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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3. 낯선 목소리 2

현재 대륙에서 가장 돈이 많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어느 누구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대륙의 지갑 황금장.”

천하의 모든 돈은 황금장을 거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황금장의 영향력은 굉장했다.

천하 2대 상단인 금산상단과 오봉상단의 재물을 모두 합쳐도 황금장에 발끝도 못 쫓아간다는 소리가 있었다.

황금장은 자체적으로 상단이며 객잔, 기루 등 돈 되는 모든 것을 운영했고, 무관도 직접 운영해 고수들을 키웠다.

돈으로 많은 고수들을 끌어들인 황금장은 자체 무력으로도 구대문파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강한 힘이 있었고 녹봉도 좋아 많은 사람들이 황금장으로 모였다.

감히 황실에서도 황금장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고 구대문파도 돈 앞에서는 슬슬 눈치를 봤다.

그런 황금장이 요즘 시끄러웠다.

황금장의 장주 황설횽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딸이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온갖 정력에 좋은 음식들을 먹고서는 한방에 팍! 하고 소원을 이루어준 게 바로 황서서다.

귀하게 얻은 딸인 만큼 황설횽은 정말 애지중지하게 키웠다.

그만큼 황서서의 용모는 뛰어나게 아름다웠고 무공에 이어 글공부 또한 또래에 비해서 월등히 잘 배웠다.

옅은 갈색빛이 도는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큰 눈망울과 또렷한 이목구비와 청아한 목소리는 호수 속 물고기조차 마음을 빼앗겨 육지로 날아오른다고 말한다.

세간에서는 이 아름다운 서서를 황금장의 꽃 ‘금화’ 라고 불렀다.

그런 황서서가 지금 중한 상처를 입고 힘겹게 숨을 쉬어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 옆에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서서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가 바로 황설횽이었다.

“서서야···”

똑똑-

한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그 아이는 어땠는가?”

“강인했습니다.”

“그래? 어린 나이에 대단하군.”

“어떻게 할까요?”

“위험할 것이다. 당분간 아이 주변에 머물러라.”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고개를 깊게 숙이고 사내가 나가자 한 노인이 들어왔다.
황설횽은 노인에게 물었다.

“몸은 좀 어떤 가?”

“덕분에 괜찮습니다. 허나 서서가 문제지요.”

“하아··· 어찌 일어나지 않는가···”

노인은 서서를 안쓰러운 눈으로 서서를 바라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조만간 입을 열 것 같습니다.”

순간 황설횽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 누가 되었든 황금장은 잊지 않을 것이야!”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겠습니다.”

“부탁하네.”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또록- 또록-

깊은 지하인 듯 흙으로 이루어진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양 팔에 철로 만들어진 족쇄를 차고 벽에 매달려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터벅- 터벅-

입구에서부터 묵직한 발소리가 울려왔다.

힘없이 축 처진 고개가 스르륵 들렸다.

끼이익- 철컹!

문을 열고 들어온 노인을 힘껏 째려봤지만 노인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매달린 남자는 무엇이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고 그 어떤 목소리도 내뱉지 못했다.

노인은 뜨겁게 달궈진 납덩이를 들고 남자의 앞에 섰다.

남자의 동공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노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자의 가슴을 지졌다.

치이이익!! 철컹 철컹!

남자는 고통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몸을 비틀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무어라 소리치는 거 같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납덩이를 떼자 화상을 입은 가슴에서는 진득한 고름이 흘렀다.

노인은 열기가 식은 납덩이를 다시 불 속에 집어넣었고 다른 납덩이를 꺼내 들었다.

치이이이익!!

노인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의 허벅지를 지졌다.

무언의 아우성.
남자는 소리 없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몸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또다시 열기가 식은 납덩이를 불 속에 집어넣고 노인은 남자의 앞에 섰다.

툭-

노인의 손이 남자의 아혈을 풀자 드디어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끄어어···.하악..”

“너는 누구냐.”

