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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23. 드러난 맹주의 계획

“장주!! 어서 이걸 보십시오!!”

황설횽의 집무실로 식솔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어서! 어서 이걸 보십시오!”

식솔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비단으로 감싼 편지 하나를 건넸다.

황설횽은 조심스럽게 포장을 벗기고 편지를 펼쳐봤다.

후두둑-

편지를 펼치자마자 서서의 머리카락이 떨어지며 바람에 흩날렸다.

이윽고 들어오는 편지내용.

털썩-

황설횽은 무릎을 꿇고 편지를 양손으로 꽉 쥐며 말했다.

“이놈···맹주 네 이놈!!!”

“장주! 진정하십시오. 그러다 또 쓰러지십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어서 장서를 불러와라!!”

“예!!”

식솔은 다급하게 뛰쳐나갔고 황설횽은 머리를 부여잡고 의자에 앉았다.

“이를 어쩔꼬···”

편지에는 서서의 말만 적혀있는 게 아니었다. 맹주의 부탁, 아니 명령이 같이 있었다.

[마교가 참으로 시끄럽소 장주.]

···

휘오오-

십만대산.
십만대산은 산세가 굉장히 험하고 십만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난공불락이라 불린다.

그리고 그 십만대산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천마신교. 단일 세력으로는 그 어떤 문파보다도 강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20년 전 정사대전에 천마신교가 참여하지 않고 방관한다 했을 때 무림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천마신교에서 항상 하는 말이 마교천하인데 어찌하여 무림천하가 되도록 방관했을까?

그건 지금 천마신교를 이끌어가는 절대 고수! 교주의 명 때문이었다.

교주 천혈극은 신화경의 경지를 이룬 마교제일인으로 약육강식의 세계인 마교에서는 정점에 서 있는 자이다.

그런 교주의 명령은 절대적이고 설사 죽음을 강요해도 거리낌 없이 죽는 것이 바로 마인들이다.

물론 천마신교내에서도 아무런 마찰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 장로 각극소와 삼 장로 구향청이 식음을 전폐하며 반대했지만, 교주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 교주의 입지가 마교내에서 많이 약해졌지만 그 절대적인 무력 앞에 감히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천마신교가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림자!! 그림자들을 불러라!”

“일 장로님! 그림자는 감히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교주님의 직속 호위입니다.”

“호위부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게야!!??”

“교주님이 워낙 강하신 바람에 호위부는 천마대로 편입돼 임무에 나갔습니다.”

“제길!! 그럼 어디로 가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냐!?”

“예···”

일 장로 구결채는 교주의 심복으로 마교내에서 교주를 가장 따르고 교주가 가장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구결채한테도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거다.

똑똑-

구결채가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열리고 이 장로와 삼 장로가 들어왔다.

“이거 일 장로님 얼굴이 많이 상하셨소?”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습니까?”

찌릿-

“일없소.”

구결채는 호시탐탐 권력을 엿보는 두 장로를 아니꼽게 여기고 있었다.

“그보다 지금 교주님이 사라지셨다는 소문이 사실이오?”

이 장로와 삼 장로는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구결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헛소문을 믿는 것이오?? 일없소.”

“허허, 그렇지요? 허나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요. 지금 무림맹이 시끄럽다고 하니.”

“무림맹??”

“예. 무림맹의 졸개들이 지금 우리 구역에 들어와 설치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소.”

조용히 듣고 있던 삼 장로가 슬쩍 끼어들었다.

“아! 그래서 이 공자님께서 천마대를 이끌고 토벌을 나갔습니다.”

쾅!!

구결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는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천마대를 교주님의 허락도 없이 출정시켰다!? 지금 뭐하는 짓이오!!!”

“허허허, 일 장로님.  진정하시지요. 그렇다고 무림맹의 졸개들이 설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거 아니요?”

구결채는 그 말도 맞는 말이기 때문에 분했지만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소교주님은 어디로 가신 거요? 이 중요한 시기에 이 공자님에 비해서 공적도 없으시고 매일 술에 찌들어 산다고 하던데···”

“뭐!? 이놈!! 말을 가려서 하지 못할까!! 감히 소교주님을 모욕해!?”

“허허,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니요. 지금 마인들 사이에서도 소교주님의 자질을 의심하는 자들이 나오고 있소.”

