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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10. 산동으로 향하다

“자네가 풍희인가?”

한 중년의 남자가 떠날 채비를 하는 풍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 제가 풍희입니다.”

“반갑네, 이번 표행을 맡게 된 황장충이라고 하네.”

풍희는 손을 건네는 황장충의 손을 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풍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의가 바른 친구구먼. 허허. 상당한 고수라고 들었는데??”

풍희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황장충의 눈길에 풍희가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유,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기대하지 마십시오.”

“장주님께서 얼마나 칭찬을 하셨는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네. 하하.”

“장주님께서 제 몸에 금칠을 해주시나 봅니다. 하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잘 부탁하네.”

“예! 맡겨만 주십시오.”

풍희와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황장충은 일꾼들과 표사들을 통솔하며 황금장을 나섰다.

풍희는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슬며시 돌렸는데 그곳에는 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자신을 보고 있는 서서가 눈에 들어왔다.

‘다녀올게.’

산동으로 향하는 표행길은 어렵지 않았다.

황금장의 위명에 알맞게 대규모로 이루어진 이번 표행길에는 일꾼들도 많았고 꽤 실력 있는 표사들도 많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고 편안했다.

거기다 황금장의 깃발을 세우고 있는데 감히 일개 산적들이 건드릴 수 없었다.

그렇게 편안하기만 할 줄 알았던 표행길에 불행이 닥쳤다.

이히히힝!!

맨 앞에서 달리던 말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멈췄다.

“이봐! 거기 네놈들 멈춰라!”

험상궂게 생긴 산적 십여 명이 수풀 사이에서 뛰어나와 길을 막은 것이다.

하나하나 제법 오래된 산적들인지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풍기는 기운이 제법 강했다.

그리고 그들의 옷은 흑색이었고 머리에는 적색의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황장충이 앞으로 나서며 산적들에게 외쳤다.

“무슨 일이오!”

“그쪽이 이쪽 머리인가 보오?”

악의가 가득한 말투에 황장충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깃발을 보면 모르겠나! 우리는 황금장이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모르는 척하겠다.”

“뭐?? 푸하하하.”

“형님 저놈이 뭐라 지껄이는 겁니까?”

눈앞의 산적들은 저마다 황장충을 조롱하며 비웃었다.

“이놈!! 감히 황금장을 무시해!?”

그러자 대장 격으로 보이는 자가 거대한 대도를 땅에 박으며 앞으로 나섰다.

“여기는 우리 흑산산채의 땅이다! 지나가려면 성의를 보여라!”

“흑산산채!? 크흠..”

황장충은 머리를 빠르게 돌렸다.

저 정도 인원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산동지역에서 흑산산채와 척을 두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돈을 주고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얼마를 원하나!”

“크크크 황금장도 별거 없구먼?”

“그러게 말이야. 꼬랑지 마는 것이 꼭 개새끼 같구나. 크크크”

산적들의 조롱은 돈을 준다 해도 끝나지 않았다. 이미 산적들은 우리가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대장이 손을 들어 수하들을 조용히 시키고 말했다.

“한 사람당 금 10전을 내라.”

“뭐라!!??”

황장충은 말도 안 되는 금액에 혀를 내둘렀다.

금 1전이면 평범한 가정이 보름은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그 금액의 열 배가 달하는 금액을 사람 수대로 내라는 말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내놓으라는 말과 같다.

황장충은 대장을 향해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거라!!”

“하! 우리 흑산채와 척을 지겠다는 것이냐?”

스릉- 스릉-

산적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째려봤다.

무언의 압박이었다. 지금 우리가 저들에게 맞춰서 무기를 꺼내 들면 우리를 적이라고 지껄일 것이고 그렇다고 무기를 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내놓으라 지껄일 것이다.

황장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산적 따위가 원래 이리 대단한 것입니까?”

꿈틀-

가장 앞에 서 있던 대장의 이마에 솟은 한 핏줄이 꿈틀거렸다.

“누구냐!? 감히 우리 흑산산채를 조롱한 놈이!!”

뒤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은 약관도 넘지 않은 어린 소년이었다.

“제가 강호 초행이라 그런 것입니까? 듣던 것과 다르게 산적 놈들이 꽤 높은 지위인 것 같습니다?”

“하! 이 어린 놈이! 감히 어딜 끼어드느냐!!”

시퍼렇게 날이 선 도를 땅에서 뽑아 풍희에게 겨눈 산적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이들과 척을 진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소.”

