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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22. 무림맹의 분열 2

지금 점창파의 주력 무인들을 장문인과 함께 섬서 지방에 머물고 있었는데.

장문인은 처형당했고 비밀 장소에 몸을 숨기고 있던 점창파의 무인들은 돌아오지 못할 장문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 점창파에 명령 체계가 흔들렸다.

하급 문도생들은 물을 뜨러 가서 오지 않았고 점창파에 남아있던 몇몇 장로들은 몸을 피하기 급급했다.

그중 유일하게 일 장로 점경각만이 남아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왜 물이 오지 않는가! 거기! 어서 다녀와라!”

“예!!”

이 정도 되면 문제를 알아차려야 했지만, 워낙 경황이 없었고 머리가 돌아가는 자가 없었는지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반 시진의 시간 동안 불을 진압하던 일 장로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불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번지고 생도들이 이리 적은가?’

끄아아악!!

그때 장로의 귀에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런!! 습격이다!! 습격이야!!”

점경각의 다급한 외침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점창파는 모두 검을 빼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고 방치되어 점점 더 커진 불꽃은 모든 건물을 삼키고 있었다.

활활-

타들어 가는 점경각의 속을 대변하듯 뜨거운 화마는 거침없이 점창파의 모든 것을 태우고 있었다.

“제길! 5인 1조로 움직여서 불을 진압해라!!”

“예!!”

가만히 있으면 불에 타 죽을 것이고 따로 다니면 의문의 습격인들에게 죽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점경각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장문인이 계셨더라면···”

며칠 전, 은밀하게 떠난 장문인 점경문을 그리워하고 있을 때, 또 한 명의 생명이 사라졌다.

으아아악!!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물을 뜨러 이동한 생도들이 또 한 번 절규하며 목숨을 잃었다.

점창파의 장로 점경각은 지금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곳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인데 그것은 곧 점창파의 멸문과 같았다.

그 일은 절대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

어린 생도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씩 도망을 쳤다.

하지만 도망의 끝은 죽음뿐이었다.

“끄아아악!!”

점경각은 신경질적으로 땅을 찼다.

“제길!! 제길!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때 점창파의 검술 사범인 점검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장로님! 지금이라도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이러다 불에 타 죽겠습니다!!”

“이놈!! 우리는 대 점창파다!! 이곳을 버리는 것은 우리의 긍지를 버리는 것과 같다!”

이때 다른 생도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목숨이 더 중요하지!! 문파는 무슨 문파야! 나는 살 거야!!”

그렇게 두려움에 벌벌 떨던 한 무리가 불길이 없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안돼!! 그것이 바로 적들이 바라는 것이다!!”

끄악!!

늦었다. 이미 그들은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불길이 없는 방향은 단 하나였다. 누가 봐도 그곳으로 자신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잔뜩 성내며 일렁이는 불꽃들이 자신들을 점점 조여왔고 짙어지는 연기로 인해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장로님!!”

“큽!..”

점경각은 계속, 계속 고민했다. 명예를 저버리고 삶을 유지할 것인가, 삶을 포기하고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꿀꺽-

“우리는··· 지금부터 생로(生路)를 돌파한다!!”

“예!!”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도들의 얼굴에 피어났고 그 어느 때 보다 대답 소리가 우렁찼다.

“모두 떨어지지 않고 저곳으로 돌파한다!! 가자!”

“예!!”

고민을 끝낸 점창파가 모두 뭉쳐서 하나의 생로를 향해 달려갔다.

O의 형태로 진을 짜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생로의 끝에서 수십 명의 복면인이 나타났다.

점창파는 모두 보았다. 생로(生路)가 사로(死路)로 바뀌는 것을.

복면인들이 흉흉한 기운을 내뿜으며 길을 가로막자 장로 점경각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네놈들!! 감히 점창파를 적으로 두고 무사할 거 같으냐!!??”

그러자 복면인들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너희 꼴을 스스로 보아라.”

“하하! 저놈들 다 타버린 장작 같습니다.”

그때 점검수가 화를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앞으로 날아갔다.

타핫-

“네 이놈들!! 감히 점창파를 욕보이다니!!”

복면을 쓴 신리소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는데 그의 검에서는 엄청난 검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흥!”

신리소는 투박하게 검을 내질렀고 일렁이던 검기가 점검수를 향해 쏟아졌다.

슈아악!

“겨우 그깟!!?”

