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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15. 당가의 위기

“아니!! 그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황설횽이 흥원수와 황장충과 얘기하는 거를 몰래 엿들은 서서는 풍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도 듣고 토벌단이 떠나는 것도 들었다.

이에 분노한 서서는 몰래 토벌단을 따라갔고 토벌단이 떠난 지 오 일째가 되던 날에 황설횽은 서서가 토벌단을 따라서 사라졌다는 거를 알게 됐다.

황설횽의 부탁으로 잠시 본진으로 향하고 있던 용무를 급하게 불렀고 호위부 구자환을 찾았다.

하지만 구자환은 이미 서서를 따라서 나간 거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위가 같이 향했다는 건데. 어찌 말도 없이 떠난 거냐!!”

책임자로 보이는 노인이 바들바들 떨며 황설횽에게 변명했다.

“장주님.. 죄송합니다만··· 서서 아씨는 고수입니다. 저희 같은 일반 식솔들이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황설횽은 노인을 째려봤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므로 크게 나무라지는 못했다.

지금은 그저 용무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난리가 난 곳은 하북만이 아니었다.

산동으로 향하던 토벌단은 갑자기 나타난 서서의 등장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아니!! 아가씨!! 여길 오시면 어떡하십니까!!”

서서는 아무 말도 못 들은 척하며 휘파람만 불어 댔고 책임자인 간혁살은 미칠 지경이었다.

“아가씨 지금 장주님께서 크게 걱정하실 겁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십시오!”

“싫어!! 난 따라갈 거야! 걱정하지 마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

간혁살은 머리가 지끈 아파졌고 저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는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면 꼭! 꼭 후방에서 계시다가 위험하면 도망가셔야 합니다.

속 타는 간혁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서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큰일 났네 정말.”

간혁살이 떠나자 구자환이 서서의 옆으로 다가왔다.

“아가씨. 이번에는 정말 무모했습니다.”

“하지만 말리지 않았잖아요? 사실 환도 복수하고 싶은 거죠?”

“그것도 부정하지 않겠지만 저는 아가씨가 가는 곳에 따라갈 뿐. 생각하지 않습니다.”

“핏. 솔직하지 못하시기는.”

“아가씨. 정말 그ㄹ···”

“네네. 알겠습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서서가 앞으로 더 빠르게 걸어갔고 구자환은 그저 묵묵히 뒤를 따랐다.

···

“당가는 어떤 곳인가요?”

“흠··· 기억을 잃었으니 당가도 모를 수 있지.”

“···”

“우리 사천당가는 독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고 암기술이 그 어느 문파보다 뛰어난 천하의 오대세가 중 하나다!”

자부심이 넘쳐 흐르는 표정으로 말하는 당상문은 가슴을 활짝 펴고 말을 이었다.

“우리 사천당가는 그 어디도 감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명을 떨치고 있지.”

“그렇게 대단한 곳입니까?”

“그래그래. 그 대단한 곳에 가주가 바로 나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곳에 제가 함부로 들어가도 괜찮은가요?”

“그게 문제다··· 너의 재능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지금 너는 한쪽 다리를 잃었으니.. 허허.”

희는 슬픈 표정으로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오른쪽 다리를 바라봤다.

“방법이 있기는 한데···”

“예!? 다리를 고칠 방법이 있습니까??”

“그래.. 하지만 그게 사실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인 데다 워낙 큰일이라··· 흠.”

“어떤 방법인가요? 무엇이든 해내겠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당상문은 품속에서 영롱한 기운을 내뿜는 천년설삼을 꺼내 들었다.

마치 사람과 흡사한 모양을 띠고 있었고 당장에라도 걸어서 나갈 거 같았다.

“이게 뭔가요??”

“이건 천년설삼이라고 하는 영초다.”

강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풍희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당상문은 말을 이었다.

“천년의 기운을 머금은 삼으로 이걸 먹으면 엄청난 내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지.”

