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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11. 흥원수의 시험

요철(妖鐵). 요괴가 만든 철이라고 불리며 내공을 일반 철보다 더 잘 담을 수 있었지만, 요철을 이용한 무기를 사용하면 모두 요괴가 돼 버린다.

하지만 그만큼 확실하고 좋은 무기가 만들어지고 구하기도 매우 어려워서 부르는 게 값이다.

거기다 흑철 또한 일반 철보다 더 단단한 강도를 가지고 있어서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다.

그런 두 가지의 엄청난 철을 가져오라는 말에 흥원수는 입을 떡 벌렸다.

“그 두 개는 스승이 나중에 꼭 쓸 일이 있다고 그랬는데? 확실 하느냐?”

“예. 꼭 그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너를 스승님이 보냈다는 것을 내가 어찌 믿어야 하느냐?”

“예···?”

“흑철과 요철을 노리고 온 다른 놈들일지도 모르는 거 아니겠느냐?”

일리가 있는 말에 풍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어떻게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우선 망치를 들고 와보거라.”

“예?? 망치요??”

“왜?? 거짓이냐?”

“아닙니다! 지금 갑니다!”

풍희는 옆에 놓인 망치를 들고 흥원수를 따라서 발길을 옮겼다.

흥원수를 따라서 들어간 곳은 대장간 뒤편에 있는 한 별채였다.

“너는 이곳에서 검을 하나 만들어라.”

“예?? 검을 만들라뇨?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괜찮다. 스승님이 너를 보낸 것은 필히 무슨 재주가 있을 것이다.”

“저는 검을 쓰···”

풍희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흥원수는 문을 닫고 나갔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철과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용광로만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었다.

“우선 휘둘러 보기라도 해볼까..?”

풍희는 어색한 자세로 망치를 들고 휘둘렀다.

깡!!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충격을 받은 철이 날아갔다.

흥원수가 두들길 때는 가만히 잘만 있었지만 자신이 휘두르니 소리도 요란했고 힘에 못 이겨 날아갔다.

“철이 안 좋은가?”

철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풍희가 한 번 더 휘두르자 또 요란한 소리가 나며 날아갔다.

“이게 뭐야! 당장 가서 얘기해야겠어.”

풍희는 망치를 집어 던지고 흥원수에게 갔다.

흥원수는 여전히 검을 만들고 있었고 풍희가 들어오자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

“검을 만들어오지 않으면 상대하지 않을 거다.”

“저는 무인입니다! 검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게 뭐?”

“예?”

너무나 당당한 흥원수의 대답에 풍희는 순간 넘어질 뻔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검을 만들어오지 않는다면 나는 너와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완강한 그의 태도에 풍희는 혀를 내둘렀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대장장이가 아닌데 어떻게 검을 만들라는 것인가!”

신경질적으로 흙을 찬 풍희는 다시 별채로 향했다.

깡! 깡! 깡!

세 번을 휘둘렀지만 세 번이 모두 날아갔다.

이놈의 철은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와주지를 않았다.

풍희는 다시 흥원수를 찾아갔다.

말을 걸지 않았고 흥원수의 망치질을 자세히 관찰했다.

캉! 캉!

그는 철이 지면에 닿은 곳을 정확히 내리쳤고 뜨는 곳을 다시 한 번 빠르게 내리쳤다.

‘저거다!’

풍희는 서둘러 대장간을 나갔고 흥원수는 밖으로 나가는 풍희의 등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깡! 캉!

“됐다!”

처음으로 망치질 이후에 철이 도망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철은 넓게 펴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울퉁불퉁한 모습이 가관이었다.

캉! 깡!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자신에게 위협적으로 날아왔고 또 한 번은 창문을 깨고 날아갔다.

“내가 꼭 만들고 만다.”

이틀째 되는 날에 풍희에게 흥원수가 찾아왔다.

“어찌 잘 만들었느냐?”

