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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30. 화경의 고수 풍희

팍! 팍!

퀘퀘한 공기와 코끝을 자극하는 지독한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사천당가의 가주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제조실이었다.

펑!

열심히 빻던 하얀 가루를 넣자 거무튀튀한 괴상한 액체가 터졌다.

“이런!! 조심조심.”

거무튀튀한 액체는 이따금 기포를 터트렸고 그 위를 날아가던 불쌍한 파리 한 마리는 냄새를 맡고 목숨을 잃었다.

슉-

“어딜!”

날갯짓을 멈춘 파리가 떨어지려고 하자 재빠르게 낚아채 밖으로 던졌다.

손을 털은 당상문은 다시 탁자 위에 죽어 있는 한 마리의 독충을 조심스럽게 잡아넣었다.

펑!!

독충을 집어삼킨 정체불명의 액체가 기분 좋다는 듯이 하늘로 솟구쳤다 떨어졌다.

액체의 색이 더욱 진해졌고 지독하게 풍기는 냄새를 살짝 맡기라도 하면 후각을 잃을 정도로 독했다.

보글보글-

액체를 젓고 있는 주걱에 내공을 꽤 많이 불어넣어 액체로부터 보호했다.

“됐다! 이제 완벽하다!”

해맑게 웃으며 그릇에 옮겨 담은 죽음의 액체를 들어 올린 당상문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희야!! 희야!!”

지나가던 한 무인이 당상문을 보고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휘청-

“어..???”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당상문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생물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꽃, 나무, 사람, 심지어 공기조차 오염돼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였다.

“가주!!”

내공으로 후각을 틀어막은 당미주가 다급하게 당상문 앞을 막았다.

“오!! 미주야, 우선 비키렴.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단다!”

“희를 부르시면 되잖아요!! 지금 아버지가 직접 당가를 멸문시킬 건가요??”

“내가 뭐ㄹ!!??...”

반박하려고 했지만 당미주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옮기니 말문이 턱 막혔다.

고통스럽게 기침하는 무인들과 정신을 잃은 식솔들, 거기에 시들어 버린 꽃들을 보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이런!! 그럼 미주야 좀 부탁하마!”

“알겠으니까 어서 들어가요!!”

허겁지겁 달려가는 당상문의 뒷모습을 본 당미주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희의 방으로 갔다.

‘어쩌다 저렇게 되셨담···’

···

정적-

교주 천혈극이 한 말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일 장로 구결채가 누구인가. 천혈극에 바로 옆에서 가장 오래, 가장 성실히 보필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구결채가 가장 큰 배신자, 그것도 광교의 수장이라니.

지금 천혈천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믿기 힘들다는 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어째서 그가···”

“나도 그게 궁금하구나. 가장 믿었던 자에게 뒤통수라니. 마치 그놈 같구나.”

“교주···”

쓸쓸한 미소를 띠고 있던 천혈극이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황금장에 가거라.”

“이건 무엇입니까??”

“예전에 황금장의 장주 황설횽이 내게 빚진 목록이다. 그들의 힘을 빌려서 되찾아야겠구나.”

“지금 저희의 전력은 얼마입니까??”

“오 할.”

“그렇게 많이 데려왔습니까!?”

피식-

천혈극이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자신과 천혈천을 차례로 가리켰다.

“나와 너. 그걸로 삼 할이다. 거기에 교대가 일할. 제자가 일할.”

“제자라면 혹시!?”

“맞다. 너를 여기까지 안내했지. 쓸만해 보이더냐??”

“예.”

“제자를 내어줄 테니 같이 다녀오거라.”

“예! 서둘러 갔다 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천혈천이 고개를 숙이자 천혈극이 손을 휘저었고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자 구자편과 교주의 제자인 혈연이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혈연은 교주가 직접 몰래 키운 제자로 초절정의 끝자락, 화경의 근접해 있는 고수다.

거기다, 따지고 보면 교주의 제자는 구자편보다 더 위에 있는 직급이지만 이를 알 리 없는 구자편은 그저 수상한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소교주님!!”

동굴 밖으로 나오는 천혈천을 발견한 구자편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존명!!”

부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구자편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교주님을, 아니 아버지를 부탁하네.”

“제 목숨을 다 바쳐 모시겠습니다.”

끄덕-

“소저는 나와 함께 어디 좀 가야겠소.”

힐끔 천혈천을 바라본 혈연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년이! 예를 다하라!!”

“구대주!! 괜찮네. 어서 교주님께 가보게.”

