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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16. 서서 붙잡히다

한 산적이 망루 위에 산적이 다급하게 외친다.

“황금장이다! 황금장!!”

둥! 둥!

웅장한 북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뭐야!? 왜 벌써 도착한 거야??!”

우왕좌왕하는 산적들 사이로 격근이 걸어 나오더니 내공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집중!!!”

귀청이 떨어질 거 같은 엄청난 소리에 산적들은 저마다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지자 격근은 말을 이었다.

“우왕좌왕하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라! 우선 문을 굳게 닫아라!”

채주의 명령도 아닌 그저 협력관계인 사람의 말이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기운을 풍기는 그의 말에 산적들은 감히 토를 달 수 없었다.

“ㅇ···예!!”

뒤에서 따라 나오던 흑혁추도 격근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딱히 제지하지는 못했다.

“근 대협. 그나저나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매복으로 저들을 붙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기에는 너무 빨리 왔는데 말이오.”

격근의 눈이 순간 찌그러졌다가 펴졌는데 워낙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계속 보고 있던 흑혁추도 알아보지 못했다.

격근의 얼굴에는 다시 온화한 미소를 띠었고 흑혁추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예상과 다른 경로로 온 듯하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원래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니.”

격근은 그렇게 말을 하고 다른 격살대원을 불렀다.

“모여라!”

“명!”

“명!”

“명!”

어디에 있었는지 다들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흑혁추는 이들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지만 감히 묻지 못했다.

척 보기에도 평범한 자들이 아니었고 오랜 산적생활로 터득한 감각으로 느꼈을 때 이들은 위험했다.

“지금부터 격대는 외각에 숨어있다가 장간대만 노린다!”

“명!!”

“명!!”

“명!!”

격살대(激殺隊).
이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맹주의 비밀부대다.

정사대전이 끝나고 맹주는 절대 권력을 잡았고 그 권력을 더 두텁게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비밀부대를 창설했는데 그중 하나가 격살대다.

격살대는 최소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들은 매달 맹주에게 약을 받아서 먹는다.

달에 한 번씩 약을 먹지 않으면 장기가 모두 타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음에 이르게 된다.

거기다 격살대는 후퇴가 없었다.

자신이 죽으면 맹에서 보상을 해주지만 후퇴를 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두 죽기 때문이다.

그런 격살대 중에서도 가장 강한 측에 들어가는 네 명이 맹주의 명을 받고 이곳에 있었다.

이들이 받은 명은 간단했다.

[흑산 몰락, 황금 착취.]

···

“모두 여기에 진을 쳐라!!”

“예!!”

황금장은 흑산산채가 잘 보이는 곳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보란 듯이 불을 피우고 밥을 해먹으며 자신감을 표출했고 웃고 떠들며 그들을 조롱했다.

흑산산채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사실 황금장도 다를 바가 없었다.

생각보다 단단히 방비한 흑산산채를 보고 꽤 놀랐고 정면으로 돌파하려던 작전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아가씨. 꼭 후방에 계셔야 합니다.”

“간혁살 대주!”

“예. 아가씨.”

“알겠다고 말했어요. 이제 그만 언급하세요.”

“하지만 아가씨···”

“그만!! 이제 계획을 얘기해 주세요.”

한마디 더 하려던 간혁살은 미간을 찌푸린 서서의 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삼켰다.

“그럼 지금부터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촤르륵-

널찍한 지도를 탁자 위에 펼치자 흑산에 대해서 세세하게 나와 있었다.

“우선 장간대 1조가 정문에서 시선을 끌면 2조가 우측으로 돌아서 들어간다. 그리고 2조는 최대한 소란스럽게 움직여라.”

“예!!”

“예!!”

“그러면 3조가 좌측으로 조용히 들어가고 정문을 열어 1조와 합류한다.”

“예!!”

“그렇게 정문이 열리면 나머지 표사들이 들어가고 순식간에 제압한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다들 이만 물러가게나.”

“예!!”

