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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5. 낯선 목소리 4

휘몰아치던 돌풍이 서서히 멈추자 신리소가 서서히 눈을 떴다.

흠칫-

엄청난 기운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자 신리소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맹수와 같은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풍희였다.

방금 까지만 해도 다 쓰러져가던 아이가 지금 저렇게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서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놈은 대체 뭐냐!?”

신리소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정말로 궁금했다. 저 꼬마 녀석의 정체가.

“네놈들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서리와 같은 차가움이 느껴졌고 신리소를 비롯한 신리대원들은 모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죗값을 받기로 하겠다.”

풍희는 순간 지면을 박차고 가장 가까운 지척에 있던 신리소를 향해 날아갔다.

신리소는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날아오는 풍희를 보고 다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렸다.

쾅!!

순식간에 나타난 풍희는 간단하지만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위력은 절대 간단하지 못했다.

“크윽!”

내공을 모두 끌어올리기 전에 공격을 당한 신리소는 꽤 멀리 밀려났다.

풍희는 멈추지 않았다.

우측 다리를 축으로 회전해 바로 옆에 있던 복면인을 향해 뒤차기를 내질렀다.

퍼억!

순식간에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공격에 복면인은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멀리 날아갔다.

풍희는 날아가는 복면인을 따라가서 그의 단전을 깊게 찔렀다.

“끄아아악!!”

그렇게 또 하나의 복면인이 내공을 잃고 절명했다.

하지만 이들도 고수다.
당황해서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순식간에 풍희를 둘러싸고 포위했다.

풍희가 천천히 내공을 더 끌어올리자 몸 주변으로 실체화된 기가 1척의 높이까지 솟구쳤다.

‘아직은 이 정도가 한계인가?’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풍희와 다르게 신리소와 그 대원들은 지금 입을 척 벌렸다.

‘저 정도의 고수였다고?’

기를 실체화할 수 있다는 것은 절정의 고수는 돼야지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꼬마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단체로 머뭇거렸다.

“뭐해!! 쳐라!”

“명!!”

신리소의 명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달려들었다.

풍희는 우선 가장 먼저 검을 내지르는 복면인의 공격을 몸을 지면에 닿을 정도로 낮춰 피한 뒤에 그대로 일어나 머리로 받았다.

“끄억!!”

평범한 시골 잡배와 같은 공격이지만 그 내공이 상당하고 절묘한 타이밍에 정확한 급소를 노리는 공격은 일류급 고수라도 당해내기 어려웠다.

복면인은 자신의 턱에 강한 충격이 오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흔들렸다.

고수에게 잠깐에 틈은 곧 죽음이다.

풍희는 곧바로 바람의 기운을 손끝에 담아 휘청이는 복면인에 단전을 찔렀다.

푸욱-

“끄아아아아!!”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꾹 눌렀다가 뺀 것 같지만 사실 이 공격은 상대의 단전을 파괴하는 기술이다.

복면인은 자신이 수십 년간 모아왔던 내공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절명했다.

다른 복면인들도 망설이지 않고 모두 달려들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베어 오는 검격. 모두 피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풍희는 점프를 뛰어 하단 공격은 피했고 손에 내공을 모아 상단 공격을 막고서 그 충격을 이용해 뒤로 날아가 거리를 벌렸다.

복면인들은 거리를 주면 불리하다는 것을 느끼고 급하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충격을 이용한 풍희에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풍희는 처음에 쓰러졌던 남자의 검을 들고 복면인들을 마주했다.

멈칫!!

순간 두 복면인 모두가 달리던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스으윽- 콰쾅!!

복면인들이 달려오던 방향으로 사선이 하나 그어졌는데 그 선은 땅을 갈라버렸다.

“감이 좋군.”

오싹!

두 복면인은 지금 구멍이란 구멍에서 식은땀을 뿜어 대고 있었다.

‘다가가면 죽는다..’

두 복면인 모두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희가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도록 하지.”

순간 눈 앞에 꼬마가 좌우로 흔들리더니 등 뒤가 오싹해졌다.

한 복면인이 뒤를 돌았지만 이미 늦었다.

서걱-

“끄아악!!!!”

몸을 양쪽에서 지탱해주던 팔 한쪽이 잘려 나갔다.

“곱게 죽이지는 않겠다.”

옆에서 두려움을 느끼던 다른 복면인이 풍희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하지만 그 어떤 초식도 내공도 들어있지 않은 그저 두려움에 본능적으로 내지른 찌르기였다.