신음소리만 내뱉을 뿐 남자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열린 입을 통해서 침만 흘리고 있었다.

노인은 다시 남자의 아혈을 짚었다.

“아직 눈이 살아있구나.”

노인은 다시 붉은 기운을 내뿜은 납덩이를 들었다.

치이이익!!

또다시 고통에 몸부림을 치던 남자는 이성의 끈을 놓으려 했다.

촤악!

노인은 바가지에 담겨있던 물을 뿌렸다.

“고통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말거라. 입을 연다면 편히 죽여주마.”

노인은 식은 납덩이를 다시 불 속에 던졌다.
그러더니 허리춤에 달려있던 검을 뽑았다.

노인은 남자의 아혈을 풀었다.

“묻는 말에 답해라.”

남자는 노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닥만을 응시했다.

스윽- 촤악!

“끄아아아아!!!!!!”

노인은 남자의 엄지발가락은 반쯤 잘랐다.

“마디 마디를 잘라야 하니 너에게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구나.”

남자는 드디어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

남자가 입을 열려고 하자 노인은 반대쪽 엄지발가락을 잘랐다.

“끄아아아악!!!”

“아직 열면 안 되지. 조금 더 즐기거라.”

남자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할 수 없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고통에 차라리 죽여달라 매달리고 싶었다.

고문은 반 시진의 시간 동안 계속됐다.

남자의 발가락은 모두 잘렸고 손가락은 단 하나만 남았다.

뚝..뚝.. 

남자 밑에는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가 생겼고 꽤나 많은 피를 흘린 남자는 시야가 흐릿해졌다.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느냐?”

남자는 억울했다.

자신은 아까부터 얘기하고 싶었지만 듣지 않은 것은 저 자가 아닌가? 그렇지만 따질 수도 없는 법. 그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좋다. 너는 무림맹인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황금장을 노렸나?”

남자는 동공이 흔들렸고 망설였다.

하지만 노인의 검은 망설임이 없었다.

퓨슉!

“끄아아아악!!!!”

“다시 묻겠다. 왜 노렸는 가?”

“ㅁ···맹..주”

“맹주가 시킨 것이냐?”

남자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가 감히 황금장에 손을 댄다? 이유가 무엇이냐.”

“ㅈ..조종···”

“인질로 잡고 황금장을 움직이려 했다는 말인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의 기세가 달라졌다.

그 어떤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 동굴이었지만 노인의 무복이 요동쳤다.

“너희는 어디 소속인가?”

“ㅅ..신리대···”

“신리대에 너 정도의 무력이 있다? 거짓말을 치는구나.”

노인이 검을 들어 올리자 남자는 다급하게 말했다.

“ㄱ..거짓이 아니오”

검을 다시 내리자 남자는 말을 이었다.

“신리대는 또 다른 부대요···”

노인에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또 다른 부대? 그럼 신리대가 두 개로 나뉘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흠.. 맹주가 무언가 꾸미고 있구나.’

고민을 하는 노인을 향해 남자가 말했다.
아니 애원했다.

“죽여주시오..제발···”

“그래 필요한 말은 모두 들었다.”

남자는 드디어 죽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노인은 조소를 흘리더니 문을 열었다.

“천천히 피를 흘리며 썩어라.”

철컹!!

남자는 속았다는 기분에 크게 분노했다.

“크아아아아!!!”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남자는 소리쳤고 노인은 그 처절한 외침을 뒤로하고 동굴을 나왔다.

···

터덜··· 터덜···

풍희가 힘없이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려올 때와 다르게 풍희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도저히 집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희··· 희야!!!”

저 멀리 어머니가 달려왔다.

“어···어머니!”

풍희와 남편이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자 걱정되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어머니가 풍희를 발견한 것이다.

어머니는 풍희를 마주하자 곧바로 눈물을 터트렸다.

“흐어엉!! 이게 무슨 일이니!!! 무슨 일이야!!!”

