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낙서는 모바일 기준으로 모바일과 피시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제와 무관한 댓글이나 스포일러, 악플은 경고조치 없이 삭제됩니다.
오매불망
뚱때
19. 맹과 황금장

“장주님!! 찾았습니다!!”

“뭐?? 찾았어? 어디야!?”

“그게···”

보고하러 온 사내가 선뜻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머뭇했다.

“어서! 어디에 있다고 하느냐?”

“맹에 있답니다.”

“맹!? 그것참 다행이구나!! 어서 맹으로 출발하자.”

황설횽이 탁자 위에 올려진 도포를 걸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내가 다급하게 말했다.

“맹에 있답니다!!”

“그래. 맹에 있으니 어서 찾으러 가자는 거 아니냐?”

꿀꺽-

마른 침을 힘겹게 넘긴 사내가 힘겹게 말했다.

“맹주가 데리고 있겠답니다.”

꿈틀-

황설횽의 미간이 험상궂게 찌푸려졌다.

“뭐??”

“맹에서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보내겠다고 전해왔습니다.”

“뭐!!?”

“거기다 이제는 입장을 확실하게 정하라고 합니다···”

쾅!!

“뭐!? 다시 말해 보거라!!”

“장주! 분하지만 어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으아아아!!!!”

황설횽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던지고 부수고 짓밟았다.

“자···장주···”

“가서 당장 용무와 간혁살을 불러와라! 당! 장!”

“예!!”

사내가 후다다닥 자리를 피했지만 여전히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방안에 모든 물건을 박살 내고서 황설횽의 분노가 멈췄다.

타타탁-

간혁살과 용무가 서둘러 방안에 들어오며 말했다.

“오면서 간단하게 얘기 들었습니다.”

“아가씨가 맹에 잡혔다는 말씀이십니까?”

황설횽은 주먹을 꽉 쥐고 파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이런!”

용무는 탄식했고 간혁살은 분노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서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무는.

“우선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간혁살은.

“대화는 무슨 대화입니까!! 감히 아가씨의 몸에 손을 댔는데!! 당장 쳐들어가야 합니다.”

라고 말하며 무림맹을 휩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대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오!! 무림맹이요! 무림맹!! 그렇게 간단하게 무너질 곳이 아니란 말이오!”

“그럼 어쩌자는 말입니까!! 잘못을 한 곳은 거기인데 우리가 왜 고개를 숙이자 이 말입니까!? 감히 황금장에 칼을 들이민 곳인데!?”

“그렇다고 무작정 쳐들어가면 아가씨가 위험할지도 모르는 것을 왜 모르오!!!”

“하지만!!!!”

쾅!!!!

둘의 말싸움을 가만히 듣고 있던 황설횽이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만!!! 제발 그만 하시오! 지금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닌 거 알고 있잖소!!”

“···”

“···”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이 황설횽인데 그 앞에서 너무 자신들의 감정만 앞세워 얘기한 게 무안했는지 용무와 간혁살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선 맹에 돈과 보물들을 보내 얘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장주!!!”

그러자 간혁살이 다급하게 불렀다.

“단!!”

“···”

“단.. 대화가 안 통한다면 우리 황금장은 모든 인력을 동원해 맹을 칠 것이요. 모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맹을 철저히 부숴버릴 것이오!!”

용무와 간혁살 모두의 주장과 맞아 떨어졌고 황설횽의 말에 느껴지는 굳건한 의지가 느껴지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맹은 용무께서 가주시오. 부탁하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책임지고 다녀오리다.”

“얼마를 가져가든, 얼마나 데려가던 상관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러니! 꼭 부탁합니다.”

“걱정 마시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꾸려서 출발해도 빠듯하니.”

“부탁하오.”

그렇게 용무는 가볍게 묵례하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고 황설횽은 간혁살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산서로 돌아간다! 모든 병력을 산서로 집결시키도록!”

