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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24. 드러난 맹주의 계획 2

굵직한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저마다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 한마디씩 했다.

“자네 그거 들었나?”

“아! 황금장이 마교에 선전포고를 한 거??”

“그래!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그거 참, 나도 궁금하구먼.”

갈색 삿갓을 깊게 눌러쓴 검은 옷의 사내는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지만 청각만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군.’

사내의 발걸음이 더욱더 빨라졌고 이윽고 한 객잔이 눈에 들어왔다.

섬서객잔.

섬서객잔의 위명답게 안에는 살면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쟁쟁한 무인들로 가득했다.

사내가 빈자리에 앉으며 삿갓을 벗자 점소이가 서둘러 뛰어왔다.

“어떤 거로 드릴까요??”

“소면.”

짧게 말한 사내는 점소이의 손에 금화 한 냥을 쥐여주며 조용히 식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자 점소이의 눈이 화전등 만하게 커지더니 자신만 믿으라고 얘기하고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점소이는 소면 한 그릇과 만두 한 접시를 들고나오고 작은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저만의 비밀 공간입니다. 이곳으로 가시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아요.”

라고 말하며 찡긋 웃어 보이고는 또 다른 손님을 향해 총총총 달려갔다.

사내는 기감을 넓혀 주위를 살핀 다음 소면만 한 그릇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내가 일어나 자리를 옮기자 그를 안내했던 점소이가 접시를 치우러 왔고.

스윽-

가득 찬 만두 접시를 들자 그 밑에 작은 종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종이를 아무도 모르게 소매 안으로 넣고 주방으로 향했다.

[小- 맹에 대해서.]

···

“맹주님!! 황금장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호오? 드디어 왔는가?? 안으로 들라 해라.”

“예!”

그러자 다른 이도 아닌 황장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화천주도 황장서가 직접 찾아온 것은 의외라고 생각하는 한편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

“횡금장에 작은 용이 왔군요. 반갑소.”

황장서는 지금 당장 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을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럴 힘도 없었다.

그저 가볍게 포권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반갑습니다. 황장서라 합니다.”

“허허, 이럴 게 아니고 어서 앉으시게.”

상석에 앉아 있는 화천주가 자리를 권하자 마주 보는 자리에 황장서가 앉았다.

“잘 있습니까?”

“허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소.”

스으으-

황장서가 화를 참지 못하고 기운을 끌어올리자 화천주가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시오.”

황장서는 화천주의 살기를 느끼고서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손발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대답해 주십시오.”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의 날씨처럼 화창하지 않을까 싶소.”

꿈틀-

화창? 지금 창밖에는 차가운 눈덩이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뜨거운 태양은 구름 사이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아직 태양으로 봐주는군.’

“더 이상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하하! 재밌는 말을 하시는구려. 그럼 반대로 묻겠소. 지금 심기를 건드리는 쪽이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황장서가 바라보는 화천주는 한 마리의 호랑이였다.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언제든지 자신을 물어뜯을 준비가 된 배고픈 호랑이.

황장서는 몸을 한 번 움찔하더니 대답했다.

“약속을 지키시오, 우리도 지키는 중이니.”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여기까지 온 김에 얼굴이라도 보여주고 싶지만, 날씨가 험해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기 바라오.”

황장서는 방금까지 날씨가 좋다고 지껄이지 않았느냐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솟구쳐 올라왔지만 힘겹게 삼키고 일어섰다.

“화창하게, 언제나 화창하길 바라오.”

탁-

그 말을 끝으로 황장서는 맹주의 집무실을 나갔다.

···

십만대산이 있는 신장과 연결된 다리가 있는 감숙의 한 외각.

거기에 지금 (金)이라 적힌 무복을 입은 수 백 명의 무인들이 서슬 퍼런 눈을 뜨고서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 다리에는 (天)이라 적힌 무복을 입은 수 백 명의 무인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진을 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짙은 살기는 지금이 전시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모두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예!”

황각대의 대주 황서권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무인들을 주의시켰다.