그렇게 조장들은 인사를 하고 계획을 설명하러 돌아갔고 서서만 남았다.

“아가씨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나는?”

“예??”

“나는 어디로 들어가냐고.”

평소에 한없이 온화하던 서서가 지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아가씨는 후방에서 표사들과 같이 들어오시면 됩니다.”

“아니? 나도 1조랑 같이 들어가.”

“아가씨!! 안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됐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해.”

“아가씨!!!”

펄럭-

서서는 간혁살의 대답도 듣지 않고 거칠게 천막을 펄럭이며 나갔다.

간혁살은 밖으로 나가는 서서를 따라가려고 급하게 일어섰는데 앉고 있던 의자 뒤로 넘어지며 부서졌다.

콰직!!

그 소리에 놀라 의자를 보고 서둘러 서서를 찾았지만 서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간혁살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길보다는 흉이 많을 거 같은 날이구나···”

···

“흑산산채 채주는 이리 나와라!!”

커다란 문 앞에서 간혁살이 내공을 끌어올려 소리치자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문이 흔들렸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소리를 지르느냐!!”

그러자 망루 위에서 흑색의 무복을 펄럭이며 흑혁추가 소리쳤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하면 네놈의 목만 베어 가겠다!”

“흥!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꺼내는군! 일없다! 장사치는 가서 돈이나 만지지 어디서 검을 들고 설치느냐!!”

“이놈!! 오늘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 거기에 씨앗을 심을 테다!”

그때 우측에서 함성이 들렸다.

우와아아!!

흑혁추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난동을 부리는 장간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했다. 어서 막아라!!”

정문을 지키던 산적들이 우측으로 모두 몰려갔다.

“으아악!”

“!?”

그 순간을 기다렸던 3조가 좌측에서 날아들었고 정문을 지키던 산적을 순식간에 제거하고 문을 열었다.

전날에 계획한 대로 순식간에 이루어진 완벽한 합공이었다.

“모두! 대 황금장의 명예를 지키자!”

정문이 열리자 표사들과 1조가 들어갔고 3조와 함께 몰려 들어갔다.

“우와아아!!”

수 십 명의 표사들이 물밀 듯이 몰려 들어갔다.

그런데 1조와 함께 움직일 거라고 고집을 부리던 서서가 보이지 않았고 간혁살은 서둘러 서서를 찾았다.

그리고 이내 경악했다.

“아가씨!!!”

타핫-

서서는 지면을 강하게 박차고 망루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죽어!!”

날카롭게 찔러가는 서서의 검 끝이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왔지만 흑혁추는 당황하지 않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콰앙!!

족히 3척은 돼 보이는 거대한 대도가 서서의 검을 막자 서서는 그 반발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졌다.

파핫-

흑혁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떨어지는 서서를 향해 대도를 내리찍으며 도약했다.

그 아찔한 찰나의 순간에 서서는 검 면으로 망루의 다리를 때려 반발력을 얻고 방향을 바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대도를 피했다.

쿠콰쾅!!

서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떨어진 대도가 땅에 처박히자 엄청난 모래바람이 몰아쳤다.

슈욱!

모래바람 사이로 대도가 자신을 향해 찔러 오자 서서는 재빨리 땅을 굴렀다.

캉!!

어느새 달려온 간혁살이 흑혁추의 대로를 막아내고 노려봤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도를 휘두르냐!!”

간혁살의 화려한 검법이 쉴 새 없이 흑혁추를 향해 몰아쳤고 흑혁추는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막기에 급급했다.

캉! 챙! 캉! 챙!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을 때 서서가 다시 한 번 지면을 박차고 뛰어들려 했지만 갑자기 자신을 당기는 손길에 의해서 넘어졌다.

쿠당당-

“으악!!”

숭덩-

넘어진 고통보다 자신의 눈앞을 빠르게 찢어버리는 검격에 서서는 등골이 오싹했다.

“계집! 운이 좋구나.”

땅속에서 검을 휘두르며 나타난 격원이 서서를 째려봤지만 서서의 앞을 구자환이 막아섰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녀석들이 바로 네놈들이군.”