“예!!”

“지금부터 그 어떤 임무도 상행도 장사도 하지 않는다. 우리 황금장은 지금부터 전시 상황으로 들어간다!”

“예!! 그럼 당장 전서구를 날리겠습니다.”

황설횽이 고개를 끄덕이자 간혁살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쨍쨍-

타들어 가는 황설횽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햇볕은 무척이나 뜨겁게 내리쬈다.

···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이 누그러들고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 불어왔다.

푸르던 나뭇잎도 어느새 붉게 물들었고 바싹 마른 낙엽 잎이 바람에 아름답게 흩날렸다.

끼이이익-

엄청난 크기의 나무 대문이 소름 끼치는 곡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위에는 [무림맹]이라는 현판이 크게 달려있었고 그 이름에서 주는 압박감은 실로 말할 수 없었다.

“황금장에서 왔습니다!”

문을 지키던 문지기가 문을 열며 소리치자 그 앞에는 신리대가 마중 나왔다.

맹주도 아니고 맹기대도 아니고 고작 말단 부대인 신리대가 자신들을 마중 나오자 용무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리대의 대주 신리소가 포권하며 나왔다.

“반갑습니다. 신리소라 합니다.”

“용무요.”

용무의 말속에 가득 담겨있는 가시가 느껴졌지만 신리소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맹주님께서 몸이 편찮으신 관계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허허. 이곳에는 맹주와 신리대 둘뿐인가?”

움찔-

신리소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말조심하시오. 맹주님입니다.”

“하? 그렇소? 그래 그 잘난 맹주. 님은 어디 계신가?”

찌릿-

신리소는 용무를 죽일 듯이 째려봤지만 딱히 뭐라고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따라오시오.”

까악 까악-

지붕 위에 까마귀가 기분 나쁘게 울어 대고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자욱했다.

“지금 방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이곳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 지금 무림맹은 우리 황금장을 뭐로 보는 게냐!!!?”

용무가 엄청난 내공을 끌어올리자 일대가 살벌한 기운이 가득했다.

푸드득-

지붕 위에 까마귀조차 깜짝 놀라서 도망가버렸다.

하지만 신리소는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지금 황금장이 그럴 자리입니까?”

“네 이놈!!!!”

용무가 허리춤의 검을 단숨에 뽑아 도약했는데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신리소의 목에 검 끝이 닿았다.

쥬륵-

날카로운 검 끝이 신리소의 목을 살짝 베었는지 검붉은 피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뭐!!!??”

힘을 조금만 준다면 목이 베여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순간이지만 신리소의 얼굴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고 오히려 여유로웠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용무의 검 끝이 파르르 떨리자 신리소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손으로 검을 밀어냈다.

“이제 좀 치우시죠. 청소는 직접 하셔야겠습니다. 저희가 바빠서 이만.”

신리소와 신리대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갔고 용무와 황금장에서 온 일행은 분노에 몸을 떨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쳐 죽일 놈들···’

깜깜한 맹주전에 야명주만이 외롭게 불을 빛내고 있었고 그 가운데 의자에는 흉흉한 기운을 내며 맹주 화천주가 앉아있었다.

“그래. 오늘 들어왔다고?”

“예. 아직 눈빛이 사납습니다. 솔직히 조금 아찔했습니다.”

신리소는 아직도 따가운 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하하하! 그자가 그래도 하북의 용이라고 불렸던 자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지.”

“맹주님에 비하면 한낱 도마뱀입니다.”

신리소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화천주는 기분 좋게 웃었다.

“하하. 그렇고말고. 그래 그곳으로 안내했나?”

“예. 한 번 훑어보더니 아주 날뛰려고 하더군요.”

“우선 시간을 끌 거라. 요즘 당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예!! 그러면 물러나 보겠습니다.”

신리소가 물러나자 다른 사내가 들어왔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알아 왔느냐?”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뭐??”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정보가 없다?!”