“하지만···”

찌릿-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자 구자편은 더 이상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혈연을 째려봤다.

“조금 시간이 걸릴 거야. 부탁하네.”

“존명!!”

파팟-

천혈천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혈연이 빠르게 따라갔고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구자편은 천천히 동굴로 들어갔다.

···

당미주의 말을 전해 듣고 가주만 들어갈 수 있는 제조실에 온 희는 입구부터 풍겨오는 지독한 냄새에 멈칫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초절정의 고수인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지금 이 냄새의 원인을 마주한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그러나 희의 발소리를 들은 당상문이 직접 문을 열고 마중을 나왔다.

“왔구나!!”

“사..사부님??”

“어서 들어오거라!! 어서!”

자신의 손을 잡아끌고 들어가는 당상문의 손길에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갔지만 가면 갈수록 짙어지는 냄새에 정신이 혼미했다.

“사부님!! 이게 대체 무슨 냄새입니까??”

“어떠냐!! 정말 향긋하지 않느냐??”

“예!?”

순간 희는 살면서 처음으로 사부에게 욕할 뻔했다.

아무리 힘든 수련을 해도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따라갔지만 조금 전 사부의 발언을 듣자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사부가 향긋이라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듯했다.

“너를 한 단계 위로 끌어 올려줄 약이다.”

“약···??”

퐁당- 퐁당-

색은 거무튀튀를 넘어 검정, 아니 달도 별도 뜨지 않은 밤하늘이 존재한다면 딱 이 색깔일 거 같았다.

이따금 터지며 생기는 기포는 또 어떠한가. 척 보기에도 이걸 먹으면 자신이 저렇게 터져버릴 거 같았다.

이미 후각은 내공으로 틀어막은 지 오래였다.

꿀꺽-

성장, 아니 죽음으로 향하는 약? 을 보고 있자니 마른침이 절로 삼켜졌다.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본 당상문은 흡족한 미소를 띠우며 콧잔등을 비볐다.

“역시! 공을 들인 보람이 있구나. 너도 딱 보고 느꼈지? 맛있어 보이지??”

울컥-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린 주먹을 그대로 당상문에게 날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손을 왜 드는 것이냐? 아하! 빨리 먹고 싶구나?? 그래그래! 어서 먹거라!!”

‘후... 참자 참아. 그런데 이걸 어떻게 먹어??’

얼떨결에 받아 들기는 했지만, 막상 입으로 가져가려니 손이 제 말을 듣지 않았다.

“고럼 고럼, 좋은 거는 그렇게 아껴 먹을 줄 알아야지! 사부가 도와주마!”

“그런 게 아니라 잠!!!...”

팟!

희의 혈도를 짚고 재빨리 약을 입으로 털어 넣은 다음 입을 다물고 억지로 삼키게 하였다.

‘이런 젠장!’

화를 낼 시간도 없었다 지금 몸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 뜨거운 독을 진정시켜야 했다.

잠깐이라도 딴생각을 한다면 이 독은 자신의 몸을 모두 태워버릴 것이 분명했다.

식도를 타고 내려온 진득한 독이 혈관으로 스며들어 희의 몸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뜨거워!!’

뜨겁게 몸을 달구던 기운이 단전으로 다가가자 단전의 입구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막혀 있던 차가운 기운이 터져 나왔다.

음과 양의 조화.

천년설삼이 음이라면 당상문이 만든 이 독이 양이다.

서로 정반대의 기운이 얽히고설켜 몸을 차갑게 또는 뜨겁게 하며 점점 융화됐다.

식은땀을 흘리고 금방이라도 놓을 거 같은 이성의 끈을 억지로 붙잡아가며 기운에 집중했다.

당상문이 희에게 준 독은 극양독.

극음의 기운을 받아들일 때 같이 복용한다면 그 사람은 천하제일이 될 수 있다고 할 만큼 엄청난 기운을 담은 독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냥 이것만 복용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천년설삼은 음의 기운을 가득 담은 대표적인 영초.

그러니 지금 희의 상황이 바로 극양독을 섭취할 최적의 상황이다.

뼈 마디마디가 부서지고 장기가 뒤틀리는 고통에 희는 눈을 뒤집어 깠다.

“끄으으···”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몸 주위에서 엄청난 기운이 일렁였다.

파악-

단전에 갇혀 있던 내공이 폭발하자 그를 지켜보던 당상문이 뒤로 밀려났고 희는 정신을 잃었다.

“희야!!”

