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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21. 무림맹의 분열

어둠이 모든 걸 집어삼킨 어느 밤.

스스슥-

이름 모를 산속에 수 많은 사람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느 허름한 오두막에서 발길을 멈췄다.

똑. 또독. 똑.

끼이이익-

규칙적으로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조용히 문이 열렸고 그 안은 여러 개의 호롱불이 밝혀주고 있었다.

“다들 먼저 와 계셨구려.”

백발의 머리가 무성한 장년이 가볍게 읍을 하며 들어오자 장내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봤다.

“나무아미타불. 조금 늦으셨소?”

“꽤 오래 걸리셨습니다.”

“허허, 오는 길이 험하니 그럴 수도 있지요.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자 가볍게 묵례를 하고 남은 자리에 가서 앉았다.

빈자리가 모두 채워지자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노인이 일어섰다.

“모두 이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 회의를 주최한 점창파의 장문인 점경문입니다.”

점경문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다들 저마다 읍을 하며 인사했다.

“무량수불. 반갑소이다.”

“점창파의 위명은 익히 들었소.”

“반갑소이다.”

점경문은 천천히 자리에 앉더니 큰 지도를 꺼내 펼쳤다.

촤르륵-

그 지도에는 여러 군데에 X라고 표시가 돼 있었고 몇 군데에는 鬪(투)라고 적혀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시주께서 우리를 모두 모은 이유가 이 지도입니까?”

“예. 제가 오늘 바쁘신 여러분들을 모은 이유가 이겁니다. 혹시 이 지도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아십니까?”

다들 지도를 바라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딱 한 사람만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쾅!!

“이건!!??”

책상을 내리친 거구의 장년은 떠오르는 분노에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청성파 장문인.”

“어찌 이런 일이!!!”

나머지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그저 가만히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청성파의 장문인 청경결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거 제가 실수를 했군요.”

“아닙니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점경문이 무어라 말하려 하자 청경결이 손을 들어 제지하고 말했다.

“얼마 전, 우리 청성파가 관리하던 상단 두 군데가 의문의 복면인들에게 습격을 당해 문을 닫은 것을 다들 알고 계십니까?”

“크흡..”

“나무아미타불..”

“흐음..”

여기에 있는 문파들은 화산파를 제외한 나머지 팔대문파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다들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정보단을 꾸려 정보를 모으고 있었으니 모를 리는 없었지만 그런 큰일이 있었는데도 따로 위로를 건넨 적이 없으므로 모르는 척 넘어갔다.

“이 지도에 X표시가 바로 저희 상단들이 당한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

청경결은 투(鬪)라고 써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곳이 바로 방씨세가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세가와 다툼이 붙은 곳입니다.”

“방씨세가??”

“거기는 또 어디인가??”

웅성거림이 커지자 점경문이 손뼉을 치며 주위를 집중시켰다.

짝짝-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들 자세히 봐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다들 머릿속에서 지우셨겠지만 모두 의문의 세력에게 당한 곳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자세히 지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러자 탄식을 자아 했다.

“무량수불··· 이럴 수가.”

“여긴!!??”

“허허··· 정말이오!”

점경문이 어떤 서찰을 꺼내 펼쳤다.

[매(梅)에 반하는 세력을 모두 처리하라.]

“이건!!??”

“예, 맞습니다. 지금 가장 큰 세력이 누구입니까?”

모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화산파, 맹주 화천주.’

다들 마른 침을 꿀꺽 삼켰고 그 침묵을 점경문이 깼다.

“손을 잡읍시다.”

···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내는 산속 바위 위에서 술을 마시는 화천주의 곁으로 복면인의 사내가 떨어져 내려왔다.

타닷-

“모두 모여 있습니다.”

“자신 있는가?”

“예.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거행하라.”

“명!!”

멀어져 가는 복면인의 뒷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화천주는 씨익 웃었다.

‘드디어 내 손으로 들어오는구나.’

···

“손을 잡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우리 나머지 문파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

다들 눈치만 보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열지 않자 점경문이 말했다.

“바로!! 바로 서로를 너무 견제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크흡···”

“허허···”

모두 정곡을 찔렸는지 눈을 피하며 기침만 해댔다.

“우리 정파가 언제부터 이리 변했습니까!? 우리 구대문파가! 언제부터 이리 흩어졌습니까!?”

내공을 담은 진중한 외침이 귓가로 쏙쏙 들어왔다.