‘적어도 지금 저들과 맞붙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그럴 생각이 없는지 세 명의 사내가 말을 타고 넘어왔다.

“멈춰라!!”

다리를 지키던 무사가 창을 겨누며 소리쳤지만 말을 탄 사내는 콧방귀를 끼며 무시했다.

“흥, 가서 책임자를 불러와라.”

“뭐라!? 이놈!!”

슉-

무사는 날카로운 창을 빠르게 휘둘렀다.

‘됐다!’

분명히 이 거리에서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처참히 무너졌다.

‘가볍다?’

자신이 들고 있는 창이 가볍다고 느껴진 순간 자신의 손이 잡은 부분을 제외하고 창대가 모두 무언가에 베여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두 번의 자비는 없다. 불러.”

고수다. 자신이 어떻게 비벼볼 수도 없는 초고수였다.

남은 창대를 꼭 쥔 무사는 서둘러 천막으로 향했다. 자신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진 것도 모른 채 말이다.

펄럭-

“마교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마교에서!?”

“예!! 지금 다리 앞에 있습니다!!”

황서권은 서둘러 일어나는 한편, 보고를 하러 온 무사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가서 씻고 오거라. 지금 그게 무슨 망신이냐.”

“예??”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본 무사는 얼굴을 붉히고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터벅 터벅-

무사의 안내를 받고 마교에서 온 자들에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짙은 마기에 머리가 삐쭉삐쭉 섰다.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도 말에서 내려오지 않고 그저 빤히 쳐다보는 저 남자들을 보고도 황서권은 화내지 않았고 오히려 인사를 건넸다.

“내가 바로 책임자요.”

“마곡이라 하오.”

“빙빙 돌려 말하는 거는 성격상 안 맞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소. 왜 왔소?”

그러자 천마대의 부대주 마곡은 조소를 흘리며 되물었다.

“하? 내가 물을 말을 왜 그대가 묻소?”

“···”

“왜 황금장이 우리 구역에 쳐들어와서는 살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오?”

황서권은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저 말이 전부 사실이기 때문에.

마교 처지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황금장이 쳐들어온 침입자이기 때문에 저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오히려 바로 전쟁을 걸지 않고 지켜만 보는 것이 특이할 정도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소.”

“사정?? 지금 사정이라고 했소??”

마곡 또한 절정의 고수! 그가 갑자기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자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고 겨누었다.

“무기를 거둬라!”

하지만 황서권은 오히려 황금장의 무인들을 만류했고 마곡의 말에 답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소. 우리는 마교와 싸울 생각이 전혀 없소.”

“그런 자들이 저런 수많은 무인들을 끌고 대 천마신교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거요?”

“크흠···”

“오늘은 그저 경고만 하고 가지만···”

펄럭-

세 명의 사내들이 말 머리를 반대로 돌려 돌아가며 말을 이었다.

“두 번의 경고는 없소. 돌아가시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황서권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경계를 계속해라!”

“예!!”

···

쿠당탕탕!

한 식솔이 부리나케 당상문의 집무실로 달려왔는데 어찌나 급했는지 온갖 집기를 부숴가며 달려왔다.

“가주님!!! 왔습니다!! 답이 왔습니다!”

벌컥-

“이놈! 허락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한 전언이라···”

“뭔데 그리 소란을 핀 것이냐?”

“오대세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갈, 하북, 모용, 남궁세가! 그 모든 세가에서 동의를 표했습니다!!”

“뭐라!!??”

쿠당탕!

당상문이 어찌나 급하게 몸을 일으켰는지 의자가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장식품들이 떨어졌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구나! 어서 그 편지를 주거라!”

“여기 있습니다!”

식솔이 편지를 건넸고 당상문은 다급하게 편지를 풀어 읽었다.

당상문은 편지를 읽는 내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지금 당장 장로들을 모아라!!”

“예!!”

사천당가의 장로들을 모두 소집한 당상문은 오대세가의 입장을 전했고 드디어 복수의 칼날을 꺼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장로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다.

