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낙서는 모바일 기준으로 모바일과 피시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제와 무관한 댓글이나 스포일러, 악플은 경고조치 없이 삭제됩니다.
오매불망
뚱때
13. 월척을 낚다

찰랑 찰랑-

“걸렸다!!”

대어를 낚은 것을 알려주듯 격하게 휘어 있는 낚싯대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팽팽했다.

“이놈!! 크구나!”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 낚싯대를 풀고 들고 풀고 들고를 반복하며 접전을 펼쳤다.

“마지막이다!”

순간 내공을 낚싯대로 보내 강하게 끌어 올렸다.

쿠당탕!!

“쿠당탕?? 물고기가 쿠당탕?”

배가 고파서 강가에서 낚시를 한 지 어언 한 시진. 첫 입질이었다.

그렇게 첫 입질부터 대어라는 기대감에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깜짝 놀랐다.

“사람!!?”

소년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위중한 소년!

노인은 급하게 소년을 살폈다.

“다리가 썩었다. 이건 청산독!? 당가의 독이 어째서!”

노인의 손은 거침없었다. 소년의 썩은 피부를 도려냈고 혈을 짚었다.

“산공독에 청산독이라. 대체 무엇이냐.”

청산독은 당가내에서도 장로급만 취급할 수 있었으며 그 극악한 독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자신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왜? 바로 이 노인이 당가의 가주 당상문이기 때문이다.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닌가 보구나 아해야.”

만약 풍희를 구한 사람이 당상문이 아니었다면 풍희는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만큼 맹독이었고 독에 대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인 당상문을 만났기 때문에 풍희의 운명이 더 이어질 수 있었다.

당상문은 우선 근처에 지어둔 초가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말년에 이게 무슨 고생인고.”

투덜댔지만 풍희를 엎고 달려가는 그의 몸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

구름에 가려 햇살이 비추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공기가 감도는 맹주의 집무실에 한 마리 비둘기가 날아왔다.

푸드덕-

비둘기의 발목에는 붉은색의 종이가 묶여있었다.

별다른 말은 없었고 그저 한 단어만 적혀있었다.

- 결 (抉) 

“허허허. 결국, 저지른 것인가?”

맹주의 손에서 뜨거운 화기가 올라오더니 이내 붉은 종이가 잿더미가 돼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맹주는 날아가는 잿더미를 바라보자 입꼬리가 쭈욱 찢어졌다.

“그래! 그게 너 답지! 하하!!”

똑똑-

“들어오거라.”

“명!”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온몸이 전부 흑색이었다.

햇살이 비추지 않았다면 누가 들어왔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었고 형태도 없었다.

“추살단주 은휘가 맹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죄송합니다. 명을 어기고 손을 쓴 모양입니다. 죽여주십시오!”

은휘를 바라보는 맹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네, 괜찮아! 훌륭했네. 그 꼬마. 아니 그 녀석의 무공은 딱 그 정도였던 것이지.”

은휘는 대답 없이 묵묵히 고개만을 숙이고 있었다.

“얘기를 듣고 싶으니 복귀하는 대로 나에게 보내주게.”

“명!!”

맹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밖을 다시 바라봤고 은휘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드르륵-

문이 닫히고 집무실에 맹주만 남자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움찔 움찔거렸다.

···

“쿨럭!! 컥!”

입안 가득 고여 있던 물을 전부 뱉어냈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 풍희의 몸에는 대침이 빼곡히 박혀 있었고 특히 우측 다리와 단전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침이 박혀 있었다.

“후우.. 이제 한 시름 놓겠군.”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던 당상문이 풍희를 스윽 쳐다보며 의아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꼬마를 구하고 있는 거지??”

왜 이 꼬마를 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꼬마를 보는 순간 저절로 몸이 행동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 꼬마를 살리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이 독인 만큼 우측 다리는 앞으로 못 쓸 것이다.

이미 피부는 검게 변했었고 신경들이 모두 손상당해 감각을 잃은 지 오래일 것이다.

“흐음... 그나저나 훌륭한 무골이구나.”

