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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29. 교주의 정체

차가운 공기가 누그러들고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봄날.

하지만 사천당가에 불어오는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사나웠다.

쾅!!

당상문이 탁자를 거칠게 내리치자 내공을 이겨내지 못한 탁자가 반으로 쪼개졌다.

“제길!!! 제길!!!!”

“가주님···”

“정말! 정말로 모든 세가가 멸문했는가!?”

“모두는 아닙니다. 제갈세가가 유일하···”

“그게 멸문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가주···”

“후우··· 그만 나가보게.”

“예.”

보고를 마친 수하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밖으로 나가자 문밖에 희가 당상문에게 말을 걸었다.

“사부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반으로 쪼개진 탁자를 앞에 두고 마주 앉은 당상문과 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선만 섞었다.

“사부님.”

그 어색한 침묵을 깬 사람은 희였다.

“가르쳐 주십시오.”

“무엇을 말이냐??”

“강해지는 법을, 지금보다 더 강해질 방법을!”

“너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단다.”

주먹을 꽉 쥔 희가 분한 듯이 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괴물한테서 저는 아무런 저항도 반항도 할 수 없었습니다!”

“···”

“사부님 저는 분합니다! 저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

“저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만··· 너무 위험하다.”

“해주십시오. 저를 일으켜 세워주신 거처럼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당상문은 그저 말없이 희를 빤히 바라봤고 그 굳은 의지가 담긴 눈동자에 빠져들었다.

“아직 너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천년설삼의 기운이 얼마나 남았느냐?”

“오 할 입니다.”

“준비가 필요하니 이틀 뒤에 보자꾸나.”

“예, 사부님!”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희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흥분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당상문이 다정한 목소리로 불렀다.

“희야.”

“예??”

또 무슨 할 말이 있나? 라는 생각으로 당상문을 돌아봤다.

“열다섯이 된 거 축하한다.”

피식-

행복했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자신을 축하해주는 사람, 아니 가족이 있다는 것이.

희는 행복한 표정과 함께 양쪽 입꼬리를 올리고 툭 던지듯 한마디 건네고 나갔다.

“사부님의 주름살도 축하합니다.”

“뭐야!!??”

피식-

후다닥 방문을 닫고 나가는 희의 뒷모습을 보고 당상문도 양쪽 입꼬리를 끝까지 올렸다.

···

섬서에서 신강은 꽤 먼 거리다.

그래서 빠르게 출발한 소교주 일행이 신강으로 가기 바로 직전인 감숙에 있었을 때 마교에서는 내분이 일어났다.

교주와 소교주가 자리를 비운 이 시점에서 정확하게 이 장로와 삼 장로가 반기를 들었다.

이 장로 각극소가 강수대(強手隊)를 이끌고 일 장로의 집무실 앞을 서슬 퍼런 눈을 뜨고 포위했다.

똑똑-

일 장로 또한 절정의 고수. 그런 고수가 문 앞에 무인들을 모를 리가 없는데 각극소는 태연하게 문을 두들겼다.

“일 장로님, 저 각극소입니다.”

“···”

그러나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장로님??”

다시 한 번 불렀지만 여전히 묵묵부답.

‘설마!?’

쾅!!

각극소는 문을 발로 차 부수고 들어갔는데 그 안은 놀랍게도 아무도 없었다.

휘오옹-

그저 밖과 연결된 창문 하나가 활짝 열려 있었고 그사이를 통해 바람만 불어오고 있었다.

“제길!!! 어서 찾아내라!!”

“명!!!”

각극소에 명령에 강수대가 뿔뿔이 흩어졌고 각극소는 천천히 일 장로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하하하! 멍청한 일 장로, 그러게 내가 줄을 잘 서라고 누누이 얘기했건만. 쯧.”

멈칫-

순간 엄청난 살기가 자신에게 쏟아지자 각극소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날렸다.

번쩍!

방금 전까지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반 토막으로 잘렸다.

“누구냐!!”

펄럭-

각극소를 등지고 광(狂)이라고 쓰여 있는 피풍의를 바람에 휘날리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대는!!??”

“많이 늦었구나.”

···

“끄아아악!!”

푸슉-

방금까지 힘차게 뛰던 심장을 꿰뚫고 나온 괴구검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옷에 튀었잖아!!”

퍽!

한 사내가 옷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더니 자신의 괴구검 아래 쓰러져있는 시체를 거칠게 발로 찼다.

