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낙서는 모바일 기준으로 모바일과 피시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제와 무관한 댓글이나 스포일러, 악플은 경고조치 없이 삭제됩니다.
오매불망
뚱때
12. 절벽에서 떨어지다

풍희를 지켜보는 한 명의 인영이 있었는데, 그는 맹주 직속 비밀부대인 추살단에서 나온 비라는 사내다.

비는 은신술이 뛰어나고 기척과 살기를 지우는 데에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주로 고수의 감시와 암살에 투입되는 절정급 고수였다.

암살자로 절정급이라면 화경의 고수까지 암살할 수 있는 특급 암살자였다.

‘저 꼬마가 풍신의 후예라고?’

지금 당장 자신이 움직여도 충분히 죽일 것 같은 풍희의 모습에 의아했지만 맹주의 명은 그저 감시를 맡겼으니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풍희 주위에 살수들이 어슬렁 거리는 것이 보였다.

‘일급 살수들이다.’

하지만 풍희는 강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지 살수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하면 손 안 대고 코를 풀겠군.’

흡족한 미소로 살수들의 임무가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풍희는 지금 원인 모를 찝찝함을 느끼며 산동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뭔가 진득한 느낌이 들지만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들어 그냥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여기고 한 객잔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자신과 비슷한 나잇대에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주문하시겠어요?”

“만두와 소면.”

“네!”

점소이가 주방으로 가자 풍희는 주변을 둘러봤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떠들고 있는 중년의 남성 둘, 풋풋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 한 쌍,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로 밥만 먹는 세 남자가 보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이윽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풍희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뜨거운 만두는 육즙이 가득해서 제법 맛이 좋았지만 그 육즙에 혀를 데여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뜨뜨뜨···”

만두를 다 먹고 소면을 들어 올렸다.

습 하- 

“호로로록.”

화려한 면치기로 입 안에 넣는 소면의 맛은 일품이었다.

고기로 육수를 낸 국물은 깊은 맛을 주었고 쫄깃한 면발이 혀끝을 감돌았다.

혀를 데여 큰 맛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게 식사를 즐기고 밖으로 나왔다.

‘응? 이게 뭐지?’

근데 문제는 객잔에서 멀어지자 벌어졌다.

갑자기 단전에 모여있던 내공이 흩어지고 있었다.

“내공이!?”

처음 겪는 일에 풍희는 지금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빠르게 산산객잔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거기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둠이 한층 더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척-

“누구냐!?”

한 명의 복면인이 자신의 앞을 막자 풍희가 소리쳤다.

“멈추거라.”

조소를 흘리며 말하는 복면인이 풍기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내공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만 점점 사라지는 내공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풍희는 멈추라는 복면인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때 오싹한 기운이 온몸에 감돌자 풍희는 급하게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스응-

그러자 땅속에서 괴이하게 꺾인 기형도가 튀어나와 허공을 갈랐고 그거에 맞춰 눈앞에 복면인이 옷 속에 숨겨둔 비수를 던졌다.

캉! 캉!

풍희는 급하게 검을 휘둘러 비수를 막았지만 균형을 잃고 머리 쪽으로 떨어졌다.

“커헉!!”

하지만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땅속에서 나온 복면인이 지면을 박차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풍희는 재빨리 내공을 끌어 올리려 했으나 무언가에 막힌 듯 내공이 올라오지 않았다.

“쿨럭!”

검은 피가 뭉텅이로 뿜어졌다.

서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급하게 몸을 틀었지만 오른쪽 어깨를 얕게 베였다.

뜨거운 피가 팔을 따라서 흘렀지만 풍희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반대로 달렸다.

“윽!!”

달리는 방향으로 비수가 날아오자 발을 땅에 깊게 박고 급하게 멈췄다.

때를 놓치지 않고 기형도가 자신을 베어왔다.

풍희는 검을 들어 기형도를 막았지만 내력이 담긴 공격을 아무런 내력도 담지 않고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강한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퍼억!

“으윽! 이게 뭐지!?”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공격에 풍희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고 내공이 흩어지는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정말 죽는다. 이건 도망가야 해.’