“뭐라!? 감히 누가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구결채가 살기를 내뿜자 깜짝 놀란 이 장로가 진정시켰다.

“진정하십시오. 하지만 이 공자님이 공적을 많이 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시 한 번! 그따위 헛소리가 나뒹군다면 그때는 그대들이 뒹굴 것이오.”

이 장로와 삼 장로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구결채보다 무공도 낮았고 서열도 낮았기 때문에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하여튼 교주님께 안부 좀 전해 주시오. 요즘 통 안 보이니 말이오.”

쾅!

문을 부서져라 닫고 나간 삼 장로가 급하게 한마디 더 하며 도망갔다.

“오해하지 마시오!! 바람 때문이오.”

···

펄럭-

검은색 바탕에 황금색의 용 두 마리가 비상하는 모습이 그려진 도포를 입은 거구의 장년인이 한 나무 위에 올라있었다.

철썩-

그 나무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소름 끼칠 정도로 깊은 절벽이 보였고 그 속에서 바위를 깎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장년인은 그 절벽을 내려다보며 술을 한 잔 걸치고 있었다.

“크으!!”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높이에서 술을 마시는 이 모습을 평범한 사람이 본다면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라 생각할 거다.

하지만 무인들이 본다면 오히려 절벽이 불쌍하다 생각 들 것이다.

저 장년인이 바로 십만대산의 주인, 천만 교도의 절정에 서 있는 남자.

신화경의 고수 천혈극이기 때문이다.

천혈극은 왼손에 들고 있던 술 한 병을 모두 마시고 절벽 아래로 던지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새 술병도 절벽 아래로 던졌다.

“망할 놈! 술이나 잔뜩 처먹어라!”

거친 말이 튀어나오는 입과 달리 눈은 슬픔이 가득 차 보였다.

파스스-

그때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나더니 이제 막 약관을 지난 듯한 미남자가 나왔다.

천혈극과 같은 검정 도포를 입었지만 용이 한 마리 부족했다.

“어쩐 일이냐.”

“교주님을 뵙습니다!!”

소교주 천혈천. 어려서부터 무공의 천재라고 불렸고 온갖 영약과 상승 무공을 배우며 자란 자타공인 고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수련을 게을리하고 술과 여자에 빠져 산다는 소문이 돌았고 천혈천의 동생인 이 공자 천혈강이 더 소교주에 어울린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계획은 잘 돼 가고 있느냐?”

“예. 전부 파악했습니다.”

펄럭-

하늘에 닿을 듯이 높았던 나무 꼭대기에서 사뿐히 내려온 천혈극이 도포를 펄럭이며 발길을 재촉했고 그 뒤를 천혈천이 따라갔다.

“누가 연관됐느냐?”

“이 장로 각극소, 천마대 대주 마성천입니다.”

꿈틀-

“마성천?? 확실 하느냐??”

“예. 거기에 화산파가 껴 있습니다.”

“화산파?? 맹주?”

“예.”

쾅!!

천혈극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기운을 폭발시켰다.

“네 이놈들을 그냥!!”

“진정하십시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없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모든 걸 집어삼킬 듯이 날뛰던 기운이 사그라지자 천혈천이 말을 이었다.

“지금 황금장과 무림맹이 대치 중인걸 아십니까?”

“황금장??”

“예. 무림맹에서 황금장에 공녀를 납치했답니다.”

“쯧쯧, 하여튼 썩은 놈들.”

“무림맹이 황금장에 재력을 손에 넣어 그들을 움직이려 합니다. 황금장은 적으로 두면 골치 아프지만 친우로 두면 더 없는 우군이 될겁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다녀오겠습니다. 직접.”

발걸음을 멈춘 천혈극이 돌아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겠느냐?”

“예. 이미 천마대를 제외한 모든 주력 부대들을 설득, 거기에 이 장로, 삼 장로를 제외한 나머지 장로회는 안전합니다.”

“아니. 너의 안전 말이다. 괜찮겠느냐?”

피식-

천혈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

“장주! 이대로 끌려다니실 겁니까?”

“흐음···”

금옥대와 함께 돌아온 용무가 무림맹의 만행을 모두 말하며 그들은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대화를 주장하던 용무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무림맹과 전쟁을 펼치자고 주장했다.