뒤로 밀려났던 당상문이 다급하게 희를 살폈다.

“멀쩡하다! 오히려 더 강해졌어. 성공이야!”

더없이 평온한 얼굴로 잠에 빠진 희를 흐뭇하게 바라본 당상문은 요를 덮어주고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

멀뚱- 멀뚱-

가슴에 구멍이 크게 뚫린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시죠??”

- 미안하구나.

“예??”

- 너를 지켜본다고 했지만, 또 너를 지켜주지 못했구나.

자꾸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저 사내의 말을 듣자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자신을 보며 사내가 손짓하자 기분 좋은 바람이 몸을 감싸 올렸다.

- 이제 모두 익힐 수 있게 됐구나.

“무엇을 말이죠?? 그보다 당신은 누구···악!!”

저 남자가 누구인지 생각을 하려고 하는 순간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 아픈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희 자신의 심상 세계 여기서 느끼는 고통은 모두 그렇게 느끼는 거지 실제로 고통이 오는 것은 아니다.

- 억지로 기억을 꺼내려고 하지 말거라.

“당신! 나를 알고 있죠! 대체 나는 누군가요!?”

- 미안하구나. 말할 수 없단다. 하지만 다시 줄 수는 있지.

“무엇을??”

사내가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자 손바닥에 커다란 기운이 모이고 또 모였다.

그리고 그 손을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겨누자 그 바람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으윽!!”

머릿속에 자리 잡는 풍신의 무공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그 무공들을 되찾는 게 아닌 새로이 새기는 작업.

거기에 새로이 얻은 막대한 내공이 뒷받침되자 흐릿했던 검결이 또렷해졌고 막혔던 구결이 시원하게 뚫렸다.

- 너의 기억은 걱정하지 말거라. 조만간, 아주 조만간 찾을 거다.

“잠깐!! 그게 무슨 말이죠?? 조만간 이라니!?”

- 때를 기다리거라.

가슴이 뚫린 사내의 몸이 하얀빛의 가루로 흩어지더니 서서히 멀어져갔다.

“기다려!!!”

벌떡!

손을 앞으로 곧게 뻗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깼다.

“하아··· 하아···”

정신을 차린 희는 꿈을 더듬어봤다.

의문의 사내에게 받은 강력한 무공이 떠오르는 걸 보니 잘못 꾼 것은 아니었다.

그 사내의 말에 의하면 곧 알게 될 거라고 했으니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곧 나를 알 수 있겠지.’

“우선은···”

···

타다닷-

산속을 가르며 빠르게 달려가는 한 쌍의 남녀가 한 나무꾼을 지나쳤다.

“잉??? 뭐가 지나갔나?”

하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한낱 나무꾼이 알아보기에는 그 둘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허허, 나이가 먹었나? 거참.”

나무꾼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고서 마을로 발길을 옮겼고 그를 지나친 한 쌍의 남녀는 여전히 빠르게 달려갔다.

멈칫-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도록 하지.”

끄덕.

감숙의 한 외진 마을에 들어서자 다 무너져 가는 객잔 하나가 눈앞에 보였다.

“와르르 객잔? 이름 참 특이하군.”

멀뚱-

혈연과 같이 떠나는 짧은 여행은 굉장히 지루했다.

그녀는 말이 없었고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저 표정으로 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저었다.

천혈천이 행동하면 그 행동을 따라 하기만 할 뿐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도 천혈천의 의견에 반대하지도 않았다.

‘교주님의 명이 아니라면 한마디도 안 하는군.’

끼이익-

오래된 나무문이 귀신 곡소리를 내며 열렸다.

“계십니까?”

쿰쿰한 냄새가 진동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듬성듬성 처져 있었다.

“뉘시오?”

주방에서 한 노파가 굽은 허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룻밤 묵고 싶은데 방이 있습니까?”

“있지. 들어가서 보이는 방에 들어가서 자게나.”

“저 값은···?”

노파가 돈도 받지 않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자 천혈천은 어깨를 으쓱이고 돈을 탁자 위에 올린 뒤에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이게 뭐지??”

“뭐지···?”

그 굳게 다물던 혈연의 입을 열 정도로 충격적인 위층의 모습에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여기서 오늘 우리 둘이??”

움찔-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혈연이 순간 얼굴을 붉혔고 눈앞에 보이는 붉은 조명과 하나뿐인 침대, 그리고 서로 안고 자야 할 만큼 좁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천혈천은 생각했다.