“그럼 그것과 제 다리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너의 내공을 내가 슬쩍 살펴봤는데 무려 이 갑자 반, 아니 삼 갑자에 육박한다.”

“그렇게 높은 겁니까?”

“그래! 삼 갑자의 내공은 절정의 고수가 가지는 내공이다. 엄청난 내공이지. 그런데 그런 내공을 가진 너에게 천년설삼을 먹인다면 그 내공이 얼마가 늘어날까?”

눈을 지그시 감고 골똘히 고민하던 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맞다. 잘 모른다. 얼마나 많은 내공이 쌓일지 알 수 없지. 하지만 엄청난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

“운이 좋다면 너는 환골탈태를 겪을 수도 있다.”

“환골탈태···?”

“그래. 만약 환골탈태를 하게 된다면 너의 오른쪽 다리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요, 거기에 예전보다 강한 몸을 얻을 수 있지.”

“하지만 사부님 그런 귀한 거를 저에게 주어도 되는 겁니까?”

“그래. 그것이 문제인 거다. 이건 본 문파를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릴 비장의 무기이다. 그런데 그거를 너에게 먹인다는 것은 내 욕심이지.”

희는 복잡한 심경으로 말을 하는 당상문을 그저 묵묵히 바라봤다.

“우선 본가에 간 뒤에마저 얘기를 하자꾸나.”

“예 사부님.”

다그닥 다그닥-

그때 당상문과 희의 허름한 마차 뒤로 엄청난 인파의 토벌단이 지나갔다.

“허허, 황금장에서 무슨 일이지?”

순간 희의 옷에 달려있던 실 팔찌가 격하게 요동쳤고 희가 깜짝 놀라서 팔찌를 잡았다.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지나가는 토벌단을 바라봤지만 이미 토벌단은 멀리 지나가고 있었다.

그 토벌단 끝에 갈색빛의 머리를 찰랑거리며 가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 소녀를 보자 심장이 두근거렸고 그리운 감정이 북받치면서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또르륵-

“어??”

소녀의 뒷모습이 끝내 사라지고 노을빛을 비추던 해도 산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

“채주님!! 흑산으로 들어왔다는 보고입니다!”

“뭐라!? 벌써??”

초조함에 두 다리를 떠는 흑혁추를 향해 격근이 한마디 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들은 많은 돈을 토해내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오.

격근의 호언장담에 흑혁추는 마음이 약간 진정됐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근 대협. 이제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소?”

“크흠.. 우선 곳곳에 매복을 숨겨 전력을 줄이는 것이 좋겠소.”

“매복이 통하겠소?”

격근은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매복을 신경 쓰느라 진격 속도도 줄어들고 그만큼 체력도 소모하게 될 겁니다.”

“옳거니! 아주 좋은 생각이오!! 여봐라! 밖에 누구 없느냐!”

그러자 허름한 무복의 사내가 부리나케 달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일조, 이조들을 보내서 매복시켜라! 서둘러!!”

“예!!”

끝까지 머리를 조아리고 나가는 거를 보아하니 그래도 이 흑산에서는 흑혁추의 위명이 어마 무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이번 일이 끝난다면 후하게 사례하겠소!”

“괜찮소. 그저 처음 거래만 기억하시오.”

“여부가 있겠소!? 하하하.”

밖이 소란스러운 걸 보아하니 서둘러 매복하러 떠나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는데 서서의 합류로 인해서 경로를 틀었다는 거다.

짹짹짹-

뜨거운 태양 아래를 유유히 날아가는 참새 세 마리가 지나갔다.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한다! 어서 준비하라!”

“예!!”

간혁살이 지시하자 일꾼들은 부리나케 움직였고 가장 먼저 서서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들어가시지요. 아가씨.”

서서는 정중하게 인사하는 일꾼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아유! 아닙니다, 아가씨.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저를 불러 주십시오!”

