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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26. 드러난 맹주의 계획 4

타닥 타닥-

서서는 눈앞에 장작들이 따뜻한 불길을 선사하고 재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울컥했다.

‘내가 희생했어야 했는데.’

이곳이 어딘지는 아직 모른다. 자신을 데려온 복면인이 따로 얘기해주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탁탁-

서서는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주변을 스윽 둘러봤지만 보이는 것은 여전히 낡은 오두막 한 채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다였다.

“대체 여기는 어디지? 분명 동굴 안으로 들어왔는데.”

두리번 두리번-

거기다 꽤 컸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기지개를 켜며 바람을 느끼려던 서서의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바람이 없다!”

동굴이든 어디든 바람은 존재한다.

작은 구멍을 통해서 불어오는 약한 바람이거나, 출구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마련인데 이곳은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서서는 바닥에 X표시를 하고 반대편으로 계속 걸었다.

한 식경의 시간 동안 어디가 끝인지 모를 어둠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갔는데 순간 서서가 멈췄다.

멈칫-

“이건···?”

발끝에 치이는 무언가에 시선을 내렸더니 출발 전 자신이 표시해둔 나뭇가지가 X모양을 하고 놓여있었다.

“같은 공간을 돌았다···”

분명 앞만 보고 나아갔지만 종착지는 제자리! 그렇다면 이곳은.

“진법!!!”

복면인이 자신을 데려온 곳은 다름 아닌 진법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어쩐지 들어오기 전 복면인이 다급하게 돌멩이를 주위에 던지는 모습을 보고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었다.

진법은 예전 오대세가중 하나인 제갈세가에서 주로 사용하던 것으로 그 공간의 궤를 달리하는 무공? 지식?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방법이다.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진법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서 자연의 이치를 건드려야 하므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갈세가가 몰락하고 그 진법을 탐내는 사람이 무수히 많았지만 무림맹의 맹주조차 제갈세가에 쳐들어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진법 때문이다.

진법에 갇히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나올 수 없다.

진법을 펼친 진법가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어서 힘으로 파훼하고 나가는 방법, 그리고 또 하나는 진법의 약점,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해 가는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이 아니라면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자신이 갇힌 진법을 알고 있어 진법의 순리대로 탈출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그런데 서서는 지금 지친 몸으로 진법가보다 내공이 높을 리가 없었고 진법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약점과 진법의 순리를 알 수 없었다.

되든 안 되든 진법을 파훼하려 노력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서서는 주먹을 내렸다.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진심이었다.”

분명 서서가 자신을 두고 도망가려고 했을 때 복면인이 되레 화를 냈었다.

‘구하러 왔는데 어찌 두고 가라고 하느냐!!’

분명 이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서서는 황설횽을 따라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많은 사람을 보면서 사람 보는 눈을 키웠다.

“그 사람은 내게 도움이 된다.”

···

중년인의 모습을 한 남자가 섬서의 한 골목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툭-

그런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한 여인과 어깨가 부딪쳤고 그 여인이 꾸벅 인사하고 걸어가자 중년인도 별말 안 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중년인은 어둠 속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 어떤 불빛도 하늘에 떠 있는 달빛도 없었지만 앞이 보이는지 중년인은 거침없었다.

이윽고 한 허름한 객잔이 눈에 들어오자 규칙적으로 문을 두들겼다.

또독- 똑- 똑- 똑-

그러자 안에서 신경질을 내며 소리쳤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장난인가!!?? 썩 꺼지거라.”

그런데 중년인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문을 살짝 한 번 더 두들겼다.

똑-

끼이익!

그러자 불같이 화를 내던 객잔 주인이 공손하게 문을 열고 중년인을 맏이 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들어가지.”

탁-

허름한 외부와 별반 다를 거 없이 객잔의 내부도 굉장히 지저분했고 천장 구석구석에는 거미줄이 자리를 잡았다.