“잡읍시다! 손을 잡고! 밀어냅시다!! 우리 무림맹이 언제부터 화산파의 문파가 됐습니까!? 무림맹이!!”

점경문의 마음을 다한 말은 모두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지금부터 우리 팔대문파는 화산파를 밀어냅시다!! 무림맹을! 밀어냅시다!!”

쾅!!!

그때 오두막의 문이 거칠게 부서지며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장문인들의 목에 검을 겨눴고 특히 점창파의 장문인인 점경문은 점혈을 짚었다.

“이게 무슨!!??”

“나무아미타불. 이게 무슨 일이오!?”

부서진 문으로 사나운 바람과 함께 한 장년이 들어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사선으로 길게 칼자국이 나 있었다.

“반가운 얼굴이 참으로 많소.”

“맹주!!??”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맹주의 반하고 힘을 모으자고 모인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그 자리에 맹주가 나타났으니 다들 기분이 어떠할까?

‘오싹하다.’

“허허, 소현승 오랜만에 보오. 그간 잘 지냈소?”

“나무아미타불, 맹주께서 살펴준 덕에 잘 지내고 있소이다.”

“그거 참 다행입니다. 하하하!! 한데 다들 여기에서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길래 이리 모여있소?”

멈칫-

“어찌 다들 말이 없소? 혹시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라도 했소?”

꿀꺽-

‘다 알고 왔구나. 어째서지? 이 안에 누군가 맹주의 첩자가 있는 것인 것?’

점경문은 눈동자를 열심히 굴려가며 상황을 파악해보려 애썼지만 이미 점혈 당한 몸으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 지도는 또 무엇이오?”

탁자 위에 길게 펼쳐진 지도를 화천주가 손에 들자 모두 탄식을 흘렸다.

“허허,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지도를 그린 것이오?? 혹시 곤륜파에서 그랬소?”

“무량수불, 아..닙니다.”

“그러면 종남파에서 그런 거요?”

“아닙니다!!”

“그러면 이 엉터리 지도는 대체 누가 그린 것이오??”

그러자 장문인들은 일제히 점경문을 바라봤고 그 시선을 따라서 화천주도 점경문을 바라봤다.

‘이건 어쩔 수 없구나.’

“혹시 이걸 점창파에서 가져온 것이오?”

“···”

“어찌 말이 없소?? 아, 혈을 짚었구려. 그런데 미안하오. 이미 모두가 그대라 얘기하고 있소. 안 그렇소?”

화천주가 주위에 장문인들을 스윽 훑어보자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이건 점창파가 가져 왔소.”

“우리는 그저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오···”

“점창파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벌인 것이오?”

화천주는 그들의 말을 하나하나 듣더니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역시, 내가 그대들을 오해할 뻔했소.”

그 말을 들은 장문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맹주에게 아직 우리는 쓸모가 있다는 건가?’

화천주는 좌중을 스윽 둘러보더니 손짓했다.

“그러면 모두 나와 보시겠소?”

화천주가 먼저 밖으로 향하자 눈치를 보던 장문인들도 모두 발길을 옮겼고 가장 마지막으로 점경문을 맹기대가 끌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더 많은 무인이 서슬 퍼런 눈빛을 하며 서 있었다.

“다들 왜 그리 긴장하시오. 누가 보면 그대들도 점창파와 같이 반역을 저지른 줄 알겠소. 하하하!!”

흠칫-

“하하···맹주님도 참··· 그런 농을.”

“무량수불···”

“허허, 그런 말씀은 농으로라도 꺼내지 마십시오. 맹주님.”

화천주의 뒤를 따라서 걸어나가자 자연스럽게 무인들에게 포위된 모양으로 자리했다.

“자, 그러면 점창파에 대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화천주가 천천히 뒤를 돌더니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모두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허허, 다들 어찌하여 아무 말도 없소?? 우리! 무림맹이 이렇게 가벼운 곳이었소?”

“예??”

“우리 무림맹이!! 언제부터 이렇게 인자한 곳이 됐습니까!? 무림맹이! 언제부터! 반역에 이리 인자했습니까!?”

점경문은 눈을 감았다.

‘모두 들었다.’

휘오오-

점경문은 지금 부는 이 싸늘한 바람이 오늘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화천주는 천천히 느긋하게 모든 장문인을 압박하며 이 분위기를 즐겼다.

‘진작 이럴 것이지.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들. 쯧.’