풍희는 자신만만하게 울퉁불퉁 못난 날붙이를 들어 올렸고 그걸 본 흥원수는 조소를 흘렸다.

“지금 그것을 검이라고 만들어 보이는 것이냐? 아직 멀었구나 다시 만들어라!”

흥원수는 성을 잔뜩 내고서 문을 닫고 나갔다.

그러자 풍희가 서둘러 따라 나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검을 만들기 전에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

“검을 만들었으니 말을 하셔야 합니다.”

“지금 그런 어린애 장난으로 검이라고 하는 것이냐?”

“검이란 무엇입니까?”

풍희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흥원수에게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원수님. 검이란 무엇입니까?”

“허? 검이란 베기도 찌르기도 하는 무림인의 무기가 아니냐?”

“틀렸습니다. 검이란 저 자신입니다.”

“뭐라?”

풍희는 자세를 낮추고 바람을 모았다.

어떤 꾸밈도 없는 가벼운 찌르기였지만 그 위력은 나무 두 그루를 쓰러트렸다.

“이것이 제 검입니다.”

“···”

“무인에게 검이란 곧 마음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이 검을 택했습니다. 헌데 어찌 검이라 하지 않는 것입니까?”

흥원수는 놀란 눈으로 풍희를 바라봤고 풍희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외쳤다.

“저는 검을 만들었고 원수님은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흥원수는 풍희의 눈을 째려봤고 풍희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갑자기 흥원수가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도 나름 빨리 깨우쳤구나.”

“예??”

“맞다. 너는 무인이다. 헌데 어찌 검을 만들겠느냐.”

“···”

“네가 만들 검은 너의 마음이었다. 훌륭하구나.”

“처음부터 믿고 계셨습니까?”

“그래. 이곳에 요철이 있다는 것은 스승님만 아는 정보다. 그런데 어찌 의심하겠느냐?”

“하··· 원수님 저랑 원수지고 싶으십니까?”

“뭐라??”

“농입니다. 허면 어째서 그러신 겁니까?”

“요철은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런 요철로부터 마음을 지키려면 마음이 날카로워야 하지. 나는 그걸 시험한 것이다.”

자신을 위해 시험한 것이라고 하니 더는 뭐라 못한 풍희는 머쓱하게 웃었다.

“요철과 흑철은 내가 직접 가지고 움직이겠다. 어디로 가면 되느냐?”

“예?? 직접 가신다고요?”

“그래. 어차피 그것을 스승님 혼자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가서 도와야지.”

“산산객잔으로 가시면 황금장에서 나온 보표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제 이름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래? 준비가 필요하니 보름 뒤에 가겠다. 그런데 가기 전에 검을 보여주겠느냐?”

“제 검이요?”

풍희는 자신이 직.접 만든 검을 흥원수에게 건네줬고 흥원수는 풍희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거 말고 네가 차고 있는 검 말이다!”

“아얏! 그렇게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풍희는 씩씩거리며 허리춤에 찼던 검을 흥원수에게 건넸다.

검을 이리저리 살펴본 흥원수는 검을 다시 풍희에게 건네고 말했다.

“꽤 좋은 검이구나? 그런데 왜 스승님은 너에게 검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냐?”

“제가 풍신의 후예이기 때문입니다.”

“뭐!!!?!???”

세상에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큰 목소리가 대장간에 울려 퍼졌다.

“어우 깜짝이야! 원수님!!”

“그게 정말이냐!? 네가 정말 풍신의 후예인 것이냐!?”

“예! 정말입니다. 그래서 검을 만들어 주신다고 했습니다. 완벽한 검을.”

“그렇군.. 그래 그러면 이해가 되지!”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대단?? 대단!? 대단하고말고!! 지금 네가 알려진다면 이 무림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예??! 그 정도입니까?”

“그래!! 풍신의 이름은 그 정도다.”

“···”

“혹시 내게 무공을 보여줄 수 있느냐?”

“예. 어렵지 않습니다.”