황장충은 앞으로 나온 풍희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풍희는 괜찮다는 손짓을 취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황금장에 척을 지고 산적 따위가 살아갈 수 있겠나?”

풍희가 순간 내공을 끌어올려 엄청난 기세로 산적 대장을 압박했다.

“크윽!!”

대장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의 내공이 자신을 압박하자 식은땀을 흘렸다.

저 약관도 넘지 않은 소년이 거대한 산으로 보였다.

“이놈! 흑산산채는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이야!!”

“얼마든지.”

대장이 먼저 소리치며 도망가자 뒤이어 모든 산적이 따라서 도망갔다.

풍희는 그들을 한 차례 노려보고는 황장충에게 사과했다.

“감히 제가 나서서 죄송합니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허허, 아닐세 내가 실수를 했구먼. 우리 황금장에 먹칠을 할 뻔했어, 고맙네.”

황장충은 되려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겁에 질린 일꾼들을 위로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산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계속 흑산산채의 산적들이 주위를 맴돌았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황장충도 그들이 먼저 공격을 해오지 않으니 딱히 제재를 가하지 않고 오히려 길을 서둘렀다.

그렇게 충돌 없이 산동으로 넘어가나 했지만 마지막 고개를 남겨두고 일이 터졌다.

“습격이다!! 습격이야!!”

야심한 밤, 산속을 비추는 것이라고는 달빛과 모닥불밖에 없는 어두운 밤에 흑산산채가 기습했다.

“끄아아악!!”

족히 스무 명은 돼 보이는 산적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공격하자 꽤 노련한 표사들도 대처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끄아악!!”

“대열을 갖춰라!! 모두 당황하지 마라!”

황장충이 홀로 분투했지만 혼자서 모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쾅!!

“끄억!!”

그때 폭음과 함께 산적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엄청난 폭음이 들릴 때마다 산적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맞춰 표사들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풍희가 어둠 속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산적들을 도륙했다.

“저 녀석만 잡으면 된다! 저 꼬마 녀석을 잡아!!”

스르륵-

일렁이는 모닥불 사이로 그림자가 지나가자 그 자리에 피가 튀었다.

“끄아악!!”

풍희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지만 이런 짐승은 죽여봤다. 

대표적으로 예전에 아버지를 죽인 복면인을 여러 번 찌르지 않았는가.

이미 이런 짐승들에게는 이골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단 한 줌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살생을 계속했다.

불꽃이 한 번씩 흔들리면 그 사이로 비수가 날아가 산적에게 꽂혔다.

슈우우 팍!

“끄아악!! 누구야!?”

산적들이 급습하자마자 모닥불부터 꺼버렸기 때문에 시야가 몇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공격당한 산적들은 당황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피해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에 황장충은 풍희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표사들이 분발한다고 여겼다.

“힘내라! 지금 이들의 싹을 잘라야 한다!!”

“예!! 쳐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황장충의 외침을 들을 표사들이 분발하기 시작하자 산적들은 점점 죽어 나가고 있었다.

숫자가 줄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산적들은 도망가기 시작했고 표사들은 그들을 어느 정도 쫓다가 다시 돌아왔다.

우선 피해를 확인하고 재정비를 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었다.

“우선 불을 붙여라!!”

“예!!”

살아있는 불씨를 옮기고 옮겨 순식간에 주변을 밝힌 그들은 참혹한 현장에 속을 게워냈다.

“우웨엑!!”

시야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의 습격은 두려움을 만들었고 그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은 아무거나 베어 넘겼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커졌다.

팔다리가 잘려서 움찔거리는 시체부터 목이 없는 시체가 여럿 있었고 심지어 난도질당한 시체도 즐비했다.

황장충은 일꾼들을 시켜 빠르게 시체들을 묻어주었고 그들의 이름을 챙겼다.

“죽은 자들에 가족에게는 돌아가는 즉시 보상을 할 것이니 모두 이름을 적어오거라.”

“예!”

물적 피해는 하나도 없었지만 인적 피해가 너무 심했다.

아직 산동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피해를 보았다면 앞으로의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갈 수는 없는 일. 황장충은 휴식을 멈추고 갈 길을 재촉했다.

“서둘러 이동한다! 휴식을 줄이고 우선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

“예!!”

다행히 일꾼들도 이런 산보다는 마을에 빨리 가고 싶었는지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 발길을 재촉했다.

정확히 다음날 동이 틀 때쯤 마을로 들어올 수 있었다.

돈이 많은 곳인 만큼 산동은 굉장히 발전한 곳이었다.