“어···어머니···”

풍희도 꾹 참아왔던 눈물이 어머니를 보자 모두 터져 나왔다.

그렇게 두 모자는 서로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일 각의 시간 정도가 흐르고 풍희가 어머니의 포옹을 스르륵 풀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궜다.

“어머니···아버지가···아버지가!!...”

풍희는 차마 그 뒤에 말을 하지 못했고 어머니의 양팔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말을 열기 힘들어하는 풍희에게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버지는 용감했니...??”

풍희는 몸을 떨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멋있었니...?”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슬픔에 떨렸다.

풍희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을 움찔거리며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웃어 보였다.

“네! 세상에서 가장요···”

어머니는 풍희의 팔을 끌어당겨 다시 한 번 안았다.

“그러면 되었다···그이에게 고맙구나. 너를 보내주었어...”

“어머니···”

풍희와 어머니의 슬픈 포옹을 방해하기 싫었던 것인지 구름이 가득한 밤하늘은 고요했다.

집으로 온 풍희는 어머니께 모두 말해주었다.

복면인의 습격, 아버지의 죽음, 자신의 기절, 그리고 눈을 떠보니 그 복면인은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 일을 떠올리는 거 자체가 풍희에게는 상처였고 자신에게는 슬픔이었으니.

‘어머니.. 저는 꼭! 꼭 강해져서 어머니를 지키겠어요.’

···

“희야 밥 먹으렴.”

어머니는 평소와 같이 풍희를 불렀지만 눈이 심하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하니 밤새도록 슬퍼했나 보다.

“네···”

힘없이 대답하는 풍희 또한 눈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밥을 먹는 모습이 영 시원치 않았다.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러렴.”

어머니도 밥을 전혀 먹지 않았고 묵묵히 음식을 치우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니 또다시 슬픔에 잠긴 것 같았다.

풍희는 어머니의 슬픔을 방해하지 않고자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풍희는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산으로 올랐다.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자 복잡한 감정이 섞여 들어왔다.

터벅.. 터벅..

아버지의 무덤 앞에 도착했다.

“아버지···”

무덤이 달라졌지만 풍희는 무덤을 만들 때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풍희는 아버지의 무덤을 향해 절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울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자신도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트리고 있었다.

“저는 꼭 어머니를 지키고 싶어요. 아버지!”

무덤에서 말이 들려올 리가 없었지만 풍희는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 꺼냈다.

“강해지고 싶어요!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그 순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 자신에게 불어왔다.

“으윽..”

풍희는 바람이 그칠 때까지 눈을 감았다.

정말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서서히 눈을 뜨자 강한 햇빛이 자신을 비췄다.

- 강해지고 싶으냐?

“!!!!??”

풍희는 예전에 자신이 죽으려고 했을 때 들렸던 의문의 목소리를 들었다.

- 강해지고 싶으냐 물었다.

풍희는 잠시 고민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묻겠다. 강해지고 싶으냐?

풍희의 눈빛이 달라지며 답했다.

“예! 강해지고 싶습니다.”

지금 이 의문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좋다. 나를 받아들여라.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한 번쯤 의심을 해 볼 만한 상황이었지만 풍희는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자가 악마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강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몸을 넘길 것이다.

-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라.

풍희는 즉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소리였다.

살랑- 살랑-

일정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풀잎 소리가 들리고 난 다음에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짹짹짹-

갑자기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바람 부는 소리만 들려왔다.

휘이잉~ 휘잉~

분명 고요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그저 바람만 불고 있을 뿐인데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는 굉장히 시끄럽다.

- 느껴라. 몸으로, 마음으로.

풍희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그때 따스한 바람들이 단전으로 모였다.

마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을 서서 삼삼오오 떠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받아들인다. 너를, 바람을.’

의문의 목소리가 했던 말을 반복하자 더 많은 바람이 불어왔고 몸이 약간 공중으로 떠올랐다.

모공에선 검은 땀들이 흘러내렸다.