산공독을 해독하자마자 이 꼬마의 단전에는 엄청난 내공이 모이고 있었고 그만한 그릇이 됐다.

지금까지 치료하며 살펴본 결과 적어도 이 나잇대의 후계지수들 중 가장 뛰어난 아이였다.

“어쩌다 이리 심한 일을 당했는가··· 그보다 감히 우리 당가의 독을 사용하다니 꼭 찾아내겠다.”

당상문은 초가집의 문을 열고 나와 한 마리의 비둘기를 날렸다.

청산독. 분명히 이 일에 당가의 장로급이 엮인 일이다. 가주로써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가주인 자신이 모르는 그 어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

짹짹-

기분 좋은 새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강물에 반사되어 비추는 햇빛은 아름다웠다.

“어???”

그때 강물에 떠내려오는 무언가가 서서의 눈에 들어왔다.

첨벙첨벙-

옷이 젖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그 무언가를 낚아챘다.

“팔···찌??”

굉장히 신기한 팔찌였다.

강물에 떠내려온 것인데 방금 만든 것처럼 물에 전혀 젖지 않았고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보기만 해도 영롱한 느낌의 실 팔찌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기하구나···”

서서는 무언가에 홀린 거처럼 팔찌를 팔에 차고 햇빛에 손을 뻗었다.

“예쁘다.”

주인을 찾기에는 단서도 없었고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욕심이 났다.

“미안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팔찌가 떠내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서서는 강물에서 나왔고 젖은 옷을 갈아입고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서서는 알지 못했다. 이 팔찌가 어떤 팔찌인지.

풍희는 알지 못했다. 그 팔찌가 누구 팔찌인지.

···

풍희가 깨어난 것은 보름이 지났을 때였다.

뜨거운 햇살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미간을 뜨겁게 달궜다.

“으윽!!!”

눈을 뜨자 온몸에 박혀 있는 침들이 보이고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특히 우측 다리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 하아···”

힘겹게 숨을 쉬고 있던 그때 문을 열고 당상문이 들어왔다.

정신을 차린 풍희를 보자 당상문은 황급히 달려와 맥을 짚었다.

“굉장하구나!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독을 모두 밀어냈어! 잘했다.”

당상문은 마치 자신의 자식이 깨어난 듯 좋아했다.

“우선 쉬어라. 몸 상태가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당상문이 풍희의 혈을 짚자 풍희의 눈은 스르륵 감겼다.

풍희의 눈 앞에 펼쳐진 곳은 푸른 초원이었다.

꺄르륵- 꺄르륵-

한 소년과 엄마, 아빠가 손을 잡고 뛰어놀고 있었다.

- 우리 희가 얼마나 컸는지 한번 볼까!?

아빠는 소년을 높게 들어 허공에 던졌다가 받았고 아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며 거친 물소리가 들려왔다.

참방! 참방!

뛰어놀던 세 가족은 어느새 사라졌고 자신만 덩그러니 남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압박하는 세 명의 그림자가 있었는데 그들을 향해 자신은 무언가를 계속 던지고 있었다.

그러다 그림자들이 모두 허물고 그 사이로 커다란 파도가 몰려왔다.

그 파도는 자신을 휩쓸고 절벽으로 떨어졌다.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가고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물의 소리는 귓가를 어지럽혔다.

“으아악!!! 컥.”

풍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으로 급히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윽!!”

극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절로 두 눈이 찌푸려졌다.

끼이익-

“정신이 드느냐?”

어죽을 들고 들어온 당상문이 풍희를 다정하게 바라봤다.

“머리가.. 머리가 아픕니다.”

당상문은 풍희의 옆에 앉은 뒤에 약초를 달인 물을 한 바가지 떠먹였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두통이 사라졌다.

“자, 우선 밥부터 먹거라.”

풍희는 당상문이 가져온 어죽을 힘겹게 다 먹은 뒤 당상문과 마주 앉았다.

“그래. 너는 누구인가?”

“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무엇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흐음···”

턱에 난 수염을 매만지던 당상문은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살아난 것이 용하지. 그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느냐?”

“무언가를.. 던졌습니다.”

“던져??”

