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낙서는 모바일 기준으로 모바일과 피시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제와 무관한 댓글이나 스포일러, 악플은 경고조치 없이 삭제됩니다.
오매불망
뚱때
27. 드러난 맹주의 계획 5

오대세가를 뭉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사천당가가 지금 위기를 맞이했다.

“어서 독을 뿌려라!!”

“예!!”

서둘러 사천당가의 주변에 독과 독충을 뿌리는 한편 하늘에는 비둘기가 쉴 새 없이 날아갔다.

얼마 전 무림맹주가 직접 맹기대와 격살대를 이끌고 사천당가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아마도 오대세가가 한군데 모이기 전에 그들을 제거하기 위함인 거 같다.

맹기대와 격살대 두 부대를 모두 이끌고 오는 거를 보아하니 아마 저들의 목적은 사천당가의 멸문인 듯했다.

하지만 사천당가는 한때 오대세가 중 가장 강했다고 불리는 가문.

독과 암기술이 뛰어나고 그 까다로운 독충들을 길들여 사용하는 가장 상대하기 힘든 가문이다.

거기에 지금 사천당가는 나머지 오대세가와 손을 잡은 상태. 맹주를 제거할 기회가 온 지금 오대세가도 움직일 것이 뻔한데 맹주가 너무 쉽게 움직였다.

이에 당상문은 만반에 준비를 하는 한편 께름칙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째서 이리 대놓고 움직이는 거지?”

숨기려면 숨기고 감추려면 감추고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힘과 권력을 쥐고 있는 맹주가 너무 손쉽게 정보를 주고 움직였다.

거기에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맹기대와 격살대 두 부대만으로 오대세가를 전부 상대할 수는 없을 터.

“뭔가가 있다. 분명히 이 소란 속에 숨겨진 뭔가 가.”

그때 식솔 한 명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역시!! 무엇이냐!? 맹주가 모든 부대를 끌고 쳐들어온 것이냐?? 아니면 오대세가를 이간질한 것이냐??”

“예?? 그게 아닙니다. 황금장과 마교가 맞붙었답니다.”

“뭐라!?”

···

쾅!! 쾅!!

“쳐라!!!”

“존명!!”

커다란 다리를 가득 메운 검은 복장의 천마대가 용맹하게 진격했다.

그들의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땅이 울렸고 다리가 떨렸다.

“모두 공격에 대비하라!!!”

황금장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장서권은 황각대를 앞세워 진을 쳤고 나머지 무사들은 장창을 쥐고 천마대를 겨누었다.

한 치. 정확하게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창에 찔릴 듯한 거리에 다가온 천마대가 멈췄고 천마대의 부대주 마곡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물러나라.”

“그럴 수 없다고 말했을 터!! 조금만 기다리면 알아서 물러날 것이니 돌아가라!”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구나.”

마곡이 다시 뒤로 돌아가며 나직하게 말했다.

“쓸어담아라.”

“존명!”

앞줄의 고수들이 사납게 달려드는 한편 뒷줄의 절정급 고수들은 공중으로 도약했다.

“끄아악!!”

황각대가 강하기는 하나 천마대가 누구인가. 마교에서 최강의 부대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사람을 뜯어 먹고 자란 천마대를 온실 속 화초처럼 돈으로 길러진 황각대가 감히 이길 수는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이 이뤄졌다.

“끄아악!! 다··· 다리!!”

“아파··· 너무 아파!”

매일 목검으로 대련만 했지 실제 진검에 베여본 적도 맞붙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어찌 그 소름 끼치는 고통을 참을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

천마대의 자비 없는 검 앞에 황각대가 몰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각대의 대주 황서권은 달랐다. 계속해서 진을 유지하는 한편 뛰어난 무인들을 통솔해 발악했다.

“합을 맞춰라!! 검에 두려워하지 마라!! 같은 사람이다! 너희의 고통은 저들도 고통이다!”

휘웅!!!

소리를 지르며 독촉하던 황서권이 서늘한 느낌이 들자 고개를 돌렸고 그 자리를 서슬 퍼런 기운을 담은 검이 지나갔다.