풍신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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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뚱때
3. 낯선 목소리 2

현재 대륙에서 가장 돈이 많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어느 누구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대륙의 지갑 황금장.”

천하의 모든 돈은 황금장을 거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황금장의 영향력은 굉장했다.

천하 2대 상단인 금산상단과 오봉상단의 재물을 모두 합쳐도 황금장에 발끝도 못 쫓아간다는 소리가 있었다.

황금장은 자체적으로 상단이며 객잔, 기루 등 돈 되는 모든 것을 운영했고, 무관도 직접 운영해 고수들을 키웠다.

돈으로 많은 고수들을 끌어들인 황금장은 자체 무력으로도 구대문파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강한 힘이 있었고 녹봉도 좋아 많은 사람들이 황금장으로 모였다.

감히 황실에서도 황금장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고 구대문파도 돈 앞에서는 슬슬 눈치를 봤다.

그런 황금장이 요즘 시끄러웠다.

황금장의 장주 황설횽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딸이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온갖 정력에 좋은 음식들을 먹고서는 한방에 팍! 하고 소원을 이루어준 게 바로 황서서다.

귀하게 얻은 딸인 만큼 황설횽은 정말 애지중지하게 키웠다.

그만큼 황서서의 용모는 뛰어나게 아름다웠고 무공에 이어 글공부 또한 또래에 비해서 월등히 잘 배웠다.

옅은 갈색빛이 도는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큰 눈망울과 또렷한 이목구비와 청아한 목소리는 호수 속 물고기조차 마음을 빼앗겨 육지로 날아오른다고 말한다.

세간에서는 이 아름다운 서서를 황금장의 꽃 ‘금화’ 라고 불렀다.

그런 황서서가 지금 중한 상처를 입고 힘겹게 숨을 쉬어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 옆에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서서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가 바로 황설횽이었다.

“서서야···”

똑똑-

한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그 아이는 어땠는가?”

“강인했습니다.”

“그래? 어린 나이에 대단하군.”

“어떻게 할까요?”

“위험할 것이다. 당분간 아이 주변에 머물러라.”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고개를 깊게 숙이고 사내가 나가자 한 노인이 들어왔다.
황설횽은 노인에게 물었다.

“몸은 좀 어떤 가?”

“덕분에 괜찮습니다. 허나 서서가 문제지요.”

“하아··· 어찌 일어나지 않는가···”

노인은 서서를 안쓰러운 눈으로 서서를 바라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조만간 입을 열 것 같습니다.”

순간 황설횽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 누가 되었든 황금장은 잊지 않을 것이야!”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겠습니다.”

“부탁하네.”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또록- 또록-

깊은 지하인 듯 흙으로 이루어진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양 팔에 철로 만들어진 족쇄를 차고 벽에 매달려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터벅- 터벅-

입구에서부터 묵직한 발소리가 울려왔다.

힘없이 축 처진 고개가 스르륵 들렸다.

끼이익- 철컹!

문을 열고 들어온 노인을 힘껏 째려봤지만 노인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매달린 남자는 무엇이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고 그 어떤 목소리도 내뱉지 못했다.

노인은 뜨겁게 달궈진 납덩이를 들고 남자의 앞에 섰다.

남자의 동공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노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자의 가슴을 지졌다.

치이이익!! 철컹 철컹!

남자는 고통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몸을 비틀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무어라 소리치는 거 같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납덩이를 떼자 화상을 입은 가슴에서는 진득한 고름이 흘렀다.

노인은 열기가 식은 납덩이를 다시 불 속에 집어넣었고 다른 납덩이를 꺼내 들었다.

치이이이익!!

노인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의 허벅지를 지졌다.

무언의 아우성.
남자는 소리 없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몸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또다시 열기가 식은 납덩이를 불 속에 집어넣고 노인은 남자의 앞에 섰다.

툭-

노인의 손이 남자의 아혈을 풀자 드디어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끄어어···.하악..”

“너는 누구냐.”

