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낙서는 모바일 기준으로 모바일과 피시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제와 무관한 댓글이나 스포일러, 악플은 경고조치 없이 삭제됩니다.
오매불망
뚱때
0. 죽어서도

하얀 구름들이 한 줄기 달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둘러막은 어느 날. 산은 하늘을 보며 울고 있었다.

천고산(天高山)이라고 불리는 이 산은 천하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천고산은 산세가 굉장히 험해 평소에 사람은커녕 짐승조차 보이지 않는 산이다.
헌데 오늘은 거친 숨소리와, 쓰러지는 나무소리, 새들의 울음소리가 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끈질기군! 쯧.”

구름과 같이 흰 복장을 한 노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놈은 다리를 다쳤다. 멀리 못 갔을 것이니 샅샅이 찾아라!”

“명!!”

노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흰 복장의 복면인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하아··· 하아···”

숨이 가빠왔지만 나는 계속해서 뛰어야 했다. 언제 놈들이 쫓아올지 모른다.

빌어먹을 달빛은 어디로 갔는지 이 어두운 산길을 밝혀주지도 않는다.

타다닷-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황급히 수풀로 몸을 날려 숨을 죽였다.

타다다다닷-

전 보다 더 많아진 추격자들의 발 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이 근처다! 이 근방에서 짙은 혈향이 맡아진다! 찾아라!”

“명!!”

‘제길!..’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의 흰 무복을 붉은빛으로 물들인 새빨간 선혈은 나의 숨소리에 맞춰 옷을 적셔가며 자신은 저들과 다르다고 화를 내는 듯하다.

“컹!! 컹!!”

후각이 예민한 개 한 마리가 내 쪽을 보고 짖는다.

바닥을 흥건하게 고인 내 피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쾅!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고 가장 적은 인원이 서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스겅-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복면인의 목을 빠르게 베어 버렸다.

“컹컹!!”

다른 복면인들이 나의 목을 조여왔다.
나는 남아있는 내공을 모두 쥐어짜 한 곳을 향해 날았다.

휘오오 쾅!

“끄아아악!!”

가장 앞에서 나의 검을 막던 자가 피를 한 움큼 쏟아내며 그대로 절명했다.

그때 뒤에서 분노에 가득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놈 한혁진!!!!!”

풍신 한혁진. 천하제일인이다. 천하에서 가장 강한 남자,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할 남자라고 평가받았던 위대한 남자가 지금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쿨럭!!

검붉은 피를 잔뜩 토해냈다. 그렇게 피를 쏟아내도 아직 피가 남아있나 보다.

한혁진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파핫-

“비켜라!”

한혁진의 주위로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복면인, 나무, 풀잎 할 거 없이 모두 날아가 길을 내어주었다.

“어서 쫓아라!! 놓치면 안 된다!”

“명!!”

어두운 산속을 흰색 물결이 일렁이며 점점 잠식해 나갔다.

후아.. 후아···

산 정상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나무 위에서 힘겨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한혁진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런 약속은 칼 같이 지키는구나. 친우여, 너답구나.’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한혁진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파스스슷!!

풀잎이 짓밟혀 오열하는 소리가 산 정상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한 복면인이 풀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찾았다!! 모두 정상으로 모여!”

복면인은 나무 위에 한혁진을 보자마자 강한 내공을 담아 온 산에 들리도록 소리쳤다.

그 절실한 외침은 메아리를 타고 산에서 산으로 전해졌다.

타다닷-

메아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복면인들이 나무를 포위했다.

그 사이에서 처음에 지시를 내리던 노인이 한 걸음 나와 나무 위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거기가 네놈의 무덤이냐? 네놈의 오만함과 잘 어울리는군.”

그러자 한혁진은 남은 내공을 모두 쥐어짜 크게 소리쳤다.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으냐?! 너희가 그러고도 무림맹이라 얘기할 수 있는가!?”

나무 위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외침에 나무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복면인들은 모두 흠칫 놀랐다.

쿨럭!!!!

하지만 나무 위에서 한 움큼의 피가 쏟아져 내려오자 노인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유언은 그게 전부인가? 네놈과의 옛정을 생각해 한마디 정도는 더 들어줄 수 있다.”

초점을 잃은 한혁진은 조용히 그리고 강하게 모두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빈 수레는 요란하며 고인물은 썩었구나. 내 하늘에게 부탁하니 나를 바람으로 만들어다오··· 고인 물에 파도를 만들 수 있는 그런 바람으로···”

말을 끝낸 한혁진이 순백에 검을 하늘로 치켜드니 구름이 갈라지며 환한 달빛이 검 끝을 마중 나왔다.

달빛을 가득 머금은 순백의 검은 한혁진의 거친 심장을 스스로 멈추게 만들었다.

풍덩!!

생명을 모두 잃은 한혁진은 검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조소를 흘렸고 산에서 내려갔다.

‘바람이 되기를··· 언제나, 어디서나 너희들의 머릿속을 흔들 세찬 바람이···’

달빛이 지고 구름이 하늘을 모두 감추니 새들은 울고 바람은 세차게 불었으며 어둠이 서서히 산을 집어삼켰다.
퍼가기
오매불망
뚱때
0. 죽어서도

하얀 구름들이 한 줄기 달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둘러막은 어느 날. 산은 하늘을 보며 울고 있었다.