걱정하는 반대파와 흥분하는 긍정파로 나뉘었지만 긍정파가 더 많았고 가주 또한 긍정파인 이유로 전쟁을 결심하게 된다.

거기다 사천당가만 참전하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 오대세가와 황금장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니었다.

가주는 서둘러 황금장에서 보내온 무인에게 오대세가의 입장을 전했고 그 무인은 서둘러 소식을 전하러 달렸다.

그리고 당상문은 서둘러 당미주와 당희를 불렀다.

똑똑-

“사부님 희입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희와 함께 당미주가 들어왔고 탁자 위에는 따뜻한 차가 올려져 있었다.

“오면서 대충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당상문의 눈빛에 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워낙 시끄러워서 말입니다.”

“그러면 얘기하기가 더 쉽겠구나.”

탁자 위에 차를 한 모금 마신 당상문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야. 너가 미주를 지켜주겠니?”

“예??!”

깜짝 놀라 반문 한 사람은 희가 아닌 당미주였다.

“아버지! 저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나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무림맹과 전쟁이 벌어지면 그가 가장 먼저 노릴 사람이 누구일 거 같으냐?”

희와 당미주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황금장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당미주가 가장 위험했다.

“하지만 사부님, 저는 사부님의 염원을 들어 주어야 하는 가장 날카로운 검입니다.”

당상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선두에 서서 적들을 베어 가지 않는다면 당가의 피해는 커질 겁니다.”

“그것도 맞다. 하지만 말이다. 나에게 너희 둘은 자식이다. 가족을 사지로 내몰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사부···”

“아버지···”

당미주는 눈물을 글썽였고 부모님에 대한 기억조차 잊어버린 희는 부정을 느끼며 울컥했다.

“사부님. 하지만 저는 그래도 앞에 나아가 싸우겠습니다. 저의 소중한 당가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희가 굳은 의지를 표하며 말하자 당상문이 곤란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사부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누구입니까!? 사부님의 제자가 아닙니까?”

“흐음··· 그러면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그래! 조건만 수용한다면 내 너의 말을 들어주마.”

“조건이 무엇입니까??”

“조건은···”

···

어두운 골목길. 지금 저 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 없었더라면 이 골목은 어둠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안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한 인영이 보였고 그 인영이 향한 길에 끝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낮에 보았던 섬서객잔의 점소이였다.

“정보는?”

그리고 어둠을 뚫고 나와 갈색 삿갓을 벗는 사내는 다름 아닌 천혈천이었다.

이 여인은 천마신교에서 심어 놓은 첩자로 낮에는 점소이로 밤에는 첩보원으로 활동했다.

천혈천은 지금 황금장의 공녀 황서서를 구하기 위해서 섬서에 몰래 들어왔고 무림맹의 사람들에 잘 아는 첩보원에게 정보를 받기로 한 것이다.

여인은 소매 속에 감춰둔 커다란 두루마리를 건넸다.

“이 안에 내부 지도와 병력 위치, 교대 시간까지 적혀 있습니다.”

“생각보다 훌륭하군.”

“과찬이십니다.”

천혈천은 두루마리를 살짝 펴 보고 안에 내용을 확인한 뒤에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발길을 돌렸다.

그때 여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교주님. 괜찮겠습니까?”

멈칫-

“얼마 전 맹주가 검강을 구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금 무림맹의 전력은 역대 최고라고 전해집니다.”

천혈천은 그녀의 걱정이 내심 기분 좋았다.

피식-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저희 천마신교의 두 번째 용, 그다음 저희를 이끌어 나가실 가장 강한 분입니다.”

“그거 말고 더 필요한가?”

여인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천혈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여인은 그 뒤를 한참이고 바라봤다.

까악- 까악-

까마귀가 기분 나쁘게 울어 댔고 강하게 부는 바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파슥-

순찰을 하던 한 무인이 자신의 귓가에 풀잎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뿐이었다.

“읏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구먼.”

몸을 움츠리고 옷 매무시를 가다듬은 무인은 이어서 순찰을 하였다.