신음소리만 내뱉을 뿐 남자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열린 입을 통해서 침만 흘리고 있었다.

노인은 다시 남자의 아혈을 짚었다.

“아직 눈이 살아있구나.”

노인은 다시 붉은 기운을 내뿜은 납덩이를 들었다.

치이이익!!

또다시 고통에 몸부림을 치던 남자는 이성의 끈을 놓으려 했다.

촤악!

노인은 바가지에 담겨있던 물을 뿌렸다.

“고통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말거라. 입을 연다면 편히 죽여주마.”

노인은 식은 납덩이를 다시 불 속에 던졌다.
그러더니 허리춤에 달려있던 검을 뽑았다.

노인은 남자의 아혈을 풀었다.

“묻는 말에 답해라.”

남자는 노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닥만을 응시했다.

스윽- 촤악!

“끄아아아아!!!!!!”

노인은 남자의 엄지발가락은 반쯤 잘랐다.

“마디 마디를 잘라야 하니 너에게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구나.”

남자는 드디어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

남자가 입을 열려고 하자 노인은 반대쪽 엄지발가락을 잘랐다.

“끄아아아악!!!”

“아직 열면 안 되지. 조금 더 즐기거라.”

남자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할 수 없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고통에 차라리 죽여달라 매달리고 싶었다.

고문은 반 시진의 시간 동안 계속됐다.

남자의 발가락은 모두 잘렸고 손가락은 단 하나만 남았다.

뚝..뚝.. 

남자 밑에는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가 생겼고 꽤나 많은 피를 흘린 남자는 시야가 흐릿해졌다.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느냐?”

남자는 억울했다.

자신은 아까부터 얘기하고 싶었지만 듣지 않은 것은 저 자가 아닌가? 그렇지만 따질 수도 없는 법. 그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좋다. 너는 무림맹인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황금장을 노렸나?”

남자는 동공이 흔들렸고 망설였다.

하지만 노인의 검은 망설임이 없었다.

퓨슉!

“끄아아아악!!!!”

“다시 묻겠다. 왜 노렸는 가?”

“ㅁ···맹..주”

“맹주가 시킨 것이냐?”

남자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가 감히 황금장에 손을 댄다? 이유가 무엇이냐.”

“ㅈ..조종···”

“인질로 잡고 황금장을 움직이려 했다는 말인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의 기세가 달라졌다.

그 어떤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 동굴이었지만 노인의 무복이 요동쳤다.

“너희는 어디 소속인가?”

“ㅅ..신리대···”

“신리대에 너 정도의 무력이 있다? 거짓말을 치는구나.”

노인이 검을 들어 올리자 남자는 다급하게 말했다.

“ㄱ..거짓이 아니오”

검을 다시 내리자 남자는 말을 이었다.

“신리대는 또 다른 부대요···”

노인에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또 다른 부대? 그럼 신리대가 두 개로 나뉘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흠.. 맹주가 무언가 꾸미고 있구나.’

고민을 하는 노인을 향해 남자가 말했다.
아니 애원했다.

“죽여주시오..제발···”

“그래 필요한 말은 모두 들었다.”

남자는 드디어 죽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노인은 조소를 흘리더니 문을 열었다.

“천천히 피를 흘리며 썩어라.”

철컹!!

남자는 속았다는 기분에 크게 분노했다.

“크아아아아!!!”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남자는 소리쳤고 노인은 그 처절한 외침을 뒤로하고 동굴을 나왔다.

···

터덜··· 터덜···

풍희가 힘없이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려올 때와 다르게 풍희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도저히 집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희··· 희야!!!”

저 멀리 어머니가 달려왔다.

“어···어머니!”

풍희와 남편이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자 걱정되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어머니가 풍희를 발견한 것이다.

어머니는 풍희를 마주하자 곧바로 눈물을 터트렸다.

“흐어엉!! 이게 무슨 일이니!!! 무슨 일이야!!!”