중년인을 소교주라 부른 객잔 주인이 주방 구석으로 들어가 칼집에 칼을 집어넣으니 큰 소리와 함께 바닥이 벌어졌고 계단이 생겼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객잔 주인에게 받은 야명주를 하나 손에 들고 들어갔다.

꽤 깊은 곳인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일각 정도 걸었다.

마침내 눈앞에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안에서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중년인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눈앞에 보이는 두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천혈천이라 합니다.”

찌익-

고개를 숙인 중년인이 얼굴을 거침없이 뜯어내자 중년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천혈천의 모습이 드러났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처음 뵙소. 용무라 하오.”

천마신교에서 가장 강한 무력집단을 얘기하면 천마대라고 다들 떠올린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교주의 직속 부대인 교대.

그들은 교주의 그림자라 불리며 교주의 명령만 받는 독자적인 부대다.

최소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최고, 최강의 무력부대로 딱 한 번, 정말 딱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바로 풍신 한혁진과 대결을 붙었을 때였다.

그 이후로는 아무런 임무도 받지 않고 그림자 속에서 살아갔기 때문에 천마신교 내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런 교대의 대주인 구자편이 용무와 함께 이곳에 앉아 있었다.

“강호의 선배님들을 보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하, 아닐세 자네 기골이 훌륭하구먼.”

용무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했고 본론을 꺼냈다.

“정말 구했는가? 아가씨를?”

“예. 구했습니다.”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언제 가시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소. 내일 출발해도 괜찮겠소?”

“예. 충분합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이걸로 그 망할 무림맹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소.”

옆에서 듣고 있던 구자편이 용무에게 말했다.

“우리 자환이의 시신은 어떻게 됐는가? 누구의 짓인지 알아냈는가?”

“청산독이요.”

“청산독!?!? 그럼 당가인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화를 내는 구자편을 진정시킨 용무가 말했다.

“당가는 아니오.”

“어떻게 확신하지? 청산독은 당가 내에서도 장로급만 구할 수 있는 극독 중에 극독! 당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쓰지 못한다!”

“당가에 배신자가 있다면?”

“배신자??”

“이 장로 당상천. 그를 무림맹에서 봤소.”

“그럼 이번 일도?!”

“맞소, 구자환은 아가씨를 호위하는 호위무사 그런 그가 살해당하고 아가씨가 무림맹으로 잡혀 갔다면 필시 이 일의 흉수는 무림맹! 그런데 그 무림맹에 무기를 쥐여준 사람은 당가 전체가 아닌 당상천 하나요.”

“크으···!”

쾅!

구자편이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세게 내리쳤고 순간 자신의 앞에 소교주가 있다는 것을 잊은 구자편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소교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어찌 아들이 먼 길을 떠나게 됐는데 화내지 않는 부모가 있을 수 있겠소.”

구자편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용서를 구한 뒤 앉았다.

“당가는 지금 우리 황금장과 손을 잡은 곳. 그러니 당상천의 잘못을 당가로 돌리지는 말아주게. 부탁일세.”

“그렇게 하지. 단! 당상천에 대한 처분은 당가에서도 손대지 말게.”

“그건 내가 책임지고 전하도록 하지.”

용무와 구자편의 대화가 끝나자 천혈천이 품속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혹시 맹주 뒤에 누가 있는지 아십니까?”

멈칫-

천혈천의 말을 들은 두 사람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현재는 무림천하의 시대로 무림맹은 실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데 그 무림맹의 정점인 맹주가 누군가에 사주를 받는다? 그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천혈천이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광교(狂敎)라고 아십니까?”

천혈천의 말에 대답한 사람은 용무였다.

“광교!? 그놈들은 멸문하지 않았는가!?”

“그 광교가 북해빙궁에 몸을 숨겨 힘을 키우고 북해빙궁을 장악.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은밀히 무림에 손길을 뻗쳤습니다.”

“그러면 설마!?”

“맞습니다. 요즘 심상치 않게 들리는 광천파, 혈마교, 그리고 방씨세가. 이 세 곳이 바로 광교의 끄나풀입니다.”

