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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기생오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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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기생오라비
완콩두콩
1. (1장-사천) 기룡표국

때는 바야흐로 정사마가 서로 견제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한 마을에서 빛과 함께 태어난 아이가 하나 있었으니.

그 아이가 태어날 때 태양의 모든 빛이 아이의 엄마를 향했다고 한다.

그 아이의 이름은 민후(䪸誇). 강하고 아름다운 아이라는 뜻이다.

출산을 도와주던 동네 아주머니가 민후를 받아 민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첫사랑을 만난 듯한 설렘을 갓 태어난 아이를 본 순간 느낀 것이다.

그만큼 민후의 얼굴은 치명적이었다. 치명적이게 잘생겼다.

민후를 본 아주머니들은 모두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다.

이보다 더 잘생긴 아이는 천하에 없을 거다, 이 아이는 사람이 아닌 조각이다.

민후의 어머니는 내심 뿌듯했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민후의 얼굴은 삶의 낙이었다.



“응애~응애!!”
(이게 뭐야! 내가 왜!!)

“오구구! 우리 민후 배고파요??”

민후가 세차게 울자 어머니는 배가 고프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윗옷을 훌러덩 벗어 젖가슴을 드러냈다.

자신의 입을 향해 다가오는 젖가슴을 보고 경악을 하며 고개를 돌려봤지만, 어머니의 힘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응애!! 응애! 으..”
(저리 치워! 뭘 들이대는 거…읍!)

비릿한 향과 함께 입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모유의 맛.

쪼옥- 쪼옥-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어머니의 젖을 참 맛있게도 빨아먹었다.

‘아차!! 내가 지금 무슨!’

순간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민후가 입을 떼려고 하자 어머니가 민후의 얼굴을 감싸 안으며 저지했다.

“안돼. 아가야 많이 먹고 쑥쑥 자라야지.”

‘이게 지금 감히 누구 한..맛있다…’

그렇게 민후는 정신을 놓고 어머니의 사랑으로 배를 가득 채워나갔다.

“으애!”
(으어, 배부르다.)

한참을 먹던 민후가 만족감에 눈을 뒤집었다.

민후의 빵빵해진 배를 본 어머니는 민후를 안아 등을 두들기며 트림을 시키고 잠을 재웠다.

“자장~자장. 우리~민후.”

“으애!! 으애애!!”
(놔!! 지금 이게 무슨!!)

처음에는 어머니의 손길을 벗어나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후는 이내 몸을 맡겼다.

그렇게 일각 정도의 시간을 노력하자 민후는 두 눈을 꼬옥 감고 마치 천사처럼 잠에 빠졌다.

“어쩜 이렇게 자는 모습도 예쁠까?”

어머니는 민후를 눕혀 놓고 밀린 집안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끼이익-

낡은 나무문이 열렸다 닫치는 소리가 들리자 감겼던 민후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해.’

민후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서 몸에 힘을 줬지만 일어나기는커녕 뒤집기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아등바등하는 몸부림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귀엽다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게 대체 뭐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조막만 한 손을 꼭 쥐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그러자.

뽀오옹~!

조금 전 잔뜩 먹었던 어머니의 사랑이 밖으로 배출됐다.

‘하?!’

방귀 소리와 함께 힘이 풀려버린 민후는 일어나는 것을 관두고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무념무상의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내가 환생을 한 것인가?’

민후는 자신의 지난 삶을 생각했다.

못생겼다고 차이기보다는 무섭다며 도망가던 여자들, 고백은커녕 구경도 못 해봤던 여자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아줌마들이 서로 보고 싶다고 난리였고 서로 자신의 딸과 결혼시키고 싶다고 벌써 점찍기 바빴다.

‘이건 분명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

연애 한 번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자신에게 불쌍하게 여긴 하늘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 여긴 민후는 다짐했다.

‘이번 생은 꼭 파렴치한 삶을 살겠다. 내가 꿈꿨던 그런 삶을.’

민후는 다리를 쭉 펴고 눈을 감았다.

‘우선 강해져야 한다.’

무림은 약육강식의 세계. 약하거나 어리숙한 자들은 죽음을 맞이하거나 노예가 되기도 하며 힘든 삶을 보낸다.

민후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난 삶에서는 십 세 때부터 수련했지만, 이번 삶은 일 세다.’

민후는 우선 자신의 몸을 둘러보기로 생각하고 단전에 정신을 집중했다.