“어···어머니···”

풍희도 꾹 참아왔던 눈물이 어머니를 보자 모두 터져 나왔다.

그렇게 두 모자는 서로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일 각의 시간 정도가 흐르고 풍희가 어머니의 포옹을 스르륵 풀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궜다.

“어머니···아버지가···아버지가!!...”

풍희는 차마 그 뒤에 말을 하지 못했고 어머니의 양팔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말을 열기 힘들어하는 풍희에게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버지는 용감했니...??”

풍희는 몸을 떨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멋있었니...?”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슬픔에 떨렸다.

풍희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을 움찔거리며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웃어 보였다.

“네! 세상에서 가장요···”

어머니는 풍희의 팔을 끌어당겨 다시 한 번 안았다.

“그러면 되었다···그이에게 고맙구나. 너를 보내주었어...”

“어머니···”

풍희와 어머니의 슬픈 포옹을 방해하기 싫었던 것인지 구름이 가득한 밤하늘은 고요했다.

집으로 온 풍희는 어머니께 모두 말해주었다.

복면인의 습격, 아버지의 죽음, 자신의 기절, 그리고 눈을 떠보니 그 복면인은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 일을 떠올리는 거 자체가 풍희에게는 상처였고 자신에게는 슬픔이었으니.

‘어머니.. 저는 꼭! 꼭 강해져서 어머니를 지키겠어요.’

···

“희야 밥 먹으렴.”

어머니는 평소와 같이 풍희를 불렀지만 눈이 심하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하니 밤새도록 슬퍼했나 보다.

“네···”

힘없이 대답하는 풍희 또한 눈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밥을 먹는 모습이 영 시원치 않았다.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러렴.”

어머니도 밥을 전혀 먹지 않았고 묵묵히 음식을 치우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니 또다시 슬픔에 잠긴 것 같았다.

풍희는 어머니의 슬픔을 방해하지 않고자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풍희는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산으로 올랐다.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자 복잡한 감정이 섞여 들어왔다.

터벅.. 터벅..

아버지의 무덤 앞에 도착했다.

“아버지···”

무덤이 달라졌지만 풍희는 무덤을 만들 때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풍희는 아버지의 무덤을 향해 절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울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자신도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트리고 있었다.

“저는 꼭 어머니를 지키고 싶어요. 아버지!”

무덤에서 말이 들려올 리가 없었지만 풍희는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 꺼냈다.

“강해지고 싶어요!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그 순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 자신에게 불어왔다.

“으윽..”

풍희는 바람이 그칠 때까지 눈을 감았다.

정말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서서히 눈을 뜨자 강한 햇빛이 자신을 비췄다.

- 강해지고 싶으냐?

“!!!!??”

풍희는 예전에 자신이 죽으려고 했을 때 들렸던 의문의 목소리를 들었다.

- 강해지고 싶으냐 물었다.

풍희는 잠시 고민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묻겠다. 강해지고 싶으냐?

풍희의 눈빛이 달라지며 답했다.

“예! 강해지고 싶습니다.”

지금 이 의문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좋다. 나를 받아들여라.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한 번쯤 의심을 해 볼 만한 상황이었지만 풍희는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자가 악마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강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몸을 넘길 것이다.

-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라.

풍희는 즉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소리였다.

살랑- 살랑-

일정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풀잎 소리가 들리고 난 다음에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짹짹짹-

갑자기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바람 부는 소리만 들려왔다.

휘이잉~ 휘잉~

분명 고요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그저 바람만 불고 있을 뿐인데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는 굉장히 시끄럽다.

- 느껴라. 몸으로, 마음으로.

풍희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그때 따스한 바람들이 단전으로 모였다.

마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을 서서 삼삼오오 떠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받아들인다. 너를, 바람을.’

의문의 목소리가 했던 말을 반복하자 더 많은 바람이 불어왔고 몸이 약간 공중으로 떠올랐다.

모공에선 검은 땀들이 흘러내렸다.

풍신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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