벌벌 떠는 손으로 찔러오는 검을 못 피할 리가 없었다.

허공을 가른 손은 공중에 부끄럽게 떠 있었고 풍희에 검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서걱-

“끄아아악!!”

두 복면인이 팔을 한 쪽씩 잃고서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순간 풍희가 급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이런! 오랜만이라 실수를 했구나!”

처음에 공격을 막고 밀려났던 신리소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도망친 지 오래군···”

신리소는 공격을 명령하자마자 바로 이 자리를 떴었고 다른 자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풍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놈은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풍희는 천천히 울부짖는 복면인들에게 걸어갔다.

터벅- 터벅-

“끄아아..”

“너희는 무림맹에서 온 것이냐?”

팔을 잃었다는 슬픔과 고통에 두 복면인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던 것인지 대답이 없었다.

“하아..”

서걱-

“끄아아아!!”

옆에서 팔을 붙잡고 울부짖던 한 복면인의 머리가 자신의 무릎으로 굴러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복면인은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하지만 몸에 떨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림맹에서 온 것이냐?”

“예!! 저는 무림맹에서 왔습니다! 살려주십쇼!!”

마지막으로 남은 복면인은 곧바로 머리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비굴하다? 자존심 없다? 명예롭지 못하다? 그것도 다 살아 숨 쉴 때 필요한 것이다.

숨을 거뒀는데 그깟 명예가 무엇이 중요한가.

“무림맹은 여전히 더럽구나.”

“예..?”

“니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내게 말하라.”

“맹주님의 비밀 부대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비밀 부대?”

“예! 맹주님이 키우는 비밀 부대가 몇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집에 마누라가 기다립니다.”

순간 풍희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네놈이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예···?”

“네놈이 오늘 저지른 일이 있는데 지금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냔 말이다!!”

“아···”

서걱-

복면인의 목이 떨어지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싸늘하게 죽어있는 풍희의 어머니였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신의 만행을 깨달았다.

“하아.. 미안하구나. 너에게 이런 시련을 주어서.”

그 말을 끝으로 풍희는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풍희의 손은 차갑지만 따스한 어머니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

어젯밤에 장각이 갑자기 황설횽을 찾아왔다.

“응? 어쩐 일이냐?”

“장주! 은랑을 찾았습니다!”

“뭐!? 어디에 있느냐!”

은랑은 서서가 키우는 은빛 늑대로 새끼때 영초를 주워 먹고 영물이 된 늑대였다.

서서는 그런 은랑을 매우 아꼈다. 때문에 서서가 일어났을 때 은랑이 없다면 그 슬픔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황설횽이 찾아 나섰지만 찾지 못해 곤란해 하고 있었을 때 나타난 것이다.

“그 아이가 데려갔습니다.”

“확실한 것이냐!?”

“예! 멀리서 봤지만 확실합니다!”

“드디어 찾았어.. 그 아이에게 매번 신세를 지는구나.”

···

해가 모두 떠오르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황금장은 바빴다.

어젯밤에 장각이 알아온 정보에 의해서 황설횽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황설횽은 솜씨 좋은 의원과 함께 장각의 안내를 받고 풍희네 집으로 향했다.

풍희에 집은 마을에서 꽤나 떨어져 있었는데 은랑이 빠졌던 도랑이 풍희가 자주 가던 산으로 이어져 있어서 운 좋게 발견될 수 있었다.

황설횽과 장각은 풍희네 집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짙은 혈향이 맡아지는 것을 느꼈다.

“장주!!”

장각이 눈을 빛냈고 황설횽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각은 즉시 신법을 펼쳐 앞으로 날아갔다.

끼이익-

“흡!”

풍희에 집에 들어온 장각은 입을 틀어막았다.

꽤나 칼밥을 먹어왔다고 자부하는 자신이었지만 지금 이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곳저곳에 혈흔이 낭자하고 주인을 잃은 목들이 즐비했다.

그곳에 어린 아이가 생명을 잃은 엄마의 손을 잡고 누워있는 것이 장각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장각은 재빨리 아이에게 날아가 맥을 짚었다.

숨을 쉬고 있었다.
지금 이 잔혹한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바로 이 아이였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장각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뒤이어 황설횽이 들어왔다.

“읍! 이게 무슨!!?”

비위가 약한 의원은 벌써 어젯밤 먹은 것을 게워내고 있었다.

장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주님 아무래도···”

“역시 그런가?”

“하필 자리를 비웠을 때 이런 일이..”

황설횽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아이는 어떤가?”