“이놈!! 누··· 큭!!”

호통을 치던 황서권에게 부대주 마곡은 거침없이 검을 내질렀다.

캉! 챙! 캉! 챙!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오고가는 공방 속에 황서권이 점차 밀리고 있었다.

마곡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황서권의 속을 살살 긁었다.

“황금장의 검? 역시 돈만 밝히는 상계 가문이라 그런지 겉모습만 좋지 속은 텅 비었구나.”

캉!! 캉!!

분했지만 따질 수 없었다. 지금 그런 거에 신경 쓸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황금장에서 정예로 꼽히는 자들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천마대에 반격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천마대의 인원보다 더 많은 수로 밀어붙인 만큼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질보다는 양으로 밀었다.

천마대의 체력이 떨어지자 황각대는 조금 더 견고한 진을 쳐 방비했다.

일 각. 단 일 각의 시간 만에 황각대의 반이 사라졌다.

하지만 천마대의 피해는 단 하나. 그것도 시체에 발이 걸려 어이없게 목숨을 잃은 말단 무인 하나다.

천마대의 인원 사십 구명, 황금장의 인원 백 십여 명.

배가 넘는 인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황금장은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마곡과 황서권의 싸움은 계속됐다.

캉!!

“이놈!!”

황서권의 검이 기를 담아 일렁였고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이 사납게 날아갔다.

쾅!!!

하지만 마곡의 검도 어느새 강한 기를 담아 견고해졌고 둘의 검이 부딪치자 서로 다른 내공의 폭발이 크게 터졌다.

“크흡!”

굳건하게 서 있는 마곡과 다르게 장서권은 폭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 걸음 뒤로 밀려났다.

오싹-

온몸의 감각들이 미쳐 날뛰었다. 죽음.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이 머리를 장악했다.

서걱-

장서권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마곡과 대치하던 장서권의 머리가 갑자기 떨어지자 황금장의 모든 무인은 당황했다.

그때 장서권의 머리를 주워든 남자가 있었고 그 남자를 향해 천마대가 무릎을 꿇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이 공자 천혈강 그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고수의 눈을 속이고 장서권의 목을 단 일격에 베어버린 것이다.

“질질 끌지 마라. 쓸어라.”

“존명!!”

그렇게 주인을 잃은 황금장의 병력들은 무자비한 천마대의 검에 베이고 또 베여 시체가 산을 만들었다.

“끄아아악!!”

그날 신강과 감숙을 이어주는 회색의 다리가 황금장의 피로 적셔져 훗날까지도 붉은색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

“이런!!”

책상을 강하게 내리친 당상문은 입술을 지끈 물었다.

황금장의 세력은 중요했다. 그들이 가진 자금력은 맹주에게 무기가 될 수 있었고 그들은 무림맹에 검을 꽂을 숨겨둔 검이었다.

그런데 마교와 맞붙은 이상 황금장은 자신들의 세력을 보존하기 위해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고 맹주가 자리를 비운 이 황금 같은 상황에 그들이 움직일 수 없었다.

“우연인가···”

문득 당상문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맹주가 자리를 비워 무림맹이 위험한 상황에 마교가 황금장의 발을 묶은 것이 우연이 아닌 의도라면···

오싹-

더 거대한 세력이 맹주의 뒤에 숨어서 손길을 뻗고 있을 거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맹주가 출발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조만간 사천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당상문은 모든 장로를 모았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소.”

묵직-

지금 장내에 가득한 무거운 공기가 장로들을 짓눌렀다.

“우리는 싸울 것이오. 그리고 되찾을 것이오.”

“···”

“···”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장로들은 숨소리를 내는 거조차 조심하며 당상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의 영광을 되찾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갑시다.”

전율! 지금 장로들은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 그 시절 떨쳤던 사천당가의 위명을 다시 한 번 손에 넣을 기회.

“찾읍시다!”

“예! 찾읍시다!!”

“꼭!! 찾읍시다!!”

최고조로 끌어올린 분위기에 흡족한 미소를 띄운 당상문이 밖으로 나가 희를 불렀다.

