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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뚱때1. 빛날 희
구름 한 점 없는 따사로운 어느 봄날 조용하던 풍리마을이 새 생명의 탄생으로 시끌벅적했다.
“풍씨 힘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내면 된다네!”
“여보··· 조금만 더 힘내시구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내의 손을 남편이 따뜻하게 잡아주자 아내는 힘겹게 웃어 보인다.
마을 외곽의 작은 집에서 산통에 고통스러워하는 산모의 신음소리와 그를 응원하는 여러 마을 사람들에 응원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처마 아래 달아 두었던 작은 종이 바람에 흔들리며 맑고 고운 종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그러자 방안에서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기에 세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 응애!”
있는 힘껏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던 마을 아주머니가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아이 엄마에게 말했다.
“풍씨 고생했네! 건강한 사내아이야 사내아이! 자 어서 안아보게!”
인형인지 헷갈릴 만큼의 작은 아이가 세차게 울고 있었지만 아이의 엄마가 안아 들자 거짓말처럼 방안은 고요해졌다.
다정하게 안아 든 제 엄마를 보며 아이는 밝게 웃고 있었다.
“고놈 엄마를 알아보는구나!”
“하하! 영특한 아이일세!”
마을 아주머니들이 신기한 듯 얘기했다.
“여보.. 고생했소. 아이의 이름은 정했소?”
“네..정했어요.”
아이의 엄마는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이 아이가 가는 곳은 모두 환했으면 좋겠어요. 이 아이의 웃음처럼 한없이 밝기를···”
- 풍 (風) 희 (熹)
···
그로부터 14년 뒤
“아빠! 오늘도 나무 패러 가요?? 저도! 저도 갈래요!!”
“요 녀석! 도끼질이 그렇게도 좋으냐!?”
“네! 너무요!”
해맑게 웃는 소년의 미소는 쨍쨍한 햇빛보다 더 밝아 보였다.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가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고, 타고난 근골에 넓은 어깨, 튼실한 허벅지와 산속 생활로 단련한 몸의 잔근육이 골고루 퍼져 있었다.
“그래! 오늘 이 산에 있는 나무를 모두 베어 볼까!?”
“와!! 좋아요!!”
“여보!!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이 아이가 얼마나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하하.. 풍희야 엄마를 위해서 일찍 들어올까?”
“네! 엄마 맛있는 거 해주셔야 해요!”
“그래, 아버지랑 떨어지지 말고 조심히 다녀오거라.”
“네! 걱정 마세요!”
풍희는 아버지와 나무를 베는 것이 가장 좋았다.
도끼를 잡았을 때 오래된 친우라도 만난 듯이 마음이 편안했으며 마치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14살 아이가 힘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마 평범한 아이들은 도끼를 제대로 휘두를 수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는 10살부터 도끼질을 배웠고 지금은 제법 숙련된 나무꾼과 같은 속도로 나무를 베어 나갔다.
이에 아버지가 신기한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니 나무의 가장 약한 결을 찾는 능력이 뛰어났고, 처음 벤 자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찍어 나갔다.

풍희는 오늘도 막힘없이 나무를 베어 나갔다.
자신도 이렇게 힘든데 거친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나무를 베는 풍희의 모습에 아버지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하아.. 후아.. 희야 조금만 쉬자꾸나.”
“네! 아버지 저도 마침 힘들었어요!”
아버지는 챙겨온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물었다.
“크하! 희야 너는 나무를 베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니?”
“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정말이니?”
“네! 그저 자세히 바라보면 유독 돋보이는 곳이 눈에 들어와요. 그걸 인지하면 도끼가 그곳을 향해 달려들어요.”
아버지는 감탄했다.그저 자세히 보는 것만으로 나무의 결을 볼 수 있다니.
사실 풍희의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풍희가 7살이 되었을 때 같이 놀아주려고 나뭇가지 칼싸움을 따라 했을 때 자신을 향해 세찬 바람이 불자 아버지는 눈을 감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눈을 떴을 때 거대한 벽이 마주하고 있었다.
그 후로는 절대 풍희와 칼싸움을 해주지 않았다. 아니 해주지 못했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대단하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다 아버지를 보고 배운 거예요!”
“하하! 녀석도 참.”