날아가던 점검수도 검에 검기를 눌러 막아보려 했지만 내공에서 큰 차이가 났는지 버티지 못하고 검이 부서지며 그대로 가슴을 크게 베였다.

“끄악!!”

압도적! 신리소는 지금 겁에 질린 점창파에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모든 내공을 끌어 올린 것이다.

“점창파도 별거 없었군??”

명백한 조롱. 하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들의 사부를 일격에 베어버리는 저 무력을 보고 감히 누가 항의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일 장로 점경각 조차도 저 무력에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장로님···”

벌벌 떠는 생도들은 점경각만을 보며 매달렸다.

점경각은 연기에 뒤덮여 희미하게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왜 저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신리소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유언은 그게 다인가??”

찌릿-

점경각은 마지막으로 내공을 모두 끌어 올렸다.

“이놈!!!”

“흥.”

신리소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앞으로 내리며 말했다.

“유언은 다 끝났나 보군. 모두 죽여라.”

“명!!”

학살. 뜨거운 불꽃 속에서 검은 복면인들은 점창파를 학살하고 있었다.

홀로 분투하던 점경각도 신리소와 함께 달려드는 절정의 고수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사방으로 뜨거운 핏물이 튀었다.

그런 핏물을 머금은 불꽃들은 더 사납게 날뛰었고 점창파를 모두 죽였을 때는 시체까지 탐한 불꽃이 점창파를 모두 집어삼켰다.

엄청난 화마에 둘러싸여 활활 타는 점창파의 마지막을 보면서 신리소는 조소를 흘렸다.

“구대문파라고 별거 없구나. 모두 흔적을 지우고 떠난다.”

그렇게 구대문파중 하나였던 점창파가 지도에서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

얼마 후 무림맹은 난리가 났다.

장문인 정경문의 복귀가 늦어지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점창파의 무인들이 들쑤시고 다녔고 그러다 점경문이 반역으로 처형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거기에 운남에 있는 점창파의 본파가 멸문을 당했다는 소문도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그 소식을 들은 점창파의 무인들은 무림맹에 항의를 하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허허, 진정하시오. 이 장로.”

“지금 내가 진정할 수 있을 거라 보는 거요!?? 맹주!?”

“지금 굉장히 흥분하셨소.”

점창파의 이 장로인 점경주는 무림맹에 정확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맹주는 마땅한 조치였다는 말과 함께 유감이라는 말만 전했다.

거기에 나머지 문파들도 자신들의 세력을 보존하고자 몸을 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점창파는 홀로 무림맹에 항의를 하고 있었다.

“점창파를!! 우리 구대문파인 점창파를 어찌 이리 대할 수 있소!?”

이에 맹주 화천주는 조소를 흘리며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렸다.

“하!? 구대문파?? 지금 구대문파라고 했소??”

“그렇소!!”

화천주는 주위에 있던 청성파와 소림사에 물었다.

“우리가 구대문파요???”

“아닙니다! 점창파는 반역으로 제외됐기 때문에 팔대문파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우리는 팔대문파요.”

점경주는 지금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네놈들!!”

점경주가 먼저 검을 뽑자 뒤이어 점창파의 무인들이 모두 검을 뽑았다.

“지금 무림맹에 반역을 하는 것이오?”

“닥쳐라!! 이놈!!”

점경주가 검기를 두르며 화천주를 향해 몸을 던지자 화전주는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검을 뽑았다.

“거.. 검감!?”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다른 문파의 장문인들이 경악했다.

화천주가 신화경에 도달했다는 것은 헛소문으로 치부했지만 검강을 일으킨 화천주를 보니 정말 신화경에 도달한 것이었다.

캉!! 퓨슉-

아무리 뛰어난 검기도 검강을 이길 수는 없었다.

점경주는 화천주의 검 앞에 검이 잘리고 팔도 함께 잘렸다.

“끄아아악!!”

“지금부터 반역 문파인 점창파를 모두 처단한다!!”

화천주의 주변으로 짙은 매화 향이 퍼지더니 사납게 일렁이는 검강이 점창파를 향해 쏟아졌다.

콰콰쾅-

그 신호를 시작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맹주 직속 부대인 맹기대가 점창파를 제압했다.

그렇게 점창파의 피로 흥건해진 무림맹은 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

점창파가 완전히 멸문하고 그 세력을 무림맹, 아니 화산파에서 모두 장악했다.