격원의 뒤로 격수와 격화가 나란히 나타나 서슬 퍼런 눈을 뜨고 구자환을 째려봤다.

구자환은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창을 현란하게 뽑았다.

왼손으로 가볍게 창대를 한 바퀴 돌리고는 창끝을 격원을 향해 겨누고 오른손을 까딱였다.

“와라.”

얼굴이 새빨개진 격원이 엄청난 속도로 뛰어들었고 뒤이어서 격수와 격화가 달려들었다.

캉! 부웅-

사거리가 긴 이점을 이용해서 창으로 격원의 행동반경을 제어한 뒤에 창대를 순식간에 돌려 잡으며 격수를 향해 찔렀다.

캉!!

단순한 찌르기에 담겨있는 엄청난 내공에 격수는 1장이나 밀려났다.

타핫-

그리고 그 반발력을 이용해 지면을 박차고 공중제비를 돌며 격화의 검을 피해낸 구자환은 창대를 휘둘러 격화의 우측 다리를 가격했다.

퍽!

“으윽!”

다시 창대를 돌려 잡으며 자세를 가다듬었는데 순간 오싹한 기운이 등 뒤에서 느껴지자 구자환은 빠르게 허리를 숙였다.

푸슉!

하지만 완벽하게 피해내지 못했는지 새빨간 피가 허공을 적셨다.

“큽..”

허리를 숙인 구자환의 주위에 격근을 비롯해 격화, 격원, 격수가 네 방면을 막고 노려봤다.

격근이 검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합진!”

타핫-

가장 먼저 달려든 사람은 격근이었다.

그의 검은 매서웠고 빨랐다.

구자환은 서둘러 창을 뻗어 격근의 검을 막았지만 양옆에서 다가오는 날카로운 검날이 보이자 몸을 재빨리 틀어서 피했다.

슈욱!

하지만 이 둘의 공격은 미끼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격은 절대 피할 수 없었다.

카앙!!!

완벽한 합진. 화경의 고수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자부하는 공격이었기에 지켜보던 세 사람은 죽었을 거로 판단하고 뒤로 돌아 서서를 노려봤다.

근데···

“크헉···”

심장을 뚫고 나온 검에 목숨을 잃고 피를 흘리는 사람은 격화였다.

“산적 나부랭이가 아니구나. 너희 정파 놈들이군.”

믿을 수 없는 목소리를 들은 세 사람은 급하게 고개를 돌렸지만 구자환의 도약이 더 빨랐다.

퓨숙-

“끄아악!!”

가장 늦게 반응한 격원의 우측 어깨의 심줄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본 격근과 격수가 서둘러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격수는 날아오는 창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넘어지는 것은 치명적이었고 그걸 놓칠 구자환이 아니었다.

빠르게 내지르는 구자환의 검에 너무나 손쉽게 심장을 허용했다.

“크헉..”

세 명. 순식간에 저 남자에게 당한 수하가 세 명이다.

두려운 마음에 격근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냐!!”

“호위무사다.”

“일개 호위무사가 이 정도의 무위를 보이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되더군.”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했고 구자환은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 검을 고쳐 들고 달려들었다.

격근은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다.

캉- 챙!

하지만 구자환의 압도적인 무위에 결국 무릎을 꿇었고 숨을 거뒀다.

“아가씨. 어서 후방으로 물··· 아가씨!?”

분명 격근에게 달려들 때까지만 해도 서서는 자신의 뒤에 있었다.

그런데 일각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서서가 사라졌다.

구자환은 급하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흑혁추와 간혁살은 격하게 싸우고 있었고 다른 산적들과 장간대원들도 싸우느라 바빴다.

흠칫-

주위를 살펴보던 구자환은 서서가 서 있던 곳을 유심히 보더니 어느 방향으로 뛰어갔다.

‘살수다. 그것도 일급, 아니 초특급.’

구자환은 조금 더 서둘렀다.