“서서의 머리카락이 왔소···”

흠칫-

황설횽이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꺼내 보여주자 용무의 안색이 굳어졌다.

“사천당가는 뭐라고 합니까?”

“아직 오대세가를 모두 끌어들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시간이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장주···”

탁자 위에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신 용무가 무섭게 입을 열었다.

“마교와 손을 잡는 건 어떻습니까? 그들이 사파이기는 하나 그 세력은 무림맹도 감히 무시할 수 없으니···”

“맹주가 가만히 있겠소? 서서의 목숨이 위험하오.”

당장 맹주가 보내온 편지가 마교를 견제하라는 내용이었는데 마교와 손을 잡는다?

맹주가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활설횽은 누군가 바람같이 나타나 서서를 구하고 무림맹을 흔들어 줬으면 하고 기도만 할 뿐이었다.

···

파파팟-

희의 손을 떠난 비수들이 전방에 나열된 목각 인형에 수도 없이 박혀있었다.

짝짝짝!!

“훌륭하구나!!”

“감사합니다. 사부님!”

“이렇게 이른 시일에 만천화우를 익힌 사람은 네가 처음일 거다.”

희는 당상문의 칭찬에 머쓱해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역시 내 남자야!”

어느새 친해진 당미주가 희를 끌어안았고 갑자기 안긴 희는 눈앞에 당미주의 가슴이 보이자 얼굴을 붉히며 다급하게 벗어났다.

“누..누가 네 남자야!!”

“뭐!!? 그러면 아니야??”

당미주가 입술을 삐쭉 내밀고 팔짱을 끼고서 토라진 모습으로 돌아서자 희는 얼굴이 더욱 새빨개지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맞아.”

“뭐라구?? 잘 안 들리는데??”

“맞다고!!”

희는 비수도 다 챙기지 못하고 연무장을 벗어났고 그 뒷모습을 보며 당상문과 당미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

붉게 물들었던 단풍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해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소복- 소복-

흰 구름들이 입을 쩍 벌리자 그 사이로 순백의 눈이 쏟아져 내려왔다.

“눈이다!! 눈!”

두꺼운 도포를 챙겨 입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뛰어노는 당미주를 보고 희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행복하구나.’

퍽!!

자신의 행복한 감상을 방해하는 차가운 눈덩이가 얼굴에 부딪혀 터져나가자 희가 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소리쳤다.

“가만 안 둬!! 만천화우!!”

희가 순식간에 뭉친 여러 개의 눈덩이를 공중에 뛰어올라 뿌렸다.

“꺄아!! 이건 재능 낭비야!!!”

“맞아라!!”

희는 쉴 틈 없이 눈을 던졌고 당미주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눈덩이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미끌-

그러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눈을 밟고 미끄러졌다.

“꺄악!!”

당미주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공중에 떠올라 떨어졌···

탁!

당미주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던 희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미주를 끌어안았다.

꽈당!

희를 덮치는 모습을 하고 넘어진 당미주가 눈을 뜨고 바라보자 희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

“···”

당미주와 희의 시선이 동시에 내려갔고 그 시선에 끝에는 우물쭈물하는 입술이 있었다.

두근! 두근!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귓가에는 미칠 듯이 날뛰는 심장 소리와 따스한 숨소리만 들렸다.

둘의 얼굴은 떨어진 단풍잎보다도 새빨갰고 서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서서히, 아주 서서히 서로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

입술과 입술이 가까워지자 따스한 숨결이 더 짙게 느껴졌고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팍!

그때 나뭇가지 위에 위태위태하게 뭉쳐있던 눈이 당미주 위로 떨어졌다.

“앗 차가!!”

당미주의 소리에 놀라 눈을 뜬 희는 눈앞에 보이는 입술에 어쩔 줄 몰랐다.

그건 당미주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에 휩쓸려 입술을 빼앗길 뻔했지만 차가운 눈에 맞아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정신이 들고 분위기가 깨지고 나니 머쓱해진 당미주가 서둘러 일어나 눈을 털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 간다!!”

덩그러니···

홀로 눈 위에 앉아 있는 희는 하늘을 원망했다.

“왜!! 왜 그런 거야!!”

그때 희를 향해 세찬 바람이 불었다.

마치 바람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처럼.