“부탁한다.”

“예!! 걱정 마십시오.”

그런 희에게 당상문이 날카로운 검을 하나 주었는데 희가 검을 받아 들자 검이 울었다.

“역시 이 검은 너에게 어울리는구나.”

“사부님···”

“부탁한다. 당가를.”

“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희가 검을 갈무리하며 발길을 옮겼다.

···

맹주의 공격에 대비하며 보낸 지 어느새 십 오 일이 지났다.

빠르게 진격해오던 맹주 화천주는 지척에 다가왔고 곳곳에 뿌려진 독과 독충들로 인해 발이 묶였다.

진득한 독액이 떨어지는 이빨로 언제든지 물어뜯을 준비가 된 독충들이 화천주를 사납게 노려봤지만 맹주의 손길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없구나.”

맹주의 뒤에서 한 노인이 나왔다.

“처리하겠습니다.”

화천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뒤에서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있던 수하들에게 손짓했다.

“뿌려라!”

“예!!”

성인 남자만 한 크기의 보따리를 독충과 독으로 가득한 땅에 뿌리자 순식간에 해독되며 독충들이 죽었다.

조소를 흘리며 사천당가를 바라보는 노인은 다름 아닌 당상천. 그였다.

“고생했네.”

“아닙니다. 맹주님! 대의를 위하여!”

“그래. 모두 무림을 위한 일이지. 자 진격하라!!”

“예!!”

너무나 손쉽게 독을 뚫은 무림맹 무인들이 사천당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오래된 나무 대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당상문이 걸어 나왔다.

“이게 무슨 짓이오! 맹주!!”

철컥 철컥-

당상문의 호통에 맹주 뒤에 서 있던 무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며 노려봤다.

“허허, 당가주! 말이 좀 심하구려?”

“뭐라??”

“반역을 꾀한 곳은 당가가 아닌가!? 우리 무림맹은 반역을 눈감아 줄 만큼 자비롭지 않소!”

맹기대의 대주 맹청창이 검에 기를 가득 끌어 올리더니 당상문을 향해 쏟아 냈다.

쿠쾅쾅!!!

순식간에 당상문을 덮친 검기가 먼지를 자욱하게 만들었고 당가에서는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

그 모습을 보며 화천주가 씨익 웃고서 손짓을 하려고 하는 순간 먼지가 걷히고 그 속에서 한 소년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말끔한 모습으로 말이다.

‘누구지!?’

맹청창은 생각할 새가 없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저 맹렬한 검기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큭!!”

콰앙!!

당황한 나머지 내공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해서 꽤 많은 거리를 밀려났다.

화천주는 그 소년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고 기억했다.

“네놈은!?”

소년의 검에는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그 검으로 화천주를 겨누었다.

“당가는 쉽게 무너질 곳이 아닙니다.”

화천주의 뒤에서 당상천이 걸어 나왔다.

“가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어서 이리로 오시오. 그게.. 그게 우리 당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오!”

“이놈.. 당상천!!! 네놈이었구나!! 네놈이 우리 당가를 배신한 게야!!”

당상문의 의문이 풀렸다.

처음 희를 만난 날 청산독에 당한 희를 보고 당가의 장로급이 흉수라 여기고 돌아오자마자 행방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거기에 바쁜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 잊고 지냈지만 당상천을 보는 순간 그 모든 의문의 조각들이 맞춰졌다.

“네놈이 감히!!!”

···

사천으로 향하던 모든 오대세가들이 발목을 붙잡혔다.

제갈세가를 공격한 의문의 세력, 하북팽가를 공격한 방씨세가, 남궁세가의 길을 막고 대치 중인 혈마교, 거기에 모용세가는 갑자기 생긴 전염병으로 출병도 못 하였다.

오대세가와 힘을 합쳐 뒤를 잡을 생각을 한 사천당가의 계획은 그렇게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거기에 황금장은 마교와 전쟁을 벌이느라 바빠서 연락조차 없었다.