전생의 자신을 천하제일 인으로 올려준 무공.

무형검법(無形劍法).

이 검법은 초식이 없었다. 휘두르는 것이 일 식이요. 들어 올리는 것이 이 식이요. 내리찍는 것이 삼 식이다.

검을 휘두르는 사람의 생각 자체가 검법이 되는 무공이다.

무형검법은 상상을 실현시켜주는 상상 속 무공으로 사람의 상상력이 곧 힘이다.

그리고 막대하게 드는 내공을 뒤받쳐준 천하제일 심법.

무형심법(無形心法).

형식에 매달려 조건이 까다로운 일반 심법들과 다르게 그저 숨을 쉬고 내뱉는 것만으로도 내공을 막대하게 쌓을 수 있는 심법.

이 두 가지 무공으로 전생의 민후는 천하제일 인이 됐다.

쓰읍-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공기를 폐 속으로 가득 집어넣고.

후우우-
그 공기를 한 바퀴 돌린다는 느낌을 준 뒤에 뱉었다.

기억나는 대로 심법을 행하고 있었지만, 곧바로 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쌓아가자. 왜?’

덜컥!

집안일을 끝낸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민후는 두 눈을 꼬옥 감았다.

‘나는 잘생겼으니까.’



무공 수련은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 문파는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강하게 수련시키고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 후기지수라 부르며 관리한다.

그 후기지수들이 자라서 무림맹의 요직에 앉게 되는 거고 무림을 주무르는 고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고는 하나 속은 어린아이. 힘들고 무서운 일을 꺼리고 놀고 싶은 충동을 참아가며 수련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고 수련을 따라올 수 있는 나이를 대강 6~8세라 잡고 수련을 시키는데 이마저도 절반 정도가 중도에 포기한다.

그런데 지금 민후의 나이는 1세. 속은 80세.

겉은 어린아이. 속은 늙은이.

수련하기 적합한 몸과 마음이 된 민후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렸다
.
2세가 됐을 때 혈맥을 뚫고 4세에 이르렀을 때 내공이 일 갑자까지 모였고 8세에 이 갑자, 12세에 삼 갑자를 모으고 16세를 거쳐 20세가 됐을 때 비로소 오 갑자의 내공을 모았다.

그뿐이랴 검법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아 무형검법 대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화경의 고수가 되기까지 정확히 20년. 약관이 되던 날 민후는 집 문을 열어 어머니께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 그동안 이 못난 아들을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민후를 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꼭 가야 하는 게냐?? 이 어미를 홀로 두고 가야만 하는 게냐??”

“어머니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물론 그 꿈이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는 비밀이지만.

“정녕 천하제일인이 되어야겠느냐? 이 어미랑 같이 오순도순 살며 너를 쏙 빼닮은 아이 하나 안겨주면 안 되겠느냐??”

슬피 우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낀 민후는 급히 몸을 돌렸다.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그 날. 어머니가 지어주신 제 이름을 천하에 새기겠습니다.”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민후는 눈물을 훔치며 빠르게 집을 벗어났다.



째앵. 째앵.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햇살이 아름답게 수놓은 아침.

간밤에 내렸던 이슬비 덕인지 풀잎에 맺힌 이슬이 햇빛을 머금어 더욱 환한 날이었다.

촤륵-

섭선을 펴고 살랑살랑 바람을 부치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다. 중원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전생의 나는 어찌하여 앞만 보고 뛰었는가!”

무림인의 정점에 서겠다는 전생과는 다르게 이번 생에서는 예쁜 여자를 꼬시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목표물은 바로 천하제일 미녀 사화사계.

사화사계를 꼬시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무림에 말을 내디뎠지만, 아직 사화사계가 정확히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민후는 그저 발이 향하는 곳으로 마음이 내키는 곳으로 걸어갔다.

캉!! 캉!!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쇳소리.

킁킁-

미세한 혈향을 맡은 민후가 속도를 냈다.

‘산적인가??’

산행에 산적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돈이 없고 땅이 없는 서민들은 곧잘 산적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고 다 같은 산적이냐?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통행세라는 명분으로 약간의 돈을 노략질할 뿐 웬만하면 칼부림이 나지 않는다.

타다닷-

오십 장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 민후가 나무 위에 올라타 상황을 주시했다.

낡은 궤짝이 잔뜩 든 마차를 둘러싼 산적이 대충 오 십여 명이었고 마차를 보호하는 표사들이 대충 삼 십여 명이었다.