풍희와 아버지는 그렇게 두 시진을 더 나무를 베었다.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바라보니 밝게 비추던 해는 이미 떠나간 지 오래고, 해만 한 달은 무엇이 그리 무서운지 잔뜩 몰린 구름 뒤로 급하게 숨어있었다.
“희야! 밤이 늦었다. 어머니가 걱정하겠다. 어서 돌아가자꾸나.”
“네!!”
부스럭! 부스럭!
순간 오싹한 기운과 함께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아닌 풀잎이 죽어 나가는 소리가 부자의 귀에 들려왔다.
산 속 생활을 오래한 아버지는 맹수라도 나타났나!? 라고 생각하고 잔뜩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타핫-
그때 풍희와 아버지 주위로 10명의 검은 복면인들이 나타나서 포위했다.
“끼히히! 이 녀석들입니까?”
햝짝-
척 보기에도 날카로운 단검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물었다.
“아니! 그 년놈들은 개새끼가 같이 다닌다. 이 녀석들 복장을 보아하니 나무꾼이군.”
풍희와 아버지는 진한 살기에 손발을 덜덜 떨었다.
“저.. 누구시오?”
아버지의 외침에 복면인은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대한! 나무로 만들어주고 오거라. 나머지는 출발한다.”
“명!!”
타닷-
9명의 복면인들이 사라지고 눈빛이 붉은 한 명의 복면인이 다가왔다.
“너넨 운이 좋아. 나는 죽이는 걸 좋아해. 한 번에 죽여주지.”
번쩍이는 단도를 허공에 던졌다, 잡았다 하며 다가왔다.
“사···살려주십시오!!”
아버지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무릎을 꿇고 땅에 고개를 박았다.
“말했지? 나는 죽이는 걸 좋아한다고.”
라고 말하며 순간 번쩍이니 들고 있던 작은 단도가 아버지를 향해 날아왔다.
그 순간 풍희의 몸은 제어권을 상실한 듯 자신도 모르게 아비를 밀쳐 단도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복면인의 눈에 이체가 띄었다.
“꼬마놈! 감히 내 검을 피해!? 너부터 죽여주마!”
복면인은 순간 살기를 높여 풍희를 압박했다.무형의 기운에 처음으로 짓눌린 풍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복면인을 보며 양팔이 덜덜덜 떨리는 풍희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복면인에게 몸을 던지며 외쳤다!
“희야! 도망가! 이 아비가 붙···컥!!!”
아비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복면인은 최소 일류! 일반인이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너는 또 뭐야!!”
퍽! 퍽!
“커헉!!! 희···야···.”
초점을 잃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차이고 밟혀도 이를 악물고 복면인의 다리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은 처절했다.
피를 토해내며 힘겹게 숨을 쉬는 아버지를 보자 절로 화가 났다.
푸슉!
품에서 꺼낸 다른 단도가 아버지의 몸을 찔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정확히 다섯 번째에 아버지의 몸은 스르륵 녹아내렸다.그 모습을 보자 지금까지의 풍희의 두려움 또한 녹아내렸다.
두려움의 자리를 새로운 빛이 차지했다.
숨어있던 달빛이 비추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풍희는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을 누르던 기운을 모두 몰아내고 담담하게 서 있다는 것을.
···
3명의 인영이 어둠으로 뒤덮인 산속에서 날아왔다.
“하아.. 하아··· 아가씨 힘내세요! 조금만 더 가면 하북지부가 있습니다!”
소녀 한 명, 백발의 노인 한 명, 그리고 은빛 갈퀴를 가진 늑대 한 마리가 달려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꽤나 중한 상처를 입은 노인과 늑대가 소녀를 보필하며 빠르게 지나갔다.
잠시 뒤, 그 뒤로는 9명의 검은 복면인들이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그들이 지나간 거리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제길! 저놈의 노인네는 힘이 넘치나! 어서 잡아야 해! 지부에 도착하기 전에 잡아라!”
“명!!”
하아 하아-
“조금만 더 가면 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납니다! 힘내시지요!”
삼키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강렬한 의지들이 조용하던 시골을 뒤흔들었다.
복면인은 이를 갈았다.
조금 전 그 부자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벌써 잡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잠깐 지체된 시간이 이렇게 영향을 끼칠지는 몰랐던 것이다.