“예.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지운 거 같습니다.”

“인력을 더 투입해서 알아보거라. 그리고 비가 복귀하는 대로 내방으로 보내고.”

“예! 아 그리고 요즘 황금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허허. 앞과 뒤가 다르구나. 그쪽도 주시해서 살펴보거라.”

“명!!”

화천주는 이제 됐다며 손을 휘저었고 보고를 마친 남자가 물러났다.

“흐음.. 정보가 없다?”

화천주는 턱에 난 수염을 매만지며 그때의 그 소년과 만남을 떠올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분명 그 힘은 있어서는 안 되는 힘이었다.

···

“여보시오. 황금장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황금장? 허허, 송장은 눈이 보이지 않는가 보오? 저기 가장 큰 전각으로 가면 된다오.”

“고맙소.”

허름한 무복을 입은 애꾸눈의 사내가 가볍게 묵례를 건네고 황금장으로 걸어갔다.

웅성 웅성-

행인의 말을 듣고 찾아온 황금장은 무인들로 인산인해였다.

아마도 며칠 전 황금장에서 붙인 벽보 때문인 거 같았다.

[협의 길을 가는 무인들을 모십니다. 황금장.]

황금장은 보수가 높고 대우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무인들의 꿈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벽보를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각지에서 몰린 무인들로 그 큰 황금장이 발 디딜 곳 하나 없었다.

문지기 옆에 학사모를 쓰고 앉아 있는 서생이 애꾸눈의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벽보를 보고 오셨습니까?”

“그렇소.”

“그러면 이곳에 성함과 별호를 적어주십시오.”

“허허.. 내 눈이 좋지 않아서 그러니 대신 써주겠소?”

서생은 슬쩍 눈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묵시진. 별호는 번목식초(繁木植抄)라고 불리오.”

그러자 서생은 아무 생각 없이 종이에 글을 적었는데 뒤에 서 있던 무인들이 저마다 읍을 하며 인사했다.

“묵대협!! 안녕하십니까!?”

“저분이 그 유명한 번목식초!?”

웅성 웅성-

심지어 옆에 있던 문지기들조차 깜짝 놀라 인사를 건네자 서생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묵시진을 바라봤고 묵시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

“아···예.. 들어가시면 안내해줄 시비가 올 겁니다.”

“고맙소.”

가볍게 묵례를 하고 묵시진이 들어갔지만 그 뒤에 무인들은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떠들었다.

천하 백대고수.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10인을 천하 십대고수라 부른다.

그 십대고수 중 한 명인 묵시진이 황금장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맹주를 포함한 천하오존이라 불리는 절대 고수를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는 십대고수 그가 가진 이름은 굉장했다.

예상치 못한 십대고수의 등장에 갈팡질팡하던 무인들도 황금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그 소식은 무림맹까지 들어갔다.

이에 맹주는 급하게 사신을 보내 더 이상 무인을 모으지 못하도록 압박을 넣었다.

서서를 거론해서 말이다.

“뭐!!!??”

“장주. 진정하십시오.”

“그놈들이 뭐라 지껄였다고!? 서서를 뭐!!?? 아이고···”

“장주!!”

황설횽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큰 충격까지 받은 황설횽이 시름시름 앓아누웠다.

그래서 결국 황장서가 대신 실권을 잡고 황금장을 이끌어 갔고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황장서 또한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계획을 이행하였다.

“다시 한 번 보고하시오. 무림맹이 뭐라 했다고?”

“예. 요즘 세간이 너무 시끄러워 서서 아가씨의 몸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황장서는 초일류급 무인이다. 그런 황장서가 화를 못 이기고 내공을 끌어 올리자 일개 수하는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커컥···”

급하게 마음을 진정시킨 황장서가 말했다.

“그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일 공자님···”

“서서의 안위가 먼저이니 어서 말하라.”