“네. 그럴게요.”

“그럼 쉬세요, 아가씨.”

일꾼이 서둘러 천막을 치고 밖으로 나가자 서서는 그제야 편하게 누웠다.

“하아.. 희야···”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풍희가 떠오르며 슬픈 감정이 북받쳤다.

똑똑-

서서는 서둘러 눈가에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닦고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네???”

“구자환 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잠시만요!”

서서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붉게 충혈된 눈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켰다.

“이제 들어오셔도 돼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온 구자환의 손에는 육포와 옥수수 죽 한 그릇이 들려 있었다.

“여기에 두고 가겠습니다.”

“으..응! 고마워요.”

구자환은 슬쩍 보이는 서서의 붉은 눈에 서둘러 음식을 내려 두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서서는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를 저녁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

“일 장로님! 화산파에서 찾아왔습니다!”

“뭐라!? 왜 왔다고 그러지?”

“긴히 할 말이 있다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크흠··· 그래 누가 왔느냐?”

“맹···주님이 오셨습니다.”

“뭐!!?? 그러면 혹시??”

“예··· 맹기대와 함께 왔습니다.”

‘맹주가 냄새를 맡은 건가!? 어찌 이 시점에서 본가로 왔는가. 그것도 맹기대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던 일 장로 당경문이 옷을 급하게 걸쳐 입고 수하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어서 안내하라!”

“예!”

수하의 안내를 받고 귀빈실로 향하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막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명백한 살기! 알고 왔구나.’

끼이이익-

고풍스러운 나무문이 곡소리를 흘리며 열리자 용맹하게 서 있는 이십여 명의 맹기대와 값비싼 비단으로 만든 용포를 걸치고 앉아 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당경문은 맹주를 보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허허허, 그리 격식을 차리지 마시게나. 우리가 이렇게 딱딱한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아닙니다. 어찌 맹주님께 감히···”

“허허. 그만하래도. 나는 오늘 맹주가 아닌 그대의 친우 화천주로써 온 거라네.”

맹주 화천주의 말에는 여러가지 심정이 담겨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인자해 보였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나는 너의 친우로 온 거니 거짓을 고하면 친우로서 다툼을 불사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식은땀 한 줄기가 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맹주님?”

“자네도 참··· 끝까지. 그나저나 가주 상문이는 어디 갔는가?”

‘역시! 정보가 샜구나.’

“아 잠시 바깥바람을 쐬러 나가셨습니다. 이제 곧 돌아오실 겁니다.”

“허허.. 당가는 잠시 바람을 쐬러 산동까지 가나 보오? 대단하오.”

“예!? 그게 무슨···”

“이런.. 당가가 우리 맹을 우습게 보나 보오? 아직 꽤 듣는 귀가 많다오.”

‘전부 들켰다. 이건 분명 작정하고 온 것이 분명해.. 이를 어쩐다.’

“하하. 농이오, 농.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시구려 당 장로.”

당경문은 머리를 굴려 봤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거는 지금 가주가 이곳으로 오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했다.

“저.. 맹주님 잠시 뒷간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자 화천주가 손가락을 한 번 튕겼고 뒤에 서 있던 맹기대원 하나가 따라붙었다.

“밤이 어두워 위험하니 제 수하를 데려가시지요.”

감히 천하의 사천당가의 내부가 위험하다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건 명백하게 자신을 감시하겠다는 행위였지만 당경문은 반문할 수 없었다.

“아..예. 맹주님의 호의에 감사를 전합니다. 그럼···”

뒤에서 서슬 퍼런 눈빛을 보내며 따라오는 맹기대원과 뒷간으로 향했고 문을 열며 슬쩍 뒤편을 봤다.

“밖에서 기다리게. 혹 이런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크흡···”

맹기대원은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당경문은 뒷간에 문을 닫자마자 곧바로 속옷을 찢었고 검지 끝을 살짝 물어뜯어 피를 냈다.