점창파가 이끌던 사업과 상단은 모두 맹주 화천주가 장악했다.

하지만 그 어떤 문파도 감히 맹주에게 항의할 수 없었다.

점창파와 결전을 펼칠 때 보여줬던 압도적인 무력! 그리고 검강!

신화경에 경지를 이룬 맹주는 이제 무림맹을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서 주무를 수 있었다.

맹주를 등에 업은 화산파는 무림맹 최고의 문파가 됐고 주요 요직에는 모두 화산파가 자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무림맹이 아닌 화산맹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나머지 문파들은 이를 갈았지만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똑-

“들어오시오.”

밝은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맹주의 집무실로 청성파의 장문인 청경결이 들어왔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허허, 둘이 있을 때는 이러지 마시오. 우리는 절친한 친우가 아니오?”

맹주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 함박웃음을 진 청경결이 말을 이었다.

“하하!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그보다. 저번 일에 대한 보상은 언제쯤···”

“아!! 이런 미안하오! 내가 요즘 바빠서 깜빡하고 있었소. 내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겠소!!”

“우리가 어떤 사이인가! 친우가 아닌가? 괘념치 마시게나!! 내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네! 바쁜 일이 마무리되면 천천히 방문해주게.”

“그대의 배려에 내가 아주 감탄했소. 오늘 시간 어떻소? 내가 아주 귀한 술을 얻었는데.”

“친우가 부르면 없던 시간도 만들어서 와야지! 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끝나면 부르시오.”

그렇게 청경결이 호탕하게 웃으면 집무실을 나가자 화천주의 표정이 곧바로 딱딱하게 굳었다.

‘망할 늙은이 자식.’

그렇게 그날 청경결과 화천주는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무림의 앞날을 도모했다.

···

뚜벅 뚜벅-

끼이이익- 철컹!

“맹주님을 뵙습니다!!”

서서의 감옥을 지키던 문지기가 감옥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인사했다.

“허허,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저는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그래, 나가서 기다려주겠나.”

“예!!”

끼이익- 철컹!

문이 닫히고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하하하! 고년 아직도 눈빛이 살아 있구먼.”

“···”

“그거 알고 있나?? 황금장에서 네년을 애타게 찾고 있는 걸??”

흠칫-

자신을 찾아 헤매는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생각나자 서서의 두 눈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래그래, 그 눈빛이야.”

너무 분했다. 저 정파라는 탈을 쓰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가 무림을 이끌어 가는 주인이라는 것이.

“그러지 말고 너에게 좋은 제안을 하러 온 것이니 그리 경계하지 말거라.”

화천주는 감옥 문을 열고서 서서의 바로 앞에 앉았다.

“지금 우리가 황금장을 반역자로 공포하고 압박한다면 황금장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아마 못 버틸 것이다. 아무리 황금장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무림맹의 전력은 역대 최고!

하지만 무림맹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황금장을 친다면 무림맹도 엄청난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약속하지. 네년만 순순히 우리의 말을 따른다면 황금장은 건들지 않겠다.”

서서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떤가? 너의 거처도 이런 음침한 감옥이 아닌 양지로 올려주마. 대신 감시는 붙겠지만.”

서서는 고개를 숙이고 고민했다. 지금 이렇게 감옥에서 살아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황금장이 곤란한 일을 당한다면 정말 죽고 싶을 거 같았다.

서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래! 훌륭하다.”

화천주는 서서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네 입으로 똑똑히 말하거라. 앞으로 나에게 협조하겠느냐?”

질끈-

서서는 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

짝!

화천주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서서의 오른쪽 뺨을 후려쳤다.

“다시 묻겠다. 나에게 복종하겠느냐?”

주르륵-

입안이 터졌는지 붉은 선혈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래.”

짝! 짝!

화천주는 오른쪽 뺨과 왼쪽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복종해라.”

“ㅇ···ㅖ.”

화천주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검을 뽑아 들었다.

날카롭게 갈린 검은 서서를 물어뜯고 싶어 보였다.

서걱-

화천주는 눈에 보이지 않은 속도의 쾌검으로 서서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리고는 서서의 혈도를 다시 한 번 제압하고 족쇄를 풀고 종이와 펜을 던졌다.

“직접 쓰거라. 편지를.”