풍희는 죽을 힘을 다해서 반대편으로 뛰었지만 신법을 펼칠 수 없는 지금 자신은 그저 평범한 14살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금방 잡혔다.

슈슉-

비수가 날아오는 파공음이 들리자 풍희는 재빠르게 바닥을 굴렀다.

“윽!!”

좀 전에 당했던 어깨의 상처가 돌부리에 걸려 찢어졌는지 극심한 고통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는지 풍희는 흩어지는 내공을 억지로 붙잡아 가며 끌어올렸고 그러자 검붉은 피와 함께 내공이 올라왔다.

바람의 기운을 검 끝에 가득 담고 복면인들에게 내질렀다.

쿠왕!!

폭발하는 바람이 사납게 날아갔지만 내공이 부족했던 탓인지 복면인들은 손쉽게 피했다.

잠깐에 틈을 번 풍희는 신법을 극한으로 펼쳐 도망갔다.

마을 쪽을 복면인들이 막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대쪽 산으로 발길을 돌렸고 이따금 날아오는 비수가 풍희를 위협했지만 개의치 않고 달아났다.

···

달빛이 물속을 비추자 한 마리의 물고기가 하늘로 높이 비상했다가 떨어졌다.

첨벙-

하북의 이름 모를 강 하나가 아름다운 경치를 뽐내고 있었는데 그 경치를 보는 사람은 서서뿐이었다.

이곳은 서서가 하북에 온 뒤에 돌아다니다 우연히 찾은 곳으로 밤이 되면 그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희가 돌아오면 이곳에 꼭 같이 와야겠다.”

수줍게 웃어 보이며 강물을 바라보자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지금 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심스럽게 머리를 넘기며 하늘을 바라보자 하늘 위에 구름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

하악- 하악-

점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대체 누구냐!”

악에 받친 풍희가 세 명의 복면인들에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그저 조소를 흘릴 뿐이었다.

“흐흐흐..”

“곧 죽을 놈이 뭐가 그리 궁금한가.”

“팔다리를 잘라주마.”

세 복면인은 풍희를 조금씩 압박했다.

‘이를 어쩌지···’

내공만 있었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뚫고 도망갈 수 있었지만 지금 자신은 내공은커녕 내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풍항기금의 특수한 능력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어찌 됐든 시간만 번다면 내공을 조금은 모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 번뜩 떠오르는 녀석들이 있었다.

“산적 나부랭이냐?”

움찔-

정답. 이들은 흑산산채에서 자신을 없애기 위해서 보낸 살수들이었다.

“산동 제일 산적은 무슨 그저 겁 많은 산적, 아니 동네 양아치였구나.”

그러자 한 복면인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크게 소리쳤다.

“이놈!! 감히 우리 산채를 무시해!?”

풍희는 더욱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달빛으로 한 걸음 나아가 말했다.

“내 얼굴이 보이느냐? 그럼 내 나이가 몇으로 보이느냐?”

복면인들은 누가 봐도 어린 풍희의 외모에 일순 말이 없어졌다.

“지금 생각하는 그 나이보다 어릴 것이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를 하나 잡고자 독까지 써가며 비겁하게 급습을 하는데 어찌 겁쟁이가 아닌가!!”

최대한 당당하게 보이려고 가슴까지 쭉 펴며 말했다.

어느 정도 통했는지 복면인들은 움찔거리기만 하며 반박하지 않았다.

풍희는 속으로 심법을 빠르게 운용하며 계속 말을 했다.

“열 네 살 꼬마가 그렇게 무서웠느냐? 그럼 그 가랑이 사이에 달린 것부터 좀 떼는 게 어떤가?”

명백한 조롱에 복면인들은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이놈! 시간을 끄는구나.”

풍희는 순간 움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심법에 더 집중했다.

“유언이 길었다. 쳐라.”

“예!”

“예!!”

두 명의 복면인이 좌·우에서 날아왔고 기형도를 든 복면인이 정면으로 도약했다.

“이런!”