“역겹게!”

퍽! 퍽!

신경질적으로 발길질하는 남자의 어깨에 커다란 손 하나가 올라왔다.

“그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쳇! 알고 있다고!! 흥.”

척 보기에도 7척이 넘어 보이는 거구의 사내와 그 사내 뒤에 숨으면 전혀 보이지 않을 거같이 작은 사내가 빠르게 달려갔다.

갑자기 튀어나온 침입자를 보고 마교의 무인들은 길을 막아섰다.

“이놈들!! 누구냐!!”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파핫-

마인들이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작은 사내가 순식간에 그들의 앞으로 날아갔다.

“어···어??”

“잠!!!”

스겅-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두 마인의 목을 바닥에 떨궜다.

“니들이 뭔데 내 앞을 막아!”

“광소괴! 한 놈은 살려놨어야지! 길 안내를 받아야 할 거 아니냐!”

“아··· 그러네??”

광소괴, 광금괴 이 둘은 쌍둥이다.

키가 작은 남자가 광소괴, 키가 큰 남자가 광금괴로 둘은 광교의 교주를 직접 모시는 광천(狂天)중 한 명이다.

그중 광소괴는 뱀처럼 생긴 괴구검을 사용했는데 그 길이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데 제약이 없어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롭고 그 비늘에 걸리면 베이는 것이 아닌 살이 찢겼다.

광금괴는 금강불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몸이 단단했고 내공이 엄청났으며 거대한 몸과 다르게 빠른 발놀림을 소유하고 있어 쉽게 봤다가 큰코다친 자가 여럿 있었다.

두 사람 다 광교에서 손꼽히는 고수였기 때문에 아무리 천마신교의 마인이 강하다고는 하나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어??”

부서진 건물의 잔해 아래서 숨죽여 오들오들 떨고 있는 마인 하나가 광소괴의 눈에 들어왔다.

‘죽는다··· 나는 죽어··· 이것들은 괴물, 아니 악귀, 아니 악마야···’

휙!

“왁!!”

“으아아악!!!!”

손톱을 물어뜯으며 저 악마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던 마인은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악마, 아니 광소괴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제··· 제발 살..”

툭-

“어??”

뒷걸음질 치던 자신의 등에 무언가 부딪쳐 시선을 옮겼는데 거대한 다리가 있었다.

그 다리를 따라서 시선을 올리고 또 올렸는데도 다 보이지 않았고 엄청난 턱살만 보였다.

턱-

그 거구의 사내가 자신을 들어 올리자 공중에 뜬 상태로 마인은 발버둥 쳤다.

“놔줘!!! 난 아직 죽기 싫어!!”

광소괴가 발버둥 치는 마인의 팔 한쪽을 잘라 버리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안 죽여. 아직은 말이야. 하하.”

생살이 찢기고 팔이 떨어지는 고통 그 엄청난 고통에 마인이 정신을 잃으려고 하는 찰나에 광금괴가 혈도를 짚었다.

“아직 죽으면 안 돼. 어서 우리를 안내해라.”

“어···어디를···”

“늙은 호랑이의 집으로.”

···

십만대산으로 향하던 소교주 천혈천의 앞으로 한 여인이 길을 막아섰다.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구자편은 초절정의 고수다. 그런 고수가 저 여인이 지척에 다가올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저 여인이 엄청난 고수라는 거다.

구자편은 천혈천의 앞으로 나서서 여인에게 말했다.

“누구냐!”

여인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그 모습을 본 천혈천이 구자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구자편이 살짝 비켰다.

“그대는 누구인가?”

“교주님께서 소교주님을 찾습니다.”

“교주께서!?”

“예. 이 근처에 계십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구자편이 큰 소리로 반발했다.

“믿을 수 없습니다. 교주님의 거처는 제가 압니다. 저 수상한 자의 목을 쳐야 합니다.”

“흐음···”

“소교주님!!”

고개를 돌린 천혈천이 구자편을 보고 고개를 저으자 구자편이 다급하게 말을 이으려 했지만 천혈천은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어딘가??”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러지.”

빠르게 사라지는 여인의 뒤를 천혈천이 따라갔고 그 뒤를 구자편이 인상을 찌푸리고 따라갔다.

‘거짓이라면 저 여자의 목을 치겠다.’