“혼자 여행하기 적적했는데 마침 잘됐구나.”

전생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혼자 지냈던 민후는 이번 생에서는 누군가 함께 지내고 싶었다.

생각을 끝마친 민후는 지체하지 않고 뛰어올랐다.

쾅!!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전력을 다해 싸우는 도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한 남자에 의해서 모두 검을 멈췄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 속에서 섭선을 편 민후가 한차례 바람을 부치자 먼지가 날아갔다.

“그대들은 산적인가??”

대관절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떨어진 민후를 산적들은 경계했다.

척 보기에도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있는 민후는 어딘가 기품이 느껴졌다.

하지만 허리춤에 검집이 없었고 도를 매고 있는 것도 아니라 무림인이라 여기지 않았다.

“보아하니 여행을 떠나는 귀한 집 자식인 거 같은데, 괜히 피 보지 말고 가던 길 가쇼.”

“하하!! 내가 그렇게 보이는가?? 역시 내가 좀 잘생겼는가??”

“하아???”

저 남자는 미친 게 분명했다.

서슬 퍼런 도와 검을 들고 서로를 죽이는 전장에서 자신의 외모에 감탄한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

촤륵-

섭선을 접은 민후가 마차를 호위하던 표사들에게 말했다.

“표위가 누구인가??”

검에 가장 많은 피를 묻히고 있던 여자가 말했다.

“이번 표행을 맡은 천세현이라고 합니다. 대협은 누구십니까??”

천세현은 일류급 무인이다. 그런 그녀가 아무리 싸우는 도중이라도 떨어지기 전까지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자신보다 저 남자가 고수라는 걸 뜻했다.

“아! 나는 민후라…”

“이놈들!! 우리를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그래 오냐! 네놈의 목까지 챙겨가마!!”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얘기하는 민후를 곱지 않게 본 산적 두목이 얼굴을 잔뜩 구겼다.

도를 꼬나쥔 손은 당장이라도 날아가 민후의 목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

“하하! 이런 취급을 받는 게 얼마 만인지!! 정말 기분이 좋구나.”

“하아?? 너 변태냐??”

자신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도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는 민후를 보니 산적 두목은 소름이 끼쳤다.

고통을 즐기는 부류인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천세현도 마찬가지였는지 민후와의 거리를 두세 걸음 떨어졌다.

“민후 대협. 저들은 산적이오. 귀한 집의 자제라면 오히려 득달같이 달려들지요. 대협 덕분에 조금의 휴식을 취했으니 우리가 시간을 좀 끌어 볼 테니 대협은 서둘러 도망가 무림맹에 이 사실을 알려주시오.”

“이 또한 기쁘구나!!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내 걱정을 해주다니!! 아… 이게 바로 잘생긴 남자의 삶이었는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짜릿한 표정으로 웃는 민후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그래도 민후가 시간을 벌어준 것은 분명한 사실. 천세현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기룡표국은 지지 않는다!!”

“지지 않는다!!”

천세현의 한마디로 기세가 오른 표사들이 검을 고쳐 잡고 산적들을 노려봤다.

일촉즉발.

누군가 이 균형을 깬다면 피와 살점이 난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균형은 천세현도 산적 두목도 아닌 민후였다.

팟-

섭선을 든 민후의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어느새 산적 두목의 목을 잡고 서 있었다.

“어…??”

하늘이 돌았다. 땅이 내게 다가왔다.

머리와 다리의 위치가 바뀌면서 땅에 꼬꾸라진 산적 두목은 세상이 돈다는 생각과 함께 절명했다.

콰지지직!!

“꾸엑!!”

정적-

이 자리에 자리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아니, 느끼지도 못했다.

“어이쿠. 미안하네. 내가 오랜만에 힘을 쓰는 거라. 조절이 잘 안 된다네.”

영문을 알지 못해 당황하는 산적들과 다르게 천세현이 입을 쩍 벌리며 외쳤다.

“고..고수다!! 고수야!!”

“고수다!! 고수가 우리를 돕는다!!”

“우와아아!! 산적을 무찔러라!!”

“어?? 이게 아닌데.”

그냥 산적의 목을 잡고 위협만 가해서 산적을 무찌른 뒤에 핑크빛 사랑을 꿈꿨던 민후가 당황했다.