[아버지, 오라버니. 저를 찾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서서의 처절한 눈물에 반응한 글자들이 검은 먹물을 퍼트리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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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22. 무림맹의 분열 2

지금 점창파의 주력 무인들을 장문인과 함께 섬서 지방에 머물고 있었는데.

장문인은 처형당했고 비밀 장소에 몸을 숨기고 있던 점창파의 무인들은 돌아오지 못할 장문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 점창파에 명령 체계가 흔들렸다.

하급 문도생들은 물을 뜨러 가서 오지 않았고 점창파에 남아있던 몇몇 장로들은 몸을 피하기 급급했다.

그중 유일하게 일 장로 점경각만이 남아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왜 물이 오지 않는가! 거기! 어서 다녀와라!”

“예!!”

이 정도 되면 문제를 알아차려야 했지만, 워낙 경황이 없었고 머리가 돌아가는 자가 없었는지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반 시진의 시간 동안 불을 진압하던 일 장로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불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번지고 생도들이 이리 적은가?’

끄아아악!!

그때 장로의 귀에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런!! 습격이다!! 습격이야!!”

점경각의 다급한 외침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점창파는 모두 검을 빼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고 방치되어 점점 더 커진 불꽃은 모든 건물을 삼키고 있었다.

활활-

타들어 가는 점경각의 속을 대변하듯 뜨거운 화마는 거침없이 점창파의 모든 것을 태우고 있었다.

“제길! 5인 1조로 움직여서 불을 진압해라!!”

“예!!”

가만히 있으면 불에 타 죽을 것이고 따로 다니면 의문의 습격인들에게 죽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점경각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장문인이 계셨더라면···”

며칠 전, 은밀하게 떠난 장문인 점경문을 그리워하고 있을 때, 또 한 명의 생명이 사라졌다.

으아아악!!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물을 뜨러 이동한 생도들이 또 한 번 절규하며 목숨을 잃었다.

점창파의 장로 점경각은 지금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곳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인데 그것은 곧 점창파의 멸문과 같았다.

그 일은 절대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

어린 생도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씩 도망을 쳤다.

하지만 도망의 끝은 죽음뿐이었다.

“끄아아악!!”

점경각은 신경질적으로 땅을 찼다.

“제길!! 제길!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때 점창파의 검술 사범인 점검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장로님! 지금이라도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이러다 불에 타 죽겠습니다!!”

“이놈!! 우리는 대 점창파다!! 이곳을 버리는 것은 우리의 긍지를 버리는 것과 같다!”

이때 다른 생도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목숨이 더 중요하지!! 문파는 무슨 문파야! 나는 살 거야!!”

그렇게 두려움에 벌벌 떨던 한 무리가 불길이 없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안돼!! 그것이 바로 적들이 바라는 것이다!!”

끄악!!

늦었다. 이미 그들은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불길이 없는 방향은 단 하나였다. 누가 봐도 그곳으로 자신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잔뜩 성내며 일렁이는 불꽃들이 자신들을 점점 조여왔고 짙어지는 연기로 인해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장로님!!”

“큽!..”

점경각은 계속, 계속 고민했다. 명예를 저버리고 삶을 유지할 것인가, 삶을 포기하고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꿀꺽-

“우리는··· 지금부터 생로(生路)를 돌파한다!!”

“예!!”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도들의 얼굴에 피어났고 그 어느 때 보다 대답 소리가 우렁찼다.

“모두 떨어지지 않고 저곳으로 돌파한다!! 가자!”

“예!!”

고민을 끝낸 점창파가 모두 뭉쳐서 하나의 생로를 향해 달려갔다.

O의 형태로 진을 짜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생로의 끝에서 수십 명의 복면인이 나타났다.

점창파는 모두 보았다. 생로(生路)가 사로(死路)로 바뀌는 것을.

복면인들이 흉흉한 기운을 내뿜으며 길을 가로막자 장로 점경각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네놈들!! 감히 점창파를 적으로 두고 무사할 거 같으냐!!??”

그러자 복면인들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너희 꼴을 스스로 보아라.”

“하하! 저놈들 다 타버린 장작 같습니다.”

그때 점검수가 화를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앞으로 날아갔다.

타핫-

“네 이놈들!! 감히 점창파를 욕보이다니!!”

복면을 쓴 신리소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는데 그의 검에서는 엄청난 검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흥!”

신리소는 투박하게 검을 내질렀고 일렁이던 검기가 점검수를 향해 쏟아졌다.

슈아악!

“겨우 그깟!!?”