커다란 건물들이 줄을 이었고 평민들의 옷조차도 화려했다.

황장충은 우선 산동에서 가장 큰 객잔인 산산객잔으로 갔다.

산산객잔은 산동에서 가장 큰 객잔으로 식당과 여관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밤에는 기루로 이용됐다.

“황금장에서 왔소. 약속한 방을 주시오.”

황장충은 커다란 전낭을 주인에게 건넸다.

전낭을 받은 주인은 얼굴에 웃음꽃이 만연하게 피어오르며 손을 비볐다.

“어휴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하하하. 이리로 오시지요.”

황금장은 산산객잔의 이 층과 삼 층을 전부 빌려 짐을 풀었고 당분간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풍희는 짐을 옮기느라 바쁜 일꾼들을 제치고 황장충의 앞으로 가 말했다.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 그래. 여기에 용무가 있다고 했지? 어서 다녀오거라. 어차피 당분간 이곳에 있을 것이니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예. 감사합니다. 언제까지 돌아오면 되겠습니까?”

“달이 지나기 전에는 꼭 와야 한다.”

“예. 걱정 마십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지시를 내리느라 바빠 보이는 황장충을 뒤로하고 풍희는 밖으로 나왔다.

···

“뭐라!!?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무릎을 꿇은 사내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대답했다.

“시···실패했습니다.”

쾅!!!!

의자에 앉아있던 거구의 사내가 손잡이를 세게 내리치자 나무로 만들어진 손잡이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한낱 표사들에게 졌다는 말이냐!? 감히!? 우리 공격대가!?”

“죄송합니다··· 그 망할 꼬.. 아니 한 명의 고수가 있었습니다.”

“고수??”

거구의 사내가 관심을 가지고 재차 물어보자 드디어 살길을 찾은 수하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 과장해서 말했다.

“그는 절정의 고수급으로 검을 사용했습니다. 그자만 아니었어도 절대 실패하지 않았을 겁니다!”

“흐음.. 절정의 고수라? 확실히 그러면 힘들었겠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하가 한숨을 돌렸다.

그 순간!

스겅-

“하지만 벌을 받아야지.”

목을 잃은 몸은 서서히 쓰러졌고 그 자리는 진득한 핏물이 채워 나갔다.

거구의 사내는 도에 묻은 피를 닦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황금장이라..”

···

캉! 캉! 캉!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쇠붙이 소리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이곳은 산동의 한 대장간이다.

“계십니까??”

캉!! 캉!!

대답 대신 경쾌하게 들리는 망치질 소리는 듣기만 해도 명작이 탄생하는 순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풍희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중년인이 머리에 두건을 질끈 동여매고 망치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풍희는 그의 망치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한 식경(30분) 정도가 지나자 흥건하게 젖은 윗옷을 벗으며 대장장이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오??”

풍희는 옆에 있던 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혹. 흥원수라는 분을 아십니까?”

“원수?? 산망 원수?”

“예?? 산망이요??”

“아, 산동에 있는 자 중에서 가장 망치질을 잘한다 해서 지어준 별호가 산망 원수요. 그런데 그자는 왜 찾으시오?”

“그분 스승님의 전언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러자 중년인은 풍희의 양팔을 붙잡고 흔들며 다급하게 말했다.

“광창님!? 광창님을 말씀하시는 거요!?”

“예. 광창님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허허, 광창님은 잘 계시오??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시고?”

“예??”

풍희가 당황하자 중년인은 그제야 팔을 놓고 사과했다.

“이거 미안하오. 광창님의 소식을 듣게 돼 너무 기뻐서 그만.”

“하하. 아닙니다. 그러면 혹 흥원수님께서 어디 계신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 이쪽으로 오시오!”

중년인을 따라서 발걸음을 옮기자 작은 방이 하나 나왔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가 두 개 놓여있었다.

“여기는···??”

그러자 중년인은 앞에 의자에 앉고서 풍희에게 앉기를 권했다.

“반갑소. 내가 바로 원수요.”

“네!!?? 흥원수님이시라고요?”

“그렇소, 내가 광창님의 제자 흥원수요.”

“험··· 그러면 아까 그 별호는 자화자···”

“아니오! 그거는 사실이오! 이곳에 대장장이는 나뿐이니 틀린 말이 아니오!”

“하하, 농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풍희라고 합니다.”

“반갑소, 그래 스승님께서 무슨 말을 전하셨소?”

“흑철(黑鐵)과 요철(妖鐵)을 모두 가져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철!!??”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10. 산동으로 향하다

“자네가 풍희인가?”

