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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4. 낯선 목소리 3

휘오오오-

산 짐승들의 울음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산속에서 맹렬한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그 바람 소리의 중심에는 풍희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 바람은 자연의 선물이다.
“바람은 자연의 선물이다.”

- 나 또한 바람의 선물이니.
“나 또한 바람의 선물이니.”

- 바람의 길을 막지 않는다.
“바람의 길을 막지 않는다.”

- 그저 바람과 같길 바랄 뿐이다.
“바람과 같길 바랄 뿐이다.”

- 그러니 불어라! 그리고 쉬어라.
“그리고 불어라! 그리고 쉬어라.”

휘오오오오오!

풍희는 자신도 모르게 의문의 목소리를 따라서 얘기하자 더 많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그 바람들은 자신의 단전으로 모였다.

엄청난 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왔지만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 이 무공의 이름은 풍항기금. 천하제일 심법이다.

풍희는 이미 무아지경에 빠졌기 때문에 답하지 않았고 의문의 목소리는 말을 이었다.

- 지금을 기억해라. 그러면 너는 천하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될 것이다.

풍항기금이 천하제일 심법인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심법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심법은 가부좌를 틀고 무방비 상태로 운용해야 하는 데 풍항기금은 편하게 앉아서도 잠을 잘 때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싸우는 와중에도 운용할 수 있다.

싸우는 와중에 운용한다는 것은 내공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고 집중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는다.

물론 집중을 했을 때와 싸우는 와중에 운용했을 때의 차이는 1/10 이지만 그 미묘한 차이는 고수들의 결투에서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사아아-

단전에 모여있던 바람들이 혈맥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뜨거운 햇빛이 분명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몸속 시원한 바람이 열기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어주었다.

- 역시 너는 풍신지체(風身至體)를 타고 났구나.

그렇게 강했던 한혁진은 왜 제자가 없었을까?
이유는 풍신의 무공은 아무나 익힐 수 없기 때문이다.

풍신지체(風身至體)를 타고나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은 자가 무공을 익히면 사나운 바람에 단전이 찢겨 다시는 무공을 쓸 수 없는 몸이 돼버리기 때문에 제자를 만들 수 없었다.

- 살아생전에도 만들지 못했던 제자를 죽어서 만들다니···

왠지 씁쓸한 미소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풍희는 약 두 시진에 달하는 시간 동안 풍항기금을 운용했고 제법 많은 내공을 단전에 쌓았다.

떠올랐던 풍희의 몸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왔다.

오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불편하지 않았다.

- 오늘부터 매일 심법을 운용하거라.

“예, 그렇게 한다면 저는 강해질 수 있나요?”

- 그렇다. 하지만 아직 너의 길은 멀었다.

마음이 조급한 풍희는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 일 년, 딱 일 년 동안 이 심법만 수련한다면 너의 내공은 같은 나잇대에 그 어떤 천재보다 뛰어날 것이다.

일 년의 시간 만에 풍희가 어릴 때부터 수련해온 후계지수들보다 더 뛰어나 진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풍희는 그마저도 너무 늦다고 생각했다.

- 믿어라! 그러면 강해질 것이다.

풍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휘오오오!!

순간 엄청난 바람이 풍희의 몸을 통과했다.

- 나는 언제나 너의 곁에 머무를 것이다···

멀어지는 의문의 목소리를 들은 풍희는 서서히 일어났다.

아버지의 무덤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킬 수 있게 도와준 거죠? 감사해요, 꼭! 지킬게요.”

풍희는 올라올 때와는 다르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
붉은 노을이 풍희의 뒤를 빛나게 해주었다.

그런 풍희를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이 엄청난 일을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풍희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끼이잉···

산 아래 도랑을 지나칠 때 어디선가 동물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응??”

풍희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은빛 갈퀴가 피로 잔뜩 적셔져 붉게 변한 늑대 한 마리가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니!!”

풍희는 서둘러 늑대를 안아 들자 힘겹게 눈꺼풀을 올린 늑대는 아련한 눈으로 풍희를 바라봤다.

여기는 마을보다 자신의 집이 더 가깝기 때문에 풍희는 우선 집으로 향했다.