“아가씨! 지부가 보입니다! 조금 더 속력을 내지요!”
노인은 지부가 시야에 들어오자 소녀를 재촉하며 더 맹렬히 달려갔다.
지친 소녀는 노인이 챙기며 달려갔지만, 뒤따라가던 늑대는 힘이 부쳤는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도랑으로 빠져버렸다.
하지만 도망가는 데 급급했던 노인과 소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복면인들의 추격은 거셌다. 지부에 도착하기 전에 꼭 잡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희망이 보인 노인과 소녀의 발은 더욱 가벼웠고 이내 지부의 앞에 도착했다.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거리에 이르자 살기를 가득 담아 따가운 눈빛으로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복면인은 놓쳤다는 분함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제길! 거의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다니! 들어가서 뭐라고 변명하지!”
조금 전에 그 망할 나무꾼들 때문에 임무를 실패한 복면인은 신경질적으로 벽을 차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 자식은 왜 안와! 쯧!”
···
풍희는 몸을 바르게 세웠다.
아까와는 다른 기운이 등 뒤를 통해서 새어 나오고 있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모래가 흩날렸다.
그 기운은 척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저런 약관도 넘지 못한 아이한테 나올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사납고 강렬했으며 날카롭고 무거웠다.
‘저 녀석은 뭐지?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다. 내가 고작 저딴 꼬마에게 긴장한다고?’
복면인은 저 작은 꼬마한테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이 그에게 경고했다. 지금 저 꼬마는 위험하다고.
온 몸에 땀구멍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나왔고 머리카락이 쭈뼛쭈뼛하게 솟았다.
손바닥의 흥건하게 흘러나온 땀을 재차 확인하더니 복면인은 더욱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 오늘 네 녀석에 뼈를 발라 사골을 끓여 네 아비 시체에 먹일 테다!”
휘오오오-
순간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의 바람이 복면인에게 불어왔다.
그 바람에 섞인 모래가 복면인을 괴롭혔다.
평범한 바람이라기에는 일류 무인인 그의 몸에 크게 상처가 계속 나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에 복면인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모래알 하나하나에 내공이 담겨있었고 그 모래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크하! 이게 뭐냐! 무슨 짓이냐!?”
이미 검은 무복은 걸레 짝이 되었고 복면 또한 벗겨진 지 오래였지만 아직까지도 바람은 복면인을 괴롭히고 있었다.
복면인을 바라보는 풍희의 눈빛은 생기가 없었고, 세찬 바람은 풍희를 빗겨나가 복면인에게만 휘날렸다.
그런 풍희를 마주한 복면인은 겁이 났다.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앞에 서 있는 꼬마는 절대 꼬마가 아니었다.
이 자는 산이었다.
정말 높디 높은 산, 천하에서 가장 높은 천고산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복면인은 내공을 모두 끌어 올렸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시야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아! 조금만 더! 조금만!’
복면인은 신천지기까지 모두 끌어왔다. 거칠게 휘날리던 무복이 바람에 맞서며 차분해졌다.
복면인은 내공을 모두 소모하기 전에 마지막 공격을 펼쳤다.
품에서 꺼낸 마지막 단검이 그의 모든 내공을 담고서 빠르게 날아갔다.
슉! 캉!!
복면인은 좌절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자신의 절기는 소년에게 닿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바람에 막혀 땅에 깊숙히 박혔다.
그렇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풍희를 바라봤다.
풍희는 영혼 없는 눈으로 도끼를 높게 치켜 올렸다.그러자 주변에 불어오던 바람이 도끼를 감싸 안았다.
풍희는 도끼를 사선으로 빠르게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풍참.”
서걱-
사선으로 그어진 허공의 끝에는 복면인이 있었고, 도끼를 내린 순간 살갗이 잘리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의 모습은 양 갈래가 되었다.
복면인은 죽으며 생각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이 두려움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 분수를 뿜으며 복면인 허물어지자 불어오던 모든 바람이 멈췄다.
구름 뒤에 숨어있던 달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은 서서히 비추기 시작했고 끝내 풍희를 비추자 풍희의 숨은 멈췄다.