속에 있던 걸 모두 게워낸 의원이 풍희에 맥을 짚으며 얘기했다.

“내상은 없지만 외상이 조금 심하군요. 하지만 큰 상처는 아니니 치료한다면 시일 내에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다행이군. 우선 아이를 챙기지.”

그때 누구의 소행인지 알기 위해서 흔적을 찾던 장각이 소리쳤다.

“장주님! 은랑입니다!”

장각이 안고 나온 은랑은 약초를 곳곳이 바르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의원은 곧바로 은랑을 받아 들고 살펴보았다.

“치료를 잘해놨군요. 제가 할 치료는 붕대를 감는 것 말고는 없을 거 같군요.”

황설횽은 죽어 있는 풍희의 어머니를 보고 장각에게 말했다.

“각아 너는 어미를 아비 옆에 묻어주고 오너라.”

“예. 장주님.”

“그럼 움직이지.”

의원이 풍희를 안고 황설횽은 은랑을 안고서 황금장으로 향했다.

이곳의 정리는 차후 풍희가 일어난다면 직접 맡길 예정이다.

가족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을 자신이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한 황설횽의 배려였다.

황금장으로 데려온 풍희는 황서서의 옆방에 따로 눕혀두었고 은랑은 서서 옆에 눕혔다.

그러자 기분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은랑이 돌아오자 서서의 호흡이 좋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을 때 서서가 눈을 떴다.

“으으음···”

창문 사이로 비춰오는 햇빛이 따갑게 쏟아지자 서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힘겹게 일어섰다.

자신의 옆에서 숨을 헐떡이는 은랑의 모습을 보니 절로 가슴이 아팠다.

“랑아···”

서서가 은랑을 쓰다듬자 은랑은 기분이 좋은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끼이익-

“아가씨!!”

상태를 보러 온 의원이 일어나있는 서서를 보고 놀라 소리쳤다.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우선 맥을 한번 짚어봅시다.”

의원은 서서의 맥을 짚고서는 안정이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쉬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황설횽을 부르러 갔다.

끄아아아!!!

그때 서서의 옆방에서 엄청난 비명이 들렸다.

흠칫-

서서는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움찔했다.

“무슨 소리지?”

드르륵-

서서는 비명소리가 난 곳으로 천천히 기어가서 문을 열었는데 그곳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 소년이 있었다.

“으아아아!!!”

정신을 차리고 있지는 않아 보였다.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짜며 구르고 있었다.

소년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얼마나 괴로운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지 소년의 모습은 한없이 슬퍼 보였고 서서는 그런 소년이 안쓰러워 보여 위로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처음 보는 소년에게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손을 뻗으려는 찰나에 황설횽이 방으로 들어왔다.

“서서야!!”

황설횽은 황급히 다가와 서서를 안았다.

“으윽! 아빠 아파요!!”

“아아! 미안하구나.”

“아빠 그런데 저 아이는 누구예요?”

“은랑을 구해준 아이란다.”

“은랑을 저 아이가 구했어요!?”

“그래. 하지만 많은 걸 잃었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서서는 풍희를 고맙고 또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서서야 우선 쉬렴. 아이가 일어나면 알려주마.”

“네 아빠.”

탁-

서서가 마지막으로 방 문을 닫았고 풍희의 몸부림도 멈췄다.

···

붉은 달이 떠 있는 어둠이 끝없이 펼쳐진 이곳은 풍희의 심상 세계이다.

“죽어!!죽으란 말이야!!”

움직이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복면인을 때리고 또 때렸다.

그러다 주변이 크게 일렁이더니 자신은 묶여 있고 어머니가 복면인들에게 잡혀 있었다.

“놔!!! 어머니를 놓으라고!!”

처절한 풍희의 외침을 들은 건지 주변 환경이 또 한 번 크게 일렁이더니 아버지와 나무를 하던 곳으로 바뀌었다.

“아..아빠!?”

아빠가 자신을 보고 환한 웃음을 지어주셨다. 그 순간! 아버지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몸이 기괴해졌다.

“아..아빠?? 아빠!!!”

또 한 번 주변이 크게 찌그러졌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암흑으로 변했다.

그 암흑의 끝에는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풍희는 그 빛에 홀린 듯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터벅 터벅-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저 멀리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 같지만 닿지 않았고 도착할 거 같지만 도착하지 못했다.

“하아..힘들어 쉬고싶어.”

풍희가 주저앉자 갑자기 누군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 일어나거라.