“예. 저의 기억은 무언가를 던졌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흠··· 알겠다. 우선 좀 쉬거라.”

“예. 감사합니다.”

풍희는 자신을 도와주는 이 노인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그걸 물을 여력도 없었고 물을 이유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쉬고 싶을 뿐이었다.

···

황금장은 지금 난리가 났다.

산동에서의 표행을 끝내고 하북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지만 풍희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희의 말을 듣고 찾아온 흥원수가 말하기로는 이미 풍희가 자신을 떠난 지 보름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에 황장충이 표사들을 통해서 수소문하자 보름 전 큰 소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흔적을 쫓고 쫓다 보니 마을 외곽의 산에 올라갔고 그 산을 샅샅이 뒤지자 시체들이 나왔다.

시체들의 훼손상태를 보아하니 들짐승들이 뜯어 먹은 지 오래였고 풍희가 사라진 시점과 비슷해 보였다.

그때 표사의 귀에 강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첨벙-

“응??”

수풀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높은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절벽의 높이는 실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고 이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 누구도 목숨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설마···”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자 풍희의 검이 피를 잔뜩 묻히고 떨어져 있었다.

“큰일났다!!”

풍희의 검을 주운 표사들은 급히 황장충에게 돌아갔고 황장충에게 사실을 전했다.

황장충은 표사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지끈 아파져 왔고 그 옆에 있던 흥원수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그런일이···”

쾅!!

황장충이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며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이놈 흑산산채!!!”

산동에 처음 발을 들인 풍희를 아무 이유 없이 암살할 이유는 없었다.

만약 누군가 풍희를 해하려 했다면 그곳은 필시 흑산산채일 것이다.

“제 불찰입니다. 강하다는 것만 생각해 아직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황장충은 흥원수에게 고개를 숙였고 흥원수는 그게 어찌 그대의 잘못이냐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황장충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하북으로 돌아갔고 흥원수는 풍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며 따라갔다.

황장충은 다짐했다. 흑산산채를 이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

“감사합니다. 어르신.”

보름이 더 지난 뒤에야 풍희의 몸이 돌아왔다.

한 달 만에 독을 모두 이겨내고 내공까지 다시 모은 풍희의 모습에 당상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느냐?”

“예.. 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허허.. 그런가..”

풍희가 당상문에게 허리를 크게 숙이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겠습니까?”

“내가 살펴보니 너는 무림인이다. 그럼 혹시 너의 무공을 내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

무공을 보여달라는 부탁에 풍희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가 지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무언가 던지는 것만이 기억 날 뿐. 그 어떤 기억도 안 납니다···”

“그래! 그 무언가 던지는 것만이라도 내게 보여다오.”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그래. 나는 정도의 길을 걷는 자다.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는 것은 응당 당연하다.”

당산문은 품속에서 비수를 하나 꺼내 풍희에게 건네줬다.

풍희는 당상문에게 받은 비수를 손에 들자 갑자기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 이 기분은 무엇일까···’

이내 상념을 지우고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

“아닙니다. 그러면 부족한 실력입니다만 어르신께 보여드리겠습니다.”

풍희가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풍희 쪽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방향을 반대로 틀자 그 찰나의 순간을 노려서 풍희가 비수를 던졌다.

푸슉-

그 비수는 정확하게 나무에 꽂혔는데 바람의 힘을 빌려서인지 내력을 담지 않았지만 나무를 꿰뚫었다.

풍희는 자신의 실력에 경악했고 당상문은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저건 당가의 비도술이다!’

풍희는 갑자기 깊은 고민에 빠진 당상문의 모습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묵묵히 기다렸다.

오랜 고민 끝에 당상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너는 당가의 사람인 것 같구나.”

“예!!??”

“나는 사천당가의 가주 당상문이다. 헌데 내가 모르는 당가의 아이라니··· 희한하구나.”

“제가 어르신의 가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너의 그 암기술은 우리 당가의 것이 확실하다.”

“···”

“거기다. 훌륭하다. 우리 가문의 그 어떤 천재보다도 너의 재능은 뛰어나다. 그래서 욕심이 생기는구나.”

“예??”