화천주가 손을 들자 점경문을 부축하고 있던 무인들이 맹주 앞으로 점경문을 끌고 왔다.

“다들 하나만 묻겠습니다. 정사대전이 끝나고 반역은 어떻게 처리하기로 정했습니까?”

“···”

“···”

서로 눈치만 보며 어떤 말도 하지 않자 화천주는 목소리를 올려 다시 물었다.

“오대세가를!! 오대세가를 밀어내며 무어라 얘기했습니까!?”

“···”

“···.”

“죽음! 죽음이라 말했습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다들 화천주의 눈빛을 피하고 애꿎은 하늘만 바라봤지만, 하늘에는 어느새 다가온 구름들이 달빛조차 가리고 있었다.

정적. 화천주는 말을 잇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스릉-

그러더니 조용히 검을 꺼냈지만 검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소름 끼치는 검명을 내며 뽑혔다.

화천주는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말했다.

“반역은 죽음이오. 모두 알겠소??”

그 말에 하늘을 보던 장문인들이 모두 화천주를 바라보자 그 순간.

댕강- 데구르르···

운남을 주름잡고 엄청난 위명을 떨치던 점창파의 장문인의 머리는 너무나 손쉽게 떨어졌다.

목을 잃은 몸뚱어리는 새빨간 피를 하늘로 뿜어대며 서서히 무너졌다.

털썩···

“모두 잘 알아들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우리 무림맹은 하나입니다. 모두 아시겠소?”

화천주를 바라보는 장문인들을 장악하고 있는 이 기분은 두려움.

‘마귀가 맹(盟)의 주인이 되니 무림의 맹(氓)은 삶을 잃는구나.’

···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매끈했던 피부는 푸석푸석해졌고 몸은 앙상했다.

철컹-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서 손을 당겨봤지만, 여전히 족쇄에 묶여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 아직도 움직일 힘이 있나 봐?”

서서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감옥을 지키는 무인이 슬쩍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서서는 입을 열 힘도 없었는지 그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하하, 고년 아직도 눈이 살아있네. 어린 년이 대단해.”

핥짝-

무인은 그런 서서를 보고 자신의 입술 주위를 혀끝으로 음란하게 핥았다.

“더 탐나게 말이지.”

움찔-

지난 며칠 간의 일을 떠올리자 서서는 두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과도 같았던 나날들.

자신의 인권도 자신의 의지도 무시된 채로 범해졌던 그 지옥 같은 밤을 떠올리면 죽고 싶었다.

서서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고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아버지··· 오라버니··· 희야···’

···

구파 중에서 가장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창파는 검법을 주로 사용하긴 했지만, 신법으로 유명한 문파였다.

그들의 신법은 정말 신묘했지만 검법이 워낙 뒤떨어져서 실질적인 무력은 구파 중에서 가장 약했다.

세력이 가장 부족한 점창파는 항상 구파에게 무시를 당해왔고 겨우겨우 구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언제 제외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문파였다.

정사대전 이후 비교적 먼 곳에 자리했던 점창파는 세력을 온전히 지키고 그 세력을 더욱 키워서 지금은 구대문파에서 손꼽히는 가문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그 점창파가 지금 의문의 세력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

“불을 꺼라!! 불을 먼저 진압해!”

점창파의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불길이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화마가 점창파를 덮쳤다.

“물이 부족해! 어서 물을 가져와라!”

그래도 역시 대문파인 만큼 대처가 꽤 빨랐고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예! 너희! 어서 나를 따라와라!”

높은 직책이 있는 것 같은 사내가 바가지를 들고 있는 문도생들에게 명령했다.

“예!!”

근처 우물로 달려온 그들은 빠르게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물을 받아가는 속도가 점점 줄더니 물이 쌓여만 갔다.

“이 급한 시기에 뭐 하는 것이냐!! 어서 물을 나르지 못할까!?”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내가 주위를 둘러봤는데 물을 나르던 문도생들이 모두 시체로 변해있었다.

“이게 무슨!?”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목이 떨어졌다.

“이곳은 모두 정리했습니다.”

“1조는 외각을 포위하고 2조는 3조를 도와 내성으로 들어간다.”

“명!”

30명의 복면인이 명령에 따라서 빠르게 이동했다.

어떻게 조금 전에 반역으로 처형당한 점창파가 같은 시간에 공격을 당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명령을 내린 신리소가 바라보는 산에서 뿌연 연기만이 올라올 뿐이다.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21. 무림맹의 분열

어둠이 모든 걸 집어삼킨 어느 밤.