풍희와 흥원수는 대장간 바로 뒤편에 있는 들판으로 향했다.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들판은 풀잎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스스스슷-

“딱! 한 번만 하겠습니다.”

“그래! 한 번이면 충분하다!”

풍희가 일순 강한 내공을 끌어 올리자 흔들리던 풀잎들이 강한 바람에 요동쳤다.

엄청난 바람이 풍희의 주변에 불어왔고 그 바람은 점차 검 끝으로 모였다.

“제 일식 개척.”

풍희가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자 강한 검풍이 허공을 강타했다.

잘린 풀잎들이 바람에 흩날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은 고요해졌다.

“훌륭하다. 훌륭해!”

“감사합니다.”

“너의 검은 걱정 말거라!! 꼭 최고의 검을 만들어주마!”

풍희는 흥분에 못 이겨 얼굴까지 붉어지며 말하는 흥원수를 뒤로하고 마을로 향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구경 좀 해볼까?”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무꾼으로 살아온 풍희는 이런 큰 마을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신기했고 아름다웠다.

“골라! 골라! 싸다 싸!”

“어머 여기로 오세요~ 이거 먹으면 마누라가 집을 못 나가~”

고운 빛깔의 비단들과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삼,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그중 풍희의 시선을 끄는 누군가가 있었다.

한 노인이 허름한 복장을 하고 앉아있었고 보자기에 실 팔찌들을 길게 늘어트리고 장사했다.

풍희의 시선을 느낀 노인이 풍희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잘생긴 총각! 이리로 와보게나.”

“예??”

“어서! 지금 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야.”

풍희는 이상하리만큼 눈길이 가는 노인에게 서서히 다가갔고 자세히 보자 보자기 위에는 실 팔찌가 딱 두 개밖에 없었다.

‘뭐지? 분명 여러 개가 있었는데?’

“총각 사랑에 고민하고 있구먼. 그렇지?”

노인은 생글생글 웃으며 풍희에게 말했다.

“예?!”

애써 숨기고 있던 마음을 노인에게 들킨 것 같아서 놀랐지만 이내 그 마음을 지우며 말했다.

“예..뭐..”

“이 팔찌의 이름은 애저(愛觝)라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팔찌라우.”

“마음을 이어준다고요?”

“그래.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지. 하지만 그만큼 조건이 까다로워.”

“조건이 무엇입니까?”

“상대가 모르게 달아야 해.”

“제 마음을요?”

“아니. 이 팔찌를.”

“팔찌를 어떻게 모르게 줍니까!?”

“그러니 어렵지. 대신 그만큼 확실하지.”

“흠···”

이 사기꾼과 같은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풍희는 기념으로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다.

“가격이 얼마입니까?”

“잘 생각했어. 총각! 은 10개만 주게나.”

“예!?!? 은 10개요!?”

“아주 싸지 싸!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엄청난 물건인데 이건 싼 거지!”

풍희는 갑자기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힘겹게 은 10개를 꺼냈다.

“어서! 주게나! 힘을! 빼야 하지! 않겠나!? 됐다! 고맙네.”

풍희는 결국 은 10개나 주고 산 실 팔찌 두 개를 손에 들고 서서히 멀어지는 노인을 바라봤다.

“나는 약속을 꼭 지킨다우. 걱정하지 말게나!”

풍희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잠시 내렸다 다시 들었는데 그새 노인은 사라져 있었다.

“에휴..”

터덜터덜 걸어가는 풍희의 모습을 먼 곳에서 지켜보는 노인이 하늘을 보며 웃었다.

“껄껄. 네놈과의 약속은 지켰다. 후에 일은 저놈에게 달렸지! 껄껄껄.”

영문모를 말을 하며 노인은 사라졌다.

하지만 풍희는 몰랐다.

그 노인을 본 사람도 풍희가 들고 있는 실 팔찌를 볼 수 있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

뿌연 독 안개가 잔뜩 껴있고 죽은 식물들을 먹으며 자라는 독충들이 들끓는 어느 산속에서 두 명의 사람이 비장한 말을 주고받았다.