사천당가의 건물 주위를 빙 둘러싸고 대치 중인 맹기대와 격살대는 조금에 틈이 보이면 곧바로 물어뜯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사천당가도 위기였지만 나머지 오대세가들도 모두 위기였다.

한마디로 일망타진. 맹주는 지금 모든 오대세가를 일망타진하고 있었고 그중 가장 강한 세력인 사천당가에 맹주가 직접 온 거다.

“허허, 당가주 내가 옛정이 있어 하는 말인데 지금이라도 포기할 생각이 없소??”

“뭐라!!??”

“다른 곳과 다르게 당가주와 나는 오래된 친우가 아니오?? 내가 옛정을 생각해 하는 말이오.”

“조금 전, 그 입으로 뭐라 말했소? 친우?? 지금 그대와 내가 친우라는 말을 섞을 정도의 정이 남아있소??”

“허허··· 그것참 유감이군.”

“헛소리는 이쯤 하지.”

“그러지. 이미 내 목적은 이루었소. 그러니 이만 가보겠소.”

멈칫-

당장에라도 달려들 거처럼 노려보던 당상문이 순간 화천주에 말을 잘못 들었나 싶어서 멈칫했다.

“뭐라??”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화천주는 정말 무인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겐가!!”

당상문이 호통을 쳤지만 화천주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소?? 목적을 이루었으니 돌아가겠다고.”

목적을 이루었다? 맹주가 이곳에 와서 한 일이라고는 한 번의 공격과 쓸데없는 회유.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들이 등장하고 시간을 끈 것만으로 무언가 이루었다고 말했다.

“과연 그들이 정예를 보냈을까?”

흠칫-

‘설마···’

“급하게 잡은 손은 놓치기 쉬운 법.”

미련없이 뒤를 돌아가는 맹주의 모습에 당상문은 소름이 끼쳤다.

급하게 맺은 동맹에 급하게 추려 보낸 도움의 손길, 그 손길은 너무 약했다.

맹주가 정보를 모두 흘리고 이곳으로 충분히 온 이유, 당가가 모든 오대세가에 연락을 하게 한 이유.

작은 틈을 만들기 위한 맹주의 행동이었다.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27. 드러난 맹주의 계획 5

오대세가를 뭉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사천당가가 지금 위기를 맞이했다.

“어서 독을 뿌려라!!”

“예!!”

서둘러 사천당가의 주변에 독과 독충을 뿌리는 한편 하늘에는 비둘기가 쉴 새 없이 날아갔다.

얼마 전 무림맹주가 직접 맹기대와 격살대를 이끌고 사천당가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아마도 오대세가가 한군데 모이기 전에 그들을 제거하기 위함인 거 같다.

맹기대와 격살대 두 부대를 모두 이끌고 오는 거를 보아하니 아마 저들의 목적은 사천당가의 멸문인 듯했다.

하지만 사천당가는 한때 오대세가 중 가장 강했다고 불리는 가문.

독과 암기술이 뛰어나고 그 까다로운 독충들을 길들여 사용하는 가장 상대하기 힘든 가문이다.

거기에 지금 사천당가는 나머지 오대세가와 손을 잡은 상태. 맹주를 제거할 기회가 온 지금 오대세가도 움직일 것이 뻔한데 맹주가 너무 쉽게 움직였다.

이에 당상문은 만반에 준비를 하는 한편 께름칙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째서 이리 대놓고 움직이는 거지?”

숨기려면 숨기고 감추려면 감추고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힘과 권력을 쥐고 있는 맹주가 너무 손쉽게 정보를 주고 움직였다.

거기에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맹기대와 격살대 두 부대만으로 오대세가를 전부 상대할 수는 없을 터.

“뭔가가 있다. 분명히 이 소란 속에 숨겨진 뭔가 가.”

그때 식솔 한 명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역시!! 무엇이냐!? 맹주가 모든 부대를 끌고 쳐들어온 것이냐?? 아니면 오대세가를 이간질한 것이냐??”

“예?? 그게 아닙니다. 황금장과 마교가 맞붙었답니다.”

“뭐라!?”

···

쾅!! 쾅!!

“쳐라!!!”