“나와 함께 당가로 가지 않겠니??”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13. 월척을 낚다

찰랑 찰랑-

“걸렸다!!”

대어를 낚은 것을 알려주듯 격하게 휘어 있는 낚싯대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팽팽했다.

“이놈!! 크구나!”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 낚싯대를 풀고 들고 풀고 들고를 반복하며 접전을 펼쳤다.

“마지막이다!”

순간 내공을 낚싯대로 보내 강하게 끌어 올렸다.

쿠당탕!!

“쿠당탕?? 물고기가 쿠당탕?”

배가 고파서 강가에서 낚시를 한 지 어언 한 시진. 첫 입질이었다.

그렇게 첫 입질부터 대어라는 기대감에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깜짝 놀랐다.

“사람!!?”

소년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위중한 소년!

노인은 급하게 소년을 살폈다.

“다리가 썩었다. 이건 청산독!? 당가의 독이 어째서!”

노인의 손은 거침없었다. 소년의 썩은 피부를 도려냈고 혈을 짚었다.

“산공독에 청산독이라. 대체 무엇이냐.”

청산독은 당가내에서도 장로급만 취급할 수 있었으며 그 극악한 독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자신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왜? 바로 이 노인이 당가의 가주 당상문이기 때문이다.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닌가 보구나 아해야.”

만약 풍희를 구한 사람이 당상문이 아니었다면 풍희는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만큼 맹독이었고 독에 대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인 당상문을 만났기 때문에 풍희의 운명이 더 이어질 수 있었다.

당상문은 우선 근처에 지어둔 초가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말년에 이게 무슨 고생인고.”

투덜댔지만 풍희를 엎고 달려가는 그의 몸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

구름에 가려 햇살이 비추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공기가 감도는 맹주의 집무실에 한 마리 비둘기가 날아왔다.

푸드덕-

비둘기의 발목에는 붉은색의 종이가 묶여있었다.

별다른 말은 없었고 그저 한 단어만 적혀있었다.

- 결 (抉) 

“허허허. 결국, 저지른 것인가?”

맹주의 손에서 뜨거운 화기가 올라오더니 이내 붉은 종이가 잿더미가 돼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맹주는 날아가는 잿더미를 바라보자 입꼬리가 쭈욱 찢어졌다.

“그래! 그게 너 답지! 하하!!”

똑똑-

“들어오거라.”

“명!”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온몸이 전부 흑색이었다.

햇살이 비추지 않았다면 누가 들어왔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었고 형태도 없었다.

“추살단주 은휘가 맹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죄송합니다. 명을 어기고 손을 쓴 모양입니다. 죽여주십시오!”

은휘를 바라보는 맹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네, 괜찮아! 훌륭했네. 그 꼬마. 아니 그 녀석의 무공은 딱 그 정도였던 것이지.”

은휘는 대답 없이 묵묵히 고개만을 숙이고 있었다.

“얘기를 듣고 싶으니 복귀하는 대로 나에게 보내주게.”

“명!!”

맹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밖을 다시 바라봤고 은휘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드르륵-

문이 닫히고 집무실에 맹주만 남자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움찔 움찔거렸다.

···

“쿨럭!! 컥!”

입안 가득 고여 있던 물을 전부 뱉어냈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 풍희의 몸에는 대침이 빼곡히 박혀 있었고 특히 우측 다리와 단전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침이 박혀 있었다.

“후우.. 이제 한 시름 놓겠군.”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던 당상문이 풍희를 스윽 쳐다보며 의아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꼬마를 구하고 있는 거지??”

왜 이 꼬마를 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꼬마를 보는 순간 저절로 몸이 행동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 꼬마를 살리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이 독인 만큼 우측 다리는 앞으로 못 쓸 것이다.

이미 피부는 검게 변했었고 신경들이 모두 손상당해 감각을 잃은 지 오래일 것이다.

“흐음... 그나저나 훌륭한 무골이구나.”

산공독을 해독하자마자 이 꼬마의 단전에는 엄청난 내공이 모이고 있었고 그만한 그릇이 됐다.