풍희가 고개를 서서히···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5. 낯선 목소리 4

휘몰아치던 돌풍이 서서히 멈추자 신리소가 서서히 눈을 떴다.

흠칫-

엄청난 기운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자 신리소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맹수와 같은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풍희였다.

방금 까지만 해도 다 쓰러져가던 아이가 지금 저렇게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서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놈은 대체 뭐냐!?”

신리소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정말로 궁금했다. 저 꼬마 녀석의 정체가.

“네놈들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서리와 같은 차가움이 느껴졌고 신리소를 비롯한 신리대원들은 모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죗값을 받기로 하겠다.”

풍희는 순간 지면을 박차고 가장 가까운 지척에 있던 신리소를 향해 날아갔다.

신리소는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날아오는 풍희를 보고 다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렸다.

쾅!!

순식간에 나타난 풍희는 간단하지만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위력은 절대 간단하지 못했다.

“크윽!”

내공을 모두 끌어올리기 전에 공격을 당한 신리소는 꽤 멀리 밀려났다.

풍희는 멈추지 않았다.

우측 다리를 축으로 회전해 바로 옆에 있던 복면인을 향해 뒤차기를 내질렀다.

퍼억!

순식간에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공격에 복면인은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멀리 날아갔다.

풍희는 날아가는 복면인을 따라가서 그의 단전을 깊게 찔렀다.

“끄아아악!!”

그렇게 또 하나의 복면인이 내공을 잃고 절명했다.

하지만 이들도 고수다.
당황해서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순식간에 풍희를 둘러싸고 포위했다.

풍희가 천천히 내공을 더 끌어올리자 몸 주변으로 실체화된 기가 1척의 높이까지 솟구쳤다.

‘아직은 이 정도가 한계인가?’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풍희와 다르게 신리소와 그 대원들은 지금 입을 척 벌렸다.

‘저 정도의 고수였다고?’

기를 실체화할 수 있다는 것은 절정의 고수는 돼야지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꼬마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단체로 머뭇거렸다.

“뭐해!! 쳐라!”

“명!!”

신리소의 명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달려들었다.

풍희는 우선 가장 먼저 검을 내지르는 복면인의 공격을 몸을 지면에 닿을 정도로 낮춰 피한 뒤에 그대로 일어나 머리로 받았다.

“끄억!!”

평범한 시골 잡배와 같은 공격이지만 그 내공이 상당하고 절묘한 타이밍에 정확한 급소를 노리는 공격은 일류급 고수라도 당해내기 어려웠다.

복면인은 자신의 턱에 강한 충격이 오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흔들렸다.

고수에게 잠깐에 틈은 곧 죽음이다.

풍희는 곧바로 바람의 기운을 손끝에 담아 휘청이는 복면인에 단전을 찔렀다.

푸욱-

“끄아아아아!!”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꾹 눌렀다가 뺀 것 같지만 사실 이 공격은 상대의 단전을 파괴하는 기술이다.

복면인은 자신이 수십 년간 모아왔던 내공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절명했다.

다른 복면인들도 망설이지 않고 모두 달려들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베어 오는 검격. 모두 피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풍희는 점프를 뛰어 하단 공격은 피했고 손에 내공을 모아 상단 공격을 막고서 그 충격을 이용해 뒤로 날아가 거리를 벌렸다.

복면인들은 거리를 주면 불리하다는 것을 느끼고 급하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충격을 이용한 풍희에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풍희는 처음에 쓰러졌던 남자의 검을 들고 복면인들을 마주했다.

멈칫!!

순간 두 복면인 모두가 달리던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스으윽- 콰쾅!!

복면인들이 달려오던 방향으로 사선이 하나 그어졌는데 그 선은 땅을 갈라버렸다.

“감이 좋군.”

오싹!

두 복면인은 지금 구멍이란 구멍에서 식은땀을 뿜어 대고 있었다.

‘다가가면 죽는다..’

두 복면인 모두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희가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도록 하지.”

순간 눈 앞에 꼬마가 좌우로 흔들리더니 등 뒤가 오싹해졌다.

한 복면인이 뒤를 돌았지만 이미 늦었다.

서걱-

“끄아악!!!!”

몸을 양쪽에서 지탱해주던 팔 한쪽이 잘려 나갔다.

“곱게 죽이지는 않겠다.”

옆에서 두려움을 느끼던 다른 복면인이 풍희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하지만 그 어떤 초식도 내공도 들어있지 않은 그저 두려움에 본능적으로 내지른 찌르기였다.