스스슥-

이름 모를 산속에 수 많은 사람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느 허름한 오두막에서 발길을 멈췄다.

똑. 또독. 똑.

끼이이익-

규칙적으로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조용히 문이 열렸고 그 안은 여러 개의 호롱불이 밝혀주고 있었다.

“다들 먼저 와 계셨구려.”

백발의 머리가 무성한 장년이 가볍게 읍을 하며 들어오자 장내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봤다.

“나무아미타불. 조금 늦으셨소?”

“꽤 오래 걸리셨습니다.”

“허허, 오는 길이 험하니 그럴 수도 있지요.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자 가볍게 묵례를 하고 남은 자리에 가서 앉았다.

빈자리가 모두 채워지자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노인이 일어섰다.

“모두 이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 회의를 주최한 점창파의 장문인 점경문입니다.”

점경문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다들 저마다 읍을 하며 인사했다.

“무량수불. 반갑소이다.”

“점창파의 위명은 익히 들었소.”

“반갑소이다.”

점경문은 천천히 자리에 앉더니 큰 지도를 꺼내 펼쳤다.

촤르륵-

그 지도에는 여러 군데에 X라고 표시가 돼 있었고 몇 군데에는 鬪(투)라고 적혀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시주께서 우리를 모두 모은 이유가 이 지도입니까?”

“예. 제가 오늘 바쁘신 여러분들을 모은 이유가 이겁니다. 혹시 이 지도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아십니까?”

다들 지도를 바라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딱 한 사람만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쾅!!

“이건!!??”

책상을 내리친 거구의 장년은 떠오르는 분노에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청성파 장문인.”

“어찌 이런 일이!!!”

나머지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그저 가만히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청성파의 장문인 청경결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거 제가 실수를 했군요.”

“아닙니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점경문이 무어라 말하려 하자 청경결이 손을 들어 제지하고 말했다.

“얼마 전, 우리 청성파가 관리하던 상단 두 군데가 의문의 복면인들에게 습격을 당해 문을 닫은 것을 다들 알고 계십니까?”

“크흡..”

“나무아미타불..”

“흐음..”

여기에 있는 문파들은 화산파를 제외한 나머지 팔대문파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다들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정보단을 꾸려 정보를 모으고 있었으니 모를 리는 없었지만 그런 큰일이 있었는데도 따로 위로를 건넨 적이 없으므로 모르는 척 넘어갔다.

“이 지도에 X표시가 바로 저희 상단들이 당한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

청경결은 투(鬪)라고 써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곳이 바로 방씨세가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세가와 다툼이 붙은 곳입니다.”

“방씨세가??”

“거기는 또 어디인가??”

웅성거림이 커지자 점경문이 손뼉을 치며 주위를 집중시켰다.

짝짝-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들 자세히 봐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다들 머릿속에서 지우셨겠지만 모두 의문의 세력에게 당한 곳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자세히 지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러자 탄식을 자아 했다.

“무량수불··· 이럴 수가.”

“여긴!!??”

“허허··· 정말이오!”

점경문이 어떤 서찰을 꺼내 펼쳤다.

[매(梅)에 반하는 세력을 모두 처리하라.]

“이건!!??”

“예, 맞습니다. 지금 가장 큰 세력이 누구입니까?”

모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화산파, 맹주 화천주.’

다들 마른 침을 꿀꺽 삼켰고 그 침묵을 점경문이 깼다.

“손을 잡읍시다.”

···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내는 산속 바위 위에서 술을 마시는 화천주의 곁으로 복면인의 사내가 떨어져 내려왔다.

타닷-

“모두 모여 있습니다.”

“자신 있는가?”

“예.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거행하라.”

“명!!”

멀어져 가는 복면인의 뒷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화천주는 씨익 웃었다.

‘드디어 내 손으로 들어오는구나.’

···

“손을 잡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우리 나머지 문파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

다들 눈치만 보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열지 않자 점경문이 말했다.

“바로!! 바로 서로를 너무 견제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크흡···”

“허허···”

모두 정곡을 찔렸는지 눈을 피하며 기침만 해댔다.

“우리 정파가 언제부터 이리 변했습니까!? 우리 구대문파가! 언제부터 이리 흩어졌습니까!?”

내공을 담은 진중한 외침이 귓가로 쏙쏙 들어왔다.