“섬서객잔에서 몸을 쉰다면 건강이 좋아질 거라 했습니다.”

섬서객잔은 무림맹이 자리를 틀고 있는 섬서 지역에서 가장 크고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곳이었다.

황금장의 수익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면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섬서객잔!?”

“예···그리고 황금무관의 수련 소리로 쉴 수가 없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했습니다.”

황금무관은 황금장에서 직접 무인들을 키워 세력을 보호하고자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관이었다.

그 무관이 없어진다면 황금장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지금의 세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후우···그래 마지막 조건은 무엇이냐.”

“묵시진을 비롯한 낭인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했습니다.”

쾅!!!

얼마나 강하게 내리쳤는지 나무로 만들어진 탁자가 두부 으깨지듯이 무너졌다.

“우선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 그 잡, 아니 쓰레기 놈들은 며칠 기다리라고 전해라.”

“예.”

황장서는 아버지 황설횽의 침소로 발길을 옮겼지만 어찌 말해야 할지 곤란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콜록 콜록-

황설횽의 기침 소리는 문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고 손바닥을 확인하는 그림자를 보아하니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듯했다.

똑똑똑-

“들어오거라.”

언제나 용맹하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힘없이 들려오자 황장서는 마음이 울컥했다.

“아버지. 어찌해야 좋습니까?”

“그들이 무어라 하더냐?”

“포기하랍니다. 모든 것을.”

섬서객잔과 황금무관, 거기에 초빙한 고수들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황금장을 넘기는 것과 같았다.

“어찌하고 싶으냐?”

“서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요즘 당가에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쿨럭!”

“아버지!!”

황설횽은 다가오려는 황장서에게 손을 내밀어 막았다.

“강해져라! 이제 네가 황금장이야! 약해지지 말거라.”

“아버지···”

“당가로 가보거라. 거기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정파다.”

“···”

“서서를 구하려면 그 방법뿐이다. 이렇게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직접 다녀오거라. 사천으로.”

“예. 아버지.”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19. 맹과 황금장

“장주님!! 찾았습니다!!”

“뭐?? 찾았어? 어디야!?”

“그게···”

보고하러 온 사내가 선뜻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머뭇했다.

“어서! 어디에 있다고 하느냐?”

“맹에 있답니다.”

“맹!? 그것참 다행이구나!! 어서 맹으로 출발하자.”

황설횽이 탁자 위에 올려진 도포를 걸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내가 다급하게 말했다.

“맹에 있답니다!!”

“그래. 맹에 있으니 어서 찾으러 가자는 거 아니냐?”

꿀꺽-

마른 침을 힘겹게 넘긴 사내가 힘겹게 말했다.

“맹주가 데리고 있겠답니다.”

꿈틀-

황설횽의 미간이 험상궂게 찌푸려졌다.

“뭐??”

“맹에서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보내겠다고 전해왔습니다.”

“뭐!!?”

“거기다 이제는 입장을 확실하게 정하라고 합니다···”

쾅!!

“뭐!? 다시 말해 보거라!!”

“장주! 분하지만 어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으아아아!!!!”

황설횽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던지고 부수고 짓밟았다.

“자···장주···”

“가서 당장 용무와 간혁살을 불러와라! 당! 장!”

“예!!”

사내가 후다다닥 자리를 피했지만 여전히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방안에 모든 물건을 박살 내고서 황설횽의 분노가 멈췄다.

타타탁-

간혁살과 용무가 서둘러 방안에 들어오며 말했다.

“오면서 간단하게 얘기 들었습니다.”

“아가씨가 맹에 잡혔다는 말씀이십니까?”

황설횽은 주먹을 꽉 쥐고 파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이런!”

용무는 탄식했고 간혁살은 분노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서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무는.

“우선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간혁살은.

“대화는 무슨 대화입니까!! 감히 아가씨의 몸에 손을 댔는데!! 당장 쳐들어가야 합니다.”