[가주! 맹주가 눈치챘습니다. 돌아오지 마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라고 붉은 피를 적셔 속옷에 글을 남겼고 그 속옷은 돌돌 말아서 한쪽 구석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밖으로 나온 당경문은 피가 흐르지 않게 주먹을 쥐고서 말했다.

“인제 그만 가지.”

맹기대원은 아무 말없이 뒤를 따라갔고 가는 도중에 처음 당경문을 안내했던 수하를 만났다.

“당청! 아직도 뒷간을 수리하지 않았나!? 바람이 흘러들어와 볼일 보기 힘들다! 어서 직접 고쳐라!”

“ㅇ..예!!”

크게 호통치고 빠르게 걸어가는 당경문의 모습에서 어떤 의아한 점도 보이지 않았는지 맹기대원도 딱히 제재하지 않고 지나갔다.

‘뒷간의 수리를 왜 직접 하라고 하시는 거지··· 혹시!?’

당경문의 호통에 갸웃거리던 당청은 서둘러 뒷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볼일을 보는 사람처럼 쪼그려 앉았고 그러자 눈앞에 흰 천이 보였다.

“이건!?”

피로 적혀진 당경문의 편지가 있었다.

당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외각으로 향했다.

끼이익-

당경문과 맹기대원이 귀빈실로 들어오자 화천주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별일 없었소?”

자신에게 물어보는 건지 맹기대원에게 물어보는 건지 헷갈리는 말이었지만 당경문은 재빨리 대답했다.

“맹주님의 호의 덕분에 편안히 다녀왔습니다.”

당경문의 대답을 듣고도 빤히 그를 바라봤고 뒤에 서 있던 맹기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뒤로 오자 화천주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허허, 오늘 참 밤하늘이 밝소.”

화천주는 밖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지만 당경문은 오히려 그의 행동이 고마웠다.

덕분에 저 달빛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둘기 한 마리를 보지 못했을 거기 때문이다.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15. 당가의 위기

“아니!! 그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황설횽이 흥원수와 황장충과 얘기하는 거를 몰래 엿들은 서서는 풍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도 듣고 토벌단이 떠나는 것도 들었다.

이에 분노한 서서는 몰래 토벌단을 따라갔고 토벌단이 떠난 지 오 일째가 되던 날에 황설횽은 서서가 토벌단을 따라서 사라졌다는 거를 알게 됐다.

황설횽의 부탁으로 잠시 본진으로 향하고 있던 용무를 급하게 불렀고 호위부 구자환을 찾았다.

하지만 구자환은 이미 서서를 따라서 나간 거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위가 같이 향했다는 건데. 어찌 말도 없이 떠난 거냐!!”

책임자로 보이는 노인이 바들바들 떨며 황설횽에게 변명했다.

“장주님.. 죄송합니다만··· 서서 아씨는 고수입니다. 저희 같은 일반 식솔들이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황설횽은 노인을 째려봤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므로 크게 나무라지는 못했다.

지금은 그저 용무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난리가 난 곳은 하북만이 아니었다.

산동으로 향하던 토벌단은 갑자기 나타난 서서의 등장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아니!! 아가씨!! 여길 오시면 어떡하십니까!!”

서서는 아무 말도 못 들은 척하며 휘파람만 불어 댔고 책임자인 간혁살은 미칠 지경이었다.

“아가씨 지금 장주님께서 크게 걱정하실 겁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십시오!”

“싫어!! 난 따라갈 거야! 걱정하지 마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

간혁살은 머리가 지끈 아파졌고 저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는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면 꼭! 꼭 후방에서 계시다가 위험하면 도망가셔야 합니다.

속 타는 간혁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서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큰일 났네 정말.”

간혁살이 떠나자 구자환이 서서의 옆으로 다가왔다.

“아가씨. 이번에는 정말 무모했습니다.”