광교(狂敎)란 20년 전 정사대전 보다 더 이전의 세력으로 지금의 맹주 화천주와 교주 천혈극 등이 막 강호에 발을 내디딜 시기에 멸문한 세력이다.

이들의 세력은 정사마 모두가 합쳐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했고 그 괴이한 술법에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에 무림의 불문율을 깨고 황실과 정사마 모두가 손을 잡고 광교를 멸문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광교는 술법을 통해 어떤 무인이든 절정의 고수로 만들어 냈으며 그들은 죽은 자도 살려내 이용했다.

그들이 살려낸 시체들은 신체 능력이 월등히 뛰어났고 만독불침을 가졌으며 팔다리가 잘려도 목만 붙어 있으면 움직였다.

심지어 심장이 찔리고 장기가 모두 빠져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달려든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민심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광신교. 딱 이 말이 어울린다.

그 당시 모든 시민은 광신교라고 할 정도로 그들을 숭배했으며 그들의 말이라면 죽음을 불사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집단이 50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강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있을 수 없다. 내가 직접 그 전쟁에 참여했다! 그 참옥한 전쟁에!!”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찌 맹주의 힘이 이렇게 강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그의 주변에 절정의 고수들이 그렇게 즐비합니까?”

심각한 표정을 지은 용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용무는 그 시절 직접 광교와의 전쟁에 참여했었고 같은 편끼리 물어뜯고 그렇게 죽은 자들이 일어나 다시 물어뜯는 그 참옥한 현장을 다시 떠올리니 오금이 저렸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오!!”

“막아야 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천마신교 내부에도 있습니다.”

쾅!!!

구자편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소교주님!! 명을 내리십시오!! 지금 당장 그자들의 목을 치겠습니다!”

“진정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의 뿌리까지 뽑아낼 수 없습니다. 저와 교주님은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격하게 분노하는 구자편을 뒤로하고 말없이 두려움에 벌벌 떠는 용무에게 천혈천이 부드러운 어조로 부탁했다.

“이제 무림맹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광교! 그 미친 자들과의 싸움입니다.”’

···

촤아아-

한동안 밝게 비추던 해가 구름 뒤로 사라지고 굵은 빗방울이 억세게 내렸다.

“날씨가 좋지 않군요. 이제 출발하시겠습니까?”

천혈천이 피풍의를 둘러쓰고 밖으로 나갔고 그 뒤를 용무와 구자편이 뒤따랐다.

꼬불꼬불 불규칙 적인 길을 걷다가 어느 동굴 아래로 들어간 천혈천이 돌멩이를 뒤로 던졌다.

울렁-

순간 용무와 구자편이 들어온 입구가 크게 울렁이더니 큰 바위로 막혔다.

‘진법!?’

밖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용무는 크게 놀랐다.

실전됐다고 알려지는 진법이 제갈세가도 아닌 마교의 소교주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내심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그들은 하염없이 어둠 속을 걷고 또 걷다가 한 나무 앞에서 멈췄다.

한점의 움직임도 없이 올곧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저 나무 또한 진법이고 이 공간 자체가 진법인 듯했다.

“들어가시죠.”

라고 말을 끝낸 천혈천이 발끝에 놓인 돌멩이를 툭! 하고 걷어차니 서서가 봤던 그 공간에 들어왔다.

“아.. 아가씨!!!”

나무를 넣지도 않았는데 하염없이 타고 있는 장작불을 보며 세월을 세고 있던 서서는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용할아범!!!”

서서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용무에게 안겼다.

“아가씨!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몸은 어떤지요?? 배고프지는 않습니까??”

용무의 따뜻한 말과 진심이 느껴지는 심장 고동 소리가 느껴지자 서서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괜찮아. 할아범··· 그보다 아버지는?? 오라버니도 괜찮고?”