멀리서 서서를 들춰 매고 달려가는 복면인들이 다수 보이자 구자환이 조금 더 빠르게 달렸다.

“거기서라!!”

구자환이 들고 있던 창을 내공을 가득 담아서 앞으로 거칠게 던졌다.

콰아앙!!

복면인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너희는 먼저 가라. 이놈은 우리가 처리하고 가겠다.”

“명!”

서서를 들춰 매고 있었던 복면인들은 다시 발길을 돌렸고 구자환이 따라가려고 자세를 취하자 비와 나머지 1조가 막아섰다.

“너는 오늘 이곳에서 숨을 거둘 것이다.”

구자환은 대답조차 할 시간이 없었는지 빠르게 지면을 박차고 날아갔다.

파핫-

그때 복면인 둘이 검을 치켜들고 맞대응했다.

카앙!

‘강하다!’

좀 전에 싸움에서 꽤 많은 내공을 사용한 구자환은 복면인들의 무공이 생각보다 뛰어나자 당황했다.

당황하고 있는 구자환을 내버려둘 정도로 상냥하지 않은 지 또 다른 복면인 셋이 검을 내질렀다.

“크윽!!”

셋의 검은 몸을 돌려 피했지만 다른 방향에서 찔러온 단검에 우측 팔이 꽤 깊게 베였다.

그 순간.

“쿨럭!!”

구자환이 검 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독!”

그러자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단검을 들고 비릿하게 웃는 복면인이 복면을 내리고 말했다.

“네놈도 그 꼬마와 같이 죽는구나.”

구자환의 머릿속에 풍희가 스치고 지나갔다.

쿨럭-

“네···네놈이냐!?”

복면을 다시 올려 쓴 비가 말했다.

“네가 죽인 자들의 이름을 알려주지.”

온몸으로 퍼지는 독을 막느라 급급한 구자환은 분노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격원, 격수, 격근, 격화.”

‘아···’

복면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단검을 구자환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그렇게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다.

풍희도, 서서도.

[원수근화]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는 데는 쓸모가 없다.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16. 서서 붙잡히다

한 산적이 망루 위에 산적이 다급하게 외친다.

“황금장이다! 황금장!!”

둥! 둥!

웅장한 북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뭐야!? 왜 벌써 도착한 거야??!”

우왕좌왕하는 산적들 사이로 격근이 걸어 나오더니 내공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집중!!!”

귀청이 떨어질 거 같은 엄청난 소리에 산적들은 저마다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지자 격근은 말을 이었다.

“우왕좌왕하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라! 우선 문을 굳게 닫아라!”

채주의 명령도 아닌 그저 협력관계인 사람의 말이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기운을 풍기는 그의 말에 산적들은 감히 토를 달 수 없었다.

“ㅇ···예!!”

뒤에서 따라 나오던 흑혁추도 격근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딱히 제지하지는 못했다.

“근 대협. 그나저나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매복으로 저들을 붙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기에는 너무 빨리 왔는데 말이오.”

격근의 눈이 순간 찌그러졌다가 펴졌는데 워낙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계속 보고 있던 흑혁추도 알아보지 못했다.

격근의 얼굴에는 다시 온화한 미소를 띠었고 흑혁추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예상과 다른 경로로 온 듯하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원래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니.”

격근은 그렇게 말을 하고 다른 격살대원을 불렀다.

“모여라!”

“명!”

“명!”

“명!”

어디에 있었는지 다들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흑혁추는 이들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지만 감히 묻지 못했다.

척 보기에도 평범한 자들이 아니었고 오랜 산적생활로 터득한 감각으로 느꼈을 때 이들은 위험했다.

“지금부터 격대는 외각에 숨어있다가 장간대만 노린다!”

“명!!”

“명!!”

“명!!”

격살대(激殺隊).
이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맹주의 비밀부대다.

정사대전이 끝나고 맹주는 절대 권력을 잡았고 그 권력을 더 두텁게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비밀부대를 창설했는데 그중 하나가 격살대다.

격살대는 최소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들은 매달 맹주에게 약을 받아서 먹는다.