타닷-

일각 정도 달리던 세 사람은 한 동굴 앞에서 멈췄고 여인이 길을 비키며 말했다.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이에 구자편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제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 같은 구자편의 표정을 본 천혈천은 어깨를 으쓱 올렸고 여인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구자편은 동굴의 어둠으로 들어갔다.

또롱-

동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귓가에 들린 소리는 맑은 물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더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막대한 내공.

“이건!?”

그러자 동굴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왔느냐??”

구자편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무릎을 꿇고 외쳤다.

“천세 천세 천천세! 교주님을 뵙습니다.”

“확인이 끝났으면 어서 데려오 거라. 한시가 급하니.”

“존명!!”

쏜살같이 튀어나온 구자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들어가십시오. 밖을 지키겠습니다.”

천혈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힐끔 여인을 봤지만 여인도 따라 들어올 생각이 없는지 무표정으로 바라봤다.

“부탁하네.”

“예.”

천혈천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기운, 포근한 느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자신이 알던 아버지의 기운이 느껴졌다.

“왔느냐??”

밝은 빛이 보이자 들려오는 아버지 천혈극의 다정한 목소리.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 빛 속으로 몸을 날렸다.

“교주!! 아니 아버지!!”

그 속에는 독에 중독돼 급격하게 늙은 천혈극이 힘겹게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걱정말거라, 아직 건장하니.”

“하지만 안색이···”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 현재 상황을 알고 있느냐??”

“죄송합니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모든 게.”

“어찌··· 어찌하여 이리 빠르게···”

“미안하구나, 지켜내지 못했다.”

콜록 콜록!

기침하는 천혈극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터져 나왔고 급하게 막는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설마!!??”

“그래, 더 심해졌더구나.”

“지금이라도 당장 사천당가로 출발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내 몸은 내가 안다. 이제 다음 세대로 물려줄 때가 됐지.”

“교주!! 약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됐다! 그보다 어떻게 됐느냐?”

“성공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군요.”

천혈천은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고생했구나.”

앞에서 들리는 그 다정한 목소리에 천혈천의 표정이 약간 풀렸지만 그 뒤에 들려오는 충격적인 얘기에 다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알아냈다. 마지막 배신자를.”

“예!!? 누구입니까? 그 배신자가!?”

“구결채, 일 장로 구결채다.”

···

“그..그대가 어떻게!?”

“많이 놀랐나 보군.”

천천히 몸을 돌리는 눈앞에 노인의 얼굴이 서서히 보이자 각극소는 경악했다.

“일 장로!!!”

“허허, 호칭이 바뀌지 않았는가??”

“위대한 광교의 빛! 교주님을 뵙습니다!!”

털썩!

각극소는 즉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나머지는 어떻게 됐나??”

“교주와 소교주를 제외한 모든 마인들을 제압, 포섭했습니다.”

“훌륭하군.”

“과찬이십니다!”

태연하게 말했지만 각극소는 지금 너무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았다.

광교의 교주가 직접 천마신교에 숨어들어왔다는 것은 보고로 들었고 그에게 직접 쪽지로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 어떤 직위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정체가 설마하니 교주의 최측근 일 장로 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아니 경우의 수에도 집어넣지 못했다.

“고개를 들라.”

“예!!!”

스윽-

고개를 치켜든 각극소의 목 앞에 공중에 떠 있는 다섯 자루의 검이 지금 당장 찌를 거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교..교주님!!”

“그대에게 원한은 없네. 그러니 이렇게 쉽게 죽음을 선사하지.”

“허..허면 어째서??”

“욕심이, 그대는 욕심이 가득해.”

“제가 줄이겠!...”

푸욱-

다섯 자루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각극소의 목을 꿰뚫었다.

“커헉···”

“그리고 이제 쓸모없지.”

슈슉-

각극소의 목을 뚫고 나온 검이 피를 뚝뚝 흘리고 공중에 떠 있었는데 구결채의 손짓 한 번에 모두 검집으로 들어갔다.

창밖을 보고 구결채가 소리쳤다.

“괴!!!”

타닷-

“교주님을 뵙습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광소괴와 광금괴가 목을 축 늘어트린 마인 한 명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소괴! 가서 찾아와라.”

“교!!!”

“금괴! 가져와라.”

“교!!”

광소괴와 광금괴가 어딘가로 사라진 지 한 식경.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의식을 잃은 이 공자 천혈강과 온몸이 검은 비닐로 뒤덮인 한 마리의 해충.