“잡읍시다! 손을 잡고! 밀어냅시다!! 우리 무림맹이 언제부터 화산파의 문파가 됐습니까!? 무림맹이!!”

점경문의 마음을 다한 말은 모두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지금부터 우리 팔대문파는 화산파를 밀어냅시다!! 무림맹을! 밀어냅시다!!”

쾅!!!

그때 오두막의 문이 거칠게 부서지며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장문인들의 목에 검을 겨눴고 특히 점창파의 장문인인 점경문은 점혈을 짚었다.

“이게 무슨!!??”

“나무아미타불. 이게 무슨 일이오!?”

부서진 문으로 사나운 바람과 함께 한 장년이 들어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사선으로 길게 칼자국이 나 있었다.

“반가운 얼굴이 참으로 많소.”

“맹주!!??”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맹주의 반하고 힘을 모으자고 모인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그 자리에 맹주가 나타났으니 다들 기분이 어떠할까?

‘오싹하다.’

“허허, 소현승 오랜만에 보오. 그간 잘 지냈소?”

“나무아미타불, 맹주께서 살펴준 덕에 잘 지내고 있소이다.”

“그거 참 다행입니다. 하하하!! 한데 다들 여기에서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길래 이리 모여있소?”

멈칫-

“어찌 다들 말이 없소? 혹시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라도 했소?”

꿀꺽-

‘다 알고 왔구나. 어째서지? 이 안에 누군가 맹주의 첩자가 있는 것인 것?’

점경문은 눈동자를 열심히 굴려가며 상황을 파악해보려 애썼지만 이미 점혈 당한 몸으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 지도는 또 무엇이오?”

탁자 위에 길게 펼쳐진 지도를 화천주가 손에 들자 모두 탄식을 흘렸다.

“허허,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지도를 그린 것이오?? 혹시 곤륜파에서 그랬소?”

“무량수불, 아..닙니다.”

“그러면 종남파에서 그런 거요?”

“아닙니다!!”

“그러면 이 엉터리 지도는 대체 누가 그린 것이오??”

그러자 장문인들은 일제히 점경문을 바라봤고 그 시선을 따라서 화천주도 점경문을 바라봤다.

‘이건 어쩔 수 없구나.’

“혹시 이걸 점창파에서 가져온 것이오?”

“···”

“어찌 말이 없소?? 아, 혈을 짚었구려. 그런데 미안하오. 이미 모두가 그대라 얘기하고 있소. 안 그렇소?”

화천주가 주위에 장문인들을 스윽 훑어보자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이건 점창파가 가져 왔소.”

“우리는 그저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오···”

“점창파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벌인 것이오?”

화천주는 그들의 말을 하나하나 듣더니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역시, 내가 그대들을 오해할 뻔했소.”

그 말을 들은 장문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맹주에게 아직 우리는 쓸모가 있다는 건가?’

화천주는 좌중을 스윽 둘러보더니 손짓했다.

“그러면 모두 나와 보시겠소?”

화천주가 먼저 밖으로 향하자 눈치를 보던 장문인들도 모두 발길을 옮겼고 가장 마지막으로 점경문을 맹기대가 끌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더 많은 무인이 서슬 퍼런 눈빛을 하며 서 있었다.

“다들 왜 그리 긴장하시오. 누가 보면 그대들도 점창파와 같이 반역을 저지른 줄 알겠소. 하하하!!”

흠칫-

“하하···맹주님도 참··· 그런 농을.”

“무량수불···”

“허허, 그런 말씀은 농으로라도 꺼내지 마십시오. 맹주님.”

화천주의 뒤를 따라서 걸어나가자 자연스럽게 무인들에게 포위된 모양으로 자리했다.

“자, 그러면 점창파에 대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화천주가 천천히 뒤를 돌더니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모두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허허, 다들 어찌하여 아무 말도 없소?? 우리! 무림맹이 이렇게 가벼운 곳이었소?”

“예??”

“우리 무림맹이!! 언제부터 이렇게 인자한 곳이 됐습니까!? 무림맹이! 언제부터! 반역에 이리 인자했습니까!?”

점경문은 눈을 감았다.

‘모두 들었다.’

휘오오-

점경문은 지금 부는 이 싸늘한 바람이 오늘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화천주는 천천히 느긋하게 모든 장문인을 압박하며 이 분위기를 즐겼다.

‘진작 이럴 것이지.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들. 쯧.’