자신이 계획한 핑크빛이 아닌 붉은 빛의 피가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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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19-10-01
천하제일 기생오라비
완콩두콩
1. (1장-사천) 기룡표국

때는 바야흐로 정사마가 서로 견제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한 마을에서 빛과 함께 태어난 아이가 하나 있었으니.

그 아이가 태어날 때 태양의 모든 빛이 아이의 엄마를 향했다고 한다.

그 아이의 이름은 민후(䪸誇). 강하고 아름다운 아이라는 뜻이다.

출산을 도와주던 동네 아주머니가 민후를 받아 민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첫사랑을 만난 듯한 설렘을 갓 태어난 아이를 본 순간 느낀 것이다.

그만큼 민후의 얼굴은 치명적이었다. 치명적이게 잘생겼다.

민후를 본 아주머니들은 모두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다.

이보다 더 잘생긴 아이는 천하에 없을 거다, 이 아이는 사람이 아닌 조각이다.

민후의 어머니는 내심 뿌듯했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민후의 얼굴은 삶의 낙이었다.



“응애~응애!!”
(이게 뭐야! 내가 왜!!)

“오구구! 우리 민후 배고파요??”

민후가 세차게 울자 어머니는 배가 고프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윗옷을 훌러덩 벗어 젖가슴을 드러냈다.

자신의 입을 향해 다가오는 젖가슴을 보고 경악을 하며 고개를 돌려봤지만, 어머니의 힘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응애!! 응애! 으..”
(저리 치워! 뭘 들이대는 거…읍!)

비릿한 향과 함께 입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모유의 맛.

쪼옥- 쪼옥-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어머니의 젖을 참 맛있게도 빨아먹었다.

‘아차!! 내가 지금 무슨!’

순간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민후가 입을 떼려고 하자 어머니가 민후의 얼굴을 감싸 안으며 저지했다.

“안돼. 아가야 많이 먹고 쑥쑥 자라야지.”

‘이게 지금 감히 누구 한..맛있다…’

그렇게 민후는 정신을 놓고 어머니의 사랑으로 배를 가득 채워나갔다.

“으애!”
(으어, 배부르다.)

한참을 먹던 민후가 만족감에 눈을 뒤집었다.

민후의 빵빵해진 배를 본 어머니는 민후를 안아 등을 두들기며 트림을 시키고 잠을 재웠다.

“자장~자장. 우리~민후.”

“으애!! 으애애!!”
(놔!! 지금 이게 무슨!!)

처음에는 어머니의 손길을 벗어나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후는 이내 몸을 맡겼다.

그렇게 일각 정도의 시간을 노력하자 민후는 두 눈을 꼬옥 감고 마치 천사처럼 잠에 빠졌다.

“어쩜 이렇게 자는 모습도 예쁠까?”

어머니는 민후를 눕혀 놓고 밀린 집안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끼이익-

낡은 나무문이 열렸다 닫치는 소리가 들리자 감겼던 민후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해.’

민후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서 몸에 힘을 줬지만 일어나기는커녕 뒤집기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아등바등하는 몸부림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귀엽다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게 대체 뭐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조막만 한 손을 꼭 쥐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그러자.

뽀오옹~!

조금 전 잔뜩 먹었던 어머니의 사랑이 밖으로 배출됐다.

‘하?!’

방귀 소리와 함께 힘이 풀려버린 민후는 일어나는 것을 관두고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무념무상의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내가 환생을 한 것인가?’

민후는 자신의 지난 삶을 생각했다.

못생겼다고 차이기보다는 무섭다며 도망가던 여자들, 고백은커녕 구경도 못 해봤던 여자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아줌마들이 서로 보고 싶다고 난리였고 서로 자신의 딸과 결혼시키고 싶다고 벌써 점찍기 바빴다.

‘이건 분명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

연애 한 번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자신에게 불쌍하게 여긴 하늘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 여긴 민후는 다짐했다.

‘이번 생은 꼭 파렴치한 삶을 살겠다. 내가 꿈꿨던 그런 삶을.’

민후는 다리를 쭉 펴고 눈을 감았다.

‘우선 강해져야 한다.’

무림은 약육강식의 세계. 약하거나 어리숙한 자들은 죽음을 맞이하거나 노예가 되기도 하며 힘든 삶을 보낸다.

민후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난 삶에서는 십 세 때부터 수련했지만, 이번 삶은 일 세다.’

민후는 우선 자신의 몸을 둘러보기로 생각하고 단전에 정신을 집중했다.