벌벌 떠는 손으로 찔러오는 검을 못 피할 리가 없었다.

허공을 가른 손은 공중에 부끄럽게 떠 있었고 풍희에 검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서걱-

“끄아아악!!”

두 복면인이 팔을 한 쪽씩 잃고서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순간 풍희가 급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이런! 오랜만이라 실수를 했구나!”

처음에 공격을 막고 밀려났던 신리소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도망친 지 오래군···”

신리소는 공격을 명령하자마자 바로 이 자리를 떴었고 다른 자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풍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놈은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풍희는 천천히 울부짖는 복면인들에게 걸어갔다.

터벅- 터벅-

“끄아아..”

“너희는 무림맹에서 온 것이냐?”

팔을 잃었다는 슬픔과 고통에 두 복면인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던 것인지 대답이 없었다.

“하아..”

서걱-

“끄아아아!!”

옆에서 팔을 붙잡고 울부짖던 한 복면인의 머리가 자신의 무릎으로 굴러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복면인은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하지만 몸에 떨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림맹에서 온 것이냐?”

“예!! 저는 무림맹에서 왔습니다! 살려주십쇼!!”

마지막으로 남은 복면인은 곧바로 머리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비굴하다? 자존심 없다? 명예롭지 못하다? 그것도 다 살아 숨 쉴 때 필요한 것이다.

숨을 거뒀는데 그깟 명예가 무엇이 중요한가.

“무림맹은 여전히 더럽구나.”

“예..?”

“니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내게 말하라.”

“맹주님의 비밀 부대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비밀 부대?”

“예! 맹주님이 키우는 비밀 부대가 몇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집에 마누라가 기다립니다.”

순간 풍희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네놈이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예···?”

“네놈이 오늘 저지른 일이 있는데 지금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냔 말이다!!”

“아···”

서걱-

복면인의 목이 떨어지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싸늘하게 죽어있는 풍희의 어머니였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신의 만행을 깨달았다.

“하아.. 미안하구나. 너에게 이런 시련을 주어서.”

그 말을 끝으로 풍희는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풍희의 손은 차갑지만 따스한 어머니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

어젯밤에 장각이 갑자기 황설횽을 찾아왔다.

“응? 어쩐 일이냐?”

“장주! 은랑을 찾았습니다!”

“뭐!? 어디에 있느냐!”

은랑은 서서가 키우는 은빛 늑대로 새끼때 영초를 주워 먹고 영물이 된 늑대였다.

서서는 그런 은랑을 매우 아꼈다. 때문에 서서가 일어났을 때 은랑이 없다면 그 슬픔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황설횽이 찾아 나섰지만 찾지 못해 곤란해 하고 있었을 때 나타난 것이다.

“그 아이가 데려갔습니다.”

“확실한 것이냐!?”

“예! 멀리서 봤지만 확실합니다!”

“드디어 찾았어.. 그 아이에게 매번 신세를 지는구나.”

···

해가 모두 떠오르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황금장은 바빴다.

어젯밤에 장각이 알아온 정보에 의해서 황설횽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황설횽은 솜씨 좋은 의원과 함께 장각의 안내를 받고 풍희네 집으로 향했다.

풍희에 집은 마을에서 꽤나 떨어져 있었는데 은랑이 빠졌던 도랑이 풍희가 자주 가던 산으로 이어져 있어서 운 좋게 발견될 수 있었다.

황설횽과 장각은 풍희네 집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짙은 혈향이 맡아지는 것을 느꼈다.

“장주!!”

장각이 눈을 빛냈고 황설횽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각은 즉시 신법을 펼쳐 앞으로 날아갔다.

끼이익-

“흡!”

풍희에 집에 들어온 장각은 입을 틀어막았다.

꽤나 칼밥을 먹어왔다고 자부하는 자신이었지만 지금 이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곳저곳에 혈흔이 낭자하고 주인을 잃은 목들이 즐비했다.

그곳에 어린 아이가 생명을 잃은 엄마의 손을 잡고 누워있는 것이 장각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장각은 재빨리 아이에게 날아가 맥을 짚었다.

숨을 쉬고 있었다.
지금 이 잔혹한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바로 이 아이였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장각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뒤이어 황설횽이 들어왔다.

“읍! 이게 무슨!!?”

비위가 약한 의원은 벌써 어젯밤 먹은 것을 게워내고 있었다.

장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주님 아무래도···”

“역시 그런가?”

“하필 자리를 비웠을 때 이런 일이..”

황설횽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아이는 어떤가?”