풍희는 잠깐 모았던 내공을 끌어 올렸지만 그마저도 그새 흩어졌는지 반도 올라오지 않았다.

타핫

공중제비를 돌아 좌·우에서 찔러오는 검을 피했지만 정면에서 내리긋는 검격은 피할 수 없었다.

급하게 검에 내력을 집어넣었지만 정말 미미하게 들어갔는지 복면인의 일격에 뒤로 크게 날아갔다.

캉!! 쿠당탕

“크헉!!”

떨어지면서 지면에 머리를 부딪쳤는지 이마에서 피가 흘러 풍희의 시야를 방해했다.

풍희는 마음을 바꿨다. 살아가는 거 보다는 한 놈이라도 같이 가는 것으로.

이번에는 풍희가 먼저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날카롭게 찔러가는 풍희의 검을 가장 가까이 있던 복면인이 몸을 슬쩍 돌려 피했는데 사실 찌르기는 허초였다.

풍희는 우측 다리로 땅을 강하게 박차고 공중제비를 돌아 복면인의 뒤로 몸을 날렸고 회전력을 이용해 허벅지를 크게 베었다.

스겅-

“끄아아악!!”

허벅지가 베인 복면인이 크게 소리 지르며 무릎을 꿇었지만 풍희는 다른 쪽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타핫-

다른 복면인이 풍희에게 달려들어 검을 내질렀지만 풍희는 계속 바닥을 구르며 피했다.

쿵!!

풍희의 도망은 커다란 나무에 부딪히며 끝났고 그와 맞춰 쫓아오던 복면인의 검이 풍희의 왼쪽 허벅지를 깊게 찔렀다.

푸슉-

“끄아아아아!!!!”

풍희의 절규에 산속에서 잠을 청하던 새들이 모두 놀라 달아났다.

푸드드득-

“하아.. 하아...”

이미 풍희의 시야는 새빨간 피에 뒤덮여 잘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 어깨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푸욱!

“끄아아악!!!”

오른쪽 허벅지로 또 다시 파고드는 검은 풍희의 혈관을 뚫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기 힘든 고통과 함께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분했다.

복수를 위해서 강해졌고 복수를 위해서 수련했다.

하지만 복수의 근처도 가지 못하고 세상에 발을 떼기도 전에 죽음을 마주했다.

“원통하다..”

힘겹게 입을 연 풍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가 아닌 원통하다였다.

이에 기형도를 쥔 복면인이 풍희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거라.”

또 다. 또 그놈의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라고 지껄였다.

무기력했던 예전에도 지금에도 또 재수가 없다고 여기란다.

대체 저 하늘 놈은 자신에게 무엇이 그리 불만일까? 왜 계속 재수 없는 일을 내게 건네주는 것일까.

“분하다! 재수 없는 하늘 놈아!! 분해!!”

“그래. 그렇게 하늘에 따져라. 그만 죽어라.”

복면인의 검이 점점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시간이 느려진 거 같았다.

분명 빠르게 찔러오는 것일 텐데 검은 서서히 아주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왔고 그들이 깜빡이는 눈꺼풀도 서서히 닫혔다.

- 몸을 맡겨라.

‘또, 또!! 또! 왜 이제 오는 것이야! 또!!’

- 미안하구나. 하지만 세상에 이치란 그런 것이지.

‘네 복수를 위해 내 복수를 이뤄줘라. 그게 우리의 거래야.’

- 걱정말거라. 눈을 감고 있으면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야.

풍희는 말없이 눈을 감았고 순간 엄청난 바람의 폭발이 복면인들을 밀어냈다.

쿠와아아앙!!!

“으악!!”

“컥!!”

“윽!”

세 명의 복면인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고 가장 가까이서 검을 찌르던 복면인의 옷은 넝마가 됐다.

뒤편으로 날아간 복면인들이 믿을 수 없는 현상에 정신을 못 차리고 풍희를 바라봤다.

“이···이게 무슨 일이지??”

“저 녀석 뭐야!”

풍희는 그런 복면인들을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이까짓 독으로 막을 수 있을 거 같으냐?”