“광교 충심(蟲心)을 시작하라.”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29. 교주의 정체

차가운 공기가 누그러들고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봄날.

하지만 사천당가에 불어오는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사나웠다.

쾅!!

당상문이 탁자를 거칠게 내리치자 내공을 이겨내지 못한 탁자가 반으로 쪼개졌다.

“제길!!! 제길!!!!”

“가주님···”

“정말! 정말로 모든 세가가 멸문했는가!?”

“모두는 아닙니다. 제갈세가가 유일하···”

“그게 멸문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가주···”

“후우··· 그만 나가보게.”

“예.”

보고를 마친 수하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밖으로 나가자 문밖에 희가 당상문에게 말을 걸었다.

“사부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반으로 쪼개진 탁자를 앞에 두고 마주 앉은 당상문과 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선만 섞었다.

“사부님.”

그 어색한 침묵을 깬 사람은 희였다.

“가르쳐 주십시오.”

“무엇을 말이냐??”

“강해지는 법을, 지금보다 더 강해질 방법을!”

“너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단다.”

주먹을 꽉 쥔 희가 분한 듯이 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괴물한테서 저는 아무런 저항도 반항도 할 수 없었습니다!”

“···”

“사부님 저는 분합니다! 저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

“저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만··· 너무 위험하다.”

“해주십시오. 저를 일으켜 세워주신 거처럼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당상문은 그저 말없이 희를 빤히 바라봤고 그 굳은 의지가 담긴 눈동자에 빠져들었다.

“아직 너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천년설삼의 기운이 얼마나 남았느냐?”

“오 할 입니다.”

“준비가 필요하니 이틀 뒤에 보자꾸나.”

“예, 사부님!”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희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흥분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당상문이 다정한 목소리로 불렀다.

“희야.”

“예??”

또 무슨 할 말이 있나? 라는 생각으로 당상문을 돌아봤다.

“열다섯이 된 거 축하한다.”

피식-

행복했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자신을 축하해주는 사람, 아니 가족이 있다는 것이.

희는 행복한 표정과 함께 양쪽 입꼬리를 올리고 툭 던지듯 한마디 건네고 나갔다.

“사부님의 주름살도 축하합니다.”

“뭐야!!??”

피식-

후다닥 방문을 닫고 나가는 희의 뒷모습을 보고 당상문도 양쪽 입꼬리를 끝까지 올렸다.

···

섬서에서 신강은 꽤 먼 거리다.

그래서 빠르게 출발한 소교주 일행이 신강으로 가기 바로 직전인 감숙에 있었을 때 마교에서는 내분이 일어났다.

교주와 소교주가 자리를 비운 이 시점에서 정확하게 이 장로와 삼 장로가 반기를 들었다.

이 장로 각극소가 강수대(強手隊)를 이끌고 일 장로의 집무실 앞을 서슬 퍼런 눈을 뜨고 포위했다.

똑똑-

일 장로 또한 절정의 고수. 그런 고수가 문 앞에 무인들을 모를 리가 없는데 각극소는 태연하게 문을 두들겼다.

“일 장로님, 저 각극소입니다.”

“···”

그러나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장로님??”

다시 한 번 불렀지만 여전히 묵묵부답.

‘설마!?’

쾅!!

각극소는 문을 발로 차 부수고 들어갔는데 그 안은 놀랍게도 아무도 없었다.

휘오옹-

그저 밖과 연결된 창문 하나가 활짝 열려 있었고 그사이를 통해 바람만 불어오고 있었다.

“제길!!! 어서 찾아내라!!”

“명!!!”

각극소에 명령에 강수대가 뿔뿔이 흩어졌고 각극소는 천천히 일 장로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하하하! 멍청한 일 장로, 그러게 내가 줄을 잘 서라고 누누이 얘기했건만. 쯧.”

멈칫-

순간 엄청난 살기가 자신에게 쏟아지자 각극소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날렸다.

번쩍!

방금 전까지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반 토막으로 잘렸다.

“누구냐!!”

펄럭-

각극소를 등지고 광(狂)이라고 쓰여 있는 피풍의를 바람에 휘날리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대는!!??”

“많이 늦었구나.”

···

“끄아아악!!”

푸슉-

방금까지 힘차게 뛰던 심장을 꿰뚫고 나온 괴구검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옷에 튀었잖아!!”

퍽!

한 사내가 옷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더니 자신의 괴구검 아래 쓰러져있는 시체를 거칠게 발로 찼다.