천고산(天高山)이라고 불리는 이 산은 천하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천고산은 산세가 굉장히 험해 평소에 사람은커녕 짐승조차 보이지 않는 산이다.
헌데 오늘은 거친 숨소리와, 쓰러지는 나무소리, 새들의 울음소리가 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끈질기군! 쯧.”

구름과 같이 흰 복장을 한 노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놈은 다리를 다쳤다. 멀리 못 갔을 것이니 샅샅이 찾아라!”

“명!!”

노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흰 복장의 복면인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하아··· 하아···”

숨이 가빠왔지만 나는 계속해서 뛰어야 했다. 언제 놈들이 쫓아올지 모른다.

빌어먹을 달빛은 어디로 갔는지 이 어두운 산길을 밝혀주지도 않는다.

타다닷-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황급히 수풀로 몸을 날려 숨을 죽였다.

타다다다닷-

전 보다 더 많아진 추격자들의 발 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이 근처다! 이 근방에서 짙은 혈향이 맡아진다! 찾아라!”

“명!!”

‘제길!..’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의 흰 무복을 붉은빛으로 물들인 새빨간 선혈은 나의 숨소리에 맞춰 옷을 적셔가며 자신은 저들과 다르다고 화를 내는 듯하다.

“컹!! 컹!!”

후각이 예민한 개 한 마리가 내 쪽을 보고 짖는다.

바닥을 흥건하게 고인 내 피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쾅!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고 가장 적은 인원이 서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스겅-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복면인의 목을 빠르게 베어 버렸다.

“컹컹!!”

다른 복면인들이 나의 목을 조여왔다.
나는 남아있는 내공을 모두 쥐어짜 한 곳을 향해 날았다.

휘오오 쾅!

“끄아아악!!”

가장 앞에서 나의 검을 막던 자가 피를 한 움큼 쏟아내며 그대로 절명했다.

그때 뒤에서 분노에 가득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놈 한혁진!!!!!”

풍신 한혁진. 천하제일인이다. 천하에서 가장 강한 남자,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할 남자라고 평가받았던 위대한 남자가 지금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쿨럭!!

검붉은 피를 잔뜩 토해냈다. 그렇게 피를 쏟아내도 아직 피가 남아있나 보다.

한혁진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파핫-

“비켜라!”

한혁진의 주위로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복면인, 나무, 풀잎 할 거 없이 모두 날아가 길을 내어주었다.

“어서 쫓아라!! 놓치면 안 된다!”

“명!!”

어두운 산속을 흰색 물결이 일렁이며 점점 잠식해 나갔다.

후아.. 후아···

산 정상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나무 위에서 힘겨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한혁진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런 약속은 칼 같이 지키는구나. 친우여, 너답구나.’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한혁진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파스스슷!!

풀잎이 짓밟혀 오열하는 소리가 산 정상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한 복면인이 풀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찾았다!! 모두 정상으로 모여!”

복면인은 나무 위에 한혁진을 보자마자 강한 내공을 담아 온 산에 들리도록 소리쳤다.

그 절실한 외침은 메아리를 타고 산에서 산으로 전해졌다.

타다닷-

메아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복면인들이 나무를 포위했다.

그 사이에서 처음에 지시를 내리던 노인이 한 걸음 나와 나무 위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거기가 네놈의 무덤이냐? 네놈의 오만함과 잘 어울리는군.”

그러자 한혁진은 남은 내공을 모두 쥐어짜 크게 소리쳤다.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으냐?! 너희가 그러고도 무림맹이라 얘기할 수 있는가!?”

나무 위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외침에 나무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복면인들은 모두 흠칫 놀랐다.

쿨럭!!!!

하지만 나무 위에서 한 움큼의 피가 쏟아져 내려오자 노인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유언은 그게 전부인가? 네놈과의 옛정을 생각해 한마디 정도는 더 들어줄 수 있다.”

초점을 잃은 한혁진은 조용히 그리고 강하게 모두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빈 수레는 요란하며 고인물은 썩었구나. 내 하늘에게 부탁하니 나를 바람으로 만들어다오··· 고인 물에 파도를 만들 수 있는 그런 바람으로···”

말을 끝낸 한혁진이 순백에 검을 하늘로 치켜드니 구름이 갈라지며 환한 달빛이 검 끝을 마중 나왔다.

달빛을 가득 머금은 순백의 검은 한혁진의 거친 심장을 스스로 멈추게 만들었다.

풍덩!!

생명을 모두 잃은 한혁진은 검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조소를 흘렸고 산에서 내려갔다.

‘바람이 되기를··· 언제나, 어디서나 너희들의 머릿속을 흔들 세찬 바람이···’

달빛이 지고 구름이 하늘을 모두 감추니 새들은 울고 바람은 세차게 불었으며 어둠이 서서히 산을 집어삼켰다.

작가의말

별점

회당별점 0점
별점주기

댓글

최신순 등록순 추천순