풍희의 기세가 변했다.

순간 엄청난 바람이 풍희의 단전으로 모이더니 내공이 새어나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내공이 차올랐다.

천천히 걸어오는 풍희를 보며 복면인들은 겁에 질렸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서렸다.

“덕분에 내 복수를 못 할 뻔했구나. 편히 죽을 생각은 하지 말거라.”

말을 마친 풍희의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났다.

서겅 서겅 서겅-

순식간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말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그런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가장 앞에 있던 복면인은 두 다리를 잃고 검을 든 팔을 잃었다.

“끄아아악!!!”

복면인이 피 분수를 뿜으며 쓰러지자 바로 옆에 있던 복면인들이 벗어나려고 땅을 박찼지만 느낌이 없었다.

서서히 자신의 몸이 지면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철푸덕-

자신의 눈앞에 다리가 보였다.

새빨간 피를 둘러쓴 자신의 두 다리가 눈앞에 있었다.

“아..다···다리!!! 으아아악!!!!”

자신의 두 눈으로 다리를 보기 전엔 그 어떤 고통도 증조도 없었다. 그런데 베였다.

풍희는 순식간에 세 명의 복면인을 자신의 발아래 눕혔다.

아니 쓰러트렸다. 발을 잘라버린 것이다.

“으아아악!!!”

“으억···흐헉···”

고통에 찬 신음을 내는 두 명의 복면인과 이미 정신을 잃은 듯한 한 명의 복면인이 몸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너희의 복수는 내가 아니다.”

풍희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피슉-

“윽!!”

나무 위에서 기척을 감추고 지켜보던 비가 극독을 묻힌 비수를 풍희에게 던졌고 무방비 상태의 풍희는 우측 다리에 비수가 꽂혔다.

‘방심!...했다..’

순식간에 퍼지는 독에 풍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이미 이전에 산공독에 당해 내공으로 독을 막을 수도 없었다.

‘젠장···’

첨벙-

매서운 바람이 불고 거칠게 출렁이는 절벽 아래 물살을 보는 비가 비릿하게 웃었다.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12. 절벽에서 떨어지다

풍희를 지켜보는 한 명의 인영이 있었는데, 그는 맹주 직속 비밀부대인 추살단에서 나온 비라는 사내다.

비는 은신술이 뛰어나고 기척과 살기를 지우는 데에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주로 고수의 감시와 암살에 투입되는 절정급 고수였다.

암살자로 절정급이라면 화경의 고수까지 암살할 수 있는 특급 암살자였다.

‘저 꼬마가 풍신의 후예라고?’

지금 당장 자신이 움직여도 충분히 죽일 것 같은 풍희의 모습에 의아했지만 맹주의 명은 그저 감시를 맡겼으니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풍희 주위에 살수들이 어슬렁 거리는 것이 보였다.

‘일급 살수들이다.’

하지만 풍희는 강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지 살수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하면 손 안 대고 코를 풀겠군.’

흡족한 미소로 살수들의 임무가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풍희는 지금 원인 모를 찝찝함을 느끼며 산동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뭔가 진득한 느낌이 들지만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들어 그냥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여기고 한 객잔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자신과 비슷한 나잇대에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주문하시겠어요?”

“만두와 소면.”

“네!”

점소이가 주방으로 가자 풍희는 주변을 둘러봤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떠들고 있는 중년의 남성 둘, 풋풋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 한 쌍,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로 밥만 먹는 세 남자가 보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이윽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풍희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뜨거운 만두는 육즙이 가득해서 제법 맛이 좋았지만 그 육즙에 혀를 데여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뜨뜨뜨···”

만두를 다 먹고 소면을 들어 올렸다.

습 하- 

“호로로록.”

화려한 면치기로 입 안에 넣는 소면의 맛은 일품이었다.

고기로 육수를 낸 국물은 깊은 맛을 주었고 쫄깃한 면발이 혀끝을 감돌았다.

혀를 데여 큰 맛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게 식사를 즐기고 밖으로 나왔다.

‘응? 이게 뭐지?’