“역겹게!”

퍽! 퍽!

신경질적으로 발길질하는 남자의 어깨에 커다란 손 하나가 올라왔다.

“그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쳇! 알고 있다고!! 흥.”

척 보기에도 7척이 넘어 보이는 거구의 사내와 그 사내 뒤에 숨으면 전혀 보이지 않을 거같이 작은 사내가 빠르게 달려갔다.

갑자기 튀어나온 침입자를 보고 마교의 무인들은 길을 막아섰다.

“이놈들!! 누구냐!!”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파핫-

마인들이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작은 사내가 순식간에 그들의 앞으로 날아갔다.

“어···어??”

“잠!!!”

스겅-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두 마인의 목을 바닥에 떨궜다.

“니들이 뭔데 내 앞을 막아!”

“광소괴! 한 놈은 살려놨어야지! 길 안내를 받아야 할 거 아니냐!”

“아··· 그러네??”

광소괴, 광금괴 이 둘은 쌍둥이다.

키가 작은 남자가 광소괴, 키가 큰 남자가 광금괴로 둘은 광교의 교주를 직접 모시는 광천(狂天)중 한 명이다.

그중 광소괴는 뱀처럼 생긴 괴구검을 사용했는데 그 길이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데 제약이 없어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롭고 그 비늘에 걸리면 베이는 것이 아닌 살이 찢겼다.

광금괴는 금강불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몸이 단단했고 내공이 엄청났으며 거대한 몸과 다르게 빠른 발놀림을 소유하고 있어 쉽게 봤다가 큰코다친 자가 여럿 있었다.

두 사람 다 광교에서 손꼽히는 고수였기 때문에 아무리 천마신교의 마인이 강하다고는 하나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어??”

부서진 건물의 잔해 아래서 숨죽여 오들오들 떨고 있는 마인 하나가 광소괴의 눈에 들어왔다.

‘죽는다··· 나는 죽어··· 이것들은 괴물, 아니 악귀, 아니 악마야···’

휙!

“왁!!”

“으아아악!!!!”

손톱을 물어뜯으며 저 악마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던 마인은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악마, 아니 광소괴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제··· 제발 살..”

툭-

“어??”

뒷걸음질 치던 자신의 등에 무언가 부딪쳐 시선을 옮겼는데 거대한 다리가 있었다.

그 다리를 따라서 시선을 올리고 또 올렸는데도 다 보이지 않았고 엄청난 턱살만 보였다.

턱-

그 거구의 사내가 자신을 들어 올리자 공중에 뜬 상태로 마인은 발버둥 쳤다.

“놔줘!!! 난 아직 죽기 싫어!!”

광소괴가 발버둥 치는 마인의 팔 한쪽을 잘라 버리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안 죽여. 아직은 말이야. 하하.”

생살이 찢기고 팔이 떨어지는 고통 그 엄청난 고통에 마인이 정신을 잃으려고 하는 찰나에 광금괴가 혈도를 짚었다.

“아직 죽으면 안 돼. 어서 우리를 안내해라.”

“어···어디를···”

“늙은 호랑이의 집으로.”

···

십만대산으로 향하던 소교주 천혈천의 앞으로 한 여인이 길을 막아섰다.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구자편은 초절정의 고수다. 그런 고수가 저 여인이 지척에 다가올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저 여인이 엄청난 고수라는 거다.

구자편은 천혈천의 앞으로 나서서 여인에게 말했다.

“누구냐!”

여인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그 모습을 본 천혈천이 구자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구자편이 살짝 비켰다.

“그대는 누구인가?”

“교주님께서 소교주님을 찾습니다.”

“교주께서!?”

“예. 이 근처에 계십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구자편이 큰 소리로 반발했다.

“믿을 수 없습니다. 교주님의 거처는 제가 압니다. 저 수상한 자의 목을 쳐야 합니다.”

“흐음···”

“소교주님!!”

고개를 돌린 천혈천이 구자편을 보고 고개를 저으자 구자편이 다급하게 말을 이으려 했지만 천혈천은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어딘가??”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러지.”

빠르게 사라지는 여인의 뒤를 천혈천이 따라갔고 그 뒤를 구자편이 인상을 찌푸리고 따라갔다.

‘거짓이라면 저 여자의 목을 치겠다.’