속에 있던 걸 모두 게워낸 의원이 풍희에 맥을 짚으며 얘기했다.

“내상은 없지만 외상이 조금 심하군요. 하지만 큰 상처는 아니니 치료한다면 시일 내에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다행이군. 우선 아이를 챙기지.”

그때 누구의 소행인지 알기 위해서 흔적을 찾던 장각이 소리쳤다.

“장주님! 은랑입니다!”

장각이 안고 나온 은랑은 약초를 곳곳이 바르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의원은 곧바로 은랑을 받아 들고 살펴보았다.

“치료를 잘해놨군요. 제가 할 치료는 붕대를 감는 것 말고는 없을 거 같군요.”

황설횽은 죽어 있는 풍희의 어머니를 보고 장각에게 말했다.

“각아 너는 어미를 아비 옆에 묻어주고 오너라.”

“예. 장주님.”

“그럼 움직이지.”

의원이 풍희를 안고 황설횽은 은랑을 안고서 황금장으로 향했다.

이곳의 정리는 차후 풍희가 일어난다면 직접 맡길 예정이다.

가족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을 자신이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한 황설횽의 배려였다.

황금장으로 데려온 풍희는 황서서의 옆방에 따로 눕혀두었고 은랑은 서서 옆에 눕혔다.

그러자 기분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은랑이 돌아오자 서서의 호흡이 좋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을 때 서서가 눈을 떴다.

“으으음···”

창문 사이로 비춰오는 햇빛이 따갑게 쏟아지자 서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힘겹게 일어섰다.

자신의 옆에서 숨을 헐떡이는 은랑의 모습을 보니 절로 가슴이 아팠다.

“랑아···”

서서가 은랑을 쓰다듬자 은랑은 기분이 좋은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끼이익-

“아가씨!!”

상태를 보러 온 의원이 일어나있는 서서를 보고 놀라 소리쳤다.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우선 맥을 한번 짚어봅시다.”

의원은 서서의 맥을 짚고서는 안정이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쉬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황설횽을 부르러 갔다.

끄아아아!!!

그때 서서의 옆방에서 엄청난 비명이 들렸다.

흠칫-

서서는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움찔했다.

“무슨 소리지?”

드르륵-

서서는 비명소리가 난 곳으로 천천히 기어가서 문을 열었는데 그곳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 소년이 있었다.

“으아아아!!!”

정신을 차리고 있지는 않아 보였다.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짜며 구르고 있었다.

소년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얼마나 괴로운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지 소년의 모습은 한없이 슬퍼 보였고 서서는 그런 소년이 안쓰러워 보여 위로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처음 보는 소년에게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손을 뻗으려는 찰나에 황설횽이 방으로 들어왔다.

“서서야!!”

황설횽은 황급히 다가와 서서를 안았다.

“으윽! 아빠 아파요!!”

“아아! 미안하구나.”

“아빠 그런데 저 아이는 누구예요?”

“은랑을 구해준 아이란다.”

“은랑을 저 아이가 구했어요!?”

“그래. 하지만 많은 걸 잃었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서서는 풍희를 고맙고 또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서서야 우선 쉬렴. 아이가 일어나면 알려주마.”

“네 아빠.”

탁-

서서가 마지막으로 방 문을 닫았고 풍희의 몸부림도 멈췄다.

···

붉은 달이 떠 있는 어둠이 끝없이 펼쳐진 이곳은 풍희의 심상 세계이다.

“죽어!!죽으란 말이야!!”

움직이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복면인을 때리고 또 때렸다.

그러다 주변이 크게 일렁이더니 자신은 묶여 있고 어머니가 복면인들에게 잡혀 있었다.

“놔!!! 어머니를 놓으라고!!”

처절한 풍희의 외침을 들은 건지 주변 환경이 또 한 번 크게 일렁이더니 아버지와 나무를 하던 곳으로 바뀌었다.

“아..아빠!?”

아빠가 자신을 보고 환한 웃음을 지어주셨다. 그 순간! 아버지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몸이 기괴해졌다.

“아..아빠?? 아빠!!!”

또 한 번 주변이 크게 찌그러졌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암흑으로 변했다.

그 암흑의 끝에는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풍희는 그 빛에 홀린 듯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터벅 터벅-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저 멀리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 같지만 닿지 않았고 도착할 거 같지만 도착하지 못했다.

“하아..힘들어 쉬고싶어.”

풍희가 주저앉자 갑자기 누군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 일어나거라.

풍희가 고개를 서서히···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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