근데 문제는 객잔에서 멀어지자 벌어졌다.

갑자기 단전에 모여있던 내공이 흩어지고 있었다.

“내공이!?”

처음 겪는 일에 풍희는 지금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빠르게 산산객잔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거기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둠이 한층 더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척-

“누구냐!?”

한 명의 복면인이 자신의 앞을 막자 풍희가 소리쳤다.

“멈추거라.”

조소를 흘리며 말하는 복면인이 풍기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내공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만 점점 사라지는 내공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풍희는 멈추라는 복면인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때 오싹한 기운이 온몸에 감돌자 풍희는 급하게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스응-

그러자 땅속에서 괴이하게 꺾인 기형도가 튀어나와 허공을 갈랐고 그거에 맞춰 눈앞에 복면인이 옷 속에 숨겨둔 비수를 던졌다.

캉! 캉!

풍희는 급하게 검을 휘둘러 비수를 막았지만 균형을 잃고 머리 쪽으로 떨어졌다.

“커헉!!”

하지만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땅속에서 나온 복면인이 지면을 박차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풍희는 재빨리 내공을 끌어 올리려 했으나 무언가에 막힌 듯 내공이 올라오지 않았다.

“쿨럭!”

검은 피가 뭉텅이로 뿜어졌다.

서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급하게 몸을 틀었지만 오른쪽 어깨를 얕게 베였다.

뜨거운 피가 팔을 따라서 흘렀지만 풍희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반대로 달렸다.

“윽!!”

달리는 방향으로 비수가 날아오자 발을 땅에 깊게 박고 급하게 멈췄다.

때를 놓치지 않고 기형도가 자신을 베어왔다.

풍희는 검을 들어 기형도를 막았지만 내력이 담긴 공격을 아무런 내력도 담지 않고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강한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퍼억!

“으윽! 이게 뭐지!?”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공격에 풍희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고 내공이 흩어지는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정말 죽는다. 이건 도망가야 해.’

풍희는 죽을 힘을 다해서 반대편으로 뛰었지만 신법을 펼칠 수 없는 지금 자신은 그저 평범한 14살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금방 잡혔다.

슈슉-

비수가 날아오는 파공음이 들리자 풍희는 재빠르게 바닥을 굴렀다.

“윽!!”

좀 전에 당했던 어깨의 상처가 돌부리에 걸려 찢어졌는지 극심한 고통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는지 풍희는 흩어지는 내공을 억지로 붙잡아 가며 끌어올렸고 그러자 검붉은 피와 함께 내공이 올라왔다.

바람의 기운을 검 끝에 가득 담고 복면인들에게 내질렀다.

쿠왕!!

폭발하는 바람이 사납게 날아갔지만 내공이 부족했던 탓인지 복면인들은 손쉽게 피했다.

잠깐에 틈을 번 풍희는 신법을 극한으로 펼쳐 도망갔다.

마을 쪽을 복면인들이 막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대쪽 산으로 발길을 돌렸고 이따금 날아오는 비수가 풍희를 위협했지만 개의치 않고 달아났다.

···

달빛이 물속을 비추자 한 마리의 물고기가 하늘로 높이 비상했다가 떨어졌다.

첨벙-

하북의 이름 모를 강 하나가 아름다운 경치를 뽐내고 있었는데 그 경치를 보는 사람은 서서뿐이었다.

이곳은 서서가 하북에 온 뒤에 돌아다니다 우연히 찾은 곳으로 밤이 되면 그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희가 돌아오면 이곳에 꼭 같이 와야겠다.”

수줍게 웃어 보이며 강물을 바라보자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지금 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심스럽게 머리를 넘기며 하늘을 바라보자 하늘 위에 구름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

하악- 하악-

점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대체 누구냐!”

악에 받친 풍희가 세 명의 복면인들에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그저 조소를 흘릴 뿐이었다.

“흐흐흐..”

“곧 죽을 놈이 뭐가 그리 궁금한가.”

“팔다리를 잘라주마.”

세 복면인은 풍희를 조금씩 압박했다.