“존명!!”

커다란 다리를 가득 메운 검은 복장의 천마대가 용맹하게 진격했다.

그들의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땅이 울렸고 다리가 떨렸다.

“모두 공격에 대비하라!!!”

황금장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장서권은 황각대를 앞세워 진을 쳤고 나머지 무사들은 장창을 쥐고 천마대를 겨누었다.

한 치. 정확하게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창에 찔릴 듯한 거리에 다가온 천마대가 멈췄고 천마대의 부대주 마곡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물러나라.”

“그럴 수 없다고 말했을 터!! 조금만 기다리면 알아서 물러날 것이니 돌아가라!”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구나.”

마곡이 다시 뒤로 돌아가며 나직하게 말했다.

“쓸어담아라.”

“존명!”

앞줄의 고수들이 사납게 달려드는 한편 뒷줄의 절정급 고수들은 공중으로 도약했다.

“끄아악!!”

황각대가 강하기는 하나 천마대가 누구인가. 마교에서 최강의 부대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사람을 뜯어 먹고 자란 천마대를 온실 속 화초처럼 돈으로 길러진 황각대가 감히 이길 수는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이 이뤄졌다.

“끄아악!! 다··· 다리!!”

“아파··· 너무 아파!”

매일 목검으로 대련만 했지 실제 진검에 베여본 적도 맞붙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어찌 그 소름 끼치는 고통을 참을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

천마대의 자비 없는 검 앞에 황각대가 몰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각대의 대주 황서권은 달랐다. 계속해서 진을 유지하는 한편 뛰어난 무인들을 통솔해 발악했다.

“합을 맞춰라!! 검에 두려워하지 마라!! 같은 사람이다! 너희의 고통은 저들도 고통이다!”

휘웅!!!

소리를 지르며 독촉하던 황서권이 서늘한 느낌이 들자 고개를 돌렸고 그 자리를 서슬 퍼런 기운을 담은 검이 지나갔다.

“이놈!! 누··· 큭!!”

호통을 치던 황서권에게 부대주 마곡은 거침없이 검을 내질렀다.

캉! 챙! 캉! 챙!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오고가는 공방 속에 황서권이 점차 밀리고 있었다.

마곡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황서권의 속을 살살 긁었다.

“황금장의 검? 역시 돈만 밝히는 상계 가문이라 그런지 겉모습만 좋지 속은 텅 비었구나.”

캉!! 캉!!

분했지만 따질 수 없었다. 지금 그런 거에 신경 쓸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황금장에서 정예로 꼽히는 자들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천마대에 반격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천마대의 인원보다 더 많은 수로 밀어붙인 만큼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질보다는 양으로 밀었다.

천마대의 체력이 떨어지자 황각대는 조금 더 견고한 진을 쳐 방비했다.

일 각. 단 일 각의 시간 만에 황각대의 반이 사라졌다.

하지만 천마대의 피해는 단 하나. 그것도 시체에 발이 걸려 어이없게 목숨을 잃은 말단 무인 하나다.

천마대의 인원 사십 구명, 황금장의 인원 백 십여 명.

배가 넘는 인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황금장은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마곡과 황서권의 싸움은 계속됐다.

캉!!

“이놈!!”

황서권의 검이 기를 담아 일렁였고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이 사납게 날아갔다.

쾅!!!

하지만 마곡의 검도 어느새 강한 기를 담아 견고해졌고 둘의 검이 부딪치자 서로 다른 내공의 폭발이 크게 터졌다.

“크흡!”

굳건하게 서 있는 마곡과 다르게 장서권은 폭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 걸음 뒤로 밀려났다.

오싹-

온몸의 감각들이 미쳐 날뛰었다. 죽음.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이 머리를 장악했다.

서걱-

장서권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마곡과 대치하던 장서권의 머리가 갑자기 떨어지자 황금장의 모든 무인은 당황했다.

그때 장서권의 머리를 주워든 남자가 있었고 그 남자를 향해 천마대가 무릎을 꿇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이 공자 천혈강 그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고수의 눈을 속이고 장서권의 목을 단 일격에 베어버린 것이다.