타닷-

일각 정도 달리던 세 사람은 한 동굴 앞에서 멈췄고 여인이 길을 비키며 말했다.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이에 구자편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제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 같은 구자편의 표정을 본 천혈천은 어깨를 으쓱 올렸고 여인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구자편은 동굴의 어둠으로 들어갔다.

또롱-

동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귓가에 들린 소리는 맑은 물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더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막대한 내공.

“이건!?”

그러자 동굴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왔느냐??”

구자편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무릎을 꿇고 외쳤다.

“천세 천세 천천세! 교주님을 뵙습니다.”

“확인이 끝났으면 어서 데려오 거라. 한시가 급하니.”

“존명!!”

쏜살같이 튀어나온 구자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들어가십시오. 밖을 지키겠습니다.”

천혈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힐끔 여인을 봤지만 여인도 따라 들어올 생각이 없는지 무표정으로 바라봤다.

“부탁하네.”

“예.”

천혈천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기운, 포근한 느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자신이 알던 아버지의 기운이 느껴졌다.

“왔느냐??”

밝은 빛이 보이자 들려오는 아버지 천혈극의 다정한 목소리.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 빛 속으로 몸을 날렸다.

“교주!! 아니 아버지!!”

그 속에는 독에 중독돼 급격하게 늙은 천혈극이 힘겹게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걱정말거라, 아직 건장하니.”

“하지만 안색이···”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 현재 상황을 알고 있느냐??”

“죄송합니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모든 게.”

“어찌··· 어찌하여 이리 빠르게···”

“미안하구나, 지켜내지 못했다.”

콜록 콜록!

기침하는 천혈극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터져 나왔고 급하게 막는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설마!!??”

“그래, 더 심해졌더구나.”

“지금이라도 당장 사천당가로 출발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내 몸은 내가 안다. 이제 다음 세대로 물려줄 때가 됐지.”

“교주!! 약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됐다! 그보다 어떻게 됐느냐?”

“성공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군요.”

천혈천은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고생했구나.”

앞에서 들리는 그 다정한 목소리에 천혈천의 표정이 약간 풀렸지만 그 뒤에 들려오는 충격적인 얘기에 다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알아냈다. 마지막 배신자를.”

“예!!? 누구입니까? 그 배신자가!?”

“구결채, 일 장로 구결채다.”

···

“그..그대가 어떻게!?”

“많이 놀랐나 보군.”

천천히 몸을 돌리는 눈앞에 노인의 얼굴이 서서히 보이자 각극소는 경악했다.

“일 장로!!!”

“허허, 호칭이 바뀌지 않았는가??”

“위대한 광교의 빛! 교주님을 뵙습니다!!”

털썩!

각극소는 즉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나머지는 어떻게 됐나??”

“교주와 소교주를 제외한 모든 마인들을 제압, 포섭했습니다.”

“훌륭하군.”

“과찬이십니다!”

태연하게 말했지만 각극소는 지금 너무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았다.

광교의 교주가 직접 천마신교에 숨어들어왔다는 것은 보고로 들었고 그에게 직접 쪽지로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 어떤 직위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정체가 설마하니 교주의 최측근 일 장로 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아니 경우의 수에도 집어넣지 못했다.

“고개를 들라.”

“예!!!”

스윽-

고개를 치켜든 각극소의 목 앞에 공중에 떠 있는 다섯 자루의 검이 지금 당장 찌를 거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교..교주님!!”

“그대에게 원한은 없네. 그러니 이렇게 쉽게 죽음을 선사하지.”

“허..허면 어째서??”

“욕심이, 그대는 욕심이 가득해.”

“제가 줄이겠!...”

푸욱-

다섯 자루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각극소의 목을 꿰뚫었다.

“커헉···”

“그리고 이제 쓸모없지.”

슈슉-

각극소의 목을 뚫고 나온 검이 피를 뚝뚝 흘리고 공중에 떠 있었는데 구결채의 손짓 한 번에 모두 검집으로 들어갔다.

창밖을 보고 구결채가 소리쳤다.

“괴!!!”

타닷-

“교주님을 뵙습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광소괴와 광금괴가 목을 축 늘어트린 마인 한 명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소괴! 가서 찾아와라.”

“교!!!”

“금괴! 가져와라.”

“교!!”

광소괴와 광금괴가 어딘가로 사라진 지 한 식경.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의식을 잃은 이 공자 천혈강과 온몸이 검은 비닐로 뒤덮인 한 마리의 해충.

“광교 충심(蟲心)을 시작하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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