늑대를 안고 뛰어가는 풍희의 속도는 평소와 다르게 매우 빨랐지만 풍희는 늑대에 정신이 팔린 풍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풍희를 멀리서 지켜보던 남자가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풍희는 늑대를 들고 이미 저 멀리 달려갔을 때였다.

“저건.. 은랑??”

가만히 서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남자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황금장을 향해 달려갔다.

···

라이가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자 신리소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신리대의 1조와 함께 산을 둘러보고 마을을 둘러보고 있을 때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때 신리소가 소리쳤다.

“저 꼬마를 쫓아라!”

“명!!”

신리소의 명이 떨어지자 신리대는 곧바로 풍희를 쫓기 시작했다.

‘저건 은랑이다! 분명 관계가 있는 꼬마야.’

신리소는 드디어 꼬리를 잡았다는 희열감에 휩싸이며 풍희를 쫓기 시작했다.

끼이익-

“어머니!!”

풍희의 다급한 외침에 어머니가 달려 나왔다.

“무슨 일이니!?”

“우선 이 늑대를 봐주세요!”

그때 어머니의 눈에도 꺼져가는 숨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늑대가 보였다.

“얼른 여기에 눕히렴!”

방 안에 깔려 있던 이불에 늑대를 눕히고 어머니는 젖은 수건을 가져왔다.

“우선 상처를 닦아주렴.”

풍희가 상처를 닦는 동안에 어머니는 약초를 챙겨 들어왔다.

상처 부위에 약초를 바르자 늑대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지만 어머니는 계속 약초를 발랐다.

끼이잉··· 낑

늑대는 몸부림칠 힘조차도 없는지 이내 축 처졌다.

어머니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단다. 내일 아침 일찍 의원에 가보자꾸나.”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늑대는 어디서 났니??’

“아.. 제가 집으로 돌ㅇ···”

콰아앙!!!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풍희와 어머니는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갔다.

“누.. 누구세요!?”

밖으로 나온 모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다섯 명의 복면인이었다.

순간 풍희의 몸이 분노와 두려움으로 심하게 떨려왔다.

“하! 역시 네놈이 원인이었구나!”

신리소는 자신이 보았던 나무꾼의 아들이 이곳에 있자 풍희를 노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풍희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풍희 옆에 서 있던 어머니는 극심하게 떨고 있는 풍희를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혹시···?’

신리소는 풍희를 향해 말했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대한이와 라이를 어쩐 것이냐!!”

풍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날의 두려움이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 같았다.

그때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네놈이구나!!! 네놈이었어!!”

신리소는 소리치는 어머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풍희를 째려봤다.

풍희는 분했지만 두려웠다.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올라온다. 하지만 그날 밤의 살기를 떠올리면 온몸의 소름이 돋는다.

신리소는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떨고 있는 풍희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꼬마가 이번 사건에 원흉이라고?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때 죽일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던 어머니가 신리소에게 달려들었다.

“이놈!!!”

달려드는 어머니의 손에는 날카로운 과도가 들려 있었다.

신리소가 몸을 살짝 틀어 피하자 어머니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키키킼!”

“크크킄!!”

다른 복면인들이 넘어진 어머니를 보고 비웃었고 한 복면인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니를 훑어보며 말했다. 

“대주! 이년 아직 쓸만한데요?”

“알아서 하거라.”

“명!!”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한 대답을 한 복면인은 날카로운 검을 들고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어이!! 나도!”

“내가 먼저 해야겠어!”

그러자 다른 복면인들도 어머니에게 다가갔고 그들의 모습은 흡사 악마와 같았다.

풍희는 두려움을 잊었다.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서 자신의 어머니까지 농락하는 저들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풍희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 강한 분노를 담아 복면인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마!!!”

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한 복면인이 자신의 어머니를 제압해 들어 올렸다.

“키킼! 꼬마야 내가 좋은 구경을 시켜주마.”

다른 복면인의 검이 어머니를 사선으로 베자 몸을 감싸고 있던 옷들이 펄럭였다.

“꺄아아악!!”

어머니는 소리쳤고 수치스러움에 몸부림쳤다.

“이년이! 가만히 있어라!”

짝!!

한 복면인이 어머니의 뺨을 세게 내리치자 어머니는 입술이 터졌는지 피를 흘렸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쉼 없이 흘렀다.