그 모습을 끝으로 풍희는 풀잎처럼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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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뚱때1. 빛날 희
구름 한 점 없는 따사로운 어느 봄날 조용하던 풍리마을이 새 생명의 탄생으로 시끌벅적했다.
“풍씨 힘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내면 된다네!”
“여보··· 조금만 더 힘내시구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내의 손을 남편이 따뜻하게 잡아주자 아내는 힘겹게 웃어 보인다.
마을 외곽의 작은 집에서 산통에 고통스러워하는 산모의 신음소리와 그를 응원하는 여러 마을 사람들에 응원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처마 아래 달아 두었던 작은 종이 바람에 흔들리며 맑고 고운 종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그러자 방안에서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기에 세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 응애!”
있는 힘껏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던 마을 아주머니가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아이 엄마에게 말했다.
“풍씨 고생했네! 건강한 사내아이야 사내아이! 자 어서 안아보게!”
인형인지 헷갈릴 만큼의 작은 아이가 세차게 울고 있었지만 아이의 엄마가 안아 들자 거짓말처럼 방안은 고요해졌다.
다정하게 안아 든 제 엄마를 보며 아이는 밝게 웃고 있었다.
“고놈 엄마를 알아보는구나!”
“하하! 영특한 아이일세!”
마을 아주머니들이 신기한 듯 얘기했다.
“여보.. 고생했소. 아이의 이름은 정했소?”
“네..정했어요.”
아이의 엄마는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이 아이가 가는 곳은 모두 환했으면 좋겠어요. 이 아이의 웃음처럼 한없이 밝기를···”
- 풍 (風) 희 (熹)
···
그로부터 14년 뒤
“아빠! 오늘도 나무 패러 가요?? 저도! 저도 갈래요!!”
“요 녀석! 도끼질이 그렇게도 좋으냐!?”
“네! 너무요!”
해맑게 웃는 소년의 미소는 쨍쨍한 햇빛보다 더 밝아 보였다.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가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고, 타고난 근골에 넓은 어깨, 튼실한 허벅지와 산속 생활로 단련한 몸의 잔근육이 골고루 퍼져 있었다.
“그래! 오늘 이 산에 있는 나무를 모두 베어 볼까!?”
“와!! 좋아요!!”
“여보!!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이 아이가 얼마나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하하.. 풍희야 엄마를 위해서 일찍 들어올까?”
“네! 엄마 맛있는 거 해주셔야 해요!”
“그래, 아버지랑 떨어지지 말고 조심히 다녀오거라.”
“네! 걱정 마세요!”
풍희는 아버지와 나무를 베는 것이 가장 좋았다.
도끼를 잡았을 때 오래된 친우라도 만난 듯이 마음이 편안했으며 마치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14살 아이가 힘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마 평범한 아이들은 도끼를 제대로 휘두를 수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는 10살부터 도끼질을 배웠고 지금은 제법 숙련된 나무꾼과 같은 속도로 나무를 베어 나갔다.
이에 아버지가 신기한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니 나무의 가장 약한 결을 찾는 능력이 뛰어났고, 처음 벤 자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찍어 나갔다.

풍희는 오늘도 막힘없이 나무를 베어 나갔다.
자신도 이렇게 힘든데 거친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나무를 베는 풍희의 모습에 아버지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하아.. 후아.. 희야 조금만 쉬자꾸나.”
“네! 아버지 저도 마침 힘들었어요!”
아버지는 챙겨온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물었다.
“크하! 희야 너는 나무를 베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니?”
“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정말이니?”
“네! 그저 자세히 바라보면 유독 돋보이는 곳이 눈에 들어와요. 그걸 인지하면 도끼가 그곳을 향해 달려들어요.”
아버지는 감탄했다.그저 자세히 보는 것만으로 나무의 결을 볼 수 있다니.
사실 풍희의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풍희가 7살이 되었을 때 같이 놀아주려고 나뭇가지 칼싸움을 따라 했을 때 자신을 향해 세찬 바람이 불자 아버지는 눈을 감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눈을 떴을 때 거대한 벽이 마주하고 있었다.
그 후로는 절대 풍희와 칼싸움을 해주지 않았다. 아니 해주지 못했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대단하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다 아버지를 보고 배운 거예요!”
“하하! 녀석도 참.”