달에 한 번씩 약을 먹지 않으면 장기가 모두 타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음에 이르게 된다.

거기다 격살대는 후퇴가 없었다.

자신이 죽으면 맹에서 보상을 해주지만 후퇴를 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두 죽기 때문이다.

그런 격살대 중에서도 가장 강한 측에 들어가는 네 명이 맹주의 명을 받고 이곳에 있었다.

이들이 받은 명은 간단했다.

[흑산 몰락, 황금 착취.]

···

“모두 여기에 진을 쳐라!!”

“예!!”

황금장은 흑산산채가 잘 보이는 곳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보란 듯이 불을 피우고 밥을 해먹으며 자신감을 표출했고 웃고 떠들며 그들을 조롱했다.

흑산산채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사실 황금장도 다를 바가 없었다.

생각보다 단단히 방비한 흑산산채를 보고 꽤 놀랐고 정면으로 돌파하려던 작전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아가씨. 꼭 후방에 계셔야 합니다.”

“간혁살 대주!”

“예. 아가씨.”

“알겠다고 말했어요. 이제 그만 언급하세요.”

“하지만 아가씨···”

“그만!! 이제 계획을 얘기해 주세요.”

한마디 더 하려던 간혁살은 미간을 찌푸린 서서의 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삼켰다.

“그럼 지금부터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촤르륵-

널찍한 지도를 탁자 위에 펼치자 흑산에 대해서 세세하게 나와 있었다.

“우선 장간대 1조가 정문에서 시선을 끌면 2조가 우측으로 돌아서 들어간다. 그리고 2조는 최대한 소란스럽게 움직여라.”

“예!!”

“예!!”

“그러면 3조가 좌측으로 조용히 들어가고 정문을 열어 1조와 합류한다.”

“예!!”

“그렇게 정문이 열리면 나머지 표사들이 들어가고 순식간에 제압한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다들 이만 물러가게나.”

“예!!”

그렇게 조장들은 인사를 하고 계획을 설명하러 돌아갔고 서서만 남았다.

“아가씨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나는?”

“예??”

“나는 어디로 들어가냐고.”

평소에 한없이 온화하던 서서가 지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아가씨는 후방에서 표사들과 같이 들어오시면 됩니다.”

“아니? 나도 1조랑 같이 들어가.”

“아가씨!! 안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됐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해.”

“아가씨!!!”

펄럭-

서서는 간혁살의 대답도 듣지 않고 거칠게 천막을 펄럭이며 나갔다.

간혁살은 밖으로 나가는 서서를 따라가려고 급하게 일어섰는데 앉고 있던 의자 뒤로 넘어지며 부서졌다.

콰직!!

그 소리에 놀라 의자를 보고 서둘러 서서를 찾았지만 서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간혁살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길보다는 흉이 많을 거 같은 날이구나···”

···

“흑산산채 채주는 이리 나와라!!”

커다란 문 앞에서 간혁살이 내공을 끌어올려 소리치자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문이 흔들렸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소리를 지르느냐!!”

그러자 망루 위에서 흑색의 무복을 펄럭이며 흑혁추가 소리쳤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하면 네놈의 목만 베어 가겠다!”

“흥!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꺼내는군! 일없다! 장사치는 가서 돈이나 만지지 어디서 검을 들고 설치느냐!!”

“이놈!! 오늘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 거기에 씨앗을 심을 테다!”

그때 우측에서 함성이 들렸다.

우와아아!!

흑혁추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난동을 부리는 장간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했다. 어서 막아라!!”

정문을 지키던 산적들이 우측으로 모두 몰려갔다.

“으아악!”

“!?”

그 순간을 기다렸던 3조가 좌측에서 날아들었고 정문을 지키던 산적을 순식간에 제거하고 문을 열었다.

전날에 계획한 대로 순식간에 이루어진 완벽한 합공이었다.

“모두! 대 황금장의 명예를 지키자!”

정문이 열리자 표사들과 1조가 들어갔고 3조와 함께 몰려 들어갔다.