한 복면인이 어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서서히 손이 내려가기 시작하자 풍희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퍽-

“쿨럭!!”

하지만 풍희의 애처로운 손은 어머니께 닿지 못했다.

“감히 이런 놈 때문에 일이 틀어지다니!!”

신리소는 달려오던 풍희를 그대로 발로 차버렸고 내공을 담은 발길질을 당한 풍희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풍희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부들부들 떨면서 힘겹게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어···머니..”

“꺄아아아아!! 놔!!!”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것은 처절한 어머니의 절규였다.

고통에 말을 듣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리자 보이는 모습은 악마에게 둘러싸여 유린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고통스러웠다.
피를 흘리는 몸이 아닌 상처 입은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분했다.
아버지에 이어서 자신의 어머니까지 저 악마들에게 빼앗긴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했다.

원망스러웠다.
자신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하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신리소는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원망하지 말거라, 그저 재수가 없었던 것일 뿐이니.”

“원..망하지 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풍희의 처절한 외침은 이어가지 못했다.

어느새 지척까지 날아온 신리소는 신경질적으로 풍희를 짓밟았다.

퍽퍽퍽-

“쿨럭!!”

풍희는 피를 한 움큼 쏟았다.

“네놈! 때문에! 틀어진! 일을! 생각하면!!”

풍희의 몸이 축 처지고 숨소리가 약해지자 신리소는 그제서야 발길질을 멈췄다.

풍희는 쓰러져 피를 쏟고 숨쉬기가 힘들어져도 두 눈의 시선만은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라도 어머니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끊어져 가는 생명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다음은 나야!”

“내가 먼저라니까!”

어머니의 동공은 풀린 지 오래였다.

치욕스러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어머니는 진즉에 자결하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풍희 때문에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풍희는 이를 악 물었다.

‘강해진다며, 나를 지켜본다며!’

누구의 탓이라도 하고 싶었던 풍희는 낮에 들은 목소리를 원망했다.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기로 했는데 지금 자신의 모습은 정말 무력했다.

‘분해! 너무 분해! 제발··· 제발 도와줘···’

신리소는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도 제 어미를 바라보고 있는 풍희의 모습에 갑자기 씨익 웃더니 어머니 쪽으로 걸어갔다.

“안..돼..”

신리소는 피를 흘리며 반나체 상태에 어머니를 풍희의 앞으로 끌고 왔다.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신리소는 쓰러져 있는 풍희의 앞에 어머니를 집어 던졌다.

털썩-

풍희는 쓰러진 어머니를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어머니..”

어머니는 간절한 풍희의 목소리를 듣자 방긋 웃으며 바라봤다.
자식에게만은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걱정하ㅈ···”

서겅- 푸슉!

데구르르르···

자신을 바라보며 방긋 웃던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자신의 눈이 쫓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어머니의 웃음이 멀어졌다.

푸슉-

어머니의 붉은 피가 풍희에게 튀었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뜨거운 피가 방해했다.

풍희는 고개를 떨궜고 땅에 고개를 박고 또 박았다.

이마가 까지고 터지고 피가 흘러도 박았다.

신리소는 풍희를 비웃었다.

“하하, 실성했느냐? 걱정 말거라 곧 따라갈 것이니.”

풍희는 땅에 고개를 처박고 들지 않았다.

‘분해! 분해! 분해! 너무 분해!’

신리소가 하늘로 검을 치켜 들었다.

‘제발, 누구든 좋으니 제발! 이놈들을 죽이고 나도 따라서 죽을 테니 제발 도와줘.’

신리소에 검이 풍희에 목을 향해 내려왔다.

‘악마든 뭐든! 제발!’

후오오오!!

엄청난 돌풍이 풍희의 주변에 휘몰아쳤다.

“윽!”

눈을 뜨기는커녕 몸을 주체하기도 힘든 만큼의 돌풍이 신리소와 신리대를 덮쳤다.

힘없이 쓰러져있던 풍희가 서서히 일어났고 눈빛이 달라졌다.

- 늦어서 미안하구나. 정말로 미안하구나···

‘죽여줘! 모두 죽여줘.’

풍희는 그 생각을 끝으로 의식이 멀어졌다.