풍희와 아버지는 그렇게 두 시진을 더 나무를 베었다.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바라보니 밝게 비추던 해는 이미 떠나간 지 오래고, 해만 한 달은 무엇이 그리 무서운지 잔뜩 몰린 구름 뒤로 급하게 숨어있었다.
“희야! 밤이 늦었다. 어머니가 걱정하겠다. 어서 돌아가자꾸나.”
“네!!”
부스럭! 부스럭!
순간 오싹한 기운과 함께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아닌 풀잎이 죽어 나가는 소리가 부자의 귀에 들려왔다.
산 속 생활을 오래한 아버지는 맹수라도 나타났나!? 라고 생각하고 잔뜩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타핫-
그때 풍희와 아버지 주위로 10명의 검은 복면인들이 나타나서 포위했다.
“끼히히! 이 녀석들입니까?”
햝짝-
척 보기에도 날카로운 단검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물었다.
“아니! 그 년놈들은 개새끼가 같이 다닌다. 이 녀석들 복장을 보아하니 나무꾼이군.”
풍희와 아버지는 진한 살기에 손발을 덜덜 떨었다.
“저.. 누구시오?”
아버지의 외침에 복면인은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대한! 나무로 만들어주고 오거라. 나머지는 출발한다.”
“명!!”
타닷-
9명의 복면인들이 사라지고 눈빛이 붉은 한 명의 복면인이 다가왔다.
“너넨 운이 좋아. 나는 죽이는 걸 좋아해. 한 번에 죽여주지.”
번쩍이는 단도를 허공에 던졌다, 잡았다 하며 다가왔다.
“사···살려주십시오!!”
아버지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무릎을 꿇고 땅에 고개를 박았다.
“말했지? 나는 죽이는 걸 좋아한다고.”
라고 말하며 순간 번쩍이니 들고 있던 작은 단도가 아버지를 향해 날아왔다.
그 순간 풍희의 몸은 제어권을 상실한 듯 자신도 모르게 아비를 밀쳐 단도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복면인의 눈에 이체가 띄었다.
“꼬마놈! 감히 내 검을 피해!? 너부터 죽여주마!”
복면인은 순간 살기를 높여 풍희를 압박했다.무형의 기운에 처음으로 짓눌린 풍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복면인을 보며 양팔이 덜덜덜 떨리는 풍희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복면인에게 몸을 던지며 외쳤다!
“희야! 도망가! 이 아비가 붙···컥!!!”
아비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복면인은 최소 일류! 일반인이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너는 또 뭐야!!”
퍽! 퍽!
“커헉!!! 희···야···.”
초점을 잃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차이고 밟혀도 이를 악물고 복면인의 다리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은 처절했다.
피를 토해내며 힘겹게 숨을 쉬는 아버지를 보자 절로 화가 났다.
푸슉!
품에서 꺼낸 다른 단도가 아버지의 몸을 찔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정확히 다섯 번째에 아버지의 몸은 스르륵 녹아내렸다.그 모습을 보자 지금까지의 풍희의 두려움 또한 녹아내렸다.
두려움의 자리를 새로운 빛이 차지했다.
숨어있던 달빛이 비추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풍희는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을 누르던 기운을 모두 몰아내고 담담하게 서 있다는 것을.
···
3명의 인영이 어둠으로 뒤덮인 산속에서 날아왔다.
“하아.. 하아··· 아가씨 힘내세요! 조금만 더 가면 하북지부가 있습니다!”
소녀 한 명, 백발의 노인 한 명, 그리고 은빛 갈퀴를 가진 늑대 한 마리가 달려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꽤나 중한 상처를 입은 노인과 늑대가 소녀를 보필하며 빠르게 지나갔다.
잠시 뒤, 그 뒤로는 9명의 검은 복면인들이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그들이 지나간 거리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제길! 저놈의 노인네는 힘이 넘치나! 어서 잡아야 해! 지부에 도착하기 전에 잡아라!”
“명!!”
하아 하아-
“조금만 더 가면 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납니다! 힘내시지요!”
삼키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강렬한 의지들이 조용하던 시골을 뒤흔들었다.
복면인은 이를 갈았다.
조금 전 그 부자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벌써 잡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잠깐 지체된 시간이 이렇게 영향을 끼칠지는 몰랐던 것이다.