날아가던 점검수도 검에 검기를 눌러 막아보려 했지만 내공에서 큰 차이가 났는지 버티지 못하고 검이 부서지며 그대로 가슴을 크게 베였다.

“끄악!!”

압도적! 신리소는 지금 겁에 질린 점창파에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모든 내공을 끌어 올린 것이다.

“점창파도 별거 없었군??”

명백한 조롱. 하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들의 사부를 일격에 베어버리는 저 무력을 보고 감히 누가 항의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일 장로 점경각 조차도 저 무력에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장로님···”

벌벌 떠는 생도들은 점경각만을 보며 매달렸다.

점경각은 연기에 뒤덮여 희미하게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왜 저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신리소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유언은 그게 다인가??”

찌릿-

점경각은 마지막으로 내공을 모두 끌어 올렸다.

“이놈!!!”

“흥.”

신리소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앞으로 내리며 말했다.

“유언은 다 끝났나 보군. 모두 죽여라.”

“명!!”

학살. 뜨거운 불꽃 속에서 검은 복면인들은 점창파를 학살하고 있었다.

홀로 분투하던 점경각도 신리소와 함께 달려드는 절정의 고수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사방으로 뜨거운 핏물이 튀었다.

그런 핏물을 머금은 불꽃들은 더 사납게 날뛰었고 점창파를 모두 죽였을 때는 시체까지 탐한 불꽃이 점창파를 모두 집어삼켰다.

엄청난 화마에 둘러싸여 활활 타는 점창파의 마지막을 보면서 신리소는 조소를 흘렸다.

“구대문파라고 별거 없구나. 모두 흔적을 지우고 떠난다.”

그렇게 구대문파중 하나였던 점창파가 지도에서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

얼마 후 무림맹은 난리가 났다.

장문인 정경문의 복귀가 늦어지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점창파의 무인들이 들쑤시고 다녔고 그러다 점경문이 반역으로 처형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거기에 운남에 있는 점창파의 본파가 멸문을 당했다는 소문도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그 소식을 들은 점창파의 무인들은 무림맹에 항의를 하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허허, 진정하시오. 이 장로.”

“지금 내가 진정할 수 있을 거라 보는 거요!?? 맹주!?”

“지금 굉장히 흥분하셨소.”

점창파의 이 장로인 점경주는 무림맹에 정확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맹주는 마땅한 조치였다는 말과 함께 유감이라는 말만 전했다.

거기에 나머지 문파들도 자신들의 세력을 보존하고자 몸을 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점창파는 홀로 무림맹에 항의를 하고 있었다.

“점창파를!! 우리 구대문파인 점창파를 어찌 이리 대할 수 있소!?”

이에 맹주 화천주는 조소를 흘리며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렸다.

“하!? 구대문파?? 지금 구대문파라고 했소??”

“그렇소!!”

화천주는 주위에 있던 청성파와 소림사에 물었다.

“우리가 구대문파요???”

“아닙니다! 점창파는 반역으로 제외됐기 때문에 팔대문파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우리는 팔대문파요.”

점경주는 지금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네놈들!!”

점경주가 먼저 검을 뽑자 뒤이어 점창파의 무인들이 모두 검을 뽑았다.

“지금 무림맹에 반역을 하는 것이오?”

“닥쳐라!! 이놈!!”

점경주가 검기를 두르며 화천주를 향해 몸을 던지자 화전주는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검을 뽑았다.

“거.. 검감!?”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다른 문파의 장문인들이 경악했다.

화천주가 신화경에 도달했다는 것은 헛소문으로 치부했지만 검강을 일으킨 화천주를 보니 정말 신화경에 도달한 것이었다.

캉!! 퓨슉-

아무리 뛰어난 검기도 검강을 이길 수는 없었다.

점경주는 화천주의 검 앞에 검이 잘리고 팔도 함께 잘렸다.

“끄아아악!!”

“지금부터 반역 문파인 점창파를 모두 처단한다!!”

화천주의 주변으로 짙은 매화 향이 퍼지더니 사납게 일렁이는 검강이 점창파를 향해 쏟아졌다.

콰콰쾅-

그 신호를 시작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맹주 직속 부대인 맹기대가 점창파를 제압했다.

그렇게 점창파의 피로 흥건해진 무림맹은 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

점창파가 완전히 멸문하고 그 세력을 무림맹, 아니 화산파에서 모두 장악했다.