- 내 부탁을 들어주는 너에게, 나 또한 너의 부탁을 들어주마. 편히 쉬어라.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4. 낯선 목소리 3

휘오오오-

산 짐승들의 울음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산속에서 맹렬한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그 바람 소리의 중심에는 풍희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 바람은 자연의 선물이다.
“바람은 자연의 선물이다.”

- 나 또한 바람의 선물이니.
“나 또한 바람의 선물이니.”

- 바람의 길을 막지 않는다.
“바람의 길을 막지 않는다.”

- 그저 바람과 같길 바랄 뿐이다.
“바람과 같길 바랄 뿐이다.”

- 그러니 불어라! 그리고 쉬어라.
“그리고 불어라! 그리고 쉬어라.”

휘오오오오오!

풍희는 자신도 모르게 의문의 목소리를 따라서 얘기하자 더 많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그 바람들은 자신의 단전으로 모였다.

엄청난 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왔지만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 이 무공의 이름은 풍항기금. 천하제일 심법이다.

풍희는 이미 무아지경에 빠졌기 때문에 답하지 않았고 의문의 목소리는 말을 이었다.

- 지금을 기억해라. 그러면 너는 천하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될 것이다.

풍항기금이 천하제일 심법인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심법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심법은 가부좌를 틀고 무방비 상태로 운용해야 하는 데 풍항기금은 편하게 앉아서도 잠을 잘 때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싸우는 와중에도 운용할 수 있다.

싸우는 와중에 운용한다는 것은 내공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고 집중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는다.

물론 집중을 했을 때와 싸우는 와중에 운용했을 때의 차이는 1/10 이지만 그 미묘한 차이는 고수들의 결투에서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사아아-

단전에 모여있던 바람들이 혈맥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뜨거운 햇빛이 분명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몸속 시원한 바람이 열기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어주었다.

- 역시 너는 풍신지체(風身至體)를 타고 났구나.

그렇게 강했던 한혁진은 왜 제자가 없었을까?
이유는 풍신의 무공은 아무나 익힐 수 없기 때문이다.

풍신지체(風身至體)를 타고나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은 자가 무공을 익히면 사나운 바람에 단전이 찢겨 다시는 무공을 쓸 수 없는 몸이 돼버리기 때문에 제자를 만들 수 없었다.

- 살아생전에도 만들지 못했던 제자를 죽어서 만들다니···

왠지 씁쓸한 미소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풍희는 약 두 시진에 달하는 시간 동안 풍항기금을 운용했고 제법 많은 내공을 단전에 쌓았다.

떠올랐던 풍희의 몸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왔다.

오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불편하지 않았다.

- 오늘부터 매일 심법을 운용하거라.

“예, 그렇게 한다면 저는 강해질 수 있나요?”

- 그렇다. 하지만 아직 너의 길은 멀었다.

마음이 조급한 풍희는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 일 년, 딱 일 년 동안 이 심법만 수련한다면 너의 내공은 같은 나잇대에 그 어떤 천재보다 뛰어날 것이다.

일 년의 시간 만에 풍희가 어릴 때부터 수련해온 후계지수들보다 더 뛰어나 진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풍희는 그마저도 너무 늦다고 생각했다.

- 믿어라! 그러면 강해질 것이다.

풍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휘오오오!!

순간 엄청난 바람이 풍희의 몸을 통과했다.

- 나는 언제나 너의 곁에 머무를 것이다···

멀어지는 의문의 목소리를 들은 풍희는 서서히 일어났다.

아버지의 무덤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킬 수 있게 도와준 거죠? 감사해요, 꼭! 지킬게요.”

풍희는 올라올 때와는 다르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
붉은 노을이 풍희의 뒤를 빛나게 해주었다.

그런 풍희를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이 엄청난 일을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풍희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끼이잉···

산 아래 도랑을 지나칠 때 어디선가 동물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응??”

풍희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은빛 갈퀴가 피로 잔뜩 적셔져 붉게 변한 늑대 한 마리가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니!!”

풍희는 서둘러 늑대를 안아 들자 힘겹게 눈꺼풀을 올린 늑대는 아련한 눈으로 풍희를 바라봤다.

여기는 마을보다 자신의 집이 더 가깝기 때문에 풍희는 우선 집으로 향했다.