“질질 끌지 마라. 쓸어라.”

“존명!!”

그렇게 주인을 잃은 황금장의 병력들은 무자비한 천마대의 검에 베이고 또 베여 시체가 산을 만들었다.

“끄아아악!!”

그날 신강과 감숙을 이어주는 회색의 다리가 황금장의 피로 적셔져 훗날까지도 붉은색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

“이런!!”

책상을 강하게 내리친 당상문은 입술을 지끈 물었다.

황금장의 세력은 중요했다. 그들이 가진 자금력은 맹주에게 무기가 될 수 있었고 그들은 무림맹에 검을 꽂을 숨겨둔 검이었다.

그런데 마교와 맞붙은 이상 황금장은 자신들의 세력을 보존하기 위해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고 맹주가 자리를 비운 이 황금 같은 상황에 그들이 움직일 수 없었다.

“우연인가···”

문득 당상문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맹주가 자리를 비워 무림맹이 위험한 상황에 마교가 황금장의 발을 묶은 것이 우연이 아닌 의도라면···

오싹-

더 거대한 세력이 맹주의 뒤에 숨어서 손길을 뻗고 있을 거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맹주가 출발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조만간 사천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당상문은 모든 장로를 모았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소.”

묵직-

지금 장내에 가득한 무거운 공기가 장로들을 짓눌렀다.

“우리는 싸울 것이오. 그리고 되찾을 것이오.”

“···”

“···”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장로들은 숨소리를 내는 거조차 조심하며 당상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의 영광을 되찾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갑시다.”

전율! 지금 장로들은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 그 시절 떨쳤던 사천당가의 위명을 다시 한 번 손에 넣을 기회.

“찾읍시다!”

“예! 찾읍시다!!”

“꼭!! 찾읍시다!!”

최고조로 끌어올린 분위기에 흡족한 미소를 띄운 당상문이 밖으로 나가 희를 불렀다.

“부탁한다.”

“예!! 걱정 마십시오.”

그런 희에게 당상문이 날카로운 검을 하나 주었는데 희가 검을 받아 들자 검이 울었다.

“역시 이 검은 너에게 어울리는구나.”

“사부님···”

“부탁한다. 당가를.”

“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희가 검을 갈무리하며 발길을 옮겼다.

···

맹주의 공격에 대비하며 보낸 지 어느새 십 오 일이 지났다.

빠르게 진격해오던 맹주 화천주는 지척에 다가왔고 곳곳에 뿌려진 독과 독충들로 인해 발이 묶였다.

진득한 독액이 떨어지는 이빨로 언제든지 물어뜯을 준비가 된 독충들이 화천주를 사납게 노려봤지만 맹주의 손길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없구나.”

맹주의 뒤에서 한 노인이 나왔다.

“처리하겠습니다.”

화천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뒤에서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있던 수하들에게 손짓했다.

“뿌려라!”

“예!!”

성인 남자만 한 크기의 보따리를 독충과 독으로 가득한 땅에 뿌리자 순식간에 해독되며 독충들이 죽었다.

조소를 흘리며 사천당가를 바라보는 노인은 다름 아닌 당상천. 그였다.

“고생했네.”

“아닙니다. 맹주님! 대의를 위하여!”

“그래. 모두 무림을 위한 일이지. 자 진격하라!!”

“예!!”

너무나 손쉽게 독을 뚫은 무림맹 무인들이 사천당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오래된 나무 대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당상문이 걸어 나왔다.

“이게 무슨 짓이오! 맹주!!”

철컥 철컥-

당상문의 호통에 맹주 뒤에 서 있던 무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며 노려봤다.

“허허, 당가주! 말이 좀 심하구려?”

“뭐라??”

“반역을 꾀한 곳은 당가가 아닌가!? 우리 무림맹은 반역을 눈감아 줄 만큼 자비롭지 않소!”

맹기대의 대주 맹청창이 검에 기를 가득 끌어 올리더니 당상문을 향해 쏟아 냈다.

쿠쾅쾅!!!