“하지만 말리지 않았잖아요? 사실 환도 복수하고 싶은 거죠?”

“그것도 부정하지 않겠지만 저는 아가씨가 가는 곳에 따라갈 뿐. 생각하지 않습니다.”

“핏. 솔직하지 못하시기는.”

“아가씨. 정말 그ㄹ···”

“네네. 알겠습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서서가 앞으로 더 빠르게 걸어갔고 구자환은 그저 묵묵히 뒤를 따랐다.

···

“당가는 어떤 곳인가요?”

“흠··· 기억을 잃었으니 당가도 모를 수 있지.”

“···”

“우리 사천당가는 독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고 암기술이 그 어느 문파보다 뛰어난 천하의 오대세가 중 하나다!”

자부심이 넘쳐 흐르는 표정으로 말하는 당상문은 가슴을 활짝 펴고 말을 이었다.

“우리 사천당가는 그 어디도 감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명을 떨치고 있지.”

“그렇게 대단한 곳입니까?”

“그래그래. 그 대단한 곳에 가주가 바로 나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곳에 제가 함부로 들어가도 괜찮은가요?”

“그게 문제다··· 너의 재능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지금 너는 한쪽 다리를 잃었으니.. 허허.”

희는 슬픈 표정으로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오른쪽 다리를 바라봤다.

“방법이 있기는 한데···”

“예!? 다리를 고칠 방법이 있습니까??”

“그래.. 하지만 그게 사실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인 데다 워낙 큰일이라··· 흠.”

“어떤 방법인가요? 무엇이든 해내겠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당상문은 품속에서 영롱한 기운을 내뿜는 천년설삼을 꺼내 들었다.

마치 사람과 흡사한 모양을 띠고 있었고 당장에라도 걸어서 나갈 거 같았다.

“이게 뭔가요??”

“이건 천년설삼이라고 하는 영초다.”

강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풍희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당상문은 말을 이었다.

“천년의 기운을 머금은 삼으로 이걸 먹으면 엄청난 내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지.”

“그럼 그것과 제 다리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너의 내공을 내가 슬쩍 살펴봤는데 무려 이 갑자 반, 아니 삼 갑자에 육박한다.”

“그렇게 높은 겁니까?”

“그래! 삼 갑자의 내공은 절정의 고수가 가지는 내공이다. 엄청난 내공이지. 그런데 그런 내공을 가진 너에게 천년설삼을 먹인다면 그 내공이 얼마가 늘어날까?”

눈을 지그시 감고 골똘히 고민하던 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맞다. 잘 모른다. 얼마나 많은 내공이 쌓일지 알 수 없지. 하지만 엄청난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

“운이 좋다면 너는 환골탈태를 겪을 수도 있다.”

“환골탈태···?”

“그래. 만약 환골탈태를 하게 된다면 너의 오른쪽 다리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요, 거기에 예전보다 강한 몸을 얻을 수 있지.”

“하지만 사부님 그런 귀한 거를 저에게 주어도 되는 겁니까?”

“그래. 그것이 문제인 거다. 이건 본 문파를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릴 비장의 무기이다. 그런데 그거를 너에게 먹인다는 것은 내 욕심이지.”

희는 복잡한 심경으로 말을 하는 당상문을 그저 묵묵히 바라봤다.

“우선 본가에 간 뒤에마저 얘기를 하자꾸나.”

“예 사부님.”

다그닥 다그닥-

그때 당상문과 희의 허름한 마차 뒤로 엄청난 인파의 토벌단이 지나갔다.

“허허, 황금장에서 무슨 일이지?”

순간 희의 옷에 달려있던 실 팔찌가 격하게 요동쳤고 희가 깜짝 놀라서 팔찌를 잡았다.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지나가는 토벌단을 바라봤지만 이미 토벌단은 멀리 지나가고 있었다.

그 토벌단 끝에 갈색빛의 머리를 찰랑거리며 가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 소녀를 보자 심장이 두근거렸고 그리운 감정이 북받치면서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또르륵-

“어??”