- 바람 피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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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때
23. 드러난 맹주의 계획

“장주!! 어서 이걸 보십시오!!”

황설횽의 집무실로 식솔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어서! 어서 이걸 보십시오!”

식솔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비단으로 감싼 편지 하나를 건넸다.

황설횽은 조심스럽게 포장을 벗기고 편지를 펼쳐봤다.

후두둑-

편지를 펼치자마자 서서의 머리카락이 떨어지며 바람에 흩날렸다.

이윽고 들어오는 편지내용.

털썩-

황설횽은 무릎을 꿇고 편지를 양손으로 꽉 쥐며 말했다.

“이놈···맹주 네 이놈!!!”

“장주! 진정하십시오. 그러다 또 쓰러지십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어서 장서를 불러와라!!”

“예!!”

식솔은 다급하게 뛰쳐나갔고 황설횽은 머리를 부여잡고 의자에 앉았다.

“이를 어쩔꼬···”

편지에는 서서의 말만 적혀있는 게 아니었다. 맹주의 부탁, 아니 명령이 같이 있었다.

[마교가 참으로 시끄럽소 장주.]

···

휘오오-

십만대산.
십만대산은 산세가 굉장히 험하고 십만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난공불락이라 불린다.

그리고 그 십만대산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천마신교. 단일 세력으로는 그 어떤 문파보다도 강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20년 전 정사대전에 천마신교가 참여하지 않고 방관한다 했을 때 무림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천마신교에서 항상 하는 말이 마교천하인데 어찌하여 무림천하가 되도록 방관했을까?

그건 지금 천마신교를 이끌어가는 절대 고수! 교주의 명 때문이었다.

교주 천혈극은 신화경의 경지를 이룬 마교제일인으로 약육강식의 세계인 마교에서는 정점에 서 있는 자이다.

그런 교주의 명령은 절대적이고 설사 죽음을 강요해도 거리낌 없이 죽는 것이 바로 마인들이다.

물론 천마신교내에서도 아무런 마찰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 장로 각극소와 삼 장로 구향청이 식음을 전폐하며 반대했지만, 교주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 교주의 입지가 마교내에서 많이 약해졌지만 그 절대적인 무력 앞에 감히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천마신교가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림자!! 그림자들을 불러라!”

“일 장로님! 그림자는 감히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교주님의 직속 호위입니다.”

“호위부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게야!!??”

“교주님이 워낙 강하신 바람에 호위부는 천마대로 편입돼 임무에 나갔습니다.”

“제길!! 그럼 어디로 가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냐!?”

“예···”

일 장로 구결채는 교주의 심복으로 마교내에서 교주를 가장 따르고 교주가 가장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구결채한테도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거다.

똑똑-

구결채가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열리고 이 장로와 삼 장로가 들어왔다.

“이거 일 장로님 얼굴이 많이 상하셨소?”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습니까?”

찌릿-

“일없소.”

구결채는 호시탐탐 권력을 엿보는 두 장로를 아니꼽게 여기고 있었다.

“그보다 지금 교주님이 사라지셨다는 소문이 사실이오?”

이 장로와 삼 장로는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구결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헛소문을 믿는 것이오?? 일없소.”

“허허, 그렇지요? 허나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요. 지금 무림맹이 시끄럽다고 하니.”

“무림맹??”

“예. 무림맹의 졸개들이 지금 우리 구역에 들어와 설치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소.”

조용히 듣고 있던 삼 장로가 슬쩍 끼어들었다.

“아! 그래서 이 공자님께서 천마대를 이끌고 토벌을 나갔습니다.”

쾅!!

구결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는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천마대를 교주님의 허락도 없이 출정시켰다!? 지금 뭐하는 짓이오!!!”

“허허허, 일 장로님.  진정하시지요. 그렇다고 무림맹의 졸개들이 설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거 아니요?”

구결채는 그 말도 맞는 말이기 때문에 분했지만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소교주님은 어디로 가신 거요? 이 중요한 시기에 이 공자님에 비해서 공적도 없으시고 매일 술에 찌들어 산다고 하던데···”

“뭐!? 이놈!! 말을 가려서 하지 못할까!! 감히 소교주님을 모욕해!?”

“허허,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니요. 지금 마인들 사이에서도 소교주님의 자질을 의심하는 자들이 나오고 있소.”