라고 말하며 무림맹을 휩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대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오!! 무림맹이요! 무림맹!! 그렇게 간단하게 무너질 곳이 아니란 말이오!”

“그럼 어쩌자는 말입니까!! 잘못을 한 곳은 거기인데 우리가 왜 고개를 숙이자 이 말입니까!? 감히 황금장에 칼을 들이민 곳인데!?”

“그렇다고 무작정 쳐들어가면 아가씨가 위험할지도 모르는 것을 왜 모르오!!!”

“하지만!!!!”

쾅!!!!

둘의 말싸움을 가만히 듣고 있던 황설횽이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만!!! 제발 그만 하시오! 지금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닌 거 알고 있잖소!!”

“···”

“···”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이 황설횽인데 그 앞에서 너무 자신들의 감정만 앞세워 얘기한 게 무안했는지 용무와 간혁살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선 맹에 돈과 보물들을 보내 얘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장주!!!”

그러자 간혁살이 다급하게 불렀다.

“단!!”

“···”

“단.. 대화가 안 통한다면 우리 황금장은 모든 인력을 동원해 맹을 칠 것이요. 모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맹을 철저히 부숴버릴 것이오!!”

용무와 간혁살 모두의 주장과 맞아 떨어졌고 황설횽의 말에 느껴지는 굳건한 의지가 느껴지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맹은 용무께서 가주시오. 부탁하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책임지고 다녀오리다.”

“얼마를 가져가든, 얼마나 데려가던 상관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러니! 꼭 부탁합니다.”

“걱정 마시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꾸려서 출발해도 빠듯하니.”

“부탁하오.”

그렇게 용무는 가볍게 묵례하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고 황설횽은 간혁살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산서로 돌아간다! 모든 병력을 산서로 집결시키도록!”

“예!!”

“지금부터 그 어떤 임무도 상행도 장사도 하지 않는다. 우리 황금장은 지금부터 전시 상황으로 들어간다!”

“예!! 그럼 당장 전서구를 날리겠습니다.”

황설횽이 고개를 끄덕이자 간혁살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쨍쨍-

타들어 가는 황설횽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햇볕은 무척이나 뜨겁게 내리쬈다.

···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이 누그러들고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 불어왔다.

푸르던 나뭇잎도 어느새 붉게 물들었고 바싹 마른 낙엽 잎이 바람에 아름답게 흩날렸다.

끼이이익-

엄청난 크기의 나무 대문이 소름 끼치는 곡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위에는 [무림맹]이라는 현판이 크게 달려있었고 그 이름에서 주는 압박감은 실로 말할 수 없었다.

“황금장에서 왔습니다!”

문을 지키던 문지기가 문을 열며 소리치자 그 앞에는 신리대가 마중 나왔다.

맹주도 아니고 맹기대도 아니고 고작 말단 부대인 신리대가 자신들을 마중 나오자 용무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리대의 대주 신리소가 포권하며 나왔다.

“반갑습니다. 신리소라 합니다.”

“용무요.”

용무의 말속에 가득 담겨있는 가시가 느껴졌지만 신리소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맹주님께서 몸이 편찮으신 관계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허허. 이곳에는 맹주와 신리대 둘뿐인가?”

움찔-

신리소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말조심하시오. 맹주님입니다.”

“하? 그렇소? 그래 그 잘난 맹주. 님은 어디 계신가?”

찌릿-

신리소는 용무를 죽일 듯이 째려봤지만 딱히 뭐라고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따라오시오.”

까악 까악-

지붕 위에 까마귀가 기분 나쁘게 울어 대고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자욱했다.

“지금 방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이곳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 지금 무림맹은 우리 황금장을 뭐로 보는 게냐!!!?”

용무가 엄청난 내공을 끌어올리자 일대가 살벌한 기운이 가득했다.

