최대한 기척을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삼류급 살수가 기척을 감추려 아무리 노력해봤자 범 앞에 개일 뿐이다.

“선배로써 얘기하는데 무림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주제를 알아야 한다.”

“하?? 선배?? 지금 저 어린놈이 무어라 지껄이느냐??”

“죽고 싶어 환장한 거 같습니다. 대장.”

촤륵-

꽃무늬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드루와 드루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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