“뭐라!? 감히 누가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구결채가 살기를 내뿜자 깜짝 놀란 이 장로가 진정시켰다.

“진정하십시오. 하지만 이 공자님이 공적을 많이 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시 한 번! 그따위 헛소리가 나뒹군다면 그때는 그대들이 뒹굴 것이오.”

이 장로와 삼 장로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구결채보다 무공도 낮았고 서열도 낮았기 때문에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하여튼 교주님께 안부 좀 전해 주시오. 요즘 통 안 보이니 말이오.”

쾅!

문을 부서져라 닫고 나간 삼 장로가 급하게 한마디 더 하며 도망갔다.

“오해하지 마시오!! 바람 때문이오.”

···

펄럭-

검은색 바탕에 황금색의 용 두 마리가 비상하는 모습이 그려진 도포를 입은 거구의 장년인이 한 나무 위에 올라있었다.

철썩-

그 나무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소름 끼칠 정도로 깊은 절벽이 보였고 그 속에서 바위를 깎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장년인은 그 절벽을 내려다보며 술을 한 잔 걸치고 있었다.

“크으!!”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높이에서 술을 마시는 이 모습을 평범한 사람이 본다면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라 생각할 거다.

하지만 무인들이 본다면 오히려 절벽이 불쌍하다 생각 들 것이다.

저 장년인이 바로 십만대산의 주인, 천만 교도의 절정에 서 있는 남자.

신화경의 고수 천혈극이기 때문이다.

천혈극은 왼손에 들고 있던 술 한 병을 모두 마시고 절벽 아래로 던지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새 술병도 절벽 아래로 던졌다.

“망할 놈! 술이나 잔뜩 처먹어라!”

거친 말이 튀어나오는 입과 달리 눈은 슬픔이 가득 차 보였다.

파스스-

그때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나더니 이제 막 약관을 지난 듯한 미남자가 나왔다.

천혈극과 같은 검정 도포를 입었지만 용이 한 마리 부족했다.

“어쩐 일이냐.”

“교주님을 뵙습니다!!”

소교주 천혈천. 어려서부터 무공의 천재라고 불렸고 온갖 영약과 상승 무공을 배우며 자란 자타공인 고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수련을 게을리하고 술과 여자에 빠져 산다는 소문이 돌았고 천혈천의 동생인 이 공자 천혈강이 더 소교주에 어울린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계획은 잘 돼 가고 있느냐?”

“예. 전부 파악했습니다.”

펄럭-

하늘에 닿을 듯이 높았던 나무 꼭대기에서 사뿐히 내려온 천혈극이 도포를 펄럭이며 발길을 재촉했고 그 뒤를 천혈천이 따라갔다.

“누가 연관됐느냐?”

“이 장로 각극소, 천마대 대주 마성천입니다.”

꿈틀-

“마성천?? 확실 하느냐??”

“예. 거기에 화산파가 껴 있습니다.”

“화산파?? 맹주?”

“예.”

쾅!!

천혈극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기운을 폭발시켰다.

“네 이놈들을 그냥!!”

“진정하십시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없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모든 걸 집어삼킬 듯이 날뛰던 기운이 사그라지자 천혈천이 말을 이었다.

“지금 황금장과 무림맹이 대치 중인걸 아십니까?”

“황금장??”

“예. 무림맹에서 황금장에 공녀를 납치했답니다.”

“쯧쯧, 하여튼 썩은 놈들.”

“무림맹이 황금장에 재력을 손에 넣어 그들을 움직이려 합니다. 황금장은 적으로 두면 골치 아프지만 친우로 두면 더 없는 우군이 될겁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다녀오겠습니다. 직접.”

발걸음을 멈춘 천혈극이 돌아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겠느냐?”

“예. 이미 천마대를 제외한 모든 주력 부대들을 설득, 거기에 이 장로, 삼 장로를 제외한 나머지 장로회는 안전합니다.”

“아니. 너의 안전 말이다. 괜찮겠느냐?”

피식-

천혈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

“장주! 이대로 끌려다니실 겁니까?”

“흐음···”

금옥대와 함께 돌아온 용무가 무림맹의 만행을 모두 말하며 그들은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대화를 주장하던 용무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무림맹과 전쟁을 펼치자고 주장했다.