소녀의 뒷모습이 끝내 사라지고 노을빛을 비추던 해도 산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

“채주님!! 흑산으로 들어왔다는 보고입니다!”

“뭐라!? 벌써??”

초조함에 두 다리를 떠는 흑혁추를 향해 격근이 한마디 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들은 많은 돈을 토해내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오.

격근의 호언장담에 흑혁추는 마음이 약간 진정됐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근 대협. 이제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소?”

“크흠.. 우선 곳곳에 매복을 숨겨 전력을 줄이는 것이 좋겠소.”

“매복이 통하겠소?”

격근은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매복을 신경 쓰느라 진격 속도도 줄어들고 그만큼 체력도 소모하게 될 겁니다.”

“옳거니! 아주 좋은 생각이오!! 여봐라! 밖에 누구 없느냐!”

그러자 허름한 무복의 사내가 부리나케 달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일조, 이조들을 보내서 매복시켜라! 서둘러!!”

“예!!”

끝까지 머리를 조아리고 나가는 거를 보아하니 그래도 이 흑산에서는 흑혁추의 위명이 어마 무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이번 일이 끝난다면 후하게 사례하겠소!”

“괜찮소. 그저 처음 거래만 기억하시오.”

“여부가 있겠소!? 하하하.”

밖이 소란스러운 걸 보아하니 서둘러 매복하러 떠나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는데 서서의 합류로 인해서 경로를 틀었다는 거다.

짹짹짹-

뜨거운 태양 아래를 유유히 날아가는 참새 세 마리가 지나갔다.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한다! 어서 준비하라!”

“예!!”

간혁살이 지시하자 일꾼들은 부리나케 움직였고 가장 먼저 서서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들어가시지요. 아가씨.”

서서는 정중하게 인사하는 일꾼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아유! 아닙니다, 아가씨.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저를 불러 주십시오!”

“네. 그럴게요.”

“그럼 쉬세요, 아가씨.”

일꾼이 서둘러 천막을 치고 밖으로 나가자 서서는 그제야 편하게 누웠다.

“하아.. 희야···”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풍희가 떠오르며 슬픈 감정이 북받쳤다.

똑똑-

서서는 서둘러 눈가에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닦고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네???”

“구자환 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잠시만요!”

서서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붉게 충혈된 눈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켰다.

“이제 들어오셔도 돼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온 구자환의 손에는 육포와 옥수수 죽 한 그릇이 들려 있었다.

“여기에 두고 가겠습니다.”

“으..응! 고마워요.”

구자환은 슬쩍 보이는 서서의 붉은 눈에 서둘러 음식을 내려 두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서서는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를 저녁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

“일 장로님! 화산파에서 찾아왔습니다!”

“뭐라!? 왜 왔다고 그러지?”

“긴히 할 말이 있다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크흠··· 그래 누가 왔느냐?”

“맹···주님이 오셨습니다.”

“뭐!!?? 그러면 혹시??”

“예··· 맹기대와 함께 왔습니다.”

‘맹주가 냄새를 맡은 건가!? 어찌 이 시점에서 본가로 왔는가. 그것도 맹기대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던 일 장로 당경문이 옷을 급하게 걸쳐 입고 수하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어서 안내하라!”

“예!”

수하의 안내를 받고 귀빈실로 향하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막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명백한 살기! 알고 왔구나.’

끼이이익-

고풍스러운 나무문이 곡소리를 흘리며 열리자 용맹하게 서 있는 이십여 명의 맹기대와 값비싼 비단으로 만든 용포를 걸치고 앉아 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당경문은 맹주를 보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허허허, 그리 격식을 차리지 마시게나. 우리가 이렇게 딱딱한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아닙니다. 어찌 맹주님께 감히···”

“허허. 그만하래도. 나는 오늘 맹주가 아닌 그대의 친우 화천주로써 온 거라네.”