‘이를 어쩌지···’

내공만 있었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뚫고 도망갈 수 있었지만 지금 자신은 내공은커녕 내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풍항기금의 특수한 능력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어찌 됐든 시간만 번다면 내공을 조금은 모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 번뜩 떠오르는 녀석들이 있었다.

“산적 나부랭이냐?”

움찔-

정답. 이들은 흑산산채에서 자신을 없애기 위해서 보낸 살수들이었다.

“산동 제일 산적은 무슨 그저 겁 많은 산적, 아니 동네 양아치였구나.”

그러자 한 복면인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크게 소리쳤다.

“이놈!! 감히 우리 산채를 무시해!?”

풍희는 더욱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달빛으로 한 걸음 나아가 말했다.

“내 얼굴이 보이느냐? 그럼 내 나이가 몇으로 보이느냐?”

복면인들은 누가 봐도 어린 풍희의 외모에 일순 말이 없어졌다.

“지금 생각하는 그 나이보다 어릴 것이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를 하나 잡고자 독까지 써가며 비겁하게 급습을 하는데 어찌 겁쟁이가 아닌가!!”

최대한 당당하게 보이려고 가슴까지 쭉 펴며 말했다.

어느 정도 통했는지 복면인들은 움찔거리기만 하며 반박하지 않았다.

풍희는 속으로 심법을 빠르게 운용하며 계속 말을 했다.

“열 네 살 꼬마가 그렇게 무서웠느냐? 그럼 그 가랑이 사이에 달린 것부터 좀 떼는 게 어떤가?”

명백한 조롱에 복면인들은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이놈! 시간을 끄는구나.”

풍희는 순간 움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심법에 더 집중했다.

“유언이 길었다. 쳐라.”

“예!”

“예!!”

두 명의 복면인이 좌·우에서 날아왔고 기형도를 든 복면인이 정면으로 도약했다.

“이런!”

풍희는 잠깐 모았던 내공을 끌어 올렸지만 그마저도 그새 흩어졌는지 반도 올라오지 않았다.

타핫

공중제비를 돌아 좌·우에서 찔러오는 검을 피했지만 정면에서 내리긋는 검격은 피할 수 없었다.

급하게 검에 내력을 집어넣었지만 정말 미미하게 들어갔는지 복면인의 일격에 뒤로 크게 날아갔다.

캉!! 쿠당탕

“크헉!!”

떨어지면서 지면에 머리를 부딪쳤는지 이마에서 피가 흘러 풍희의 시야를 방해했다.

풍희는 마음을 바꿨다. 살아가는 거 보다는 한 놈이라도 같이 가는 것으로.

이번에는 풍희가 먼저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날카롭게 찔러가는 풍희의 검을 가장 가까이 있던 복면인이 몸을 슬쩍 돌려 피했는데 사실 찌르기는 허초였다.

풍희는 우측 다리로 땅을 강하게 박차고 공중제비를 돌아 복면인의 뒤로 몸을 날렸고 회전력을 이용해 허벅지를 크게 베었다.

스겅-

“끄아아악!!”

허벅지가 베인 복면인이 크게 소리 지르며 무릎을 꿇었지만 풍희는 다른 쪽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타핫-

다른 복면인이 풍희에게 달려들어 검을 내질렀지만 풍희는 계속 바닥을 구르며 피했다.

쿵!!

풍희의 도망은 커다란 나무에 부딪히며 끝났고 그와 맞춰 쫓아오던 복면인의 검이 풍희의 왼쪽 허벅지를 깊게 찔렀다.

푸슉-

“끄아아아아!!!!”

풍희의 절규에 산속에서 잠을 청하던 새들이 모두 놀라 달아났다.

푸드드득-

“하아.. 하아...”

이미 풍희의 시야는 새빨간 피에 뒤덮여 잘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 어깨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푸욱!

“끄아아악!!!”

오른쪽 허벅지로 또 다시 파고드는 검은 풍희의 혈관을 뚫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기 힘든 고통과 함께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분했다.

복수를 위해서 강해졌고 복수를 위해서 수련했다.