무어라 말을 할까 했던 용무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두.. 모두가 괜찮습니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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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때
26. 드러난 맹주의 계획 4

타닥 타닥-

서서는 눈앞에 장작들이 따뜻한 불길을 선사하고 재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울컥했다.

‘내가 희생했어야 했는데.’

이곳이 어딘지는 아직 모른다. 자신을 데려온 복면인이 따로 얘기해주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탁탁-

서서는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주변을 스윽 둘러봤지만 보이는 것은 여전히 낡은 오두막 한 채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다였다.

“대체 여기는 어디지? 분명 동굴 안으로 들어왔는데.”

두리번 두리번-

거기다 꽤 컸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기지개를 켜며 바람을 느끼려던 서서의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바람이 없다!”

동굴이든 어디든 바람은 존재한다.

작은 구멍을 통해서 불어오는 약한 바람이거나, 출구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마련인데 이곳은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서서는 바닥에 X표시를 하고 반대편으로 계속 걸었다.

한 식경의 시간 동안 어디가 끝인지 모를 어둠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갔는데 순간 서서가 멈췄다.

멈칫-

“이건···?”

발끝에 치이는 무언가에 시선을 내렸더니 출발 전 자신이 표시해둔 나뭇가지가 X모양을 하고 놓여있었다.

“같은 공간을 돌았다···”

분명 앞만 보고 나아갔지만 종착지는 제자리! 그렇다면 이곳은.

“진법!!!”

복면인이 자신을 데려온 곳은 다름 아닌 진법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어쩐지 들어오기 전 복면인이 다급하게 돌멩이를 주위에 던지는 모습을 보고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었다.

진법은 예전 오대세가중 하나인 제갈세가에서 주로 사용하던 것으로 그 공간의 궤를 달리하는 무공? 지식?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방법이다.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진법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서 자연의 이치를 건드려야 하므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갈세가가 몰락하고 그 진법을 탐내는 사람이 무수히 많았지만 무림맹의 맹주조차 제갈세가에 쳐들어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진법 때문이다.

진법에 갇히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나올 수 없다.

진법을 펼친 진법가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어서 힘으로 파훼하고 나가는 방법, 그리고 또 하나는 진법의 약점,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해 가는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이 아니라면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자신이 갇힌 진법을 알고 있어 진법의 순리대로 탈출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그런데 서서는 지금 지친 몸으로 진법가보다 내공이 높을 리가 없었고 진법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약점과 진법의 순리를 알 수 없었다.

되든 안 되든 진법을 파훼하려 노력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서서는 주먹을 내렸다.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진심이었다.”

분명 서서가 자신을 두고 도망가려고 했을 때 복면인이 되레 화를 냈었다.

‘구하러 왔는데 어찌 두고 가라고 하느냐!!’

분명 이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서서는 황설횽을 따라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많은 사람을 보면서 사람 보는 눈을 키웠다.

“그 사람은 내게 도움이 된다.”

···

중년인의 모습을 한 남자가 섬서의 한 골목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툭-

그런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한 여인과 어깨가 부딪쳤고 그 여인이 꾸벅 인사하고 걸어가자 중년인도 별말 안 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중년인은 어둠 속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 어떤 불빛도 하늘에 떠 있는 달빛도 없었지만 앞이 보이는지 중년인은 거침없었다.

이윽고 한 허름한 객잔이 눈에 들어오자 규칙적으로 문을 두들겼다.

또독- 똑- 똑- 똑-

그러자 안에서 신경질을 내며 소리쳤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장난인가!!?? 썩 꺼지거라.”

그런데 중년인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문을 살짝 한 번 더 두들겼다.

똑-

끼이익!

그러자 불같이 화를 내던 객잔 주인이 공손하게 문을 열고 중년인을 맏이 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들어가지.”

탁-

허름한 외부와 별반 다를 거 없이 객잔의 내부도 굉장히 지저분했고 천장 구석구석에는 거미줄이 자리를 잡았다.