“서서의 머리카락이 왔소···”

흠칫-

황설횽이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꺼내 보여주자 용무의 안색이 굳어졌다.

“사천당가는 뭐라고 합니까?”

“아직 오대세가를 모두 끌어들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시간이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장주···”

탁자 위에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신 용무가 무섭게 입을 열었다.

“마교와 손을 잡는 건 어떻습니까? 그들이 사파이기는 하나 그 세력은 무림맹도 감히 무시할 수 없으니···”

“맹주가 가만히 있겠소? 서서의 목숨이 위험하오.”

당장 맹주가 보내온 편지가 마교를 견제하라는 내용이었는데 마교와 손을 잡는다?

맹주가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활설횽은 누군가 바람같이 나타나 서서를 구하고 무림맹을 흔들어 줬으면 하고 기도만 할 뿐이었다.

···

파파팟-

희의 손을 떠난 비수들이 전방에 나열된 목각 인형에 수도 없이 박혀있었다.

짝짝짝!!

“훌륭하구나!!”

“감사합니다. 사부님!”

“이렇게 이른 시일에 만천화우를 익힌 사람은 네가 처음일 거다.”

희는 당상문의 칭찬에 머쓱해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역시 내 남자야!”

어느새 친해진 당미주가 희를 끌어안았고 갑자기 안긴 희는 눈앞에 당미주의 가슴이 보이자 얼굴을 붉히며 다급하게 벗어났다.

“누..누가 네 남자야!!”

“뭐!!? 그러면 아니야??”

당미주가 입술을 삐쭉 내밀고 팔짱을 끼고서 토라진 모습으로 돌아서자 희는 얼굴이 더욱 새빨개지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맞아.”

“뭐라구?? 잘 안 들리는데??”

“맞다고!!”

희는 비수도 다 챙기지 못하고 연무장을 벗어났고 그 뒷모습을 보며 당상문과 당미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

붉게 물들었던 단풍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해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소복- 소복-

흰 구름들이 입을 쩍 벌리자 그 사이로 순백의 눈이 쏟아져 내려왔다.

“눈이다!! 눈!”

두꺼운 도포를 챙겨 입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뛰어노는 당미주를 보고 희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행복하구나.’

퍽!!

자신의 행복한 감상을 방해하는 차가운 눈덩이가 얼굴에 부딪혀 터져나가자 희가 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소리쳤다.

“가만 안 둬!! 만천화우!!”

희가 순식간에 뭉친 여러 개의 눈덩이를 공중에 뛰어올라 뿌렸다.

“꺄아!! 이건 재능 낭비야!!!”

“맞아라!!”

희는 쉴 틈 없이 눈을 던졌고 당미주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눈덩이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미끌-

그러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눈을 밟고 미끄러졌다.

“꺄악!!”

당미주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공중에 떠올라 떨어졌···

탁!

당미주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던 희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미주를 끌어안았다.

꽈당!

희를 덮치는 모습을 하고 넘어진 당미주가 눈을 뜨고 바라보자 희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

“···”

당미주와 희의 시선이 동시에 내려갔고 그 시선에 끝에는 우물쭈물하는 입술이 있었다.

두근! 두근!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귓가에는 미칠 듯이 날뛰는 심장 소리와 따스한 숨소리만 들렸다.

둘의 얼굴은 떨어진 단풍잎보다도 새빨갰고 서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서서히, 아주 서서히 서로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

입술과 입술이 가까워지자 따스한 숨결이 더 짙게 느껴졌고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팍!

그때 나뭇가지 위에 위태위태하게 뭉쳐있던 눈이 당미주 위로 떨어졌다.

“앗 차가!!”

당미주의 소리에 놀라 눈을 뜬 희는 눈앞에 보이는 입술에 어쩔 줄 몰랐다.

그건 당미주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에 휩쓸려 입술을 빼앗길 뻔했지만 차가운 눈에 맞아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정신이 들고 분위기가 깨지고 나니 머쓱해진 당미주가 서둘러 일어나 눈을 털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 간다!!”

덩그러니···

홀로 눈 위에 앉아 있는 희는 하늘을 원망했다.

“왜!! 왜 그런 거야!!”

그때 희를 향해 세찬 바람이 불었다.

마치 바람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처럼.

- 바람 피지 말라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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