하지만 복수의 근처도 가지 못하고 세상에 발을 떼기도 전에 죽음을 마주했다.

“원통하다..”

힘겹게 입을 연 풍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가 아닌 원통하다였다.

이에 기형도를 쥔 복면인이 풍희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거라.”

또 다. 또 그놈의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라고 지껄였다.

무기력했던 예전에도 지금에도 또 재수가 없다고 여기란다.

대체 저 하늘 놈은 자신에게 무엇이 그리 불만일까? 왜 계속 재수 없는 일을 내게 건네주는 것일까.

“분하다! 재수 없는 하늘 놈아!! 분해!!”

“그래. 그렇게 하늘에 따져라. 그만 죽어라.”

복면인의 검이 점점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시간이 느려진 거 같았다.

분명 빠르게 찔러오는 것일 텐데 검은 서서히 아주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왔고 그들이 깜빡이는 눈꺼풀도 서서히 닫혔다.

- 몸을 맡겨라.

‘또, 또!! 또! 왜 이제 오는 것이야! 또!!’

- 미안하구나. 하지만 세상에 이치란 그런 것이지.

‘네 복수를 위해 내 복수를 이뤄줘라. 그게 우리의 거래야.’

- 걱정말거라. 눈을 감고 있으면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야.

풍희는 말없이 눈을 감았고 순간 엄청난 바람의 폭발이 복면인들을 밀어냈다.

쿠와아아앙!!!

“으악!!”

“컥!!”

“윽!”

세 명의 복면인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고 가장 가까이서 검을 찌르던 복면인의 옷은 넝마가 됐다.

뒤편으로 날아간 복면인들이 믿을 수 없는 현상에 정신을 못 차리고 풍희를 바라봤다.

“이···이게 무슨 일이지??”

“저 녀석 뭐야!”

풍희는 그런 복면인들을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이까짓 독으로 막을 수 있을 거 같으냐?”

풍희의 기세가 변했다.

순간 엄청난 바람이 풍희의 단전으로 모이더니 내공이 새어나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내공이 차올랐다.

천천히 걸어오는 풍희를 보며 복면인들은 겁에 질렸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서렸다.

“덕분에 내 복수를 못 할 뻔했구나. 편히 죽을 생각은 하지 말거라.”

말을 마친 풍희의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났다.

서겅 서겅 서겅-

순식간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말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그런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가장 앞에 있던 복면인은 두 다리를 잃고 검을 든 팔을 잃었다.

“끄아아악!!!”

복면인이 피 분수를 뿜으며 쓰러지자 바로 옆에 있던 복면인들이 벗어나려고 땅을 박찼지만 느낌이 없었다.

서서히 자신의 몸이 지면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철푸덕-

자신의 눈앞에 다리가 보였다.

새빨간 피를 둘러쓴 자신의 두 다리가 눈앞에 있었다.

“아..다···다리!!! 으아아악!!!!”

자신의 두 눈으로 다리를 보기 전엔 그 어떤 고통도 증조도 없었다. 그런데 베였다.

풍희는 순식간에 세 명의 복면인을 자신의 발아래 눕혔다.

아니 쓰러트렸다. 발을 잘라버린 것이다.

“으아아악!!!”

“으억···흐헉···”

고통에 찬 신음을 내는 두 명의 복면인과 이미 정신을 잃은 듯한 한 명의 복면인이 몸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너희의 복수는 내가 아니다.”

풍희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피슉-

“윽!!”

나무 위에서 기척을 감추고 지켜보던 비가 극독을 묻힌 비수를 풍희에게 던졌고 무방비 상태의 풍희는 우측 다리에 비수가 꽂혔다.

‘방심!...했다..’

순식간에 퍼지는 독에 풍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이미 이전에 산공독에 당해 내공으로 독을 막을 수도 없었다.

‘젠장···’

첨벙-

매서운 바람이 불고 거칠게 출렁이는 절벽 아래 물살을 보는 비가 비릿하게 웃었다.

작가의말

별점

회당별점 0점
별점주기

댓글을 작성할 수 없는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