전생의 자신을 천하제일 인으로 올려준 무공.

무형검법(無形劍法).

이 검법은 초식이 없었다. 휘두르는 것이 일 식이요. 들어 올리는 것이 이 식이요. 내리찍는 것이 삼 식이다.

검을 휘두르는 사람의 생각 자체가 검법이 되는 무공이다.

무형검법은 상상을 실현시켜주는 상상 속 무공으로 사람의 상상력이 곧 힘이다.

그리고 막대하게 드는 내공을 뒤받쳐준 천하제일 심법.

무형심법(無形心法).

형식에 매달려 조건이 까다로운 일반 심법들과 다르게 그저 숨을 쉬고 내뱉는 것만으로도 내공을 막대하게 쌓을 수 있는 심법.

이 두 가지 무공으로 전생의 민후는 천하제일 인이 됐다.

쓰읍-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공기를 폐 속으로 가득 집어넣고.

후우우-
그 공기를 한 바퀴 돌린다는 느낌을 준 뒤에 뱉었다.

기억나는 대로 심법을 행하고 있었지만, 곧바로 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쌓아가자. 왜?’

덜컥!

집안일을 끝낸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민후는 두 눈을 꼬옥 감았다.

‘나는 잘생겼으니까.’



무공 수련은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 문파는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강하게 수련시키고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 후기지수라 부르며 관리한다.

그 후기지수들이 자라서 무림맹의 요직에 앉게 되는 거고 무림을 주무르는 고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고는 하나 속은 어린아이. 힘들고 무서운 일을 꺼리고 놀고 싶은 충동을 참아가며 수련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고 수련을 따라올 수 있는 나이를 대강 6~8세라 잡고 수련을 시키는데 이마저도 절반 정도가 중도에 포기한다.

그런데 지금 민후의 나이는 1세. 속은 80세.

겉은 어린아이. 속은 늙은이.

수련하기 적합한 몸과 마음이 된 민후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렸다
.
2세가 됐을 때 혈맥을 뚫고 4세에 이르렀을 때 내공이 일 갑자까지 모였고 8세에 이 갑자, 12세에 삼 갑자를 모으고 16세를 거쳐 20세가 됐을 때 비로소 오 갑자의 내공을 모았다.

그뿐이랴 검법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아 무형검법 대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화경의 고수가 되기까지 정확히 20년. 약관이 되던 날 민후는 집 문을 열어 어머니께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 그동안 이 못난 아들을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민후를 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꼭 가야 하는 게냐?? 이 어미를 홀로 두고 가야만 하는 게냐??”

“어머니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물론 그 꿈이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는 비밀이지만.

“정녕 천하제일인이 되어야겠느냐? 이 어미랑 같이 오순도순 살며 너를 쏙 빼닮은 아이 하나 안겨주면 안 되겠느냐??”

슬피 우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낀 민후는 급히 몸을 돌렸다.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그 날. 어머니가 지어주신 제 이름을 천하에 새기겠습니다.”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민후는 눈물을 훔치며 빠르게 집을 벗어났다.



째앵. 째앵.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햇살이 아름답게 수놓은 아침.

간밤에 내렸던 이슬비 덕인지 풀잎에 맺힌 이슬이 햇빛을 머금어 더욱 환한 날이었다.

촤륵-

섭선을 펴고 살랑살랑 바람을 부치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다. 중원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전생의 나는 어찌하여 앞만 보고 뛰었는가!”

무림인의 정점에 서겠다는 전생과는 다르게 이번 생에서는 예쁜 여자를 꼬시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목표물은 바로 천하제일 미녀 사화사계.

사화사계를 꼬시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무림에 말을 내디뎠지만, 아직 사화사계가 정확히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민후는 그저 발이 향하는 곳으로 마음이 내키는 곳으로 걸어갔다.

캉!! 캉!!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쇳소리.

킁킁-

미세한 혈향을 맡은 민후가 속도를 냈다.

‘산적인가??’

산행에 산적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돈이 없고 땅이 없는 서민들은 곧잘 산적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고 다 같은 산적이냐?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통행세라는 명분으로 약간의 돈을 노략질할 뿐 웬만하면 칼부림이 나지 않는다.

타다닷-

오십 장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 민후가 나무 위에 올라타 상황을 주시했다.

낡은 궤짝이 잔뜩 든 마차를 둘러싼 산적이 대충 오 십여 명이었고 마차를 보호하는 표사들이 대충 삼 십여 명이었다.