늑대를 안고 뛰어가는 풍희의 속도는 평소와 다르게 매우 빨랐지만 풍희는 늑대에 정신이 팔린 풍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풍희를 멀리서 지켜보던 남자가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풍희는 늑대를 들고 이미 저 멀리 달려갔을 때였다.

“저건.. 은랑??”

가만히 서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남자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황금장을 향해 달려갔다.

···

라이가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자 신리소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신리대의 1조와 함께 산을 둘러보고 마을을 둘러보고 있을 때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때 신리소가 소리쳤다.

“저 꼬마를 쫓아라!”

“명!!”

신리소의 명이 떨어지자 신리대는 곧바로 풍희를 쫓기 시작했다.

‘저건 은랑이다! 분명 관계가 있는 꼬마야.’

신리소는 드디어 꼬리를 잡았다는 희열감에 휩싸이며 풍희를 쫓기 시작했다.

끼이익-

“어머니!!”

풍희의 다급한 외침에 어머니가 달려 나왔다.

“무슨 일이니!?”

“우선 이 늑대를 봐주세요!”

그때 어머니의 눈에도 꺼져가는 숨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늑대가 보였다.

“얼른 여기에 눕히렴!”

방 안에 깔려 있던 이불에 늑대를 눕히고 어머니는 젖은 수건을 가져왔다.

“우선 상처를 닦아주렴.”

풍희가 상처를 닦는 동안에 어머니는 약초를 챙겨 들어왔다.

상처 부위에 약초를 바르자 늑대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지만 어머니는 계속 약초를 발랐다.

끼이잉··· 낑

늑대는 몸부림칠 힘조차도 없는지 이내 축 처졌다.

어머니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단다. 내일 아침 일찍 의원에 가보자꾸나.”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늑대는 어디서 났니??’

“아.. 제가 집으로 돌ㅇ···”

콰아앙!!!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풍희와 어머니는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갔다.

“누.. 누구세요!?”

밖으로 나온 모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다섯 명의 복면인이었다.

순간 풍희의 몸이 분노와 두려움으로 심하게 떨려왔다.

“하! 역시 네놈이 원인이었구나!”

신리소는 자신이 보았던 나무꾼의 아들이 이곳에 있자 풍희를 노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풍희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풍희 옆에 서 있던 어머니는 극심하게 떨고 있는 풍희를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혹시···?’

신리소는 풍희를 향해 말했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대한이와 라이를 어쩐 것이냐!!”

풍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날의 두려움이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 같았다.

그때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네놈이구나!!! 네놈이었어!!”

신리소는 소리치는 어머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풍희를 째려봤다.

풍희는 분했지만 두려웠다.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올라온다. 하지만 그날 밤의 살기를 떠올리면 온몸의 소름이 돋는다.

신리소는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떨고 있는 풍희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꼬마가 이번 사건에 원흉이라고?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때 죽일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던 어머니가 신리소에게 달려들었다.

“이놈!!!”

달려드는 어머니의 손에는 날카로운 과도가 들려 있었다.

신리소가 몸을 살짝 틀어 피하자 어머니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키키킼!”

“크크킄!!”

다른 복면인들이 넘어진 어머니를 보고 비웃었고 한 복면인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니를 훑어보며 말했다. 

“대주! 이년 아직 쓸만한데요?”

“알아서 하거라.”

“명!!”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한 대답을 한 복면인은 날카로운 검을 들고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어이!! 나도!”

“내가 먼저 해야겠어!”

그러자 다른 복면인들도 어머니에게 다가갔고 그들의 모습은 흡사 악마와 같았다.

풍희는 두려움을 잊었다.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서 자신의 어머니까지 농락하는 저들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풍희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 강한 분노를 담아 복면인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마!!!”

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한 복면인이 자신의 어머니를 제압해 들어 올렸다.

“키킼! 꼬마야 내가 좋은 구경을 시켜주마.”

다른 복면인의 검이 어머니를 사선으로 베자 몸을 감싸고 있던 옷들이 펄럭였다.

“꺄아아악!!”

어머니는 소리쳤고 수치스러움에 몸부림쳤다.

“이년이! 가만히 있어라!”

짝!!

한 복면인이 어머니의 뺨을 세게 내리치자 어머니는 입술이 터졌는지 피를 흘렸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쉼 없이 흘렀다.