푸드득-

지붕 위에 까마귀조차 깜짝 놀라서 도망가버렸다.

하지만 신리소는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지금 황금장이 그럴 자리입니까?”

“네 이놈!!!!”

용무가 허리춤의 검을 단숨에 뽑아 도약했는데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신리소의 목에 검 끝이 닿았다.

쥬륵-

날카로운 검 끝이 신리소의 목을 살짝 베었는지 검붉은 피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뭐!!!??”

힘을 조금만 준다면 목이 베여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순간이지만 신리소의 얼굴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고 오히려 여유로웠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용무의 검 끝이 파르르 떨리자 신리소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손으로 검을 밀어냈다.

“이제 좀 치우시죠. 청소는 직접 하셔야겠습니다. 저희가 바빠서 이만.”

신리소와 신리대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갔고 용무와 황금장에서 온 일행은 분노에 몸을 떨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쳐 죽일 놈들···’

깜깜한 맹주전에 야명주만이 외롭게 불을 빛내고 있었고 그 가운데 의자에는 흉흉한 기운을 내며 맹주 화천주가 앉아있었다.

“그래. 오늘 들어왔다고?”

“예. 아직 눈빛이 사납습니다. 솔직히 조금 아찔했습니다.”

신리소는 아직도 따가운 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하하하! 그자가 그래도 하북의 용이라고 불렸던 자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지.”

“맹주님에 비하면 한낱 도마뱀입니다.”

신리소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화천주는 기분 좋게 웃었다.

“하하. 그렇고말고. 그래 그곳으로 안내했나?”

“예. 한 번 훑어보더니 아주 날뛰려고 하더군요.”

“우선 시간을 끌 거라. 요즘 당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예!! 그러면 물러나 보겠습니다.”

신리소가 물러나자 다른 사내가 들어왔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알아 왔느냐?”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뭐??”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정보가 없다?!”

“예.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지운 거 같습니다.”

“인력을 더 투입해서 알아보거라. 그리고 비가 복귀하는 대로 내방으로 보내고.”

“예! 아 그리고 요즘 황금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허허. 앞과 뒤가 다르구나. 그쪽도 주시해서 살펴보거라.”

“명!!”

화천주는 이제 됐다며 손을 휘저었고 보고를 마친 남자가 물러났다.

“흐음.. 정보가 없다?”

화천주는 턱에 난 수염을 매만지며 그때의 그 소년과 만남을 떠올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분명 그 힘은 있어서는 안 되는 힘이었다.

···

“여보시오. 황금장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황금장? 허허, 송장은 눈이 보이지 않는가 보오? 저기 가장 큰 전각으로 가면 된다오.”

“고맙소.”

허름한 무복을 입은 애꾸눈의 사내가 가볍게 묵례를 건네고 황금장으로 걸어갔다.

웅성 웅성-

행인의 말을 듣고 찾아온 황금장은 무인들로 인산인해였다.

아마도 며칠 전 황금장에서 붙인 벽보 때문인 거 같았다.

[협의 길을 가는 무인들을 모십니다. 황금장.]

황금장은 보수가 높고 대우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무인들의 꿈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벽보를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각지에서 몰린 무인들로 그 큰 황금장이 발 디딜 곳 하나 없었다.

문지기 옆에 학사모를 쓰고 앉아 있는 서생이 애꾸눈의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벽보를 보고 오셨습니까?”

“그렇소.”

“그러면 이곳에 성함과 별호를 적어주십시오.”

“허허.. 내 눈이 좋지 않아서 그러니 대신 써주겠소?”

서생은 슬쩍 눈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묵시진. 별호는 번목식초(繁木植抄)라고 불리오.”

그러자 서생은 아무 생각 없이 종이에 글을 적었는데 뒤에 서 있던 무인들이 저마다 읍을 하며 인사했다.

“묵대협!! 안녕하십니까!?”

“저분이 그 유명한 번목식초!?”