지금까지 치료하며 살펴본 결과 적어도 이 나잇대의 후계지수들 중 가장 뛰어난 아이였다.

“어쩌다 이리 심한 일을 당했는가··· 그보다 감히 우리 당가의 독을 사용하다니 꼭 찾아내겠다.”

당상문은 초가집의 문을 열고 나와 한 마리의 비둘기를 날렸다.

청산독. 분명히 이 일에 당가의 장로급이 엮인 일이다. 가주로써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가주인 자신이 모르는 그 어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

짹짹-

기분 좋은 새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강물에 반사되어 비추는 햇빛은 아름다웠다.

“어???”

그때 강물에 떠내려오는 무언가가 서서의 눈에 들어왔다.

첨벙첨벙-

옷이 젖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그 무언가를 낚아챘다.

“팔···찌??”

굉장히 신기한 팔찌였다.

강물에 떠내려온 것인데 방금 만든 것처럼 물에 전혀 젖지 않았고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보기만 해도 영롱한 느낌의 실 팔찌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기하구나···”

서서는 무언가에 홀린 거처럼 팔찌를 팔에 차고 햇빛에 손을 뻗었다.

“예쁘다.”

주인을 찾기에는 단서도 없었고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욕심이 났다.

“미안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팔찌가 떠내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서서는 강물에서 나왔고 젖은 옷을 갈아입고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서서는 알지 못했다. 이 팔찌가 어떤 팔찌인지.

풍희는 알지 못했다. 그 팔찌가 누구 팔찌인지.

···

풍희가 깨어난 것은 보름이 지났을 때였다.

뜨거운 햇살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미간을 뜨겁게 달궜다.

“으윽!!!”

눈을 뜨자 온몸에 박혀 있는 침들이 보이고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특히 우측 다리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 하아···”

힘겹게 숨을 쉬고 있던 그때 문을 열고 당상문이 들어왔다.

정신을 차린 풍희를 보자 당상문은 황급히 달려와 맥을 짚었다.

“굉장하구나!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독을 모두 밀어냈어! 잘했다.”

당상문은 마치 자신의 자식이 깨어난 듯 좋아했다.

“우선 쉬어라. 몸 상태가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당상문이 풍희의 혈을 짚자 풍희의 눈은 스르륵 감겼다.

풍희의 눈 앞에 펼쳐진 곳은 푸른 초원이었다.

꺄르륵- 꺄르륵-

한 소년과 엄마, 아빠가 손을 잡고 뛰어놀고 있었다.

- 우리 희가 얼마나 컸는지 한번 볼까!?

아빠는 소년을 높게 들어 허공에 던졌다가 받았고 아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며 거친 물소리가 들려왔다.

참방! 참방!

뛰어놀던 세 가족은 어느새 사라졌고 자신만 덩그러니 남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압박하는 세 명의 그림자가 있었는데 그들을 향해 자신은 무언가를 계속 던지고 있었다.

그러다 그림자들이 모두 허물고 그 사이로 커다란 파도가 몰려왔다.

그 파도는 자신을 휩쓸고 절벽으로 떨어졌다.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가고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물의 소리는 귓가를 어지럽혔다.

“으아악!!! 컥.”

풍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으로 급히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윽!!”

극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절로 두 눈이 찌푸려졌다.

끼이익-

“정신이 드느냐?”

어죽을 들고 들어온 당상문이 풍희를 다정하게 바라봤다.

“머리가.. 머리가 아픕니다.”

당상문은 풍희의 옆에 앉은 뒤에 약초를 달인 물을 한 바가지 떠먹였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두통이 사라졌다.

“자, 우선 밥부터 먹거라.”

풍희는 당상문이 가져온 어죽을 힘겹게 다 먹은 뒤 당상문과 마주 앉았다.

“그래. 너는 누구인가?”

“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무엇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흐음···”

턱에 난 수염을 매만지던 당상문은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살아난 것이 용하지. 그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느냐?”

“무언가를.. 던졌습니다.”

“던져??”

“예. 저의 기억은 무언가를 던졌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흠··· 알겠다. 우선 좀 쉬거라.”

“예. 감사합니다.”