“아가씨! 지부가 보입니다! 조금 더 속력을 내지요!”
노인은 지부가 시야에 들어오자 소녀를 재촉하며 더 맹렬히 달려갔다.
지친 소녀는 노인이 챙기며 달려갔지만, 뒤따라가던 늑대는 힘이 부쳤는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도랑으로 빠져버렸다.
하지만 도망가는 데 급급했던 노인과 소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복면인들의 추격은 거셌다. 지부에 도착하기 전에 꼭 잡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희망이 보인 노인과 소녀의 발은 더욱 가벼웠고 이내 지부의 앞에 도착했다.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거리에 이르자 살기를 가득 담아 따가운 눈빛으로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복면인은 놓쳤다는 분함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제길! 거의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다니! 들어가서 뭐라고 변명하지!”
조금 전에 그 망할 나무꾼들 때문에 임무를 실패한 복면인은 신경질적으로 벽을 차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 자식은 왜 안와!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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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희는 몸을 바르게 세웠다.
아까와는 다른 기운이 등 뒤를 통해서 새어 나오고 있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모래가 흩날렸다.
그 기운은 척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저런 약관도 넘지 못한 아이한테 나올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사납고 강렬했으며 날카롭고 무거웠다.
‘저 녀석은 뭐지?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다. 내가 고작 저딴 꼬마에게 긴장한다고?’
복면인은 저 작은 꼬마한테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이 그에게 경고했다. 지금 저 꼬마는 위험하다고.
온 몸에 땀구멍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나왔고 머리카락이 쭈뼛쭈뼛하게 솟았다.
손바닥의 흥건하게 흘러나온 땀을 재차 확인하더니 복면인은 더욱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 오늘 네 녀석에 뼈를 발라 사골을 끓여 네 아비 시체에 먹일 테다!”
휘오오오-
순간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의 바람이 복면인에게 불어왔다.
그 바람에 섞인 모래가 복면인을 괴롭혔다.
평범한 바람이라기에는 일류 무인인 그의 몸에 크게 상처가 계속 나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에 복면인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모래알 하나하나에 내공이 담겨있었고 그 모래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크하! 이게 뭐냐! 무슨 짓이냐!?”
이미 검은 무복은 걸레 짝이 되었고 복면 또한 벗겨진 지 오래였지만 아직까지도 바람은 복면인을 괴롭히고 있었다.
복면인을 바라보는 풍희의 눈빛은 생기가 없었고, 세찬 바람은 풍희를 빗겨나가 복면인에게만 휘날렸다.
그런 풍희를 마주한 복면인은 겁이 났다.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앞에 서 있는 꼬마는 절대 꼬마가 아니었다.
이 자는 산이었다.
정말 높디 높은 산, 천하에서 가장 높은 천고산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복면인은 내공을 모두 끌어 올렸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시야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아! 조금만 더! 조금만!’
복면인은 신천지기까지 모두 끌어왔다. 거칠게 휘날리던 무복이 바람에 맞서며 차분해졌다.
복면인은 내공을 모두 소모하기 전에 마지막 공격을 펼쳤다.
품에서 꺼낸 마지막 단검이 그의 모든 내공을 담고서 빠르게 날아갔다.
슉! 캉!!
복면인은 좌절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자신의 절기는 소년에게 닿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바람에 막혀 땅에 깊숙히 박혔다.
그렇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풍희를 바라봤다.
풍희는 영혼 없는 눈으로 도끼를 높게 치켜 올렸다.그러자 주변에 불어오던 바람이 도끼를 감싸 안았다.
풍희는 도끼를 사선으로 빠르게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풍참.”
서걱-
사선으로 그어진 허공의 끝에는 복면인이 있었고, 도끼를 내린 순간 살갗이 잘리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의 모습은 양 갈래가 되었다.
복면인은 죽으며 생각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이 두려움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 분수를 뿜으며 복면인 허물어지자 불어오던 모든 바람이 멈췄다.
구름 뒤에 숨어있던 달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은 서서히 비추기 시작했고 끝내 풍희를 비추자 풍희의 숨은 멈췄다.
그 모습을 끝으로 풍희는 풀잎처럼 쓰러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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