한 중년의 남자가 떠날 채비를 하는 풍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 제가 풍희입니다.”

“반갑네, 이번 표행을 맡게 된 황장충이라고 하네.”

풍희는 손을 건네는 황장충의 손을 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풍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의가 바른 친구구먼. 허허. 상당한 고수라고 들었는데??”

풍희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황장충의 눈길에 풍희가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유,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기대하지 마십시오.”

“장주님께서 얼마나 칭찬을 하셨는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네. 하하.”

“장주님께서 제 몸에 금칠을 해주시나 봅니다. 하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잘 부탁하네.”

“예! 맡겨만 주십시오.”

풍희와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황장충은 일꾼들과 표사들을 통솔하며 황금장을 나섰다.

풍희는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슬며시 돌렸는데 그곳에는 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자신을 보고 있는 서서가 눈에 들어왔다.

‘다녀올게.’

산동으로 향하는 표행길은 어렵지 않았다.

황금장의 위명에 알맞게 대규모로 이루어진 이번 표행길에는 일꾼들도 많았고 꽤 실력 있는 표사들도 많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고 편안했다.

거기다 황금장의 깃발을 세우고 있는데 감히 일개 산적들이 건드릴 수 없었다.

그렇게 편안하기만 할 줄 알았던 표행길에 불행이 닥쳤다.

이히히힝!!

맨 앞에서 달리던 말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멈췄다.

“이봐! 거기 네놈들 멈춰라!”

험상궂게 생긴 산적 십여 명이 수풀 사이에서 뛰어나와 길을 막은 것이다.

하나하나 제법 오래된 산적들인지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풍기는 기운이 제법 강했다.

그리고 그들의 옷은 흑색이었고 머리에는 적색의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황장충이 앞으로 나서며 산적들에게 외쳤다.

“무슨 일이오!”

“그쪽이 이쪽 머리인가 보오?”

악의가 가득한 말투에 황장충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깃발을 보면 모르겠나! 우리는 황금장이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모르는 척하겠다.”

“뭐?? 푸하하하.”

“형님 저놈이 뭐라 지껄이는 겁니까?”

눈앞의 산적들은 저마다 황장충을 조롱하며 비웃었다.

“이놈!! 감히 황금장을 무시해!?”

그러자 대장 격으로 보이는 자가 거대한 대도를 땅에 박으며 앞으로 나섰다.

“여기는 우리 흑산산채의 땅이다! 지나가려면 성의를 보여라!”

“흑산산채!? 크흠..”

황장충은 머리를 빠르게 돌렸다.

저 정도 인원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산동지역에서 흑산산채와 척을 두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돈을 주고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얼마를 원하나!”

“크크크 황금장도 별거 없구먼?”

“그러게 말이야. 꼬랑지 마는 것이 꼭 개새끼 같구나. 크크크”

산적들의 조롱은 돈을 준다 해도 끝나지 않았다. 이미 산적들은 우리가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대장이 손을 들어 수하들을 조용히 시키고 말했다.

“한 사람당 금 10전을 내라.”

“뭐라!!??”

황장충은 말도 안 되는 금액에 혀를 내둘렀다.

금 1전이면 평범한 가정이 보름은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그 금액의 열 배가 달하는 금액을 사람 수대로 내라는 말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내놓으라는 말과 같다.

황장충은 대장을 향해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거라!!”

“하! 우리 흑산채와 척을 지겠다는 것이냐?”

스릉- 스릉-

산적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째려봤다.

무언의 압박이었다. 지금 우리가 저들에게 맞춰서 무기를 꺼내 들면 우리를 적이라고 지껄일 것이고 그렇다고 무기를 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내놓으라 지껄일 것이다.

황장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산적 따위가 원래 이리 대단한 것입니까?”

꿈틀-

가장 앞에 서 있던 대장의 이마에 솟은 한 핏줄이 꿈틀거렸다.

“누구냐!? 감히 우리 흑산산채를 조롱한 놈이!!”

뒤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은 약관도 넘지 않은 어린 소년이었다.

“제가 강호 초행이라 그런 것입니까? 듣던 것과 다르게 산적 놈들이 꽤 높은 지위인 것 같습니다?”

“하! 이 어린 놈이! 감히 어딜 끼어드느냐!!”

시퍼렇게 날이 선 도를 땅에서 뽑아 풍희에게 겨눈 산적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이들과 척을 진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소.”