“우와아아!!”

수 십 명의 표사들이 물밀 듯이 몰려 들어갔다.

그런데 1조와 함께 움직일 거라고 고집을 부리던 서서가 보이지 않았고 간혁살은 서둘러 서서를 찾았다.

그리고 이내 경악했다.

“아가씨!!!”

타핫-

서서는 지면을 강하게 박차고 망루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죽어!!”

날카롭게 찔러가는 서서의 검 끝이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왔지만 흑혁추는 당황하지 않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콰앙!!

족히 3척은 돼 보이는 거대한 대도가 서서의 검을 막자 서서는 그 반발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졌다.

파핫-

흑혁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떨어지는 서서를 향해 대도를 내리찍으며 도약했다.

그 아찔한 찰나의 순간에 서서는 검 면으로 망루의 다리를 때려 반발력을 얻고 방향을 바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대도를 피했다.

쿠콰쾅!!

서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떨어진 대도가 땅에 처박히자 엄청난 모래바람이 몰아쳤다.

슈욱!

모래바람 사이로 대도가 자신을 향해 찔러 오자 서서는 재빨리 땅을 굴렀다.

캉!!

어느새 달려온 간혁살이 흑혁추의 대로를 막아내고 노려봤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도를 휘두르냐!!”

간혁살의 화려한 검법이 쉴 새 없이 흑혁추를 향해 몰아쳤고 흑혁추는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막기에 급급했다.

캉! 챙! 캉! 챙!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을 때 서서가 다시 한 번 지면을 박차고 뛰어들려 했지만 갑자기 자신을 당기는 손길에 의해서 넘어졌다.

쿠당당-

“으악!!”

숭덩-

넘어진 고통보다 자신의 눈앞을 빠르게 찢어버리는 검격에 서서는 등골이 오싹했다.

“계집! 운이 좋구나.”

땅속에서 검을 휘두르며 나타난 격원이 서서를 째려봤지만 서서의 앞을 구자환이 막아섰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녀석들이 바로 네놈들이군.”

격원의 뒤로 격수와 격화가 나란히 나타나 서슬 퍼런 눈을 뜨고 구자환을 째려봤다.

구자환은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창을 현란하게 뽑았다.

왼손으로 가볍게 창대를 한 바퀴 돌리고는 창끝을 격원을 향해 겨누고 오른손을 까딱였다.

“와라.”

얼굴이 새빨개진 격원이 엄청난 속도로 뛰어들었고 뒤이어서 격수와 격화가 달려들었다.

캉! 부웅-

사거리가 긴 이점을 이용해서 창으로 격원의 행동반경을 제어한 뒤에 창대를 순식간에 돌려 잡으며 격수를 향해 찔렀다.

캉!!

단순한 찌르기에 담겨있는 엄청난 내공에 격수는 1장이나 밀려났다.

타핫-

그리고 그 반발력을 이용해 지면을 박차고 공중제비를 돌며 격화의 검을 피해낸 구자환은 창대를 휘둘러 격화의 우측 다리를 가격했다.

퍽!

“으윽!”

다시 창대를 돌려 잡으며 자세를 가다듬었는데 순간 오싹한 기운이 등 뒤에서 느껴지자 구자환은 빠르게 허리를 숙였다.

푸슉!

하지만 완벽하게 피해내지 못했는지 새빨간 피가 허공을 적셨다.

“큽..”

허리를 숙인 구자환의 주위에 격근을 비롯해 격화, 격원, 격수가 네 방면을 막고 노려봤다.

격근이 검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합진!”

타핫-

가장 먼저 달려든 사람은 격근이었다.

그의 검은 매서웠고 빨랐다.

구자환은 서둘러 창을 뻗어 격근의 검을 막았지만 양옆에서 다가오는 날카로운 검날이 보이자 몸을 재빨리 틀어서 피했다.

슈욱!

하지만 이 둘의 공격은 미끼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격은 절대 피할 수 없었다.

카앙!!!