웅성 웅성-

심지어 옆에 있던 문지기들조차 깜짝 놀라 인사를 건네자 서생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묵시진을 바라봤고 묵시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

“아···예.. 들어가시면 안내해줄 시비가 올 겁니다.”

“고맙소.”

가볍게 묵례를 하고 묵시진이 들어갔지만 그 뒤에 무인들은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떠들었다.

천하 백대고수.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10인을 천하 십대고수라 부른다.

그 십대고수 중 한 명인 묵시진이 황금장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맹주를 포함한 천하오존이라 불리는 절대 고수를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는 십대고수 그가 가진 이름은 굉장했다.

예상치 못한 십대고수의 등장에 갈팡질팡하던 무인들도 황금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그 소식은 무림맹까지 들어갔다.

이에 맹주는 급하게 사신을 보내 더 이상 무인을 모으지 못하도록 압박을 넣었다.

서서를 거론해서 말이다.

“뭐!!!??”

“장주. 진정하십시오.”

“그놈들이 뭐라 지껄였다고!? 서서를 뭐!!?? 아이고···”

“장주!!”

황설횽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큰 충격까지 받은 황설횽이 시름시름 앓아누웠다.

그래서 결국 황장서가 대신 실권을 잡고 황금장을 이끌어 갔고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황장서 또한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계획을 이행하였다.

“다시 한 번 보고하시오. 무림맹이 뭐라 했다고?”

“예. 요즘 세간이 너무 시끄러워 서서 아가씨의 몸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황장서는 초일류급 무인이다. 그런 황장서가 화를 못 이기고 내공을 끌어 올리자 일개 수하는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커컥···”

급하게 마음을 진정시킨 황장서가 말했다.

“그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일 공자님···”

“서서의 안위가 먼저이니 어서 말하라.”

“섬서객잔에서 몸을 쉰다면 건강이 좋아질 거라 했습니다.”

섬서객잔은 무림맹이 자리를 틀고 있는 섬서 지역에서 가장 크고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곳이었다.

황금장의 수익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면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섬서객잔!?”

“예···그리고 황금무관의 수련 소리로 쉴 수가 없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했습니다.”

황금무관은 황금장에서 직접 무인들을 키워 세력을 보호하고자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관이었다.

그 무관이 없어진다면 황금장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지금의 세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후우···그래 마지막 조건은 무엇이냐.”

“묵시진을 비롯한 낭인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했습니다.”

쾅!!!

얼마나 강하게 내리쳤는지 나무로 만들어진 탁자가 두부 으깨지듯이 무너졌다.

“우선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 그 잡, 아니 쓰레기 놈들은 며칠 기다리라고 전해라.”

“예.”

황장서는 아버지 황설횽의 침소로 발길을 옮겼지만 어찌 말해야 할지 곤란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콜록 콜록-

황설횽의 기침 소리는 문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고 손바닥을 확인하는 그림자를 보아하니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듯했다.

똑똑똑-

“들어오거라.”

언제나 용맹하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힘없이 들려오자 황장서는 마음이 울컥했다.

“아버지. 어찌해야 좋습니까?”

“그들이 무어라 하더냐?”

“포기하랍니다. 모든 것을.”

섬서객잔과 황금무관, 거기에 초빙한 고수들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황금장을 넘기는 것과 같았다.

“어찌하고 싶으냐?”

“서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요즘 당가에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쿨럭!”

“아버지!!”

황설횽은 다가오려는 황장서에게 손을 내밀어 막았다.

“강해져라! 이제 네가 황금장이야! 약해지지 말거라.”

“아버지···”

“당가로 가보거라. 거기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정파다.”

“···”

“서서를 구하려면 그 방법뿐이다. 이렇게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직접 다녀오거라. 사천으로.”

“예. 아버지.”

작가의말

별점

회당별점 0점
별점주기

댓글을 작성할 수 없는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