황장충은 앞으로 나온 풍희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풍희는 괜찮다는 손짓을 취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황금장에 척을 지고 산적 따위가 살아갈 수 있겠나?”

풍희가 순간 내공을 끌어올려 엄청난 기세로 산적 대장을 압박했다.

“크윽!!”

대장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의 내공이 자신을 압박하자 식은땀을 흘렸다.

저 약관도 넘지 않은 소년이 거대한 산으로 보였다.

“이놈! 흑산산채는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이야!!”

“얼마든지.”

대장이 먼저 소리치며 도망가자 뒤이어 모든 산적이 따라서 도망갔다.

풍희는 그들을 한 차례 노려보고는 황장충에게 사과했다.

“감히 제가 나서서 죄송합니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허허, 아닐세 내가 실수를 했구먼. 우리 황금장에 먹칠을 할 뻔했어, 고맙네.”

황장충은 되려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겁에 질린 일꾼들을 위로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산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계속 흑산산채의 산적들이 주위를 맴돌았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황장충도 그들이 먼저 공격을 해오지 않으니 딱히 제재를 가하지 않고 오히려 길을 서둘렀다.

그렇게 충돌 없이 산동으로 넘어가나 했지만 마지막 고개를 남겨두고 일이 터졌다.

“습격이다!! 습격이야!!”

야심한 밤, 산속을 비추는 것이라고는 달빛과 모닥불밖에 없는 어두운 밤에 흑산산채가 기습했다.

“끄아아악!!”

족히 스무 명은 돼 보이는 산적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공격하자 꽤 노련한 표사들도 대처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끄아악!!”

“대열을 갖춰라!! 모두 당황하지 마라!”

황장충이 홀로 분투했지만 혼자서 모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쾅!!

“끄억!!”

그때 폭음과 함께 산적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엄청난 폭음이 들릴 때마다 산적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맞춰 표사들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풍희가 어둠 속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산적들을 도륙했다.

“저 녀석만 잡으면 된다! 저 꼬마 녀석을 잡아!!”

스르륵-

일렁이는 모닥불 사이로 그림자가 지나가자 그 자리에 피가 튀었다.

“끄아악!!”

풍희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지만 이런 짐승은 죽여봤다. 

대표적으로 예전에 아버지를 죽인 복면인을 여러 번 찌르지 않았는가.

이미 이런 짐승들에게는 이골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단 한 줌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살생을 계속했다.

불꽃이 한 번씩 흔들리면 그 사이로 비수가 날아가 산적에게 꽂혔다.

슈우우 팍!

“끄아악!! 누구야!?”

산적들이 급습하자마자 모닥불부터 꺼버렸기 때문에 시야가 몇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공격당한 산적들은 당황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피해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에 황장충은 풍희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표사들이 분발한다고 여겼다.

“힘내라! 지금 이들의 싹을 잘라야 한다!!”

“예!! 쳐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황장충의 외침을 들을 표사들이 분발하기 시작하자 산적들은 점점 죽어 나가고 있었다.

숫자가 줄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산적들은 도망가기 시작했고 표사들은 그들을 어느 정도 쫓다가 다시 돌아왔다.

우선 피해를 확인하고 재정비를 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었다.

“우선 불을 붙여라!!”

“예!!”

살아있는 불씨를 옮기고 옮겨 순식간에 주변을 밝힌 그들은 참혹한 현장에 속을 게워냈다.

“우웨엑!!”

시야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의 습격은 두려움을 만들었고 그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은 아무거나 베어 넘겼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커졌다.

팔다리가 잘려서 움찔거리는 시체부터 목이 없는 시체가 여럿 있었고 심지어 난도질당한 시체도 즐비했다.

황장충은 일꾼들을 시켜 빠르게 시체들을 묻어주었고 그들의 이름을 챙겼다.

“죽은 자들에 가족에게는 돌아가는 즉시 보상을 할 것이니 모두 이름을 적어오거라.”

“예!”

물적 피해는 하나도 없었지만 인적 피해가 너무 심했다.

아직 산동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피해를 보았다면 앞으로의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갈 수는 없는 일. 황장충은 휴식을 멈추고 갈 길을 재촉했다.

“서둘러 이동한다! 휴식을 줄이고 우선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

“예!!”

다행히 일꾼들도 이런 산보다는 마을에 빨리 가고 싶었는지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 발길을 재촉했다.

정확히 다음날 동이 틀 때쯤 마을로 들어올 수 있었다.

돈이 많은 곳인 만큼 산동은 굉장히 발전한 곳이었다.