등 뒤에 검은 인영이 처마 밑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도 못 보고 말이다.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24. 드러난 맹주의 계획 2

굵직한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저마다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 한마디씩 했다.

“자네 그거 들었나?”

“아! 황금장이 마교에 선전포고를 한 거??”

“그래!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그거 참, 나도 궁금하구먼.”

갈색 삿갓을 깊게 눌러쓴 검은 옷의 사내는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지만 청각만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군.’

사내의 발걸음이 더욱더 빨라졌고 이윽고 한 객잔이 눈에 들어왔다.

섬서객잔.

섬서객잔의 위명답게 안에는 살면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쟁쟁한 무인들로 가득했다.

사내가 빈자리에 앉으며 삿갓을 벗자 점소이가 서둘러 뛰어왔다.

“어떤 거로 드릴까요??”

“소면.”

짧게 말한 사내는 점소이의 손에 금화 한 냥을 쥐여주며 조용히 식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자 점소이의 눈이 화전등 만하게 커지더니 자신만 믿으라고 얘기하고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점소이는 소면 한 그릇과 만두 한 접시를 들고나오고 작은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저만의 비밀 공간입니다. 이곳으로 가시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아요.”

라고 말하며 찡긋 웃어 보이고는 또 다른 손님을 향해 총총총 달려갔다.

사내는 기감을 넓혀 주위를 살핀 다음 소면만 한 그릇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내가 일어나 자리를 옮기자 그를 안내했던 점소이가 접시를 치우러 왔고.

스윽-

가득 찬 만두 접시를 들자 그 밑에 작은 종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종이를 아무도 모르게 소매 안으로 넣고 주방으로 향했다.

[小- 맹에 대해서.]

···

“맹주님!! 황금장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호오? 드디어 왔는가?? 안으로 들라 해라.”

“예!”

그러자 다른 이도 아닌 황장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화천주도 황장서가 직접 찾아온 것은 의외라고 생각하는 한편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

“횡금장에 작은 용이 왔군요. 반갑소.”

황장서는 지금 당장 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을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럴 힘도 없었다.

그저 가볍게 포권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반갑습니다. 황장서라 합니다.”

“허허, 이럴 게 아니고 어서 앉으시게.”

상석에 앉아 있는 화천주가 자리를 권하자 마주 보는 자리에 황장서가 앉았다.

“잘 있습니까?”

“허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소.”

스으으-

황장서가 화를 참지 못하고 기운을 끌어올리자 화천주가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시오.”

황장서는 화천주의 살기를 느끼고서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손발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대답해 주십시오.”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의 날씨처럼 화창하지 않을까 싶소.”

꿈틀-

화창? 지금 창밖에는 차가운 눈덩이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뜨거운 태양은 구름 사이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아직 태양으로 봐주는군.’

“더 이상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하하! 재밌는 말을 하시는구려. 그럼 반대로 묻겠소. 지금 심기를 건드리는 쪽이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황장서가 바라보는 화천주는 한 마리의 호랑이였다.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언제든지 자신을 물어뜯을 준비가 된 배고픈 호랑이.

황장서는 몸을 한 번 움찔하더니 대답했다.

“약속을 지키시오, 우리도 지키는 중이니.”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여기까지 온 김에 얼굴이라도 보여주고 싶지만, 날씨가 험해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기 바라오.”

황장서는 방금까지 날씨가 좋다고 지껄이지 않았느냐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솟구쳐 올라왔지만 힘겹게 삼키고 일어섰다.

“화창하게, 언제나 화창하길 바라오.”

탁-

그 말을 끝으로 황장서는 맹주의 집무실을 나갔다.

···

십만대산이 있는 신장과 연결된 다리가 있는 감숙의 한 외각.

거기에 지금 (金)이라 적힌 무복을 입은 수 백 명의 무인들이 서슬 퍼런 눈을 뜨고서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 다리에는 (天)이라 적힌 무복을 입은 수 백 명의 무인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진을 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짙은 살기는 지금이 전시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모두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예!”

황각대의 대주 황서권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무인들을 주의시켰다.