중년인을 소교주라 부른 객잔 주인이 주방 구석으로 들어가 칼집에 칼을 집어넣으니 큰 소리와 함께 바닥이 벌어졌고 계단이 생겼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객잔 주인에게 받은 야명주를 하나 손에 들고 들어갔다.

꽤 깊은 곳인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일각 정도 걸었다.

마침내 눈앞에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안에서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중년인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눈앞에 보이는 두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천혈천이라 합니다.”

찌익-

고개를 숙인 중년인이 얼굴을 거침없이 뜯어내자 중년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천혈천의 모습이 드러났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처음 뵙소. 용무라 하오.”

천마신교에서 가장 강한 무력집단을 얘기하면 천마대라고 다들 떠올린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교주의 직속 부대인 교대.

그들은 교주의 그림자라 불리며 교주의 명령만 받는 독자적인 부대다.

최소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최고, 최강의 무력부대로 딱 한 번, 정말 딱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바로 풍신 한혁진과 대결을 붙었을 때였다.

그 이후로는 아무런 임무도 받지 않고 그림자 속에서 살아갔기 때문에 천마신교 내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런 교대의 대주인 구자편이 용무와 함께 이곳에 앉아 있었다.

“강호의 선배님들을 보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하, 아닐세 자네 기골이 훌륭하구먼.”

용무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했고 본론을 꺼냈다.

“정말 구했는가? 아가씨를?”

“예. 구했습니다.”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언제 가시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소. 내일 출발해도 괜찮겠소?”

“예. 충분합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이걸로 그 망할 무림맹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소.”

옆에서 듣고 있던 구자편이 용무에게 말했다.

“우리 자환이의 시신은 어떻게 됐는가? 누구의 짓인지 알아냈는가?”

“청산독이요.”

“청산독!?!? 그럼 당가인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화를 내는 구자편을 진정시킨 용무가 말했다.

“당가는 아니오.”

“어떻게 확신하지? 청산독은 당가 내에서도 장로급만 구할 수 있는 극독 중에 극독! 당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쓰지 못한다!”

“당가에 배신자가 있다면?”

“배신자??”

“이 장로 당상천. 그를 무림맹에서 봤소.”

“그럼 이번 일도?!”

“맞소, 구자환은 아가씨를 호위하는 호위무사 그런 그가 살해당하고 아가씨가 무림맹으로 잡혀 갔다면 필시 이 일의 흉수는 무림맹! 그런데 그 무림맹에 무기를 쥐여준 사람은 당가 전체가 아닌 당상천 하나요.”

“크으···!”

쾅!

구자편이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세게 내리쳤고 순간 자신의 앞에 소교주가 있다는 것을 잊은 구자편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소교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어찌 아들이 먼 길을 떠나게 됐는데 화내지 않는 부모가 있을 수 있겠소.”

구자편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용서를 구한 뒤 앉았다.

“당가는 지금 우리 황금장과 손을 잡은 곳. 그러니 당상천의 잘못을 당가로 돌리지는 말아주게. 부탁일세.”

“그렇게 하지. 단! 당상천에 대한 처분은 당가에서도 손대지 말게.”

“그건 내가 책임지고 전하도록 하지.”

용무와 구자편의 대화가 끝나자 천혈천이 품속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혹시 맹주 뒤에 누가 있는지 아십니까?”

멈칫-

천혈천의 말을 들은 두 사람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현재는 무림천하의 시대로 무림맹은 실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데 그 무림맹의 정점인 맹주가 누군가에 사주를 받는다? 그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천혈천이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광교(狂敎)라고 아십니까?”

천혈천의 말에 대답한 사람은 용무였다.

“광교!? 그놈들은 멸문하지 않았는가!?”

“그 광교가 북해빙궁에 몸을 숨겨 힘을 키우고 북해빙궁을 장악.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은밀히 무림에 손길을 뻗쳤습니다.”

“그러면 설마!?”

“맞습니다. 요즘 심상치 않게 들리는 광천파, 혈마교, 그리고 방씨세가. 이 세 곳이 바로 광교의 끄나풀입니다.”