맹주 화천주의 말에는 여러가지 심정이 담겨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인자해 보였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나는 너의 친우로 온 거니 거짓을 고하면 친우로서 다툼을 불사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식은땀 한 줄기가 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맹주님?”

“자네도 참··· 끝까지. 그나저나 가주 상문이는 어디 갔는가?”

‘역시! 정보가 샜구나.’

“아 잠시 바깥바람을 쐬러 나가셨습니다. 이제 곧 돌아오실 겁니다.”

“허허.. 당가는 잠시 바람을 쐬러 산동까지 가나 보오? 대단하오.”

“예!? 그게 무슨···”

“이런.. 당가가 우리 맹을 우습게 보나 보오? 아직 꽤 듣는 귀가 많다오.”

‘전부 들켰다. 이건 분명 작정하고 온 것이 분명해.. 이를 어쩐다.’

“하하. 농이오, 농.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시구려 당 장로.”

당경문은 머리를 굴려 봤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거는 지금 가주가 이곳으로 오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했다.

“저.. 맹주님 잠시 뒷간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자 화천주가 손가락을 한 번 튕겼고 뒤에 서 있던 맹기대원 하나가 따라붙었다.

“밤이 어두워 위험하니 제 수하를 데려가시지요.”

감히 천하의 사천당가의 내부가 위험하다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건 명백하게 자신을 감시하겠다는 행위였지만 당경문은 반문할 수 없었다.

“아..예. 맹주님의 호의에 감사를 전합니다. 그럼···”

뒤에서 서슬 퍼런 눈빛을 보내며 따라오는 맹기대원과 뒷간으로 향했고 문을 열며 슬쩍 뒤편을 봤다.

“밖에서 기다리게. 혹 이런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크흡···”

맹기대원은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당경문은 뒷간에 문을 닫자마자 곧바로 속옷을 찢었고 검지 끝을 살짝 물어뜯어 피를 냈다.

[가주! 맹주가 눈치챘습니다. 돌아오지 마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라고 붉은 피를 적셔 속옷에 글을 남겼고 그 속옷은 돌돌 말아서 한쪽 구석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밖으로 나온 당경문은 피가 흐르지 않게 주먹을 쥐고서 말했다.

“인제 그만 가지.”

맹기대원은 아무 말없이 뒤를 따라갔고 가는 도중에 처음 당경문을 안내했던 수하를 만났다.

“당청! 아직도 뒷간을 수리하지 않았나!? 바람이 흘러들어와 볼일 보기 힘들다! 어서 직접 고쳐라!”

“ㅇ..예!!”

크게 호통치고 빠르게 걸어가는 당경문의 모습에서 어떤 의아한 점도 보이지 않았는지 맹기대원도 딱히 제재하지 않고 지나갔다.

‘뒷간의 수리를 왜 직접 하라고 하시는 거지··· 혹시!?’

당경문의 호통에 갸웃거리던 당청은 서둘러 뒷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볼일을 보는 사람처럼 쪼그려 앉았고 그러자 눈앞에 흰 천이 보였다.

“이건!?”

피로 적혀진 당경문의 편지가 있었다.

당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외각으로 향했다.

끼이익-

당경문과 맹기대원이 귀빈실로 들어오자 화천주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별일 없었소?”

자신에게 물어보는 건지 맹기대원에게 물어보는 건지 헷갈리는 말이었지만 당경문은 재빨리 대답했다.

“맹주님의 호의 덕분에 편안히 다녀왔습니다.”

당경문의 대답을 듣고도 빤히 그를 바라봤고 뒤에 서 있던 맹기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뒤로 오자 화천주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허허, 오늘 참 밤하늘이 밝소.”

화천주는 밖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지만 당경문은 오히려 그의 행동이 고마웠다.

덕분에 저 달빛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둘기 한 마리를 보지 못했을 거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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