화천주가 손을 들자 점경문을 부축하고 있던 무인들이 맹주 앞으로 점경문을 끌고 왔다.

“다들 하나만 묻겠습니다. 정사대전이 끝나고 반역은 어떻게 처리하기로 정했습니까?”

“···”

“···”

서로 눈치만 보며 어떤 말도 하지 않자 화천주는 목소리를 올려 다시 물었다.

“오대세가를!! 오대세가를 밀어내며 무어라 얘기했습니까!?”

“···”

“···.”

“죽음! 죽음이라 말했습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다들 화천주의 눈빛을 피하고 애꿎은 하늘만 바라봤지만, 하늘에는 어느새 다가온 구름들이 달빛조차 가리고 있었다.

정적. 화천주는 말을 잇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스릉-

그러더니 조용히 검을 꺼냈지만 검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소름 끼치는 검명을 내며 뽑혔다.

화천주는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말했다.

“반역은 죽음이오. 모두 알겠소??”

그 말에 하늘을 보던 장문인들이 모두 화천주를 바라보자 그 순간.

댕강- 데구르르···

운남을 주름잡고 엄청난 위명을 떨치던 점창파의 장문인의 머리는 너무나 손쉽게 떨어졌다.

목을 잃은 몸뚱어리는 새빨간 피를 하늘로 뿜어대며 서서히 무너졌다.

털썩···

“모두 잘 알아들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우리 무림맹은 하나입니다. 모두 아시겠소?”

화천주를 바라보는 장문인들을 장악하고 있는 이 기분은 두려움.

‘마귀가 맹(盟)의 주인이 되니 무림의 맹(氓)은 삶을 잃는구나.’

···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매끈했던 피부는 푸석푸석해졌고 몸은 앙상했다.

철컹-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서 손을 당겨봤지만, 여전히 족쇄에 묶여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 아직도 움직일 힘이 있나 봐?”

서서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감옥을 지키는 무인이 슬쩍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서서는 입을 열 힘도 없었는지 그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하하, 고년 아직도 눈이 살아있네. 어린 년이 대단해.”

핥짝-

무인은 그런 서서를 보고 자신의 입술 주위를 혀끝으로 음란하게 핥았다.

“더 탐나게 말이지.”

움찔-

지난 며칠 간의 일을 떠올리자 서서는 두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과도 같았던 나날들.

자신의 인권도 자신의 의지도 무시된 채로 범해졌던 그 지옥 같은 밤을 떠올리면 죽고 싶었다.

서서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고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아버지··· 오라버니··· 희야···’

···

구파 중에서 가장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창파는 검법을 주로 사용하긴 했지만, 신법으로 유명한 문파였다.

그들의 신법은 정말 신묘했지만 검법이 워낙 뒤떨어져서 실질적인 무력은 구파 중에서 가장 약했다.

세력이 가장 부족한 점창파는 항상 구파에게 무시를 당해왔고 겨우겨우 구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언제 제외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문파였다.

정사대전 이후 비교적 먼 곳에 자리했던 점창파는 세력을 온전히 지키고 그 세력을 더욱 키워서 지금은 구대문파에서 손꼽히는 가문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그 점창파가 지금 의문의 세력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

“불을 꺼라!! 불을 먼저 진압해!”

점창파의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불길이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화마가 점창파를 덮쳤다.

“물이 부족해! 어서 물을 가져와라!”

그래도 역시 대문파인 만큼 대처가 꽤 빨랐고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예! 너희! 어서 나를 따라와라!”

높은 직책이 있는 것 같은 사내가 바가지를 들고 있는 문도생들에게 명령했다.

“예!!”

근처 우물로 달려온 그들은 빠르게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물을 받아가는 속도가 점점 줄더니 물이 쌓여만 갔다.

“이 급한 시기에 뭐 하는 것이냐!! 어서 물을 나르지 못할까!?”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내가 주위를 둘러봤는데 물을 나르던 문도생들이 모두 시체로 변해있었다.

“이게 무슨!?”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목이 떨어졌다.

“이곳은 모두 정리했습니다.”

“1조는 외각을 포위하고 2조는 3조를 도와 내성으로 들어간다.”

“명!”

30명의 복면인이 명령에 따라서 빠르게 이동했다.

어떻게 조금 전에 반역으로 처형당한 점창파가 같은 시간에 공격을 당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명령을 내린 신리소가 바라보는 산에서 뿌연 연기만이 올라올 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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