한 복면인이 어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서서히 손이 내려가기 시작하자 풍희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퍽-

“쿨럭!!”

하지만 풍희의 애처로운 손은 어머니께 닿지 못했다.

“감히 이런 놈 때문에 일이 틀어지다니!!”

신리소는 달려오던 풍희를 그대로 발로 차버렸고 내공을 담은 발길질을 당한 풍희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풍희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부들부들 떨면서 힘겹게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어···머니..”

“꺄아아아아!! 놔!!!”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것은 처절한 어머니의 절규였다.

고통에 말을 듣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리자 보이는 모습은 악마에게 둘러싸여 유린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고통스러웠다.
피를 흘리는 몸이 아닌 상처 입은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분했다.
아버지에 이어서 자신의 어머니까지 저 악마들에게 빼앗긴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했다.

원망스러웠다.
자신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하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신리소는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원망하지 말거라, 그저 재수가 없었던 것일 뿐이니.”

“원..망하지 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풍희의 처절한 외침은 이어가지 못했다.

어느새 지척까지 날아온 신리소는 신경질적으로 풍희를 짓밟았다.

퍽퍽퍽-

“쿨럭!!”

풍희는 피를 한 움큼 쏟았다.

“네놈! 때문에! 틀어진! 일을! 생각하면!!”

풍희의 몸이 축 처지고 숨소리가 약해지자 신리소는 그제서야 발길질을 멈췄다.

풍희는 쓰러져 피를 쏟고 숨쉬기가 힘들어져도 두 눈의 시선만은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라도 어머니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끊어져 가는 생명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다음은 나야!”

“내가 먼저라니까!”

어머니의 동공은 풀린 지 오래였다.

치욕스러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어머니는 진즉에 자결하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풍희 때문에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풍희는 이를 악 물었다.

‘강해진다며, 나를 지켜본다며!’

누구의 탓이라도 하고 싶었던 풍희는 낮에 들은 목소리를 원망했다.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기로 했는데 지금 자신의 모습은 정말 무력했다.

‘분해! 너무 분해! 제발··· 제발 도와줘···’

신리소는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도 제 어미를 바라보고 있는 풍희의 모습에 갑자기 씨익 웃더니 어머니 쪽으로 걸어갔다.

“안..돼..”

신리소는 피를 흘리며 반나체 상태에 어머니를 풍희의 앞으로 끌고 왔다.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신리소는 쓰러져 있는 풍희의 앞에 어머니를 집어 던졌다.

털썩-

풍희는 쓰러진 어머니를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어머니..”

어머니는 간절한 풍희의 목소리를 듣자 방긋 웃으며 바라봤다.
자식에게만은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걱정하ㅈ···”

서겅- 푸슉!

데구르르르···

자신을 바라보며 방긋 웃던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자신의 눈이 쫓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어머니의 웃음이 멀어졌다.

푸슉-

어머니의 붉은 피가 풍희에게 튀었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뜨거운 피가 방해했다.

풍희는 고개를 떨궜고 땅에 고개를 박고 또 박았다.

이마가 까지고 터지고 피가 흘러도 박았다.

신리소는 풍희를 비웃었다.

“하하, 실성했느냐? 걱정 말거라 곧 따라갈 것이니.”

풍희는 땅에 고개를 처박고 들지 않았다.

‘분해! 분해! 분해! 너무 분해!’

신리소가 하늘로 검을 치켜 들었다.

‘제발, 누구든 좋으니 제발! 이놈들을 죽이고 나도 따라서 죽을 테니 제발 도와줘.’

신리소에 검이 풍희에 목을 향해 내려왔다.

‘악마든 뭐든! 제발!’

후오오오!!

엄청난 돌풍이 풍희의 주변에 휘몰아쳤다.

“윽!”

눈을 뜨기는커녕 몸을 주체하기도 힘든 만큼의 돌풍이 신리소와 신리대를 덮쳤다.

힘없이 쓰러져있던 풍희가 서서히 일어났고 눈빛이 달라졌다.

- 늦어서 미안하구나. 정말로 미안하구나···

‘죽여줘! 모두 죽여줘.’

풍희는 그 생각을 끝으로 의식이 멀어졌다.

- 내 부탁을 들어주는 너에게, 나 또한 너의 부탁을 들어주마. 편히 쉬어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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