‘적어도 지금 저들과 맞붙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그럴 생각이 없는지 세 명의 사내가 말을 타고 넘어왔다.

“멈춰라!!”

다리를 지키던 무사가 창을 겨누며 소리쳤지만 말을 탄 사내는 콧방귀를 끼며 무시했다.

“흥, 가서 책임자를 불러와라.”

“뭐라!? 이놈!!”

슉-

무사는 날카로운 창을 빠르게 휘둘렀다.

‘됐다!’

분명히 이 거리에서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처참히 무너졌다.

‘가볍다?’

자신이 들고 있는 창이 가볍다고 느껴진 순간 자신의 손이 잡은 부분을 제외하고 창대가 모두 무언가에 베여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두 번의 자비는 없다. 불러.”

고수다. 자신이 어떻게 비벼볼 수도 없는 초고수였다.

남은 창대를 꼭 쥔 무사는 서둘러 천막으로 향했다. 자신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진 것도 모른 채 말이다.

펄럭-

“마교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마교에서!?”

“예!! 지금 다리 앞에 있습니다!!”

황서권은 서둘러 일어나는 한편, 보고를 하러 온 무사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가서 씻고 오거라. 지금 그게 무슨 망신이냐.”

“예??”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본 무사는 얼굴을 붉히고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터벅 터벅-

무사의 안내를 받고 마교에서 온 자들에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짙은 마기에 머리가 삐쭉삐쭉 섰다.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도 말에서 내려오지 않고 그저 빤히 쳐다보는 저 남자들을 보고도 황서권은 화내지 않았고 오히려 인사를 건넸다.

“내가 바로 책임자요.”

“마곡이라 하오.”

“빙빙 돌려 말하는 거는 성격상 안 맞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소. 왜 왔소?”

그러자 천마대의 부대주 마곡은 조소를 흘리며 되물었다.

“하? 내가 물을 말을 왜 그대가 묻소?”

“···”

“왜 황금장이 우리 구역에 쳐들어와서는 살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오?”

황서권은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저 말이 전부 사실이기 때문에.

마교 처지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황금장이 쳐들어온 침입자이기 때문에 저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오히려 바로 전쟁을 걸지 않고 지켜만 보는 것이 특이할 정도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소.”

“사정?? 지금 사정이라고 했소??”

마곡 또한 절정의 고수! 그가 갑자기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자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고 겨누었다.

“무기를 거둬라!”

하지만 황서권은 오히려 황금장의 무인들을 만류했고 마곡의 말에 답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소. 우리는 마교와 싸울 생각이 전혀 없소.”

“그런 자들이 저런 수많은 무인들을 끌고 대 천마신교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거요?”

“크흠···”

“오늘은 그저 경고만 하고 가지만···”

펄럭-

세 명의 사내들이 말 머리를 반대로 돌려 돌아가며 말을 이었다.

“두 번의 경고는 없소. 돌아가시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황서권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경계를 계속해라!”

“예!!”

···

쿠당탕탕!

한 식솔이 부리나케 당상문의 집무실로 달려왔는데 어찌나 급했는지 온갖 집기를 부숴가며 달려왔다.

“가주님!!! 왔습니다!! 답이 왔습니다!”

벌컥-

“이놈! 허락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한 전언이라···”

“뭔데 그리 소란을 핀 것이냐?”

“오대세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갈, 하북, 모용, 남궁세가! 그 모든 세가에서 동의를 표했습니다!!”

“뭐라!!??”

쿠당탕!

당상문이 어찌나 급하게 몸을 일으켰는지 의자가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장식품들이 떨어졌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구나! 어서 그 편지를 주거라!”

“여기 있습니다!”

식솔이 편지를 건넸고 당상문은 다급하게 편지를 풀어 읽었다.

당상문은 편지를 읽는 내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지금 당장 장로들을 모아라!!”

“예!!”

사천당가의 장로들을 모두 소집한 당상문은 오대세가의 입장을 전했고 드디어 복수의 칼날을 꺼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장로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다.