완벽한 합진. 화경의 고수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자부하는 공격이었기에 지켜보던 세 사람은 죽었을 거로 판단하고 뒤로 돌아 서서를 노려봤다.

근데···

“크헉···”

심장을 뚫고 나온 검에 목숨을 잃고 피를 흘리는 사람은 격화였다.

“산적 나부랭이가 아니구나. 너희 정파 놈들이군.”

믿을 수 없는 목소리를 들은 세 사람은 급하게 고개를 돌렸지만 구자환의 도약이 더 빨랐다.

퓨숙-

“끄아악!!”

가장 늦게 반응한 격원의 우측 어깨의 심줄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본 격근과 격수가 서둘러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격수는 날아오는 창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넘어지는 것은 치명적이었고 그걸 놓칠 구자환이 아니었다.

빠르게 내지르는 구자환의 검에 너무나 손쉽게 심장을 허용했다.

“크헉..”

세 명. 순식간에 저 남자에게 당한 수하가 세 명이다.

두려운 마음에 격근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냐!!”

“호위무사다.”

“일개 호위무사가 이 정도의 무위를 보이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되더군.”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했고 구자환은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 검을 고쳐 들고 달려들었다.

격근은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다.

캉- 챙!

하지만 구자환의 압도적인 무위에 결국 무릎을 꿇었고 숨을 거뒀다.

“아가씨. 어서 후방으로 물··· 아가씨!?”

분명 격근에게 달려들 때까지만 해도 서서는 자신의 뒤에 있었다.

그런데 일각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서서가 사라졌다.

구자환은 급하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흑혁추와 간혁살은 격하게 싸우고 있었고 다른 산적들과 장간대원들도 싸우느라 바빴다.

흠칫-

주위를 살펴보던 구자환은 서서가 서 있던 곳을 유심히 보더니 어느 방향으로 뛰어갔다.

‘살수다. 그것도 일급, 아니 초특급.’

구자환은 조금 더 서둘렀다.

멀리서 서서를 들춰 매고 달려가는 복면인들이 다수 보이자 구자환이 조금 더 빠르게 달렸다.

“거기서라!!”

구자환이 들고 있던 창을 내공을 가득 담아서 앞으로 거칠게 던졌다.

콰아앙!!

복면인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너희는 먼저 가라. 이놈은 우리가 처리하고 가겠다.”

“명!”

서서를 들춰 매고 있었던 복면인들은 다시 발길을 돌렸고 구자환이 따라가려고 자세를 취하자 비와 나머지 1조가 막아섰다.

“너는 오늘 이곳에서 숨을 거둘 것이다.”

구자환은 대답조차 할 시간이 없었는지 빠르게 지면을 박차고 날아갔다.

파핫-

그때 복면인 둘이 검을 치켜들고 맞대응했다.

카앙!

‘강하다!’

좀 전에 싸움에서 꽤 많은 내공을 사용한 구자환은 복면인들의 무공이 생각보다 뛰어나자 당황했다.

당황하고 있는 구자환을 내버려둘 정도로 상냥하지 않은 지 또 다른 복면인 셋이 검을 내질렀다.

“크윽!!”

셋의 검은 몸을 돌려 피했지만 다른 방향에서 찔러온 단검에 우측 팔이 꽤 깊게 베였다.

그 순간.

“쿨럭!!”

구자환이 검 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독!”

그러자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단검을 들고 비릿하게 웃는 복면인이 복면을 내리고 말했다.

“네놈도 그 꼬마와 같이 죽는구나.”

구자환의 머릿속에 풍희가 스치고 지나갔다.

쿨럭-

“네···네놈이냐!?”

복면을 다시 올려 쓴 비가 말했다.

“네가 죽인 자들의 이름을 알려주지.”

온몸으로 퍼지는 독을 막느라 급급한 구자환은 분노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격원, 격수, 격근, 격화.”

‘아···’

복면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단검을 구자환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그렇게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다.

풍희도, 서서도.

[원수근화]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는 데는 쓸모가 없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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