순식간에 당상문을 덮친 검기가 먼지를 자욱하게 만들었고 당가에서는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

그 모습을 보며 화천주가 씨익 웃고서 손짓을 하려고 하는 순간 먼지가 걷히고 그 속에서 한 소년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말끔한 모습으로 말이다.

‘누구지!?’

맹청창은 생각할 새가 없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저 맹렬한 검기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큭!!”

콰앙!!

당황한 나머지 내공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해서 꽤 많은 거리를 밀려났다.

화천주는 그 소년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고 기억했다.

“네놈은!?”

소년의 검에는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그 검으로 화천주를 겨누었다.

“당가는 쉽게 무너질 곳이 아닙니다.”

화천주의 뒤에서 당상천이 걸어 나왔다.

“가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어서 이리로 오시오. 그게.. 그게 우리 당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오!”

“이놈.. 당상천!!! 네놈이었구나!! 네놈이 우리 당가를 배신한 게야!!”

당상문의 의문이 풀렸다.

처음 희를 만난 날 청산독에 당한 희를 보고 당가의 장로급이 흉수라 여기고 돌아오자마자 행방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거기에 바쁜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 잊고 지냈지만 당상천을 보는 순간 그 모든 의문의 조각들이 맞춰졌다.

“네놈이 감히!!!”

···

사천으로 향하던 모든 오대세가들이 발목을 붙잡혔다.

제갈세가를 공격한 의문의 세력, 하북팽가를 공격한 방씨세가, 남궁세가의 길을 막고 대치 중인 혈마교, 거기에 모용세가는 갑자기 생긴 전염병으로 출병도 못 하였다.

오대세가와 힘을 합쳐 뒤를 잡을 생각을 한 사천당가의 계획은 그렇게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거기에 황금장은 마교와 전쟁을 벌이느라 바빠서 연락조차 없었다.

사천당가의 건물 주위를 빙 둘러싸고 대치 중인 맹기대와 격살대는 조금에 틈이 보이면 곧바로 물어뜯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사천당가도 위기였지만 나머지 오대세가들도 모두 위기였다.

한마디로 일망타진. 맹주는 지금 모든 오대세가를 일망타진하고 있었고 그중 가장 강한 세력인 사천당가에 맹주가 직접 온 거다.

“허허, 당가주 내가 옛정이 있어 하는 말인데 지금이라도 포기할 생각이 없소??”

“뭐라!!??”

“다른 곳과 다르게 당가주와 나는 오래된 친우가 아니오?? 내가 옛정을 생각해 하는 말이오.”

“조금 전, 그 입으로 뭐라 말했소? 친우?? 지금 그대와 내가 친우라는 말을 섞을 정도의 정이 남아있소??”

“허허··· 그것참 유감이군.”

“헛소리는 이쯤 하지.”

“그러지. 이미 내 목적은 이루었소. 그러니 이만 가보겠소.”

멈칫-

당장에라도 달려들 거처럼 노려보던 당상문이 순간 화천주에 말을 잘못 들었나 싶어서 멈칫했다.

“뭐라??”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화천주는 정말 무인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겐가!!”

당상문이 호통을 쳤지만 화천주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소?? 목적을 이루었으니 돌아가겠다고.”

목적을 이루었다? 맹주가 이곳에 와서 한 일이라고는 한 번의 공격과 쓸데없는 회유.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들이 등장하고 시간을 끈 것만으로 무언가 이루었다고 말했다.

“과연 그들이 정예를 보냈을까?”

흠칫-

‘설마···’

“급하게 잡은 손은 놓치기 쉬운 법.”

미련없이 뒤를 돌아가는 맹주의 모습에 당상문은 소름이 끼쳤다.

급하게 맺은 동맹에 급하게 추려 보낸 도움의 손길, 그 손길은 너무 약했다.

맹주가 정보를 모두 흘리고 이곳으로 충분히 온 이유, 당가가 모든 오대세가에 연락을 하게 한 이유.

작은 틈을 만들기 위한 맹주의 행동이었다.

작가의말

별점

회당별점 0점
별점주기

댓글을 작성할 수 없는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