“그게 확실하느냐??”

“예! 분명히 천년설삼이라고 했습니다!”

“됐다! 됐어! 이제 그것만 있으면 우리 당가가 다시 일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천당가는 오대세가로 한때 강력한 세력을 뽐내던 가문이었다.

독과 암기술에 능하고 자신들의 가문을 건드린다면 그 누가 됐든 끝까지 쫓아가 복수를 하는 가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가와 척을 지면 죽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항상 독에 두려워해야 하는 지독한 복수를 하는 곳이 당가다.

그런 당가가 지금 맹주에게 이를 갈고 있었지만 복수할 힘이 없어서 한탄하고 있었을 때 천년설삼이 등장했다.

천년설삼은 천년의 기운을 머금은 삼으로 영초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천년설삼을 먹는 순간 내공이 2갑자가 늘어나는 어마어마한 영초니 설명이 필요 없다.

“누구를 보낼까요?”

“내가 직접 가겠다!”

“예!!?? 가주께서 직접 말입니까?”

“그래. 이런 중요한 일에는 내가 직접 나서야지. 다른 쪽으로 정보가 새지는 않았지?”

“예! 직접 구해온 정보입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눈치챌 수도 있으니 혼자 갔다 오겠다.”

“너무 위험합니다!”

“씁! 내 걱정은 말고 자네는 내부에서 퍼지는 소문만 관리하게.”

“그래도···”

말을 끝마친 한 사람이 자리를 뜨자 나머지 사람도 한숨을 푹 쉬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미 정보를 얻기 위해 강소지역에서 머물고 있던 가주는 즉시 산동으로 향했고 수하는 서둘러 사천으로 향했다.

몰락했지만 아직 무서운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사천당가의 가주가 지금 산동으로 향하는 중이다.

하지만 가주는 몰랐다. 지금 이 발걸음이 당가에게 어떤 커다란 이익을 가져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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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때
11. 흥원수의 시험

요철(妖鐵). 요괴가 만든 철이라고 불리며 내공을 일반 철보다 더 잘 담을 수 있었지만, 요철을 이용한 무기를 사용하면 모두 요괴가 돼 버린다.

하지만 그만큼 확실하고 좋은 무기가 만들어지고 구하기도 매우 어려워서 부르는 게 값이다.

거기다 흑철 또한 일반 철보다 더 단단한 강도를 가지고 있어서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다.

그런 두 가지의 엄청난 철을 가져오라는 말에 흥원수는 입을 떡 벌렸다.

“그 두 개는 스승이 나중에 꼭 쓸 일이 있다고 그랬는데? 확실 하느냐?”

“예. 꼭 그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너를 스승님이 보냈다는 것을 내가 어찌 믿어야 하느냐?”

“예···?”

“흑철과 요철을 노리고 온 다른 놈들일지도 모르는 거 아니겠느냐?”

일리가 있는 말에 풍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어떻게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우선 망치를 들고 와보거라.”

“예?? 망치요??”

“왜?? 거짓이냐?”

“아닙니다! 지금 갑니다!”

풍희는 옆에 놓인 망치를 들고 흥원수를 따라서 발길을 옮겼다.

흥원수를 따라서 들어간 곳은 대장간 뒤편에 있는 한 별채였다.

“너는 이곳에서 검을 하나 만들어라.”

“예?? 검을 만들라뇨?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괜찮다. 스승님이 너를 보낸 것은 필히 무슨 재주가 있을 것이다.”

“저는 검을 쓰···”

풍희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흥원수는 문을 닫고 나갔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철과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용광로만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었다.

“우선 휘둘러 보기라도 해볼까..?”

풍희는 어색한 자세로 망치를 들고 휘둘렀다.

깡!!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충격을 받은 철이 날아갔다.

흥원수가 두들길 때는 가만히 잘만 있었지만 자신이 휘두르니 소리도 요란했고 힘에 못 이겨 날아갔다.