점창파가 이끌던 사업과 상단은 모두 맹주 화천주가 장악했다.

하지만 그 어떤 문파도 감히 맹주에게 항의할 수 없었다.

점창파와 결전을 펼칠 때 보여줬던 압도적인 무력! 그리고 검강!

신화경에 경지를 이룬 맹주는 이제 무림맹을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서 주무를 수 있었다.

맹주를 등에 업은 화산파는 무림맹 최고의 문파가 됐고 주요 요직에는 모두 화산파가 자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무림맹이 아닌 화산맹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나머지 문파들은 이를 갈았지만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똑-

“들어오시오.”

밝은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맹주의 집무실로 청성파의 장문인 청경결이 들어왔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허허, 둘이 있을 때는 이러지 마시오. 우리는 절친한 친우가 아니오?”

맹주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 함박웃음을 진 청경결이 말을 이었다.

“하하!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그보다. 저번 일에 대한 보상은 언제쯤···”

“아!! 이런 미안하오! 내가 요즘 바빠서 깜빡하고 있었소. 내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겠소!!”

“우리가 어떤 사이인가! 친우가 아닌가? 괘념치 마시게나!! 내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네! 바쁜 일이 마무리되면 천천히 방문해주게.”

“그대의 배려에 내가 아주 감탄했소. 오늘 시간 어떻소? 내가 아주 귀한 술을 얻었는데.”

“친우가 부르면 없던 시간도 만들어서 와야지! 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끝나면 부르시오.”

그렇게 청경결이 호탕하게 웃으면 집무실을 나가자 화천주의 표정이 곧바로 딱딱하게 굳었다.

‘망할 늙은이 자식.’

그렇게 그날 청경결과 화천주는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무림의 앞날을 도모했다.

···

뚜벅 뚜벅-

끼이이익- 철컹!

“맹주님을 뵙습니다!!”

서서의 감옥을 지키던 문지기가 감옥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인사했다.

“허허,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저는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그래, 나가서 기다려주겠나.”

“예!!”

끼이익- 철컹!

문이 닫히고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하하하! 고년 아직도 눈빛이 살아 있구먼.”

“···”

“그거 알고 있나?? 황금장에서 네년을 애타게 찾고 있는 걸??”

흠칫-

자신을 찾아 헤매는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생각나자 서서의 두 눈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래그래, 그 눈빛이야.”

너무 분했다. 저 정파라는 탈을 쓰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가 무림을 이끌어 가는 주인이라는 것이.

“그러지 말고 너에게 좋은 제안을 하러 온 것이니 그리 경계하지 말거라.”

화천주는 감옥 문을 열고서 서서의 바로 앞에 앉았다.

“지금 우리가 황금장을 반역자로 공포하고 압박한다면 황금장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아마 못 버틸 것이다. 아무리 황금장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무림맹의 전력은 역대 최고!

하지만 무림맹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황금장을 친다면 무림맹도 엄청난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약속하지. 네년만 순순히 우리의 말을 따른다면 황금장은 건들지 않겠다.”

서서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떤가? 너의 거처도 이런 음침한 감옥이 아닌 양지로 올려주마. 대신 감시는 붙겠지만.”

서서는 고개를 숙이고 고민했다. 지금 이렇게 감옥에서 살아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황금장이 곤란한 일을 당한다면 정말 죽고 싶을 거 같았다.

서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래! 훌륭하다.”

화천주는 서서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네 입으로 똑똑히 말하거라. 앞으로 나에게 협조하겠느냐?”

질끈-

서서는 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

짝!

화천주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서서의 오른쪽 뺨을 후려쳤다.

“다시 묻겠다. 나에게 복종하겠느냐?”

주르륵-

입안이 터졌는지 붉은 선혈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래.”

짝! 짝!

화천주는 오른쪽 뺨과 왼쪽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복종해라.”

“ㅇ···ㅖ.”

화천주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검을 뽑아 들었다.

날카롭게 갈린 검은 서서를 물어뜯고 싶어 보였다.

서걱-

화천주는 눈에 보이지 않은 속도의 쾌검으로 서서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리고는 서서의 혈도를 다시 한 번 제압하고 족쇄를 풀고 종이와 펜을 던졌다.

“직접 쓰거라. 편지를.”

[아버지, 오라버니. 저를 찾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서서의 처절한 눈물에 반응한 글자들이 검은 먹물을 퍼트리며 울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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