풍희는 자신을 도와주는 이 노인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그걸 물을 여력도 없었고 물을 이유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쉬고 싶을 뿐이었다.

···

황금장은 지금 난리가 났다.

산동에서의 표행을 끝내고 하북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지만 풍희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희의 말을 듣고 찾아온 흥원수가 말하기로는 이미 풍희가 자신을 떠난 지 보름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에 황장충이 표사들을 통해서 수소문하자 보름 전 큰 소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흔적을 쫓고 쫓다 보니 마을 외곽의 산에 올라갔고 그 산을 샅샅이 뒤지자 시체들이 나왔다.

시체들의 훼손상태를 보아하니 들짐승들이 뜯어 먹은 지 오래였고 풍희가 사라진 시점과 비슷해 보였다.

그때 표사의 귀에 강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첨벙-

“응??”

수풀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높은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절벽의 높이는 실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고 이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 누구도 목숨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설마···”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자 풍희의 검이 피를 잔뜩 묻히고 떨어져 있었다.

“큰일났다!!”

풍희의 검을 주운 표사들은 급히 황장충에게 돌아갔고 황장충에게 사실을 전했다.

황장충은 표사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지끈 아파져 왔고 그 옆에 있던 흥원수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그런일이···”

쾅!!

황장충이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며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이놈 흑산산채!!!”

산동에 처음 발을 들인 풍희를 아무 이유 없이 암살할 이유는 없었다.

만약 누군가 풍희를 해하려 했다면 그곳은 필시 흑산산채일 것이다.

“제 불찰입니다. 강하다는 것만 생각해 아직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황장충은 흥원수에게 고개를 숙였고 흥원수는 그게 어찌 그대의 잘못이냐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황장충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하북으로 돌아갔고 흥원수는 풍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며 따라갔다.

황장충은 다짐했다. 흑산산채를 이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

“감사합니다. 어르신.”

보름이 더 지난 뒤에야 풍희의 몸이 돌아왔다.

한 달 만에 독을 모두 이겨내고 내공까지 다시 모은 풍희의 모습에 당상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느냐?”

“예.. 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허허.. 그런가..”

풍희가 당상문에게 허리를 크게 숙이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겠습니까?”

“내가 살펴보니 너는 무림인이다. 그럼 혹시 너의 무공을 내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

무공을 보여달라는 부탁에 풍희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가 지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무언가 던지는 것만이 기억 날 뿐. 그 어떤 기억도 안 납니다···”

“그래! 그 무언가 던지는 것만이라도 내게 보여다오.”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그래. 나는 정도의 길을 걷는 자다.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는 것은 응당 당연하다.”

당산문은 품속에서 비수를 하나 꺼내 풍희에게 건네줬다.

풍희는 당상문에게 받은 비수를 손에 들자 갑자기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 이 기분은 무엇일까···’

이내 상념을 지우고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

“아닙니다. 그러면 부족한 실력입니다만 어르신께 보여드리겠습니다.”

풍희가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풍희 쪽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방향을 반대로 틀자 그 찰나의 순간을 노려서 풍희가 비수를 던졌다.

푸슉-

그 비수는 정확하게 나무에 꽂혔는데 바람의 힘을 빌려서인지 내력을 담지 않았지만 나무를 꿰뚫었다.

풍희는 자신의 실력에 경악했고 당상문은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저건 당가의 비도술이다!’

풍희는 갑자기 깊은 고민에 빠진 당상문의 모습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묵묵히 기다렸다.

오랜 고민 끝에 당상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너는 당가의 사람인 것 같구나.”

“예!!??”

“나는 사천당가의 가주 당상문이다. 헌데 내가 모르는 당가의 아이라니··· 희한하구나.”

“제가 어르신의 가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너의 그 암기술은 우리 당가의 것이 확실하다.”

“···”

“거기다. 훌륭하다. 우리 가문의 그 어떤 천재보다도 너의 재능은 뛰어나다. 그래서 욕심이 생기는구나.”

“예??”

“나와 함께 당가로 가지 않겠니??”

작가의말

별점

회당별점 0점
별점주기

댓글을 작성할 수 없는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