“철이 안 좋은가?”

철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풍희가 한 번 더 휘두르자 또 요란한 소리가 나며 날아갔다.

“이게 뭐야! 당장 가서 얘기해야겠어.”

풍희는 망치를 집어 던지고 흥원수에게 갔다.

흥원수는 여전히 검을 만들고 있었고 풍희가 들어오자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

“검을 만들어오지 않으면 상대하지 않을 거다.”

“저는 무인입니다! 검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게 뭐?”

“예?”

너무나 당당한 흥원수의 대답에 풍희는 순간 넘어질 뻔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검을 만들어오지 않는다면 나는 너와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완강한 그의 태도에 풍희는 혀를 내둘렀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대장장이가 아닌데 어떻게 검을 만들라는 것인가!”

신경질적으로 흙을 찬 풍희는 다시 별채로 향했다.

깡! 깡! 깡!

세 번을 휘둘렀지만 세 번이 모두 날아갔다.

이놈의 철은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와주지를 않았다.

풍희는 다시 흥원수를 찾아갔다.

말을 걸지 않았고 흥원수의 망치질을 자세히 관찰했다.

캉! 캉!

그는 철이 지면에 닿은 곳을 정확히 내리쳤고 뜨는 곳을 다시 한 번 빠르게 내리쳤다.

‘저거다!’

풍희는 서둘러 대장간을 나갔고 흥원수는 밖으로 나가는 풍희의 등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깡! 캉!

“됐다!”

처음으로 망치질 이후에 철이 도망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철은 넓게 펴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울퉁불퉁한 모습이 가관이었다.

캉! 깡!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자신에게 위협적으로 날아왔고 또 한 번은 창문을 깨고 날아갔다.

“내가 꼭 만들고 만다.”

이틀째 되는 날에 풍희에게 흥원수가 찾아왔다.

“어찌 잘 만들었느냐?”

풍희는 자신만만하게 울퉁불퉁 못난 날붙이를 들어 올렸고 그걸 본 흥원수는 조소를 흘렸다.

“지금 그것을 검이라고 만들어 보이는 것이냐? 아직 멀었구나 다시 만들어라!”

흥원수는 성을 잔뜩 내고서 문을 닫고 나갔다.

그러자 풍희가 서둘러 따라 나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검을 만들기 전에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

“검을 만들었으니 말을 하셔야 합니다.”

“지금 그런 어린애 장난으로 검이라고 하는 것이냐?”

“검이란 무엇입니까?”

풍희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흥원수에게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원수님. 검이란 무엇입니까?”

“허? 검이란 베기도 찌르기도 하는 무림인의 무기가 아니냐?”

“틀렸습니다. 검이란 저 자신입니다.”

“뭐라?”

풍희는 자세를 낮추고 바람을 모았다.

어떤 꾸밈도 없는 가벼운 찌르기였지만 그 위력은 나무 두 그루를 쓰러트렸다.

“이것이 제 검입니다.”

“···”

“무인에게 검이란 곧 마음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이 검을 택했습니다. 헌데 어찌 검이라 하지 않는 것입니까?”

흥원수는 놀란 눈으로 풍희를 바라봤고 풍희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외쳤다.

“저는 검을 만들었고 원수님은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흥원수는 풍희의 눈을 째려봤고 풍희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갑자기 흥원수가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도 나름 빨리 깨우쳤구나.”

“예??”

“맞다. 너는 무인이다. 헌데 어찌 검을 만들겠느냐.”

“···”

“네가 만들 검은 너의 마음이었다. 훌륭하구나.”

“처음부터 믿고 계셨습니까?”

“그래. 이곳에 요철이 있다는 것은 스승님만 아는 정보다. 그런데 어찌 의심하겠느냐?”

“하··· 원수님 저랑 원수지고 싶으십니까?”

“뭐라??”

“농입니다. 허면 어째서 그러신 겁니까?”