광교(狂敎)란 20년 전 정사대전 보다 더 이전의 세력으로 지금의 맹주 화천주와 교주 천혈극 등이 막 강호에 발을 내디딜 시기에 멸문한 세력이다.

이들의 세력은 정사마 모두가 합쳐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했고 그 괴이한 술법에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에 무림의 불문율을 깨고 황실과 정사마 모두가 손을 잡고 광교를 멸문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광교는 술법을 통해 어떤 무인이든 절정의 고수로 만들어 냈으며 그들은 죽은 자도 살려내 이용했다.

그들이 살려낸 시체들은 신체 능력이 월등히 뛰어났고 만독불침을 가졌으며 팔다리가 잘려도 목만 붙어 있으면 움직였다.

심지어 심장이 찔리고 장기가 모두 빠져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달려든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민심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광신교. 딱 이 말이 어울린다.

그 당시 모든 시민은 광신교라고 할 정도로 그들을 숭배했으며 그들의 말이라면 죽음을 불사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집단이 50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강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있을 수 없다. 내가 직접 그 전쟁에 참여했다! 그 참옥한 전쟁에!!”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찌 맹주의 힘이 이렇게 강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그의 주변에 절정의 고수들이 그렇게 즐비합니까?”

심각한 표정을 지은 용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용무는 그 시절 직접 광교와의 전쟁에 참여했었고 같은 편끼리 물어뜯고 그렇게 죽은 자들이 일어나 다시 물어뜯는 그 참옥한 현장을 다시 떠올리니 오금이 저렸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오!!”

“막아야 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천마신교 내부에도 있습니다.”

쾅!!!

구자편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소교주님!! 명을 내리십시오!! 지금 당장 그자들의 목을 치겠습니다!”

“진정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의 뿌리까지 뽑아낼 수 없습니다. 저와 교주님은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격하게 분노하는 구자편을 뒤로하고 말없이 두려움에 벌벌 떠는 용무에게 천혈천이 부드러운 어조로 부탁했다.

“이제 무림맹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광교! 그 미친 자들과의 싸움입니다.”’

···

촤아아-

한동안 밝게 비추던 해가 구름 뒤로 사라지고 굵은 빗방울이 억세게 내렸다.

“날씨가 좋지 않군요. 이제 출발하시겠습니까?”

천혈천이 피풍의를 둘러쓰고 밖으로 나갔고 그 뒤를 용무와 구자편이 뒤따랐다.

꼬불꼬불 불규칙 적인 길을 걷다가 어느 동굴 아래로 들어간 천혈천이 돌멩이를 뒤로 던졌다.

울렁-

순간 용무와 구자편이 들어온 입구가 크게 울렁이더니 큰 바위로 막혔다.

‘진법!?’

밖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용무는 크게 놀랐다.

실전됐다고 알려지는 진법이 제갈세가도 아닌 마교의 소교주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내심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그들은 하염없이 어둠 속을 걷고 또 걷다가 한 나무 앞에서 멈췄다.

한점의 움직임도 없이 올곧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저 나무 또한 진법이고 이 공간 자체가 진법인 듯했다.

“들어가시죠.”

라고 말을 끝낸 천혈천이 발끝에 놓인 돌멩이를 툭! 하고 걷어차니 서서가 봤던 그 공간에 들어왔다.

“아.. 아가씨!!!”

나무를 넣지도 않았는데 하염없이 타고 있는 장작불을 보며 세월을 세고 있던 서서는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용할아범!!!”

서서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용무에게 안겼다.

“아가씨!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몸은 어떤지요?? 배고프지는 않습니까??”

용무의 따뜻한 말과 진심이 느껴지는 심장 고동 소리가 느껴지자 서서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괜찮아. 할아범··· 그보다 아버지는?? 오라버니도 괜찮고?”

무어라 말을 할까 했던 용무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두.. 모두가 괜찮습니다. 아가씨.”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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