커다란 건물들이 줄을 이었고 평민들의 옷조차도 화려했다.

황장충은 우선 산동에서 가장 큰 객잔인 산산객잔으로 갔다.

산산객잔은 산동에서 가장 큰 객잔으로 식당과 여관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밤에는 기루로 이용됐다.

“황금장에서 왔소. 약속한 방을 주시오.”

황장충은 커다란 전낭을 주인에게 건넸다.

전낭을 받은 주인은 얼굴에 웃음꽃이 만연하게 피어오르며 손을 비볐다.

“어휴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하하하. 이리로 오시지요.”

황금장은 산산객잔의 이 층과 삼 층을 전부 빌려 짐을 풀었고 당분간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풍희는 짐을 옮기느라 바쁜 일꾼들을 제치고 황장충의 앞으로 가 말했다.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 그래. 여기에 용무가 있다고 했지? 어서 다녀오거라. 어차피 당분간 이곳에 있을 것이니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예. 감사합니다. 언제까지 돌아오면 되겠습니까?”

“달이 지나기 전에는 꼭 와야 한다.”

“예. 걱정 마십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지시를 내리느라 바빠 보이는 황장충을 뒤로하고 풍희는 밖으로 나왔다.

···

“뭐라!!?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무릎을 꿇은 사내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대답했다.

“시···실패했습니다.”

쾅!!!!

의자에 앉아있던 거구의 사내가 손잡이를 세게 내리치자 나무로 만들어진 손잡이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한낱 표사들에게 졌다는 말이냐!? 감히!? 우리 공격대가!?”

“죄송합니다··· 그 망할 꼬.. 아니 한 명의 고수가 있었습니다.”

“고수??”

거구의 사내가 관심을 가지고 재차 물어보자 드디어 살길을 찾은 수하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 과장해서 말했다.

“그는 절정의 고수급으로 검을 사용했습니다. 그자만 아니었어도 절대 실패하지 않았을 겁니다!”

“흐음.. 절정의 고수라? 확실히 그러면 힘들었겠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하가 한숨을 돌렸다.

그 순간!

스겅-

“하지만 벌을 받아야지.”

목을 잃은 몸은 서서히 쓰러졌고 그 자리는 진득한 핏물이 채워 나갔다.

거구의 사내는 도에 묻은 피를 닦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황금장이라..”

···

캉! 캉! 캉!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쇠붙이 소리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이곳은 산동의 한 대장간이다.

“계십니까??”

캉!! 캉!!

대답 대신 경쾌하게 들리는 망치질 소리는 듣기만 해도 명작이 탄생하는 순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풍희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중년인이 머리에 두건을 질끈 동여매고 망치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풍희는 그의 망치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한 식경(30분) 정도가 지나자 흥건하게 젖은 윗옷을 벗으며 대장장이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오??”

풍희는 옆에 있던 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혹. 흥원수라는 분을 아십니까?”

“원수?? 산망 원수?”

“예?? 산망이요??”

“아, 산동에 있는 자 중에서 가장 망치질을 잘한다 해서 지어준 별호가 산망 원수요. 그런데 그자는 왜 찾으시오?”

“그분 스승님의 전언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러자 중년인은 풍희의 양팔을 붙잡고 흔들며 다급하게 말했다.

“광창님!? 광창님을 말씀하시는 거요!?”

“예. 광창님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허허, 광창님은 잘 계시오??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시고?”

“예??”

풍희가 당황하자 중년인은 그제야 팔을 놓고 사과했다.

“이거 미안하오. 광창님의 소식을 듣게 돼 너무 기뻐서 그만.”

“하하. 아닙니다. 그러면 혹 흥원수님께서 어디 계신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 이쪽으로 오시오!”

중년인을 따라서 발걸음을 옮기자 작은 방이 하나 나왔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가 두 개 놓여있었다.

“여기는···??”

그러자 중년인은 앞에 의자에 앉고서 풍희에게 앉기를 권했다.

“반갑소. 내가 바로 원수요.”

“네!!?? 흥원수님이시라고요?”

“그렇소, 내가 광창님의 제자 흥원수요.”

“험··· 그러면 아까 그 별호는 자화자···”

“아니오! 그거는 사실이오! 이곳에 대장장이는 나뿐이니 틀린 말이 아니오!”

“하하, 농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풍희라고 합니다.”

“반갑소, 그래 스승님께서 무슨 말을 전하셨소?”

“흑철(黑鐵)과 요철(妖鐵)을 모두 가져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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