“요철은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런 요철로부터 마음을 지키려면 마음이 날카로워야 하지. 나는 그걸 시험한 것이다.”

자신을 위해 시험한 것이라고 하니 더는 뭐라 못한 풍희는 머쓱하게 웃었다.

“요철과 흑철은 내가 직접 가지고 움직이겠다. 어디로 가면 되느냐?”

“예?? 직접 가신다고요?”

“그래. 어차피 그것을 스승님 혼자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가서 도와야지.”

“산산객잔으로 가시면 황금장에서 나온 보표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제 이름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래? 준비가 필요하니 보름 뒤에 가겠다. 그런데 가기 전에 검을 보여주겠느냐?”

“제 검이요?”

풍희는 자신이 직.접 만든 검을 흥원수에게 건네줬고 흥원수는 풍희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거 말고 네가 차고 있는 검 말이다!”

“아얏! 그렇게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풍희는 씩씩거리며 허리춤에 찼던 검을 흥원수에게 건넸다.

검을 이리저리 살펴본 흥원수는 검을 다시 풍희에게 건네고 말했다.

“꽤 좋은 검이구나? 그런데 왜 스승님은 너에게 검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냐?”

“제가 풍신의 후예이기 때문입니다.”

“뭐!!!?!???”

세상에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큰 목소리가 대장간에 울려 퍼졌다.

“어우 깜짝이야! 원수님!!”

“그게 정말이냐!? 네가 정말 풍신의 후예인 것이냐!?”

“예! 정말입니다. 그래서 검을 만들어 주신다고 했습니다. 완벽한 검을.”

“그렇군.. 그래 그러면 이해가 되지!”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대단?? 대단!? 대단하고말고!! 지금 네가 알려진다면 이 무림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예??! 그 정도입니까?”

“그래!! 풍신의 이름은 그 정도다.”

“···”

“혹시 내게 무공을 보여줄 수 있느냐?”

“예. 어렵지 않습니다.”

풍희와 흥원수는 대장간 바로 뒤편에 있는 들판으로 향했다.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들판은 풀잎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스스스슷-

“딱! 한 번만 하겠습니다.”

“그래! 한 번이면 충분하다!”

풍희가 일순 강한 내공을 끌어 올리자 흔들리던 풀잎들이 강한 바람에 요동쳤다.

엄청난 바람이 풍희의 주변에 불어왔고 그 바람은 점차 검 끝으로 모였다.

“제 일식 개척.”

풍희가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자 강한 검풍이 허공을 강타했다.

잘린 풀잎들이 바람에 흩날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은 고요해졌다.

“훌륭하다. 훌륭해!”

“감사합니다.”

“너의 검은 걱정 말거라!! 꼭 최고의 검을 만들어주마!”

풍희는 흥분에 못 이겨 얼굴까지 붉어지며 말하는 흥원수를 뒤로하고 마을로 향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구경 좀 해볼까?”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무꾼으로 살아온 풍희는 이런 큰 마을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신기했고 아름다웠다.

“골라! 골라! 싸다 싸!”

“어머 여기로 오세요~ 이거 먹으면 마누라가 집을 못 나가~”

고운 빛깔의 비단들과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삼,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그중 풍희의 시선을 끄는 누군가가 있었다.

한 노인이 허름한 복장을 하고 앉아있었고 보자기에 실 팔찌들을 길게 늘어트리고 장사했다.

풍희의 시선을 느낀 노인이 풍희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잘생긴 총각! 이리로 와보게나.”

“예??”

“어서! 지금 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야.”

풍희는 이상하리만큼 눈길이 가는 노인에게 서서히 다가갔고 자세히 보자 보자기 위에는 실 팔찌가 딱 두 개밖에 없었다.

‘뭐지? 분명 여러 개가 있었는데?’

“총각 사랑에 고민하고 있구먼. 그렇지?”

노인은 생글생글 웃으며 풍희에게 말했다.

“예?!”