‘부모 억장이 와르르 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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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30. 화경의 고수 풍희

팍! 팍!

퀘퀘한 공기와 코끝을 자극하는 지독한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사천당가의 가주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제조실이었다.

펑!

열심히 빻던 하얀 가루를 넣자 거무튀튀한 괴상한 액체가 터졌다.

“이런!! 조심조심.”

거무튀튀한 액체는 이따금 기포를 터트렸고 그 위를 날아가던 불쌍한 파리 한 마리는 냄새를 맡고 목숨을 잃었다.

슉-

“어딜!”

날갯짓을 멈춘 파리가 떨어지려고 하자 재빠르게 낚아채 밖으로 던졌다.

손을 털은 당상문은 다시 탁자 위에 죽어 있는 한 마리의 독충을 조심스럽게 잡아넣었다.

펑!!

독충을 집어삼킨 정체불명의 액체가 기분 좋다는 듯이 하늘로 솟구쳤다 떨어졌다.

액체의 색이 더욱 진해졌고 지독하게 풍기는 냄새를 살짝 맡기라도 하면 후각을 잃을 정도로 독했다.

보글보글-

액체를 젓고 있는 주걱에 내공을 꽤 많이 불어넣어 액체로부터 보호했다.

“됐다! 이제 완벽하다!”

해맑게 웃으며 그릇에 옮겨 담은 죽음의 액체를 들어 올린 당상문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희야!! 희야!!”

지나가던 한 무인이 당상문을 보고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휘청-

“어..???”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당상문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생물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꽃, 나무, 사람, 심지어 공기조차 오염돼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였다.

“가주!!”

내공으로 후각을 틀어막은 당미주가 다급하게 당상문 앞을 막았다.

“오!! 미주야, 우선 비키렴.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단다!”

“희를 부르시면 되잖아요!! 지금 아버지가 직접 당가를 멸문시킬 건가요??”

“내가 뭐ㄹ!!??...”

반박하려고 했지만 당미주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옮기니 말문이 턱 막혔다.

고통스럽게 기침하는 무인들과 정신을 잃은 식솔들, 거기에 시들어 버린 꽃들을 보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이런!! 그럼 미주야 좀 부탁하마!”

“알겠으니까 어서 들어가요!!”

허겁지겁 달려가는 당상문의 뒷모습을 본 당미주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희의 방으로 갔다.

‘어쩌다 저렇게 되셨담···’

···

정적-

교주 천혈극이 한 말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일 장로 구결채가 누구인가. 천혈극에 바로 옆에서 가장 오래, 가장 성실히 보필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구결채가 가장 큰 배신자, 그것도 광교의 수장이라니.

지금 천혈천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믿기 힘들다는 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어째서 그가···”

“나도 그게 궁금하구나. 가장 믿었던 자에게 뒤통수라니. 마치 그놈 같구나.”

“교주···”

쓸쓸한 미소를 띠고 있던 천혈극이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황금장에 가거라.”

“이건 무엇입니까??”

“예전에 황금장의 장주 황설횽이 내게 빚진 목록이다. 그들의 힘을 빌려서 되찾아야겠구나.”

“지금 저희의 전력은 얼마입니까??”

“오 할.”

“그렇게 많이 데려왔습니까!?”

피식-

천혈극이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자신과 천혈천을 차례로 가리켰다.

“나와 너. 그걸로 삼 할이다. 거기에 교대가 일할. 제자가 일할.”

“제자라면 혹시!?”

“맞다. 너를 여기까지 안내했지. 쓸만해 보이더냐??”

“예.”

“제자를 내어줄 테니 같이 다녀오거라.”

“예! 서둘러 갔다 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천혈천이 고개를 숙이자 천혈극이 손을 휘저었고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자 구자편과 교주의 제자인 혈연이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혈연은 교주가 직접 몰래 키운 제자로 초절정의 끝자락, 화경의 근접해 있는 고수다.

거기다, 따지고 보면 교주의 제자는 구자편보다 더 위에 있는 직급이지만 이를 알 리 없는 구자편은 그저 수상한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소교주님!!”

동굴 밖으로 나오는 천혈천을 발견한 구자편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존명!!”

부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구자편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교주님을, 아니 아버지를 부탁하네.”

“제 목숨을 다 바쳐 모시겠습니다.”

끄덕-

“소저는 나와 함께 어디 좀 가야겠소.”

힐끔 천혈천을 바라본 혈연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년이! 예를 다하라!!”

“구대주!! 괜찮네. 어서 교주님께 가보게.”