“혼자 여행하기 적적했는데 마침 잘됐구나.”

전생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혼자 지냈던 민후는 이번 생에서는 누군가 함께 지내고 싶었다.

생각을 끝마친 민후는 지체하지 않고 뛰어올랐다.

쾅!!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전력을 다해 싸우는 도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한 남자에 의해서 모두 검을 멈췄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 속에서 섭선을 편 민후가 한차례 바람을 부치자 먼지가 날아갔다.

“그대들은 산적인가??”

대관절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떨어진 민후를 산적들은 경계했다.

척 보기에도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있는 민후는 어딘가 기품이 느껴졌다.

하지만 허리춤에 검집이 없었고 도를 매고 있는 것도 아니라 무림인이라 여기지 않았다.

“보아하니 여행을 떠나는 귀한 집 자식인 거 같은데, 괜히 피 보지 말고 가던 길 가쇼.”

“하하!! 내가 그렇게 보이는가?? 역시 내가 좀 잘생겼는가??”

“하아???”

저 남자는 미친 게 분명했다.

서슬 퍼런 도와 검을 들고 서로를 죽이는 전장에서 자신의 외모에 감탄한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

촤륵-

섭선을 접은 민후가 마차를 호위하던 표사들에게 말했다.

“표위가 누구인가??”

검에 가장 많은 피를 묻히고 있던 여자가 말했다.

“이번 표행을 맡은 천세현이라고 합니다. 대협은 누구십니까??”

천세현은 일류급 무인이다. 그런 그녀가 아무리 싸우는 도중이라도 떨어지기 전까지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자신보다 저 남자가 고수라는 걸 뜻했다.

“아! 나는 민후라…”

“이놈들!! 우리를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그래 오냐! 네놈의 목까지 챙겨가마!!”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얘기하는 민후를 곱지 않게 본 산적 두목이 얼굴을 잔뜩 구겼다.

도를 꼬나쥔 손은 당장이라도 날아가 민후의 목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

“하하! 이런 취급을 받는 게 얼마 만인지!! 정말 기분이 좋구나.”

“하아?? 너 변태냐??”

자신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도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는 민후를 보니 산적 두목은 소름이 끼쳤다.

고통을 즐기는 부류인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천세현도 마찬가지였는지 민후와의 거리를 두세 걸음 떨어졌다.

“민후 대협. 저들은 산적이오. 귀한 집의 자제라면 오히려 득달같이 달려들지요. 대협 덕분에 조금의 휴식을 취했으니 우리가 시간을 좀 끌어 볼 테니 대협은 서둘러 도망가 무림맹에 이 사실을 알려주시오.”

“이 또한 기쁘구나!!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내 걱정을 해주다니!! 아… 이게 바로 잘생긴 남자의 삶이었는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짜릿한 표정으로 웃는 민후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그래도 민후가 시간을 벌어준 것은 분명한 사실. 천세현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기룡표국은 지지 않는다!!”

“지지 않는다!!”

천세현의 한마디로 기세가 오른 표사들이 검을 고쳐 잡고 산적들을 노려봤다.

일촉즉발.

누군가 이 균형을 깬다면 피와 살점이 난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균형은 천세현도 산적 두목도 아닌 민후였다.

팟-

섭선을 든 민후의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어느새 산적 두목의 목을 잡고 서 있었다.

“어…??”

하늘이 돌았다. 땅이 내게 다가왔다.

머리와 다리의 위치가 바뀌면서 땅에 꼬꾸라진 산적 두목은 세상이 돈다는 생각과 함께 절명했다.

콰지지직!!

“꾸엑!!”

정적-

이 자리에 자리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아니, 느끼지도 못했다.

“어이쿠. 미안하네. 내가 오랜만에 힘을 쓰는 거라. 조절이 잘 안 된다네.”

영문을 알지 못해 당황하는 산적들과 다르게 천세현이 입을 쩍 벌리며 외쳤다.

“고..고수다!! 고수야!!”

“고수다!! 고수가 우리를 돕는다!!”

“우와아아!! 산적을 무찔러라!!”

“어?? 이게 아닌데.”

그냥 산적의 목을 잡고 위협만 가해서 산적을 무찌른 뒤에 핑크빛 사랑을 꿈꿨던 민후가 당황했다.

자신이 계획한 핑크빛이 아닌 붉은 빛의 피가 난무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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