걱정하는 반대파와 흥분하는 긍정파로 나뉘었지만 긍정파가 더 많았고 가주 또한 긍정파인 이유로 전쟁을 결심하게 된다.

거기다 사천당가만 참전하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 오대세가와 황금장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니었다.

가주는 서둘러 황금장에서 보내온 무인에게 오대세가의 입장을 전했고 그 무인은 서둘러 소식을 전하러 달렸다.

그리고 당상문은 서둘러 당미주와 당희를 불렀다.

똑똑-

“사부님 희입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희와 함께 당미주가 들어왔고 탁자 위에는 따뜻한 차가 올려져 있었다.

“오면서 대충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당상문의 눈빛에 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워낙 시끄러워서 말입니다.”

“그러면 얘기하기가 더 쉽겠구나.”

탁자 위에 차를 한 모금 마신 당상문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야. 너가 미주를 지켜주겠니?”

“예??!”

깜짝 놀라 반문 한 사람은 희가 아닌 당미주였다.

“아버지! 저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나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무림맹과 전쟁이 벌어지면 그가 가장 먼저 노릴 사람이 누구일 거 같으냐?”

희와 당미주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황금장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당미주가 가장 위험했다.

“하지만 사부님, 저는 사부님의 염원을 들어 주어야 하는 가장 날카로운 검입니다.”

당상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선두에 서서 적들을 베어 가지 않는다면 당가의 피해는 커질 겁니다.”

“그것도 맞다. 하지만 말이다. 나에게 너희 둘은 자식이다. 가족을 사지로 내몰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사부···”

“아버지···”

당미주는 눈물을 글썽였고 부모님에 대한 기억조차 잊어버린 희는 부정을 느끼며 울컥했다.

“사부님. 하지만 저는 그래도 앞에 나아가 싸우겠습니다. 저의 소중한 당가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희가 굳은 의지를 표하며 말하자 당상문이 곤란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사부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누구입니까!? 사부님의 제자가 아닙니까?”

“흐음··· 그러면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그래! 조건만 수용한다면 내 너의 말을 들어주마.”

“조건이 무엇입니까??”

“조건은···”

···

어두운 골목길. 지금 저 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 없었더라면 이 골목은 어둠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안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한 인영이 보였고 그 인영이 향한 길에 끝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낮에 보았던 섬서객잔의 점소이였다.

“정보는?”

그리고 어둠을 뚫고 나와 갈색 삿갓을 벗는 사내는 다름 아닌 천혈천이었다.

이 여인은 천마신교에서 심어 놓은 첩자로 낮에는 점소이로 밤에는 첩보원으로 활동했다.

천혈천은 지금 황금장의 공녀 황서서를 구하기 위해서 섬서에 몰래 들어왔고 무림맹의 사람들에 잘 아는 첩보원에게 정보를 받기로 한 것이다.

여인은 소매 속에 감춰둔 커다란 두루마리를 건넸다.

“이 안에 내부 지도와 병력 위치, 교대 시간까지 적혀 있습니다.”

“생각보다 훌륭하군.”

“과찬이십니다.”

천혈천은 두루마리를 살짝 펴 보고 안에 내용을 확인한 뒤에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발길을 돌렸다.

그때 여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교주님. 괜찮겠습니까?”

멈칫-

“얼마 전 맹주가 검강을 구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금 무림맹의 전력은 역대 최고라고 전해집니다.”

천혈천은 그녀의 걱정이 내심 기분 좋았다.

피식-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저희 천마신교의 두 번째 용, 그다음 저희를 이끌어 나가실 가장 강한 분입니다.”

“그거 말고 더 필요한가?”

여인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천혈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여인은 그 뒤를 한참이고 바라봤다.

까악- 까악-

까마귀가 기분 나쁘게 울어 댔고 강하게 부는 바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파슥-

순찰을 하던 한 무인이 자신의 귓가에 풀잎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뿐이었다.

“읏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구먼.”

몸을 움츠리고 옷 매무시를 가다듬은 무인은 이어서 순찰을 하였다.

등 뒤에 검은 인영이 처마 밑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도 못 보고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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