“하지만···”

찌릿-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자 구자편은 더 이상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혈연을 째려봤다.

“조금 시간이 걸릴 거야. 부탁하네.”

“존명!!”

파팟-

천혈천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혈연이 빠르게 따라갔고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구자편은 천천히 동굴로 들어갔다.

···

당미주의 말을 전해 듣고 가주만 들어갈 수 있는 제조실에 온 희는 입구부터 풍겨오는 지독한 냄새에 멈칫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초절정의 고수인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지금 이 냄새의 원인을 마주한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그러나 희의 발소리를 들은 당상문이 직접 문을 열고 마중을 나왔다.

“왔구나!!”

“사..사부님??”

“어서 들어오거라!! 어서!”

자신의 손을 잡아끌고 들어가는 당상문의 손길에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갔지만 가면 갈수록 짙어지는 냄새에 정신이 혼미했다.

“사부님!! 이게 대체 무슨 냄새입니까??”

“어떠냐!! 정말 향긋하지 않느냐??”

“예!?”

순간 희는 살면서 처음으로 사부에게 욕할 뻔했다.

아무리 힘든 수련을 해도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따라갔지만 조금 전 사부의 발언을 듣자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사부가 향긋이라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듯했다.

“너를 한 단계 위로 끌어 올려줄 약이다.”

“약···??”

퐁당- 퐁당-

색은 거무튀튀를 넘어 검정, 아니 달도 별도 뜨지 않은 밤하늘이 존재한다면 딱 이 색깔일 거 같았다.

이따금 터지며 생기는 기포는 또 어떠한가. 척 보기에도 이걸 먹으면 자신이 저렇게 터져버릴 거 같았다.

이미 후각은 내공으로 틀어막은 지 오래였다.

꿀꺽-

성장, 아니 죽음으로 향하는 약? 을 보고 있자니 마른침이 절로 삼켜졌다.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본 당상문은 흡족한 미소를 띠우며 콧잔등을 비볐다.

“역시! 공을 들인 보람이 있구나. 너도 딱 보고 느꼈지? 맛있어 보이지??”

울컥-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린 주먹을 그대로 당상문에게 날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손을 왜 드는 것이냐? 아하! 빨리 먹고 싶구나?? 그래그래! 어서 먹거라!!”

‘후... 참자 참아. 그런데 이걸 어떻게 먹어??’

얼떨결에 받아 들기는 했지만, 막상 입으로 가져가려니 손이 제 말을 듣지 않았다.

“고럼 고럼, 좋은 거는 그렇게 아껴 먹을 줄 알아야지! 사부가 도와주마!”

“그런 게 아니라 잠!!!...”

팟!

희의 혈도를 짚고 재빨리 약을 입으로 털어 넣은 다음 입을 다물고 억지로 삼키게 하였다.

‘이런 젠장!’

화를 낼 시간도 없었다 지금 몸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 뜨거운 독을 진정시켜야 했다.

잠깐이라도 딴생각을 한다면 이 독은 자신의 몸을 모두 태워버릴 것이 분명했다.

식도를 타고 내려온 진득한 독이 혈관으로 스며들어 희의 몸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뜨거워!!’

뜨겁게 몸을 달구던 기운이 단전으로 다가가자 단전의 입구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막혀 있던 차가운 기운이 터져 나왔다.

음과 양의 조화.

천년설삼이 음이라면 당상문이 만든 이 독이 양이다.

서로 정반대의 기운이 얽히고설켜 몸을 차갑게 또는 뜨겁게 하며 점점 융화됐다.

식은땀을 흘리고 금방이라도 놓을 거 같은 이성의 끈을 억지로 붙잡아가며 기운에 집중했다.

당상문이 희에게 준 독은 극양독.

극음의 기운을 받아들일 때 같이 복용한다면 그 사람은 천하제일이 될 수 있다고 할 만큼 엄청난 기운을 담은 독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냥 이것만 복용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천년설삼은 음의 기운을 가득 담은 대표적인 영초.

그러니 지금 희의 상황이 바로 극양독을 섭취할 최적의 상황이다.

뼈 마디마디가 부서지고 장기가 뒤틀리는 고통에 희는 눈을 뒤집어 깠다.

“끄으으···”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몸 주위에서 엄청난 기운이 일렁였다.

파악-

단전에 갇혀 있던 내공이 폭발하자 그를 지켜보던 당상문이 뒤로 밀려났고 희는 정신을 잃었다.

“희야!!”