애써 숨기고 있던 마음을 노인에게 들킨 것 같아서 놀랐지만 이내 그 마음을 지우며 말했다.

“예..뭐..”

“이 팔찌의 이름은 애저(愛觝)라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팔찌라우.”

“마음을 이어준다고요?”

“그래.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지. 하지만 그만큼 조건이 까다로워.”

“조건이 무엇입니까?”

“상대가 모르게 달아야 해.”

“제 마음을요?”

“아니. 이 팔찌를.”

“팔찌를 어떻게 모르게 줍니까!?”

“그러니 어렵지. 대신 그만큼 확실하지.”

“흠···”

이 사기꾼과 같은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풍희는 기념으로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다.

“가격이 얼마입니까?”

“잘 생각했어. 총각! 은 10개만 주게나.”

“예!?!? 은 10개요!?”

“아주 싸지 싸!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엄청난 물건인데 이건 싼 거지!”

풍희는 갑자기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힘겹게 은 10개를 꺼냈다.

“어서! 주게나! 힘을! 빼야 하지! 않겠나!? 됐다! 고맙네.”

풍희는 결국 은 10개나 주고 산 실 팔찌 두 개를 손에 들고 서서히 멀어지는 노인을 바라봤다.

“나는 약속을 꼭 지킨다우. 걱정하지 말게나!”

풍희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잠시 내렸다 다시 들었는데 그새 노인은 사라져 있었다.

“에휴..”

터덜터덜 걸어가는 풍희의 모습을 먼 곳에서 지켜보는 노인이 하늘을 보며 웃었다.

“껄껄. 네놈과의 약속은 지켰다. 후에 일은 저놈에게 달렸지! 껄껄껄.”

영문모를 말을 하며 노인은 사라졌다.

하지만 풍희는 몰랐다.

그 노인을 본 사람도 풍희가 들고 있는 실 팔찌를 볼 수 있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

뿌연 독 안개가 잔뜩 껴있고 죽은 식물들을 먹으며 자라는 독충들이 들끓는 어느 산속에서 두 명의 사람이 비장한 말을 주고받았다.

“그게 확실하느냐??”

“예! 분명히 천년설삼이라고 했습니다!”

“됐다! 됐어! 이제 그것만 있으면 우리 당가가 다시 일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천당가는 오대세가로 한때 강력한 세력을 뽐내던 가문이었다.

독과 암기술에 능하고 자신들의 가문을 건드린다면 그 누가 됐든 끝까지 쫓아가 복수를 하는 가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가와 척을 지면 죽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항상 독에 두려워해야 하는 지독한 복수를 하는 곳이 당가다.

그런 당가가 지금 맹주에게 이를 갈고 있었지만 복수할 힘이 없어서 한탄하고 있었을 때 천년설삼이 등장했다.

천년설삼은 천년의 기운을 머금은 삼으로 영초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천년설삼을 먹는 순간 내공이 2갑자가 늘어나는 어마어마한 영초니 설명이 필요 없다.

“누구를 보낼까요?”

“내가 직접 가겠다!”

“예!!?? 가주께서 직접 말입니까?”

“그래. 이런 중요한 일에는 내가 직접 나서야지. 다른 쪽으로 정보가 새지는 않았지?”

“예! 직접 구해온 정보입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눈치챌 수도 있으니 혼자 갔다 오겠다.”

“너무 위험합니다!”

“씁! 내 걱정은 말고 자네는 내부에서 퍼지는 소문만 관리하게.”

“그래도···”

말을 끝마친 한 사람이 자리를 뜨자 나머지 사람도 한숨을 푹 쉬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미 정보를 얻기 위해 강소지역에서 머물고 있던 가주는 즉시 산동으로 향했고 수하는 서둘러 사천으로 향했다.

몰락했지만 아직 무서운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사천당가의 가주가 지금 산동으로 향하는 중이다.

하지만 가주는 몰랐다. 지금 이 발걸음이 당가에게 어떤 커다란 이익을 가져올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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