뒤로 밀려났던 당상문이 다급하게 희를 살폈다.

“멀쩡하다! 오히려 더 강해졌어. 성공이야!”

더없이 평온한 얼굴로 잠에 빠진 희를 흐뭇하게 바라본 당상문은 요를 덮어주고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

멀뚱- 멀뚱-

가슴에 구멍이 크게 뚫린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시죠??”

- 미안하구나.

“예??”

- 너를 지켜본다고 했지만, 또 너를 지켜주지 못했구나.

자꾸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저 사내의 말을 듣자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자신을 보며 사내가 손짓하자 기분 좋은 바람이 몸을 감싸 올렸다.

- 이제 모두 익힐 수 있게 됐구나.

“무엇을 말이죠?? 그보다 당신은 누구···악!!”

저 남자가 누구인지 생각을 하려고 하는 순간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 아픈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희 자신의 심상 세계 여기서 느끼는 고통은 모두 그렇게 느끼는 거지 실제로 고통이 오는 것은 아니다.

- 억지로 기억을 꺼내려고 하지 말거라.

“당신! 나를 알고 있죠! 대체 나는 누군가요!?”

- 미안하구나. 말할 수 없단다. 하지만 다시 줄 수는 있지.

“무엇을??”

사내가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자 손바닥에 커다란 기운이 모이고 또 모였다.

그리고 그 손을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겨누자 그 바람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으윽!!”

머릿속에 자리 잡는 풍신의 무공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그 무공들을 되찾는 게 아닌 새로이 새기는 작업.

거기에 새로이 얻은 막대한 내공이 뒷받침되자 흐릿했던 검결이 또렷해졌고 막혔던 구결이 시원하게 뚫렸다.

- 너의 기억은 걱정하지 말거라. 조만간, 아주 조만간 찾을 거다.

“잠깐!! 그게 무슨 말이죠?? 조만간 이라니!?”

- 때를 기다리거라.

가슴이 뚫린 사내의 몸이 하얀빛의 가루로 흩어지더니 서서히 멀어져갔다.

“기다려!!!”

벌떡!

손을 앞으로 곧게 뻗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깼다.

“하아··· 하아···”

정신을 차린 희는 꿈을 더듬어봤다.

의문의 사내에게 받은 강력한 무공이 떠오르는 걸 보니 잘못 꾼 것은 아니었다.

그 사내의 말에 의하면 곧 알게 될 거라고 했으니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곧 나를 알 수 있겠지.’

“우선은···”

···

타다닷-

산속을 가르며 빠르게 달려가는 한 쌍의 남녀가 한 나무꾼을 지나쳤다.

“잉??? 뭐가 지나갔나?”

하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한낱 나무꾼이 알아보기에는 그 둘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허허, 나이가 먹었나? 거참.”

나무꾼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고서 마을로 발길을 옮겼고 그를 지나친 한 쌍의 남녀는 여전히 빠르게 달려갔다.

멈칫-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도록 하지.”

끄덕.

감숙의 한 외진 마을에 들어서자 다 무너져 가는 객잔 하나가 눈앞에 보였다.

“와르르 객잔? 이름 참 특이하군.”

멀뚱-

혈연과 같이 떠나는 짧은 여행은 굉장히 지루했다.

그녀는 말이 없었고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저 표정으로 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저었다.

천혈천이 행동하면 그 행동을 따라 하기만 할 뿐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도 천혈천의 의견에 반대하지도 않았다.

‘교주님의 명이 아니라면 한마디도 안 하는군.’

끼이익-

오래된 나무문이 귀신 곡소리를 내며 열렸다.

“계십니까?”

쿰쿰한 냄새가 진동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듬성듬성 처져 있었다.

“뉘시오?”

주방에서 한 노파가 굽은 허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룻밤 묵고 싶은데 방이 있습니까?”

“있지. 들어가서 보이는 방에 들어가서 자게나.”

“저 값은···?”

노파가 돈도 받지 않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자 천혈천은 어깨를 으쓱이고 돈을 탁자 위에 올린 뒤에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이게 뭐지??”

“뭐지···?”

그 굳게 다물던 혈연의 입을 열 정도로 충격적인 위층의 모습에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여기서 오늘 우리 둘이??”

움찔-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혈연이 순간 얼굴을 붉혔고 눈앞에 보이는 붉은 조명과 하나뿐인 침대, 그리고 서로 안고 자야 할 만큼 좁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천혈천은 생각했다.

‘부모 억장이 와르르 라는 건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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